싫은 상황을 해결하는 붓다의 방식
삶은 언제나 연기법의 이치대로 정확히 일어나야 할 일을 일어나야 할 바로 그 때 일어나야 할 크기만큼 일어나게 만든다. 과거에 당신이 만났던 고통, 괴로움, 힘들었던 상황들 조차 나를 돕기 위한 법계의 연기 작용이었다.
현재에 일어나는 모든 일들 또한 일어나야 하기 때문에 일어난다. 물론 그렇다고 힘든 상황, 괴로움이 찾아올 때 그것을 해결하지 말라는 말이 아니다. 힘든 상황이 오면 누구나 그것을 해결하고 싶어한다. 그것이 바로 나의 내적인 인연이다. 나의 내면이 문제 해결을 원한다. 이 또한 인연 따라 일어난 일이다.
그러니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본다. 온갖 노력을 다 해 보라. 다만 몇 번을 노력했는데도 불구하고 전혀 해결되지 않고 있다면, 혹은 죽도록 노력해도 이 상황을 바꿀 수 없는 상황이라면, 그 상황은 아마 시절인연으로 온 것일 것이다.
그래서 이런 경우 붓다는 항상 3번, 4번 정도 최선을 다해 노력을 했고, 그럼에도 안 될 때는 그것을 허용하고 받아들이곤 했다. 그것이 붓다의 방식이었다.
한 때 붓다는 한 시자(侍者)와 전법의 길을 떠났다. 그 시자는 특정 지점까지 붓다를 모시고 가야 하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그런데 중간 지점 쯤에 너무나도 수행하기 좋은 터를 발견한 시자는 붓다에게 ‘이 곳에서 수행하고 싶다’며 시자의 임무를 져버리고 붓다를 홀로 보내려 하였다.
붓다는 공동체의 약속이고 임무이니 지키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3번을 설득했지만 시자의 뜻은 완고했다. 붓다는 더 이상 설득하지 않고 수행법을 알려준 뒤 홀로 길을 떠나셨다.
코살라국이 군사를 일으켜 붓다의 고향인 카필라국을 멸망시키려 전쟁을 일으켰을 때에도 붓다는 3번 중간에 길을 막고 서 왕을 설득시켜 코살라 군대를 회군시켰다. 그러나 4번째 다시 전쟁을 일으켰을 때, 붓다는 더 이상 막지 않았다. 그것은 코살라국과 카필라국 사이에 쌓인 업을 푸는 과정이었기 때문이다.
붓다에게는 반드시 일어나야 하는 일도 없고, 반드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도 없다. 세상을 붓다의 뜻대로 모두 다 바꾸고자 하는 그 어떤 의도도 없다. 다만 인연 따라 최선을 다 해 그 순간 해야 할 일을 하지만, 결과에 과도하게 집착하지 않으며, 삶의 흐름을 따른다. 모든 것을 마음대로 다 해 내는 것이 붓다가 아니라, 최선을 다해 할 것은 하겠지만, 안 되면 안 되는 흐름을 수용하는 것이 붓다의 길이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무엇이든 최선을 다해 원하는 것은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싫은 것은 거부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좋다. 다만 최선으로 행했는데도 불구하고 그 상황이 여전히 바뀌지 않고 있다면, 그것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허용할 줄 알아야 한다.
남편이 술을 마시고 담배를 많이 피우면 간암, 폐암의 가능성이 있기에 어떻게든 끊도록 하고 싶지만, 10년, 20년, 30년 동안 끊으라고 타일러도 보고, 화도 내 보고, 별의 별 짓을 다 했음에도 여전히 술과 담배를 끊지 못했다면, 그만하면 이제 내려놓을 때도 된 것이 아닐까? 끊지 못하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허용해 주면 어떻게 될까?
오히려 남편은 불안하고 두렵고 아내와 싸우는 걱정 없이, 두 번째 화살을 맞지 않고, 기분 좋게 술과 담배를 피울 것이다. 아내 또한 더 이상 술 담배 가지고 화를 내지 않을 것이다. 부처님은 3~4번 말했다가 포기를 했지만, 우리는 30년 40년 동안 절대 포기를 못하기에 괴롭다.
글쓴이: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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