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는 서로 달라도 '망' 자(字)가 포함된 단어들은 부정적인 의미를 가진 경우가 많다. 노망, 사망, 절망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그런데 희망은 희한하게도 '망' 자가 들어가지만 긍정적인 의미로 쓰이는 말이다. 대내외 여건을 감안할 때 2009년은 절망의 끝을 부둥켜 잡고 사망으로 떨어지지 않기 위해 버티기로 시작되는 한 해일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2009년 말을 희망의 중턱에 올라 비상의 로망을 꿈꾸는 모습으로 만들어야 한다. 절망과 희망의 변곡점에서 희망으로 가기 위해 이명박 정부에 가장 필요한 것 중의 하나가 다양한 측면을 동시에 고려하는 복합접근법이다.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은 고지를 향해 돌격해나가는 단선접근법이 주(主)를 이루었다. 한 가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복잡하게 얽힌 경제그물망을 무시한 채 단선적인 정책을 편 결과, 목표만 난무한 가운데 이루어진 것이 별로 없는 허망한 결과를 낳았다. 많은 국민들의 분노를 샀던 미국산 쇠고기 파동이 전형적인 예이고, 용두사미로 끝나버리는 듯한 공공부문 개혁이 또 다른 예이다. 사안에 얽힌 다양한 측면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채 밀어붙이기 식으로 진행된 정책들은 결국 불필요한 국론분열과 소모적 정쟁을 야기하고 실제의 성과는 초라하기 그지없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2009년 우리 경제는 세계적인 경기침체에 둘러싸여 있다. 이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서는 단선접근법을 버리고 복합접근법을 사용하여야 한다. 성장률이 하락하는 상황이므로 금리를 내리고, 재정을 충분히 확대해서 성장률을 높여야 한다는 접근법은 단선적 접근법이다. 현재의 경기침체 상황은 우리 힘으로 극복해나갈 수 있는 부분이 매우 제한적이다. 미국·유럽·일본이 모두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이고, 중국경제가 경착륙할 가능성이 증대되고 있다. 우리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이런 상황을 반전시킬 수 없다.
이번 경기침체기의 대응전략은 성장률 높이기가 아니라 어두운 경기침체기에 한국이라는 공동체가 생존해나가고 지탱해나가는 데에 초점을 두는 전략이어야 한다. 이번 경기침체기의 정책조합은 전통적인 재정·금융정책 중심이 아니라, 이러한 정책들과 더불어 공동체의 생존을 위한 사회정책을 동일한 비중으로, 필요하다면 더 높은 비중을 두는 조합이어야 한다.
경기침체기에 일자리 만들기가 최우선이므로 하천변에 눈에 보이는 토목공사를 벌여서 일자리를 만들고 성장률을 높이겠다는 접근법도 현재만을 주로 고려하는 단선적 접근법이다. 하천을 정비하는 토목공사보다 학교나 도서관을 짓는 토목공사가 더욱 미래지향적이다. 과거에 건립된 노후건물들을 에너지절약형으로 리모델링하는 공사가 더욱 편익이 높을 수 있다. 전국의 곳곳에 영·유아들을 믿고 맡길 수 있는 보육시설을 건립하는 공사가 장기적으로 편익이 훨씬 큰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한시적으로 부족한 사회복지요원을 늘려서 복지전달체계의 누수도 방지하면서 복지정책의 효과를 제고하는 정책이 일자리를 창출하면서도 그 이상의 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는 방안이다. 보육교사에 대한 보조금을 확대하여 보육교사 일자리를 늘리고, 밤늦게까지 일하는 젊은 맞벌이부부의 최대 고민을 덜어주는 방안도 더욱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방안이다.
새해에는 새로운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여야 한다. 사람이 바뀌면 새 정부이고 사람이 바뀌지 않으면 헌 정부인 것은 아니다. 보다 공동체 중심으로 정책목표를 수정하고, 단선적인 사고에서 다면적인 복합사고로 사고의 방법을 변화시키면 이러한 정부를 우리는 새 정부라고 부를 수 있다.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고려하고, 경제와 사회, 사회와 교육, 교육과 경제를 넘나드는 복합사고의 새 정부를 기대해 본다. 이를 위해 청와대에 '복합수석'이라고 하나 만들어보면 어떨까?
입력 : 2009.01.01 2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