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가시나무(Holly)

호랑가시나무의 앵글로색슨 이름인 '홀린hollin'은 거룩함holiness과 휴일holidays을 쉽게 연상시켜
크리스마스에 딱 맞는 나무처럼 보였다. 옛 크리스마스 카드 내장에 보면 호랑가시나무 잎과 빨강
열매가 그려져 있었다.
화석 기록에 보면 백악기시대(약 1억년전)에 번성했던 나무들 중 호랑가시나무가 살고 있었다고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은행나무, 메타세콰이어 같은 큰나무들과 함께 살면서 공룡 같은 초식동물
들에게 잎을 먹이로 제공하였을 것이다.
매서운 겨울에도 푸른잎을 간직하며 빨강 열매를 주렁주렁 달고 있다. 새들에게 유익한 양식이다.
한겨울에도 푸른잎을 달고있는 호랑가시나무는 새들의 보금자리가 되어 비도 피할 수 있으며 긴
겨울에 먹이가 부족할 때 호랑가시에 달려있는 무성한 붉은 열매들은 새들에게 귀한 양식 된다.
호랑가시나무는 새들을 배신할 수도 있다. 호랑가시나무의 껍질을 벗겨서 물에 담갔다가 끓여 발효
시켜서 빻으면 무척 끈적대는 물질이 된다. 새잡는 끈끈이로 알려진 이 천연접착제를 잔가지에 발라
새를 잡을 수 있다.
호랑가시나무 목재는 밀도가 높고 단단하며 밝은 색상이다. 가격도 매우 비싸며, 체스세트등을 만들
때 귀한 목재로 이용되 고 있다.
오랫동안 호랑가시나무는 마녀들을 막는 든든한 수호가로 여겼다. 사람들은 집 울타리에 호랑가시 나무를 심어서 고약한 손님과 악령을 쫓아 내주기를 바랐다. 우리네 옛 시골 집 울타리는 가시가 쭈 빗쭈빗난 탱자나무를 심었는데 이와같은 믿음 때문 일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