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회 문학상 심사 )
청주문인협회 문학상 작품의 표상(表象)
이번 청주문학상은 시와 수필 4편이 최종 심사작품으로 올라왔다.
그중에 시 작품은 2번의 <누가 놓고 간 詩>, <그 한 사람>, <청미래 가을>이고,
수필은 4번으로 <노각老角>, <솥>, <칠漆> 작품을 당선작으로 뽑았다. 이번에 응모한 작품들은 우열을 가리기가 어렵게 수려하였다.
모든 예술은 개성이다.
어느 시인은 이렇게 말했다. 시는 시답게 써야 하고, 짧으면서 쉽게 쓰는 시가 더 어렵다고 하였다.
시 2-1 작품 <누가 놓고 간 詩>는 노련한 필력으로 표현된 시다.
‘가까운 산등성이 나무의 수족마다/ 초록으로 살아 수놓는 시/조팝, 이팝, 오동나무 보랏빛 꽃들이/시가 되어 날립니다.’
문장의 시각적 묘사로 푸른 잎이 바람에 팔랑대는 감성이 넘쳐나며 꽃의 아름다움으로 승화시켜 환상적인 향기의 꽃물결이 밀려오는 듯하다. 자연의 감미로운 향연을 시화로 환유(換喩)함이 정연하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생물학적으로 바라보면 조팝나무, 이팝나무는 흰꽃이고, 오동은 보랏빛 꽃이다. 꽃 색깔이 엄연히 다름에 보랏빛 꽃들이라 싸잡아 표현함은 관찰의 미흡함으로 자칫 흠 잡힐 수가 있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조팝, 이팝, 오동나무/흰꽃, 보랏빛 꽃들이/ 시가 되어 날립니다.’라고 하였더라면 어떨까?
(* 조팝나무꽃은 흰색, 꼬리조팝은 자홍색이다. 이팝나무꽃은 흰색이고, 오동은 보라색이며, 꽃개오동꽃은 흰색으로 관찰자가 식물분류를 무시하고 표현하다 보면, 오류(誤謬)되어 독자의 관점에 따라 생각도 다를 수 있음.)
시 2-2 작품은 <그 한 사람> 시로 문장을 인용해 보았다.
‘밤 지나 새벽하늘엔/그대 /끝내 그립기만 한 먼 샛별.’은
종장으로 심중(心中)에 내재 된 그리움을 샛별로 의인화(擬人化)한 감성으로 묘사함이 독자의 가슴에 오래도록 반짝거리게 하고 있다.
시 2-3 번은 <청미래 가을> 의 시다.
‘청미래 붉디붉은 그 심장/그대와 내 사랑길에 열릴 때까지.’ 는 청미래의 청청한 푸른 열매가 익어, 옥색의 가을 하늘 아래 ‘붉디붉은 그 심장’으로 이끌어 내어 사랑길에 열릴 때까지 멈추지 않으리라는 정열을 그리었다. 보통 사람들에게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독창성의 시의 멋스러움이 리듬을 타고 흐른다.
세 편의 시는 유연하고 노련하면서도 시적 감성의 운율을 담아내고 있어 감미롭다. 심사위원 모두가 우수성을 공감하였다.
수필은 인생의 회상으로 성찰하는 문학이다.
자기의 체험과 사물을 바라보며 통찰하는 사유(思惟)의 감성을 진솔하게 들려주는 글이다. 작가는 글을 쓰면서 지난날의 삶의 발자취를 회상하며 자신을 성찰하고 인생의 의미를 찾아감이라 하겠다.
수필은 추억을 그리며 인생의 깨달음을 느끼면서 여생을 값지게 성숙시켜가는 삶의 노래가 아닐까. 그래서 수필은 신변의 삶을 바탕에 두고 어떠한 사물로부터 세월을 뒤돌아보며 자신의 정체성을 되찾게 한다.
수필 4-1번 <노각老角>의 글은, 야채 시장에서 늙은 오이를 보면서 지난날을 회상하며 어머니와 아내를 떠올려 내어 모성(母性)을 깊이 있게 담아내었다.
‘일곱 번의 만삭을 견뎌낸 내 어머니의 배처럼 빤한 틈이 없다. 얼마나 아팠으면 저리 갈라졌을까. 자연에 순응하는 어미의 본성으로 치러낸 흔적이다.
아내의 배를 보고 임신의 고통을 헤아리지 못한 기간이 길었다.
아내의 고통도 몰랐는데 여섯 명의 앞선 피붙이에게 다 내주고 늘어진 빈 가슴만 차지했던 아이가 어머니 튼 배를 보며 아픔을 가늠하기란 불가했었다. 이제 와 떠올려보니 뒤란에서 등목을 끝낸 어머니가 물기를 닦을 때 보여줬던 처진 가슴과 골이 팬 뱃가죽은 일곱 명 피붙이가 남긴 흔적이었다.’
수필 4-2번 <솥>은, 무쇠솥에 인생 삶의 삼형제를 은유화한 수필로 큰솥, 중간 솥, 작은 솥을 의미화하여 어려웠던 삶을 회상하며, 짜임새 있는 구성으로 노련한 문장의 필치로 어머니를 그려낸 수필이다.
‘어느덧 세상 떠난 어머니 나이가 되어가니 별게 다 그립다. 부쩍 고향 집 부뚜막에 나란히 걸렸던 세 개의 무쇠솥이 자주 떠오르는 것은 유년에 함께 했던 가족의 그리움이다.
고향 집 정갈한 부엌에는 삼 형제를 상징하는 솥이 있었다. 어머니에게 솥은 당신의 강한 자존심이었다. 솥만 봐도 그 집 살림살이 가늠하던 어머니는 틈만 나면 기름 묻은 헝겊으로 솥을 문질러 방금 닦은 까만 구두처럼 광이 났다.’
수필 4-3번 <칠漆>의 수필은 우리민족의 전통문인 옻 채취 현장을 보러 충북 옥천을 찾가 현장을 관찰로 사유하며 옻의 역사 문화를 떠올리었다. 옻칠을 자신의 수필 쓰기에다 유하는 작가적 정신을 깨우치었다.
‘손대현 장인은 정제와 교반으로 얻은 칠을 목재 함에 바르기 전에 몇 번이나 정성 들여 붓을 손질했다. 신에게 제를 올리듯 매우 신중한 손길로 한 겹씩 칠을 입히는 과정은 마치 진주조개가 자신의 몸에 들어온 핵에 수천 겹의 물질을 바르고 묻혀서 영롱한 보석을 만들어내는 것과 비슷했다. 그의 간절한 염원에는 열악한 환경에서 생칠을 채취하던 사람과 칠을 정제하고 교반하던 당신의 혼이 오롯이 담겨있었다. 무엇이든 저렇게 공들이면 안 될 일이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옻나무를 가꾸고 칼로 그어 생칠을 얻음은 집필을 위해 끝없이 통찰하며 사유의 뜰을 넓혀가는 것이요, 칠을 정제 교반하여 초칠과 마감으로 광택을 내는 일은 치열하게 쓴 작품을 한 자 한 자 조탁하여 완성하는 수십 번의 퇴고가 아니겠는가.’
세 작품 모두가 탄탄한 구성과 세련된 문장으로 남다른 소재와 주제로 내면의 의미가 교감되는 문필로 엮은 글이다. 삶의 체험이 스며있어 표현이 정감있게 묻어나며, 작품이 자연스럽고 진솔하게 다가와 짜임새 있는 문장으로 수필의 진미를 느끼게 하여, 심사위원 전원이 뽑았다.
2023. 9. 30
심사위원,
임찬순 김효동 안수길 장병학 유제완 이장희 김홍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