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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시 스크랩 우리 시 - 이육사의 `광야`
이재희 추천 0 조회 2 14.04.11 00:05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광 야(曠野)

이 육 사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 곳을 범()하던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光陰)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梅花)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의 뒤에

백마(白馬) 타고 오는 초인(超人)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육사시집 1946>

 

 

 

* 까마득한 열리고 : 아득한 옛날에 천지가 처음 개벽되고, 태초에 처음으로 천지 창조가 이루어지고

* 어디 들렸을랴 : 어찌 닭 우는 소리인들 들렸겠는가? (안 들렸다) - 광야의 원시적 미명(未明) 상태를 표현한 것임.

* 모든 휘달릴 때도 : 지구의 표피(表皮)가 형성될 때에도. (표현) : 의인법 (연모해, 휘달릴)

* 차마 못하였으리라 : 감히 광야에까지 침범하지는 못하였을 것이다.

* 끊임없는 광음 지고 : 쉼이 없이 흐르는 계절이 찾아왔다가는 가 버리고 (표현) : 대유법, 은유법, 활유법 (광음-대유법, 계절이 피어선 지고- 은유법, 활유법)

* 큰 강물이 열었다. : 큰 강물이 처음으로 광야를 가로 흐르게 되었다.

* 지금 아득하니 : 지금은 눈이 내리고 매화의 향기는 홀로(광야를) 은은하게 풍기니.

* 내 여기 씨를 뿌려라 : (미래의 민족 시인의 출현을 위해서)나는 이 넓은 광야에 서 보잘 것 없는 것이지만 조국과 민족을 위한 노래()를 준비하겠다.

* 다시 천고 뒤에 : 멀고 먼 훗날에, 오랜 세월 뒤에

* 백마 초인(超人)이 있어 : 흰말을 타고 찾아올 위대한 사람이 있어.

* 이 광야(曠野) 하리라 : 민족 시인으로 하여금 이 역사와 생명의 광장에서 장한 민족의 노래를 부르게 하겠다.

 

 

참고자료

 

윤동주와 함께 일제 암흑기의 2대 민족 시인이자 저항 시인으로 일컬어지는 이육사는 1935년 '신조선'에 시 <황혼>을 발표하며 등단한 이후 1937년 신석초, 윤곤강, 김광균과 함께 동인지 '자오선'을 발간하는 등, 상징적이면서도 서정성이 풍부한 목가풍의 시를 발표하였다. 그의 시작 발표는 주로 ?조광(朝光)?을 통하여 1941년까지 계속되었으나, 시작 활동 못지않게 독립 투쟁에도 헌신, 전 생애를 통해 17회나 투옥되었으며, 40세에 북경 감옥에서 옥사하였다. 그의 작품은 대부분이 1935년부터 1941년까지의 기간 중에 씌어졌는데, 이때는 그가 중국과 만주 등지를 전전하던 때인 만큼 광활한 대륙을 배경으로 한 침울한 북방의 정조(情調)와 함께 전통적인 민족 정서가 작품에 깃들어 있다. 대표작인 <광야>에서 보듯이 그의 시는 식민지 치하의 민족적 비운(悲運)을 소재로 삼아 강렬한 저항 의지를 나타내고 있으며, 꺼지지 않는 민족정신을 장엄하게 노래한 점이 특징이라 하겠다.

이 시는 육사의 확고한 역사의식에 바탕을 둔 현실 극복 의지가 예술성과 탁월하게 조화를 이룬 작품으로, 자기 극복의 치열성에 바탕을 둔 초인 정신과 투철한 현실 인식에서 출발하는 지사(志士) 의식, 그리고 순환의 역사관에 뿌리를 둔 미래 지향의 역사의식 등이 종합적으로 나타나 있다. 이 작품은 15행의 5연시로 과거(13), 현재(4), 미래(5)의 시간적 추이에 따라 구성되어 있는데, ‘까마득한 날에서 다시 천고의 뒤까지의 시간의 흐름은 조국의 현실을 광야로 상징한 역사의식의 표출이다.

1연에서는 천지가 개벽하는 태초의 상황을 어디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라는 부정적 설의법을 이용하여 광야의 원시성과 신성성을 보여 주고 있으며, 2연에서는 활유법을 구사하여 광야의 광활하고 장엄한 모습을 역동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3연에서는 신성한 공간인 광야에서 태동한 우리 민족사의 유구한 역사와 문명을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라는 동적 이미지로써 보여 주는 한편,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에서는 시간적 개념인 계절피어선 지고라는 시각적 이미지로 감각화하고 있다. 4연에서는 일제의 압제를 상징하는 과 조국 광복의 기운이자 온갖 폭압에 맞서 싸우는 절조(節操)매화 향기를 대립시킨 가운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라는 미래에 대한 굳은 의지를 노래하고 있다. 여기에서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아득하니멀다의 뜻이 아니라, ‘그윽하고 은은하다의 의미이며, ‘노래의 씨는 가혹한 현실을 극복할 수 있게 해 주는 생명의 의지로, ‘에 함축되어 있는 자기희생적 이미지를 통해 화자의 극복 의지를 보여 주고 있다. 한편, ‘가난한이라는 수식어는 자기 겸손의 표현이기보다는 냉혹한 현실 상황에서 홀로 행하는 행동임을 반증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마지막 5연에서는 새 역사에 대한 소망이자 조국 광복에 대한 굳은 확신을 통하여 미래 지향의 확고한 역사의식을 제시하고 있다. 암담한 현실 상황에 화자가 뿌린 가난한 노래의 씨를 수확하여 목놓아노래 부를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은 바로 불행했던 역사를 몰아내고 온갖 질곡과 고통으로부터 민족을 구원하여 찬란한 민족 문화를 꽃 피울 인물이다. 그런데 그 초인의 도래는 막연한 추측이 아니라, <>에서의 마침내 저버리지 못할 약속과 같은 확고한 믿음임을 초인이 있어에서의 있어를 통해 알게 해 준다.

따라서 이 시는 광야의 원시성?신성성광야의 광막성민족사의 태동과 개척현실 인식과 선구자 의식초인 정신과 예언자적 역사의식의 구조로 파악할 수 있다. 이처럼 이 시는 육사의 투철한 역사의식을 바탕으로 하여, 지사적?예언자적 기품과 단호하고 강인한 남성적 어조로써 신념에 찬 조국 광복에 대한 염원을 노래한 민족시의 정화(精華)라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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