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당 휴게소에서 고약한 속을 해결하느라 화장실에 들르고
군머리에서 차를 겸백쪽으로 운전하며, 초암산을 찾을까 하다가
그냥 지나친다. 봄에 철쭉을 보러가지 뭐.
묵곡분교장 아래 저수지 잔디에서 차를 세우고 30여분 잔다.
용암사 오르기 전 용두리를 들러 마을을 둘러본다.
율어로 가지않고 이런 동네 빈 집을 더 알아볼까하는
생각이 든다. 마을 사람들이 신선같을 듯하다.
불암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절에 올라 물을 담고 다시
내려와 산길을 잡으니 11시 20분이다.
흐린 하늘에 바람이 불어 모자를 덮어쓰지만 곧 벗는다.
속이 쓰리다. 나의 위는 사흘 음주를 견뎌내지 못한다.
22일엔 동네 후배 박후언과 만났다.
여수 곡성에서 근무하다가 사직하고 광주 사레시오초등학교로 갔댄다.
몇 해 지나자 학교 구조가 절벽 같아서 다시 나와 이제
광주의 농성에 근무한다. 가끔 교육을 고민하는 시나 글을
보내오곤 하는데, 방학 중에 만나 소주 한잔 하자고 한적이 몇번이지만
이제야 약속을 지킨다.
임후남과 이경학 등을 이야기한다.
한 사람의 재능과 특기를 살리려면 보다 특성화된 시설과 교원 조직이
필요하다고 한다. 삶과 관련된 장기학습과제를 제시하고 다양한 평가문항을
만들 수있어야 한다고 한다. 난 인문과 교양 예술을 폭넓게 하는 보통 기초 교육이
보다 충실하게 이루어지고, 특기는 다양함 속에서 보다 고민하여 선택하는 것이
낫겠다고 한다. 도시와 농촌 교사의 차이일까 교육에 대한
견해는 조금 다르지만 자신을 고민하는 후배가 마음에 든다.
콩나물국밥에 소주 두병, 나와서 꼬막에 소주 두병을 마셨다.
취했다.
23일엔 근무했던 동면 직원들을 만났다.
최 선생은 학교 옮기기나 보직교사 문제로 고민이다.
연구학교로 가고 싶은데 가지 못했고, 군지정이라도 하자니까
전입하신 원로교사들이 적극 반대한단다.
1년 선배인 남자 교사와 부장교사 문제로 웃사람을 만나야할 지
양보해야 할지 고민이다.
안 선생은 화순초에의 미련은 버리고 동면의 방과후학교 연구주무를
열심히 한다고 연수 중이다.
강선생은 목욕탕에서 가방을 도난당하고 이틀이나 누워있었댄다.
손교장은일본 연수단 모임 후 늦게 오셨다.
그 학교로 승진하여 교감으로 간 정화 형님 이야기를 한다.
혼자 집을 지키고 있는 한강이가 전화한다.
낙지집과 카페를 다니며 시간을 흘려 보낸다.
취한다.
토요일엔 일어나기 힘들다.
또 잔다. 그러다가 꽃을 봐야겠다고 일찍 나선다.
일찍도 아니다. 결국 꽃은 보지 못하고 개명 앞에서 관일 스님을 만나
동귀 집에 간다.
동귀집은 아담하고 짜임새가 있다.
동백나무나 소나무 감나무 매화나무 모과나무가 고목이다.
여기 저기 묶인 개들이 짖지도 않는다.
지붕을 한옥에다가 한쪽은 반원으로 두어 운치를 살렸다.
현석이가 녹동가서 사 온 회에 소주를 마신다.
첫 몇 잔이 어렵지 또 술은 술을 부른다.
남양에서 '민중의 존재를 확인시켜 주는 자존심의 싸움'을 하는
화장장 반대운동을 하는 준환이가 영국이는 조금 늦다.
준환이는 혜숙씨에게 노래를 청한다.
맥주 두병과 과일을 챙겨 제석사에 갔는데 기도하는 사람들이
방을 차지하고 있어, 그냥 내려온다.
준환이는 배반이라고 한다.
취한 몸들은 다시 술집을 찾아 좁은 석장을 걷는다.
고향통닭집에서 병어탕을 시켜 또 소주를 마신다.
현석이는 먼저 간다. 영국이는 건강하다. 동귀는 잠을 자지 않는다.
영국과 준환을 실고 마륜을 지나는데 경찰차가 반짝인다.
따라오기에 긴장하는데, 속도를 높이지 않는다.
준환이 집에 가서 잔다.
그가 장작을 모으고 난 그가 준 과일을 또 먹는다.
맥주 두병을 잔없이 입대고 마신다.
이렇게 살다가 죽는 것이 사람인데, 그의 부채가 부인의
봉급에 압류되어 어떻게 해야할 지 고민이란다.
아이들과의 이야기도 좋다. 만세나 만민이가 어른스럽다.
날은 흐린데 시야가 넓다.
조금 전 들렸던 용두리의 둥근 물길이 보기 좋다.
복사꽃이 피면 다시 가리라.
한쪽이 절벽인 바위에 서서 노란 오줌을 찔끔거린다.
자연석 주변을 둘러 세운 묘지에서 저 멀리 제암산과 월출산을 본다.
첫 만나는 바위를 손을 잡고 기어 오른다.
발 디딜 곳 손 잡을 곳이 넉넉한대도 마음이 떨린다.
두번째의 암벽은 더 편하다.
사진기를 이리저리 대고 찍어본다.
나 자신도 찍어본다.
나의 무엇을 찍는걸까? 내가 본 것을 찍는가? 나를 찍어 뭘 어떡하겠다는 건가?
나의 무엇을 기록하고 기억해야 하는가?
건너편 정상에는 한떼의 사람들이 지키고 있다.
건너가지 않고 초코렛 하나를 먹으며 논다.
수첩을 꺼내려다가 그만 둔다.
정상쪽에서 모후산을 본다.
구름에 가렸던 무등산도 구름이 올라갔다.
내려온다. 비탈을 내려오니 또 땀이 난다.
다행이 허리는 아프지 않다.
기홍이와의 오후 어등산행 후 참 오랜만에 작은 산엘 갔다.
차로 돌아오니 12시 50분이다. 1시간 반으 짧은 산행이다.
이제 해 길어지니 퇴근 후에도 가능하겠다.
기대된다. 허리야 더 많이 버텨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