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암산, 6월의 야화(1)
하얀 모시 치마 저고리 곱게 차려 입고
조용히 저 모퉁이 밤나무 숲길 자꾸만 바라보며
이젠가 저젠가
그렇게도 절절히 기다리던 여인
그 누구를 기다리는 걸까?
끝내 만나지 못하고 지독한 고독 속에 빠져
사립문 보아라 애틋하게 열어 놓고
시들시들 병이 들어 문고리 잠그고 은거하니
어느덧 5월은 가고
밤꽃향 골짜기 넘쳐 흐릅니다.
째지는 보릿고개 무상한 세월
너무했다싶어선지
고른 배나 채워라 망종(芒種)을 부르는 때(6월 6일 경)
멀리 고적대(鼓笛隊) 소리 은은히 들려오고
그제야 어사모 쓴 이 아득히 보입니다.
하얀 모시 소복의 여인은 으아리꽃
어사모 쓴 이는 어성초꽃이니
나의 5월은 으아리꽃과 함께 가고
그 고귀한 어성초꽃을 보며 6월을 맞습니다.
사랑은 본래 예리한 칼날처럼 고독한 것
사랑은 본래 가슴 젖어드는 비애(悲哀)
사랑은 본래 옥처럼 백결(白潔)한 것임을
너 알고 있느냐?
불암은 일깨웁니다.
불암산의 품속에서 6월을 살며
그간 담아둔 야화들을 올려봅니다.
글, 사진 / 최운향
* 으아리(외대으아리)꽃.
그 순박하고 고결(高潔)한 모습 때문인지 벌, 나비가 잘 머물지 않습니다.
깊은 사연 속에 늘 외로운 소복의 여인을 대하는 느낌을 줍니다.
5월 하순이 되면서 서서히 그 흔적을 지웁니다.
* 어성초꽃
으아리꽃처럼 소박하고 백결(白潔)합니다.
과거에 급제(及第)하고 쓰는 어사모를 닮았습니다.
약모밀이라고도 부르며,한방에서 귀한 약제로 쓰입니다.
6월에 들면서 불암산 서식지에 꽤 많은 꽃들을 피웠는데 .....
최근 다른 종에 밀려 그 수가 많지가 않습니다.
그 꽃을 보면 과거급제를 하고 고적대를 앞세우고 귀향하는
어사모를 쓴 선비의 모습을 연상하게 됩니다.
* 솔나물꽃과 패랭이꽃
그 날 새벽, 쿵 쿵 쿵.......
멀리서 들려오는 대포소리가 점점 더 가까이 들려왔습니다.
등잔불 켜고 걱정하는 어르신들의 소리에 잠을 깼습니다.
피할 겨를도 없이 순식간에 넘어온 북한군은 우리 마을에도 침투해
아카시아 무성한 내(川) 축동에 탱크를 숨겨놓고 우리 집으로 잠입
먹을 것을 만들라고 했습니다.
허연 옷 구릿빛 얼굴의 어른들은 총을 든 어린 북한 군인들의 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 군인은 날 귀엽다 업어주고 노래(군가)를 가르쳐 주기도 했습니다.
" 인생의 생명은 촛불과 같다. ......."
가락과 함께 또렷한 기억으로 새겨진 첫 소절, 그 뒤로는 아무리 생각
해도 가사가 떠오르지는 않지만, 그 누구, 무슨 목적을 위해 내 인생을
촛불처럼 타올라 빛을 내야 한다는 뜻이려니, 이로 인해 언제부턴지
나는 촛불을 인용하는 것을 좋게 볼 수가 없었습니다.
민가로 침투한 북한군을 섬멸하기 위해 미군기가 마을을 폭격하던 장면,
그 눈 많이 내렸던 날 할머니 손을 잡고 떠난 피난 길, 피난지에서의 생활,
아침을 때우면 많은 식구들의 다음 끼니를 어떻게 메울까 걱정하는 부모님
한숨소리를 들으며 살았던 귀향 후의 생활 모습들 .........................
추억은 세상에 살아 있는 자의 머릿속에 새겨졌다가 그가 죽으면서 지워집
니다.
어르신들은 나를 포탄에 맞지 않게 보호해 주셨기에 지금 나는 살아 있으니
.........................
바람 타고 멀리까지 흐르는 그윽한 향기의 솔나물꽃 , 등짐 지고 이 고장
저 고장 떠돌던 어르신들이 쓰셨던 패랭이 모양의 패랭이꽃이 필 즈음이면
멍석딸기는 윤기가 돌며 붉고 탐스럽게 익어 있지요.
이들은 아득한 옛날의 추억들을 불러오게 만드는 요술을 부립니다.
(솔나물꽃)
자세히 보아야 보일 정도의 아주 자잘한 노란 십자화가 모여 피는데
그윽한 그 향기를 맡으면 스르르 절로 눈이 감겨옵니다.
(솔나물꽃)
(솔나물꽃과 개망초꽃)
(패랭이꽃과 멍석딸기)
(토종 패랭이꽃)
(술패랭이꽃)
* 벼룩이자리
별꽃 보다도 더 작습니다.
벼룩나물과 비슷한데 벼룩나물은 잎이 더 가늘게 생겼습니다.
그 꽃말은 '기쁜 소식'이라 합니다.
* 땅채송화와 돌나물(돈나물)
돌나물은 세개의 잎이 돌려나며 그 잎이 넓습니다.
잎은 채송화를 닮고 꽃은 돌나물을 닮은 것은 바위채송화라 합니다.
땅채송화는 바위채송화 보다 잎이 작고 소복하게 모여 있습니다.
(땅채송화)
(돌나물)
* 산해박
약초로 귀히 쓰입니다.
그 이름을 파악하는데 고생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금년에는 그 꽃을 만나기 어려웠습니다.
식물들도 번성한 해가 있으면 그렇지 않은 해도 있는 것 같습니다.
* 스텔라원추리와 원추리
주변 풍경과 어울려 스텔라원추리의 꽃이 참 크고 우아하다고
생각했는데......하얀 벌레들이 붙어 있는 걸 볼 수 있었습니다.
자세히 살피니 그 몸에 수많은 벌레들이 붙어 진을 빨고 있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야생의 삶이란..............
(스텔라원추리)
(원추리)
* 고삼
뒤웅벌이 꿀을 빱니다.
그런데 몸집이 커서 꽃속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꿀샘 부분을
뚫고 꿀을 빱니다. 손상된 부위가 화면에 보입니다.
안타깝게도 꽃은 거절을 못합니다.
* 해당화꽃과 열매
해당화꽃이 곱습니다.
그 열매는 비타민E가 풍부한 과일에 속하고, 발효해 먹으면
좋다고 합니다.
* 큰까치수염
계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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