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빛 都市위로 날아오른 빗새의 受胎, 6日 以前
이 상 진
Ⅰ. 꿈
그 밤, 돌아서려던 길목마다 하얗게 널려있던 유년(幼年)의 꿈은 회색빛 기침을 내뱉는 도시(都市) 속을 질주하고 있었다. 근년(近年)의 바람과 함께 불어온 신생(新生)의 달그림자 밑에서 슬픈 목젖을 세우고 울음 울던 푸른 생채기. 제자리에서 죽을 맴을 돌던 내 꿈에서 아버지의 꿈, 그 아버지의 꿈에서도 달리고 있었다.
Ⅱ. 가난한 밤
지난 밤, 남해안에서 육상한 겨울비가 몰고 온 다급한 시간예보. 어머니의 가슴팍에 내려앉은 소명(召命)만큼이나 무겁게 가라앉은 30촉 샨드레 밑에서 응어리지던 가난의 편린들. 아, 그 밤 무덤인줄 알면서도 꽃을 꺾어놓던 어머니의 숨찬 세월앓이. 그러나 결국 벗겨지지 않은 가난에 지친 밤
Ⅲ. 자유
비로소 시작한 분노의 壁을 향한 낙서
하나 둘 빗방울이 돋는 불면의 벽엔
내가 만들어낸 노여움의 신이 십자가에 못 박히고
비정의 바람이 불던 새벽
수은빛 안개에 응집된 침묵 너머로
쇼·윈도우 속 자유를 결박당한 3인의 푸른색 미녀
누가 이렇게 좁다란 우리의 소우주(小宇宙)에
그들의 자유를 결박한 것일까.
Ⅳ. 빗새(雨鳥)의 윤회록
바다― 환절기에 몸을 상한 빗새의 안식처. 피안의 꿈이 씻기어진 여름내 앓아온 몇 개의 환영이 킬킬대던 밤. 지친 날개를 접어들고 찾아든 허허로운 빗새의 날갯짓.
빗새의 꿈은 바다가 되는 것이었고
바다의 꿈은 빗새가 되는 것이었다.
― 석가모니 윤회록 몇 장에 그들의 꿈이 잠들어 있을까.
Ⅴ. 彷徨
서글픈 밀담을 부둥켜안고 돌아온 초겨울 바람이 異色지대의 촛불 위에 응집된 새빨간 야생화 위로머물다 지나간다. 수척한 나의 모습을 사랑하던 달력 속의 동양 女人이 내 좁은 가슴 새를 비집고 조심스럽게 내려앉는다.
上午 4時
인가(人家) 근처를 떠나는 마른 풀잎만큼이나 야윈 사람들.
엊저녁 낯선 행인이 잃어버린 언어
'아, 하늘은 반기를 드는 작업에 골몰하고 있어. 결국 우린 그리운 사람들의 지배아래 무릎꿇고 마는 거야'
Ⅵ. 기다림의 意味
설움 속에 사는 연습, 追憶을 만드는 연습
죤·업다이크에 취하는 연습
삶, 낢, 사랑, 고뇌...
새로운 言語로 만나고
고달픈 추억의 踏襲으로 만나야
설움이 조금 가실지 모른다.
1980.11
첫댓글 오랜만에 빗새 님이 다작을 올려주셨네요. 풍성한 비 만큼이나 빗새 님의 시심을 가득 안고 감상하고 갑니다. 올 여름에 빗새 님의 시심이 활활 불타오르시길 빌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