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5일, 정부가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에서 ‘미래자동차 국가비전 선포식’을 개최하고 ‘2030 미래차 산업 발전전략’을 발표했다. 이번 전략은 우리나라가 미래차의 핵심 영역인 수소전기차(FCEV), 전기차(BEV), 배터리 등의 분야에서 강점이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자동차산업은 현재 커넥티비티(Connectivity), 자율주행(Autonomous), 공유(Sharing), 전동화(Electrification) 등 ‘C.A.S.E.’로 대표되는 미래 모빌리티 시대를 앞두고 있다. 이에 세계 주요 국가는 미래 모빌리티 산업으로의 전환을 빠르게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업체 역시 모빌리티 산업에 대규모 투자를 추진하고 있으며, 시장 재편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런 변화는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에도 큰 위기이자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세계 7위(2018년 403만 대)의 자동차 생산 대국인 우리나라는 자동차산업이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 만약 미래 모빌리티에 대비하지 못하면 국가 경제의 성장동력 자체가 약화될 수 있다.
정부는 그동안 자동차산업의 체질을 개선하고 성장하기 위한 정책을 펼쳐왔다. 특히 2015년 이후 급감한 국내 자동차 생산과 부품기업들의 경영 위기에 적극 대응해왔다. 그 결과 올해 국내 자동차 생산(2019년 1~8월)은 전년동기 대비 생산 1.1%, 수출 1.9%가 증가했고 많은 부품기업들의 경영실적도 개선됐다. 1차 협력기업(83개 상장사)의 올해 상반기 경영실적을 살피면 매출 7%, 영업이익 26%가 증가했다. 미래차 전환에 대한 준비도 꾸준히 이뤄져 왔다. 2019년 8월 기준, 국내 전기차 보급은 2016년 대비 약 7배, 수소차 보급은 같은 기간 대비 약 34배 증가했다.
한편, 국내 기업은 미래차의 한 축인 친환경차 제조에서 뚜렷한 강점을 갖추고 있다. 친환경차 플랫폼, 배터리, 수소전지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친환경차 핵심 기술을 확보하고 글로벌 완성차 회사에 수출하고 있다. 미래차 시대로의 전환은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이 크게 도약할 기회인 것이다.
2030년 ‘미래차 경쟁력 1등 국가’ 목표
‘2030 미래차 산업 발전전략’은 2030년 미래차 경쟁력 1등 국가를 목표로 한다
이번 전략은 미래차 시장 조기 선점을 위해 2030년까지 계획한 중장기 로드맵과 분야별 구체적 방안을 포함하고 있다. 또한 2030년까지 국내 친환경차 판매 비율 33% 및 국산 친환경차 세계시장 점유율 10%를 달성해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이 친환경차 분야에서 선도적 위치를 확보할 계획이다. 주요 내용으로는 친환경차 및 자율주행차 관련 제도 개선, 친환경차 인프라 구축, 개방형 미래차 생태계 구축 등이 있다.
완전 자율주행 상용화 시점 목표는 기존 2030년에서 2027년으로 앞당긴다. 이를 위해 기존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단계적으로 추진하던 것에서 벗어나 레벨 3와 레벨 4 개발을 동시에 진행한다. 또한 2024년 레벨 4 자율주행차 상용화와 2027년 전국 주요 도로에 자율주행차 설비를 마련해 관련 기술 국제표준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미래차 경쟁력 1등 국가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도 담고 있다.
미래차 전략 핵심은 ‘제도 개선’과 ‘인프라 구축’
경기도 하남시 만남의 광장 휴게소에 설치한 수소충전소
구체적인 방안은 다음과 같다. 우선 성능 중심의 보조금 정책을 통해 친환경차의 고효율화 및 성능(출력, 전비, 주행거리) 향상을 유도한다. 전기차는 2025년까지 항속거리 최대 600km 달성과 충전 속도 3배 이상 향상을 목표로 한다. 수소전기차의 경우 50만km 내구성 확보, 2022년까지 부품 국산화율 100% 달성, 2024년까지 차량 가격 4,000만 원대로의 인하, 관련 기술(수소충전소 안전, 수소생산, 수소상용차 표준 등)과 부품의 국제표준 반영 및 제안을 추진한다.
또한 2030년까지 세단, SUV, 트럭, 버스 등 모든 차종에 친환경차 라인업 구축을 장려하고, 규모의 경제가 구축될 때까지 보조금 제도를 유지한다. 또한 차량 특성에 맞춰 전기차는 고급세단, 소형 SUV, 5t 미만 소형트럭으로, 수소전기차는 SUV, 5t 이상 트럭으로 라인업을 확대한다. 이를 위해 2020년부터 2026년까지 3,856억 원의 기술개발사업 예산을 마련했다.
친환경차의 빠른 확산을 위해 버스,택시, 트럭 등 상용차와 대중교통을 중심으로 수요를 늘릴 예정이다. 운수사업자 선정 시 수소버스 운행 우대 규정, 운수사업 인가 및 허가 시 필수 보유 차량 대수 산정 기준에서 수소버스 가중치 확대(1.5배), 대형 물류 업체와 프랜차이즈 업체에 전기화물차 구매실적 공표 및 의무구매 비율 설정을 추진하며 향후 자율주행차(버스, 셔틀, 택시 등)는 수소차와 전기차 기반으로 개발한다.
구입 단계에서의 세제지원 정책도 펼친다. 현재 일몰법안을 통해 한시적으로 이뤄지는 친환경차 개별소비세 및 취득세 인하 정책을 적극 연장할 방침이다.
친환경차 국내 보급 확대 위한 사용환경 개선
2025년까지 공동주택, 대형마트, 주유소 등 주요 거점에 1만5,000기의 전기 충전기를 확보한다
친환경차 사용자의 편의성도 개선된다. 전기차 충전기는 공동주택, 대형마트, 주유소, 고속도로 휴게소 등 주요 거점을 중심으로 매년 1,500기를 추가로 설치해 2025년까지 1만5,000기를 확보한다. 또한 2030년까지 수소충전소 660개소를 주요 도시에서 20분 이내, 고속도로에서 75km 이내에 설치해 접근성을 높인다. 충전소를 계획대로 추가해 나간다면 전 세계에서 가장 편리한 사용 환경이 조성될 전망이다. 아울러 수소 가격은 유통비 절감을 통해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인하한다.
자율주행차 발전전략에선 정부의 개발 인프라 지원, 도로시설 인프라 구축, 관련 제도 개선이 핵심이다. 정부는 2024년까지 레벨 4 자율주행을 위한 제도(성능검증, 보험, 운전자의무 등)를 도입하고 통신시설, 정밀 지도, 교통관제, 도로 설비 등 자율주행과 관련된 4대 인프라를 2024년까지 마련해 2027년 세계 최초 완전자율주행 상용화를 노린다.
아울러 시스템, 부품, 통신 등 이와 관련된 핵심부품 개발에 약 1조7,000억 원을 투자하고 2023년까지 자율주행 환경인지 센서, 정밀지도 및 차량 안전기준 등 25종의 국제표준 제안을 추진한다.
미래차 시장 선점을 위한 개방형 생태계 마련
2027년 세계 최초로 레벨 4 자율주행을 상용화할 예정이다
정부는 대기업과 함께 개방형 협력 생태계를 구축해 중소기업, 중견기업, 스타트업의 신사업 창출 기회도 늘린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민간투자 60조 원에 기반한 개방형 미래차 생태계로 신속히 전환하겠다는 비전도 마련했다. 대기업은 스타트업에 개발 장비와 입주 공간 등을 지원하며, 정부는 자율주행 서비스(셔틀, 물류 등), 플랫폼 등 기술창업 활성화를 위해 관련된 투자 및 금융을 패키지로 지원한다. 아울러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의 사업 기회 확보를 위해 차량용 반도체, 수소버스, 자율셔틀 분야에서 협력모델을 마련한다.
차량용 반도체의 경우 종합반도체기업과 완성차 업체가 중소 반도체 설계기업에 개발과 투자를 지원해 시장진입을 촉진한다. 현대자동차그룹의 경우 중소, 중견 전기버스 제작사에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을 공급해 수소전기버스 생산도 확대한다. 또 자율셔틀 산업 활성화를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기업의 기술개발을 돕고 시범 운행을 지원한다.
미래차 서비스 확산 방안도 제시했다. 우선 완성차 제조사가 보유한 기술 정보를 관련 서비스 개발 기업에 공개하도록 유도한다. 서비스 개발 확산을 위해 소상공인 매장 픽업 서비스, 출장 세차 서비스, 차량 관리 서비스 등 4개 서비스 업체를 우선 선정했다. 미래차 서비스 공공수요를 창출하기 위한 교통약자 이동지원 서비스와 자율주행 무인 순찰 등 9대 공공서비스 사업도 시범적으로 펼친다.
새로운 이동서비스, ‘UAM(도심형 항공 모빌리티)’ 상용화 추진
UAM은 2025년까지 실증화를 목표로 한다
도심 이동 시간을 대폭 줄인 새로운 이동수단인 ‘UAM(Urban Air Mobility, 도심형 항공 모빌리티)’ 서비스도 2025년까지 상용화할 예정이다. 관련 기업은 고출력 모터 등 핵심 기술을 우선 확보하며, 도심형 항공 모빌리티 전용도로 마련, 자동 경로 설정 등 무인교통관리시스템(UTM)을 개발한다. 정부는 이를 지원하기 위해 2023년까지 제작, 인증, 운항, 유지관리 기준을 개정하며, 2025년까지 안전성 실증을 거쳐 여객 서비스 활성화를 위해 노력한다.
미래차 생태계로 신속 전환 유도
미래차는 전동화 비율이 높다
국내 자동차산업이 미래차 생태계로 조기에 전환될 수 있는 정책도 펼친다. 또한 2019년 현재 전체 자동차 부품 기업 중 4%에 불과한 전장부품 기업 비율을 2030년까지 20% 이상 늘리겠다는 지원 방안도 세웠다. 미래차는 전동화 비율이 높은 탓에 기계 부품 기업의 체질 개선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부품 기업에 설비 투자 및 유동성 추가 지원으로 2조 원 이상의 자금을 공급해 사업 전환을 유도한다. 그동안은 단기 유동성 지원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에는 적극적으로 미래차 산업으로의 전환을 유도한다는 데에 차이가 있다. 여기에 관련 부품 생산 업체가 국산화를 진행할 경우 수요연계형 기술 개발, 신뢰성 시험, 해외 투자자금 지원, 소재·부품 전용 펀드(3,000억 원 규모) 지원도 추진한다. 이를 통해 미래차 분야 핵심소재 및 부품 자립도를 50%에서 80%까지 늘린다는 목표다. 아울러 연구 및 현장인력 2,000명을 양성하고, 국내에 생산기반을 둔 글로벌 완성차업체의 공동 기술 개발도 추진한다.
정부는 ‘2030 미래차 산업 발전전략’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정책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차 전략회의’를 신설해 이행상황을 점검하고 조정할 계획이다. 컨트롤타워에는 산업통상자원부를 중심으로 관련 정부 부처와 업계 전문가가 함께 참여한다.
정부는 이번 전략을 통해 2030년까지 교통사고 사망자 74% 감소, 교통정체 30% 저감, 온실가스 30% 감소, 미세먼지 11% 감축 등 안전과 환경 수준이 개선되고,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이 자율주행차, 수소전기차, 전기차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