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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든 반려동물과 행복하게 살아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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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 19년차 찡이 이야기 스크랩 경험보고서 무시무시했던 강아지 심인성 질환을 직접 겪다!
더불어밥 추천 0 조회 270 08.09.09 07:11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작년 여름, 집을 한 달간 비우면서 가장 걱정이 되는 건 찡이였습니다.

아마도 태어나서 저랑 제일 오래 떨어져 있는 것일테니까요.

잡지기자일 때 비록 연일 야근에 철야로 얼굴 보기 힘들었지만

그래도 그땐 적어도 48시간에 한 번은 집에 들어와 얼굴을 보여줬으니까요^^;;;

그런데 이번에는 한 달간 전혀 얼굴을 볼 수 없고

중요한 건 찡이가 나이가 많아져

마음이 많이 약해졌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떠나기 한참 전부터

언니가 한 달 정도 집을 비우는데

무슨 일이 있어도, , ,

찡이한테 돌아오겠다고 약속을 했습니다.

 

그리고는 떠났지요.

가서도 묵는 방 책장에 이렇게 찡이 사진을 펼쳐 놓고

낮 동안 서점을 싸돌아다닌 후 돌아와서는

매일 밤 눈을 감고 찡이에게 대화를 신청했습니다.

찡이야, 언닌데, 곧 갈게. 찡이 보고 싶다. 괜찮지?

 

제가 없는 동안 엄마, 아빠가

전과 다름없이 살뜰히 보살펴 주셨고,

장가 간 남동생이 2~3일에 한번씩 집에 들러

산책을 가기도 하며 놀아주다 가곤 했습니다.

 

이렇게 한 달이 흘러 드디어 제가 집에 도착했죠.

찡이는 기운이 좀 없어 보이는 것 말고는

별 문제가 없어 보였습니다.

 

그런데 며칠 후 새벽,

곁에서 잠을 자던 찡이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뒷다리를 질질 끌다가 주저 앉았습니다.

내가 잠이 덜 깼나 싶어 눈을 크게 떴더니

찡이가 주춤주춤 일어나 다시 걷는 것 같더니 이내 뒷다리를 끌고 주저 앉는 게 아니겠습니다.

난 너무 놀라서 심장이 다 멈추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앉았던 찡이가 곧 아무렇지도 않은 듯 일어나 막 걸어다니더군요.

그래서 전

자다가 일어나서 순간적으로 다리가 저렸나 보다 하고 쉽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건 다리가 저린 게 아니었습니다.

다음날에는 창가에 앉아 햇볕을 쬐다가

갑자기 일어나 다리가 뒤틀리는 것처럼 마비 증상을 보이며 막 비틀거렸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은 의자에 앉아 있다가 갑자기 몸에 마비 증상을 보이며 의자 아래로 떨어졌고,

다음날은 산책을 나갔다가 마비가 오는지 중심을 잃고 사선으로 걸으며 부들부들 떨었습니다.

 

이렇게 온 몸 마비 증상이 어떤 날은 이틀에 한번,

어떤 날은 하루에 3번도 왔습니다.

아마도 이틀에 한번씩 증상을 보이는 날은 제가 나갔거나 못 봤을 확률이 높았지요.

높은 곳에 있다가 마비가 와서 떨어지면 위험해서

이때는 의자나 소파에도 못 올라가게 했을 정도니까요.

 

갑자기 머리가 멍해졌습니다.

병원에 가볼까 생각했지만 관뒀습니다.

몇 해 전 우리 해리가 쓰러져 의식을 잃고 하루에도 몇 번씩 발작을 해대도

한국 최고의 종합병원에서 온갖 검사를 다했지만 결국 병명도 찾아내지 못했으니까요.

차라리 그때 해리를 일찍 집으로 데려올 걸 하고 지난 뒤에 후회가 많았지요.

아마 찡이를 병원에 데려가도 수 많은 검사만 할 뿐 병명은 못 찾을 거란 생각을 했습니다.

눈에 보이는 신체적 증상이 아니고 단지 간헐적으로 나타나는 마비 증상이니까요.

분명 신경과적 문제인데 과연 병원에서 해답을 줄 수 있으리란 믿음이 없었습니다.  

 

게다가 분명 찡이는 내가 가기 전에 건강상의 아무 문제가 없었습니다.

떠나기 바로 직전까지 병원에서 건강 이상없음 진단을 받았었으니까요.

 

그간 찡이에게 있었던 변화라고는

제가 찡이 주변에서 사라진 것밖에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건 어쩌면 심인성 질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제발 그러기를 바랬습니다.

그래서 병원에 가지 않고 지켜보기로 했죠.

이건 무슨 고집이었을까요?

아마도 찡이가 병원에서 온갖 검사로 지쳐 나가떨어지는 걸 보기 싫은 마음과

아니 그보다는 제발 병이 아니기를 믿고 싶은 마음이었을 것입니다.

 

찡이의 이런 이상 마비 증상은 그때부터 무려 2달하고 일주일이나 지속됐습니다.

찡이가 마비 증상을 일으켜 몸이 뻣뻣해지며 쓰러질 때마다

끌어 안고 울었네요.

찡아, 왜 그래, ? 언니한테 말을 해봐.

 

(* 작년 한창 마비 증상을 보일 때의 찡이 사진입니다.

아무리 물어도 대답을 해주지 않았던 녀석...

지도 원인은 모르겠고 자기 몸의 변화가 혼란스러웠을 겁니다.)

 

 

그런 찡이의 이상 증상은 2007년 1031,

산책하다가 갑자기 마비가 와서

몸을 못 가누며 쓰러진 것을 끝으로 모두 끝이 났습니다.

 

그 당시

자기 몸에 이상이 올 때마다

저를 쳐다보던 찡이의 눈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자기로서도 자기 몸의 증상이 이해할 수 없었던 찡이는

두려움이 가득 찬 눈으로 저를 올려다봤죠.

눈에 그렁그렁 눈물을 담고서.

눈빛도 의식이 없는 강아지처럼 약간 멍했습니다.

 

그 이후 우리는

하루하루 살얼음처럼 그 시기를 넘겼습니다.

언제라도 다시 그 증상이 올 수 있다는 생각을 했으니까요.

 

그렇게 1년이 흘렀네요.

물론 그 사이 딱 한 번 같은 증상을 나타낸 적이 있습니다.

제가 지난 겨울 원고 때문에 너무 바빠서 찡이랑 이틀간 떨어져 잔 적이 있습니다.

찡이가 밤새 일하고 있는 제 곁을 지키는 게 너무 안스러워서,

푹신한 이불 두고 컴퓨터 책상 옆에서 몸을 돌돌 말고 자는 게 안됐어서,

이틀간 엄마아빠 방에서 자게 두었습니다.

그랬더니 다음날 같은 증상을 보이더군요, 이런~~~~

 

이때 말고는 더 이상 마비 증상을 보이지 않게 된 찡이입니다.

그래서 1년이 지난 얼마 전,

찡이 담당 주치의 샘께 이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랬더니

심인성 질환이 맞네요. 그 이후로 1년 이상 같은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환경 변화에 따른 심인성 질환이 맞습니다.

라고 하시더군요.

심인성 질환의 증상은 마비 증상 말고도 아주 다양하다구요.

이렇게 주치의 샘께 확진을 받고 나니 얼마나 안심이 되는지,

1년 동안 마음 고생한 게 싹 잊혀지더군요.    

 

제가 작년에 집을 비웠던 관계로

찡이에게 생긴 심인성 질환에 대한 이야기를 동물 이웃들께 이제야 알립니다.

저로서는 아주 조심스러운 일이었고

수의사샘의 확진이 있은 후에야 알려드릴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마음 여린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이웃,

특히 저처럼 나이 많은 반려동물(찡이가 15살이니 적은 나이가 아니죠)과 사는 이웃들은 꼭 참고 하시기를요.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당당하고 활기차던 저 녀석들이

나이 들면서 저리 소심해 지는 게 마음 아프지만

그게 또 자연의 섭리이니

그 시간의 흐름에 맞춰 동물들을 돌보는 것도

훨씬 더 세심해 져야 하는 것 같습니다.

 

찡이가 온몸으로 항변한 덕에 저도 또 하나 교훈을 얻었지요.

찡아, 미안해~~

이제 언니 여행은 다 갔어~~~~~ ,;;; 

 

근데 찡이는 도대체 제가 없어진 한 달 사이 무슨 생각을 했던 걸까요?

언니가 캐나다 곰에게 잡혀 먹어서

못 돌아온다고 생각했던 걸까요?? ^^;;;;;

(* 작년 이맘 때 우울했던 찡이의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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