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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여자] 09
S#1. 준세 사무실 / 밤
8부 엔딩 연결로....
도영 : 무슨 일 있으세요?
수호 : (F) 지영이를 찾았다.
도영 : 네!?
놀라 굳은 도영의 얼굴 뒤로 모니터에 뜬 사월의 환하게 웃는 모습.
도영 : ......어떻게요? 경찰에서 연락이 왔어요?
수호 : (E) 자세한 얘기는 집에서 하자. 얼른 오너라. (끊는)
굳은 표정으로 핸드폰을 내려놓는 도영. 눈빛 쌩하다.
도영 뒤로는 사월의 웃고 있는 사진들, 슬라이드 쇼로 계속 지나간다.
몸빼 입고 찍은 우스꽝스런 사진, 햇살에 비껴 아름답게 나온 얼굴... 다시 미카엘 집 전경으로 넘어가는 사진. 풍경이 계속된다.
준세 : (다가와) 표정이 왜 그래?
도영 : 준세씨, 미안해. 나 집에 가봐야겠어.
준세 : 무슨 일 생겼어?
도영 : 아니, 별 건 아니고..... 그냥 좀 가봐야 해.
준세 : 안 좋은 일이야? 같이 갈까?
도영 : 아냐. 이따 내가 전화할게. 미안해.
도영, 정신없이 나간다. 모니터엔 미카엘 집에서 찍은 아이들 사진 돌아가고 있다.
준세 : ..............
S#2. 도 로 / 밤
달리는 도영의 차. 도영, 긴장 가득한 표정으로 차를 몬다. 이 때 울리는 핸드폰.
운전대 앞에 꽂아둔 핸드폰, 진동으로 울린다. 발신자 ‘윤사월’
도영 : .........
도영, 독한 표정으로 엑셀을 밟는다. 계속 울리는 핸드폰. 전화 받지 않는다.
도영 : (E) 지영아.....결국 왔구나.....네 자리로 돌아왔어. 넌 오늘부터 다른 인생을 살게 될까? 그 날 일까지 기억난 건 아니겠지.
도영의 차 위로 스치는 가로등 불빛들.
도영 : (E) 어릴 때의 넌 영악하고 이기적이었어. 엄마의 편애를 넌 알고 있었지. 날 보던 그 자신감 넘치는 눈빛....
넌 날 더 춥게 만들었어. 어쩔 수 없는 코너로 날 몰아 부친 건 바로 너였어!
S#3. 한강 둔치 / 밤
화려한 조명이 켜진 다리를 보고 서 있는 도영. 눈빛 독하고 비장하다.
도영 : (E) 어릴 때부터 내 편은 아무도 없었어. 강해져야만 했지... 내가 독하고 강한 게 한 편으론 쓸쓸해.
도영 : 지영아....... 와서 니가 하지 못했던 거 다 누리고 살아. 대신 옛날 기억은 지우고 와. 더 이상 널 다치게 하기 싫어.
S#4. 도영네 거실 / 밤
도영, 거실로 들어선다.
정희의 손을 잡고 있는 사월. 아무도 도영에게 신경 쓰지 않는다. (도영의 상상씬)
정희 : .......(얼굴 쓰다듬으며) 지영아.....지영아.....
수호 : 이렇게 가까이 있는 걸 그동안 몰라보고....
정희 : 지영아, 어떻게 된거야. 그 때 어디로 갔던 거야?
사월 : ........ 언니가 절 데리고 나갔어요.
정희 : 어디로! 널 어디로 데려갔는데!
사월 : 낯선 데로 데려가선 잠깐 기다리랬어요. 그리곤 오지 않았어요.
도영 : 거짓말이야!
도영, 현관에 서 있다.
사월, 독기서린 눈으로 도영을 보며
사월 : 기억이 떠올랐어. 니가 날 버렸어!
도영 : 거짓말이야. 엄마, 믿지 마세요, 쟨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어요)...
사월 : (말 끝나기 전에 버럭) 거짓말은 니가 하고 있어! 날 데리고 나갔었단 얘기, 집에다 왜 안했어?
그게 증거야. 니가 날 버렸단 증거!
도영 : 난 널 데리고 나간 적 없어.
사월 : 닥쳐!
S#5. 도영 집 앞 / 밤
도영의 차, 서 있다. 도영, 운전석에 앉아서 가만히. 무표정한 얼굴로 나지막히 중얼거린다.
도영 : ...그런 일 없어요...지영이의 기억이 잘못돼 있는 거예요..제가 왜 지영일 데리고 나가요...그런 적 없었어요. 거짓말이예요.
핸드폰, 진동으로 울린다.
도영 : ...........(전화 받아) 네, 지금 집 앞 이예요. 들어갈께요.
도영, 천천히 차에서 내린다. 차문을 쾅! 닫는 도영. 대문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S#6. 도영네 거실 / 밤
도영, 긴장된 표정으로 천천히 들어선다.
수호 : 도영아!
도영, 들어서면 정희 옆에 앉아있는 한 여자의 뒷모습. 천천히 고개를 돌리는 여자, 낯선 얼굴이다. 현주.
도영 : ........!!??
현주, 흰색 블라우스에 얌전한 스커트. 손엔 손수건을 꼭 말아 쥐고 긴장된 표정으로 앉아있다.
착한 얼굴로 앉아있지만 현주, 순간순간 연기를 하고 있는 어색함이 보인다.
현주 : ..........언니?
도영 : ..........이 친구가.... 지영이예요?
정희 : (도영 무시하고) 그래서? 하던 얘기 계속 해봐.
현주 : ......... 불장난을 하다가 허리에 화상 흉터가 났었어요....그런데 지금은 거의 없어졌어요. 수술을 세 번이나 했거든요.
정희 : 그리고 또? 또 기억나는 건?
현주 : 이 집이 낯익어요... 저 계단이랑 부엌....
정희 : 그럴 수밖에. 그동안 이사를 가지 않았거든. 니가 살던 집 맞아.
현주 : (설움이 복받치는 듯 손수건으로 입을 막으며) 흑.....
도영 : 이 친구가 지영이 맞아요?
현주 : .........언니랑 놀던 것도 기억 나. 놀이터에서 같이 놀던 거....
도영 : ........
수호 : (일어서며) 도영아 잠깐 나 좀 보자.
S#7. 부부 침실 / 밤
수호와 마주 서 있는 도영.
수호 : 오늘 오후에 경찰에서 전화가 왔었어. 부모를 찾는 신청서 중에 우리랑 일치하는 사람이 있다고....
그래서 네 엄마랑 같이 경찰에 가서 만났지.
도영 : ....... 뭐가 일치하는데요?
수호 : 전부 다! 어릴 때 이름, 나이, 흉터 있던 거, 혈액형, 엄마가 그림 그리던 것 까지 다!
도영 : 그런데 왜 아직까지 부모를 안 찾고 있었대요?
수호 : 자기 기억에 대해 긴가 민가 했었단다. 나이 든 노부부가 데리고 살다가 최근에야 자세한 얘기를 해줬대.
어릴 때 길 잃은 너를 데려다 길렀다고. 부모를 찾아보라고.
도영 : (믿기지 않는다는 듯 픽 웃는)
수호 : 우리도 하루아침에 지영이를 찾은 게 믿기지 않아서 한참을 공황상태로 있었다. 니 엄마는 한 시간 넘게 몸을 덜덜 떨었어.
도영 : 길을 어디서 어떻게 잃어버렸대요? 지금까진 어디서 살았구요?
수호 : 차근차근 물어보자꾸나. 느이 엄마 정신 챙긴 지 이제 10분도 안돼.
도영 : 지영이라고 확신하시는 거죠?
수호 : 거의!
도영 : .........
수호 : 물론 유전자 검사는 해봐야겠지. 내일이나 모레쯤....
도영 : ...... 뭘 서두르세요. 지영이가 분명하면 굳이 할 필요도 없죠.
수호 : 니가 보기에도 어릴 때 지영이 모습이 좀 있지?
도영 : .........네. (미소)
S#8. 도영네 부엌 / 밤
와인과 맛있는 음식들 차려져 있다.
정희, 행복에 겨워 들 떠 있다.
도영, 부드러운 미소 띤 얼굴로 현주의 행동과 표정, 손짓 하나하나 날카롭게 주시하며 와인 마시고 있다.
정희 : 여보! 지영아... 이게 꿈은 아니겠지? 이게 꿈이면, 난 죽어버릴꺼야. 살 수 없어.
수호 : 꿈 아니니까 걱정 마. 우리 지영이가 맞아.
현주 : (식탁을 만지며) 이 식탁도.... 기억나는 것 같아요.
정희 : .....이건 몇 년 전에 새로 바꾼건데.
현주 : (당황) 아 그런가....
도영 : 옛날 식탁이랑 거의 비슷해. 기억력 참 좋다, 지영아.
현주 : 네.......언니랑 같이 놀던 것도 어렴풋하게....
도영 : 나도 다 기억나. 니가 그리울 때마다 우리 같이 놀던 놀이터에 가서 혼자 운적도 많아.
현주 : 언니 너무 좋아하는 팬이었는데.... 언니랑 내가 자매였다는 게 믿어지지 않아요.
수호 : 널 키워주신 분도 만나보고 싶구나. 언제쯤 만나면 좋을까.
현주 : ......두 분 다 돌아가셨어요...할아버지 재작년에 돌아가시고
지난 달에 할머니가 돌아가시면서 친부모 찾아보란 얘길 해주신건데요.
정희 : 지영이를 데려가니까 찾지 말아달란 편지는 같이 살던 분들이 보낸거니?
도영 : ..................
정희 : 널 데려간단 편지를 우리 집에 보냈단 얘긴 들었어?
현주 : ............
S#9. 공 터 / 낮
인적 없고 황량한 공터. 먼지바람이 인다. 은섭과 현주 마주 서 있다.
은섭 : 누군가 아이를 데려간단 편지를 그 집에 보냈대. 넌 모르는 척 해. 널 데리고 살던 사람이 보냈다고 하면 이건 유괴야.
문제가 복잡해져.
현주 : 오빠, 이거 꼭 해야 돼? 나 무서워.
은섭 : 연극이라고 생각해. 너 연기 잘하잖아.
현주 : 걸리면 사기죄로 우리 둘 다 막장이야.
은섭 : 너, 날 사랑한다면서. 날 위해선 못할 게 없다면서!
현주 : ............응.
은섭 : 난 돈이 필요해. 지금 우린 이 길 밖에 없구.
현주 : ..........친 딸이라고 바로 천만 원을 내주겠어?
은섭 : (웃으며) 천 만원? 겨우 천만 원에 끝낼 일이면 시작도 하지 않아.
현주 : 그럼?
은섭 : 천만 원은 시작이야.
현주 : (겁나는) 오빠!
은섭 : 편지는 모르는 걸로 해. 같이 살던 부모님이 보냈는지 안 보냈는지 모른다. 고등학교만 졸업하고 집을 나와서
안보고 산지 오래다. 알았어?
S#10. 도영네 부엌 / 밤
도영, 현주를 빤히 주시하고 있다.
정희 : 편지 얘긴 못 들었니?
현주 : .........그건...... 잘 모르겠는데요. 고등학교만 졸업하고 집을 나와서 거의 뵙지 못하고 지냈어요.
수호 : 그래 그동안 어떻게 살았니?
현주 : (연극대사같다) 혼자 힘으로 서울 올라와서 아르바이트하고... 매일 매일 힘들었죠.
그래도 언젠간 부모님을 만날 수 있을꺼란 희망을 품고 잘 이겨냈어요.
도영 : (혼자 조용히 픽 웃는)
수호 : 서울 와선 어디서 지냈어? 혼자 살았니?
도영 : 그동안 얘기 다 들으려면 몇 달이 걸릴 꺼예요. 오늘 한꺼번에 너무 많이 물어보지 마세요, 안그래도 정신 없을텐데.
정희 : 오늘 여기서 자라.
현주 : ....여기...서요?
정희 : 니 방 그대로 놔뒀다. 아줌마가 지금 청소하고 있으니까 오늘 자고 가. 잠옷이랑 속옷, 화장품.... 언니한테 새 거 많아.
그거 니 맘대로 쓰고 입어, 지영아.
도영 : ............
수호 : 너무 부담주지 말아요. 아직 우리 모두 어리벙벙한 상탠데.... 지영아, 너 편한 데로 해.
정희 : 오늘 여기서 자도 아무 불편 없을꺼야.
현주 : 아뇨, 오늘은 ....
정희 : (단호) 여기서 자!
현주 : .......네.......
정희 : 그래야지. 넌 내 말을 잘 듣는 착한 딸이었는데.... 잠깐만 기다려 봐라. (일어서 방으로)
도영 : .... 성격이 참 차분하네. 어릴 땐 안 그랬던 것 같은데.....
현주 : 아니예요, 언니. 저 지금 너무 떨리고 정신없어요.
도영 : 흉터 수술한 자리 좀 보여줄래?
현주, 주춤하다가 돌아앉아 허리춤을 들어 보인다. 살짝 드러나는 허리. 깨끗하다.
도영 : .........응...... 어디서 했는지 깨끗하게 수술 잘됐네.
현주 : 세 번이나 했으니까요. 요즘 성형기술 대단하잖아요.
도영 : .................
수호 : 지영이 앞으로 할 일이 많구나. 대학 공부도 해야지.
현주 : 네.
수호 : 교제하는 남자는 있었니.
현주 : ........없어요.
수호 : 공부하면서 좋은 신랑감도 한번 골라보자. 너도 언니처럼 좋은 배필을 만나야지.
정희, 고급스런 시계 케이스를 들고 온다.
정희 : 지영아, 이거 한번 해 볼래? (다가와 케이스 열며) 니 스무 살 생일 선물로 사 놓은 거야. 한번 차 봐.
도영 : ............
현주 : (놀라) 아니예요, 이 비싼 걸.
정희 : 니 꺼라니까..... (손목에 채워준다)
현주 : 감사합니다...
정희 : 그동안 못 누리고 산 거 이제 원 없이 해줄게.
현주 : 감사합니다.... 엄마....
정희 : ......(엄마란 말에 울컥해 껴안는다) 내 새끼.....
도영 : ........(조용히 와인을 마신다)
S#11. 도영 방 / 밤
도영, 포장된 채로 있는 새 잠옷과 가운, 화장품, 속옷들을 꺼내놓는다. 현주는 방을 둘러본다.
현주 : 와.... 유명 인사의 방은 이렇구나.... 언니 근데 벽지가 특이하네요.
도영 : 이젠 제대로 바를 꺼예요.
현주, 화장품과 잠옷, 가운등을 신나서 구경한다.
현주 : 물건 사재기가 취미세요? 우와 이거 겁나 비싼 건데....
도영 : 잠옷 이거 입을래요?
현주 : 언니 왜 갑자기 존댓말 쓰세요.... 나 지영인데.
도영 : .......잠옷 이거 입을래?
현주 : 뜯어봐도 돼요?
현주, 신나서 새 잠옷 뜯어본다.
핸드폰 울린다. 발신자보면 윤사월.
도영 : ....(전화 받아) 사월씨?
S#12. 용자네 아파트 / 밤
사월, 통화중. 용자, 옆에서 핸드폰으로 식식대며 문자 보내고 있다.
사월 : 언니 바쁘셨어요? 계속 전화 못 받으시던데.....
도영 : (F) 응, 좀 정신 없었어요 미안.
사월 : 최교수님한테 전화 드렸었는데요, 내일 오실 시간을 잡기로 하곤 연락이 없으셔서....
도영 : 최교수님한테 전화는 왜?
사월 : 딱 교수님 취향인 옷이 있어서.....
S#13. 도영 방 / 밤
현주는 한 쪽에서 잠옷 꺼내보고 화장품 뜯어보고 정신 나가 있다.
도영, 혼내듯 차갑게.
도영 : 엄마한테 먼저 전화하지 말라고 내가 말했죠. 사월씨 기억력이 별로 안 좋은가봐?
사월 : 팀장님이 안부차원으로도 전화 돌리라고 하셔서.... 죄송합니다.
도영 : 아깐 집에 일이 좀 있었어요, 그래서 우리 둘 다 통화하기 힘들었던 거구.
S#14. 용자네 아파트 / 밤
동우, 현관에서 들어온다.
사월 : 죄송합니다. 저는 그것도 모르고..... 안 좋은 일이 있는 건 아니시죠?
동우 : ..........?
사월 : 네, 언니. 안녕히 주무세요.
S#15. 도영 방 / 밤
도영 : 그래요, 사월씨도 잘자. (끊는)
현주 : 이름이 사월이예요? 특이하다. 동생은 삼월인가. (킥킥 웃는)
도영 : 다 골랐으면 가서 샤워해요. 바를 것도 가져가고.
현주 : (화장대 보며) 와.... 말로만 듣던 시엘리 나이트 크림.... 헉! 비타민 세럼.... 저 이거 다 발라 봐도 되죠?
도영 : 성격이 참 밝네.
현주 : (화장품 열어 냄새 맡아보고) 오늘은 기분 째지는 날이잖아요. 음.. 향 너무 좋다. 역시 비싼 게 다르다니까...
(다른 거 열어 손에 발라 보고 부산하다)
도영 : 내 생각인데...... 나 같음 허리의 흉터는 안 없애고 놔뒀을텐데.
현주 : 왜요? 그 흉측한 걸.
도영 : 그게 부모님을 찾는 단서 역할을 할지도 모르니까.
현주 : .........어쨌거나 그거 없이도 만났잖아요.
도영 : 이름이 현주라고 했죠? 조현주.
현주 : 네, 제 진짜 이름이 신지영인 줄 모르고 살았죠. 주무세요, 언니. (잠옷과 화장품 왕창 들고 나간다)
도영, 묘한 미소.
S#16. 용자네 아파트 / 밤
잡지책에 난 의상들 찢어 스크랩하는 사월, 옆에는 괜히 밍적거리는 동우.
동우 : 아까 무슨 전화야?
사월 : 아무것도 아냐.
동우 : 신도영씨 아냐?
사월 : 어떻게 알어?
동우 : 언니라고 하길래.....
사월 : 맞어.
동우 : 안 좋은 일 있대?
사월 : 몰라. 얘길 안하네.
용자 : 동우씨! 안 좋은 일은 나한테 있어요.
동우 : (보면) ?
용자 : 아르바이트로 써 달라구 써달라구 졸라서 채용한 여자가 있는데 무단결근이야. 전화도 꺼져 있고 문자 보내도 답이 없어.
흰 블라우스 신상이 하나 없어진 것도 그 여자 짓인 것 같애.
사월 : 그러게 사람은 잘 보고 들여야지.
용자 : 가게 오픈 때 행사 도우미로 온 여자였거든. 근데 웬 깡패같은 남자가 중간에 여자를 채 가더라구. 그때부터 구리다 싶었어.
사월 : 그런 여자를 쓴 니가 잘못이야. 너 CEO들이 사람 함부로 들이는 것 봤어?
용자 : 못 봤어.
사월 : 못 봤지?
용자 : 내 살면서 한번도 CEO를 못 봤어.
사월 : 잘났다.
사월, 부엌으로 간다. 냉장고 문을 열고 물을 꺼내 마신다.
동우 부엌으로 따라가
동우 : 도영씨 목소리 많이 안 좋아?
사월 : ........아니. 좀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는 것 같긴 한데.
동우 : .........응...
사월 : 걱정되는 표정이네.
동우 : ....걱정은... 나도 물 좀 주라.
사월 : ........(물끄러미 본다. 너 혹시.....)....
동우 : ........(시선 느끼고).....왜?
사월 : ...........아냐. 유도사범으로 간 데는 재밌냐.
동우 : 말 안 듣는 고등학생들만 잔뜩 있어. 계속 소리 지르다 왔더니 목이 다 칼칼하다.
사월 : 서울에 있으니까 좋아?
동우 : 좋아.
S#17. 동우 방 / 밤
푸쉬업 하며 책보는 동우. 하다말고 전화기를 든다.
만지작거리다 다시 놓고 푸쉬업 하는 동우. 다시 전화기 만지작거리는 동우.... 문자를 찍기 시작한다. ‘도영씨...’
찍다가 지우고 ‘잘 지내요?’ 찍다가 지우고.... 머리 벅벅 긁는 동우.
S#18. 도영 방 / 밤
스탠드만 켜진 방. 도영, 침대에 앉아 있다. 생각에 잠긴 표정.
도영, 불을 끄고 눕는데 문자음. 도영, 스탠드를 켜고 문자를 확인한다. ‘잘 자요 (^^)/ ’
동우 : (E) 잘 자요!
도영, 미소. 스탠드를 끈다.
S#19. 공원 / 이른 아침
아침 운동중인 동우, 사월, 용자. 줄넘기와 훌라우프, 덤벨등을 각각 들었다.
동우,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확인한다.
용자 : 아....역시 사람은 운동을 해야 해. 새벽공기 마시니까 날아갈 것 같다.
사월 : (하품하며) 아웅.....난 좀 빼줘. 하루 종일 백화점에서 뛰어다니는 걸로 충분해.
용자 : 너두 이제 봉급생활자가 됐으니까 정기저축 예금이랑 펀드 하나씩 들어놔. 보험도 하나들고.
싼 보험이라도 하나 들어놓으면 얼마나 요긴한데. 갑자기 다치거나 아플 때.
사월 : 넌 내가 아파서 돈 꿔 달랄까봐 겁나는구나.
용자 : 허! 동우씨, 윤사월 말하는 싸가지 좀 보세요.
동우, 못 들었다. 혼자 몸 풀고 딴 생각에 빠져 있다.
용자 : 무슨 생각을 저렇게 해....
사월 : ........쟤가 연애를 하나... 사랑에 빠진 사람처럼 멍하네....
용자 : .........날 좋아하게 된거래?
동우, 혼자 달려간다.
용자 : (따라가며) 동우씨, 같이 가요!
사월 : .........(동우를 바라보며)........
S#20. 도영네 거실, 부엌 / 아침
2층 계단에서 내려와 현관으로. 독어선생 선생 배웅하는 도영.
독어 선생, ‘다음 시간까지 오늘 숙제 다 해놓으세요! 방송 모니터 열심히 할께요’ 독어로 신나게 떠들며 나간다.
도영 : Aufwiedersehen!
도영, 부엌으로.
식탁에 쥬스 한잔 놓고 신문보고 있는 수호. 도영, 들어온다.
도영 : 안녕히 주무셨어요. (물병에서 물을 따르는)
수호 : 일찍 일어났구나.
도영 : 독일어 과외 있는 날이잖아요.
수호 : 뜬금 없이 독어는.
도영 : 클래식 프로를 하다보니까 독일어 제목들이 너무 많아서요.
수호 : 어릴 때부터 넌 참 매사에 열심이야. 내 딸이지만 존경스러울 때도 많아.
도영 : (냉장고에서 사과나 쥬스 꺼내며) 아빠두 참.....
수호 : 엄마는 지영이 데리고 나갔다.
도영 : 벌써요?
수호 : 호텔 스파 들렀다 미용실 간대. 점심은 너랑 셋이 근사한데서 먹을 꺼라던데. 이따 전화할꺼다.
도영 : 오늘 점심은 준세씨랑 약속했는데.....
수호 : 김이사한테 양해 구하고 당분간은 엄마한테 맞춰드려. 딸 둘 데리고 다니면서 으쓱해보고 싶은 마음 왜 없겠니.
도영 : 저까지 뭐 필요 있겠어요. 지영이 하나면 되지.
수호 : 그런 소리 하지마라. 내심 널 얼마나 자랑스러워 하는데.
도영 : 지영이도 찾았는데 가을쯤 저희 결혼해도 되겠죠?
수호 : 그럼.
S#21. 백화점 일각 / 아침
행거 끌고 가는 사월, 준세와 마주친다.
사월 : 오빠!
준세 : 발목은 괜찮아?
사월 : (팔짝 뛰어보이며) 쌩쌩해. 우리 찍은 사진은 보내 드렸어?
준세 : 일단 몇 개만 메일로 보내드렸어. 나머진 뽑아서 보내드릴려구 인화 맡겼어.
사월 : 그래 어르신들한텐 그게 좋겠다. 나 이쁘게 나온 사진으로만 보내.
준세 : 몸빼 바지 사진 벌써 보냈는데.
사월 : 말도 안돼!
준세 : 수고! (가고)
사월 : 농담이지? 그치?
준세 : (뒤 안돌아보고 손 흔들고)
사월 : (뒷모습 계속 보며 미소)
S#22. VIP 룸 / 낮
사월, 흥얼거리며 들어오는데
팀장 : 최교수님 오신대. 스물다섯 살에 맞는 옷, 구두, 백, 모두 준비해 달라셔.
사월 : 스물 다섯 살이요?
근사한 옷과 백, 구두까지 신은 현주 신나서 거울 앞에 서 있다. 돌아보고 좋아서 웃고.
정희 : 이쁘다.
팀장 : 백은 이걸로 매치해도 좋으실 꺼 같아요.
현주 : 헉! 이거 세르메스.....
정희 : 애가 날씬해서 품이 좀 큰 것 같은데 허리선만 잡아줘요.
사월 : 제가 봐드릴께요.
사월, 옷핀으로 허리선을 찝는다. 하나 찝고, 또 하나 찝다가 잘못해서 현주의 허리를 찌른다.
현주 : 앗 따거!
정희 : (화를 버럭) 그거 하나 제대로 못해!
사월 : 죄송합니다.
정희 : 괜찮니?
현주 : ....흐.... (아픈 듯 허리를 문지르며) 네.
정희 : (사월 밀어내며) 저리 비키구, 박팀장이 해요.
팀장 : 네, 제가 하겠습니다 교수님.
사월 : .....(밀쳐진 채 옆으로 물러나서 가만히 서 있다)
정희 : 이건 한 시간 내로 되죠?
팀장 : 명품 수선팀에 물어봐야 하는데요.
정희 : 한 시간 내로 해서 우리 점심 먹는 데로 갖다주세요. (사월에게) 자기가 수고 좀 해줘.
사월 : 네, 교수님.
S#23. 레스토랑 / 낮
럭셔리하고 예쁜 레스토랑. 도영, 정희, 현주 앉아있다. 커다란 접시에 예쁘게 담겨진 디저트가 나온다.
현주 : 와..... 디저트도 예술이예요.
정희 : 파리 포시즌 호텔에서 10년 넘게 있던 주방장이 하는 집이거든. 먹자.
현주 : 음.... 맛있다.
정희 : 딸들이랑 쇼핑하고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밥 먹고.... 내가 얼마나 바라고 꿈꾸던 일인 줄 아니. 난 너무 행복해 지금.
도영 : 저두요, 엄마.
정희 : 지영이 너 면허는 있니?
현주 : 네.
정희 : 차 한 대 뽑아줄게. 그리고 대학갈 준비도 하고 차근차근 앞일을 생각해 보자.
현주 : 네 엄마.
정희 : (시계보며) 올 때가 됐는데.
도영 : 누가 더 와요?
정희 : 아니, 옷을 좀 줄여달라고 했거든. 이리 갖다주기로 했어.
현주 : 저기 오시네요.
쇼핑백을 든 사월, 걸어온다. 밖은 더운 지 이마에 땀이 흐른다.
도영 : .............
사월 : 교수님! 예쁘게 잘 수선됐습니다. 시간 맞출려고 지하철타고 막 뛰어 왔어요.
정희 : 고마워요.
사월 : 식사중에 실례해서 죄송합니다. 예쁘게 입으세요.
정희 : 잠깐!
사월 : .........?
정희 : (지갑을 열어 만 원짜리 3장을 꺼낸다) 여기까지 갖다 주느라 수고 많았어.
사월 : 아닙니다.
정희 : 받아.
사월 : 아니예요.
정희 : (손에 쥐어주며) 이런데서 자존심을 세우고 그래. 어른이 주는 거야 받아. 갈 때 택시타고 가. 땀 찔찔 흘리고 다니지 말고.
사월 : ............감사합니다.
사월, 돈을 손에 쥐고 돌아서 걸어간다.
도영, 사월을 외면한 채 차 마시며 현주에게 미소. ‘커피도 너무 맛있다 그치?’
정희 : 난 학교로 가봐야 하는데. 지영이 같이 갈래?
현주 : 전 다음에 같이 갈께요. 오늘은 볼일이 좀 있어요.
정희 : (수표 꺼내주며) 자, 택시비 해.
현주 : (좋아서 냉큼 받으며) 감사합니다.
S#24. 버스 정류장 / 낮
사월, 3만원을 지갑에 잘 넣는다. 버스정류장 의자에 앉아있다.
사월 : ...........엄마.......보고 싶다....... (쓸쓸히 앉아있는데)
빵빵 하는 클락션 소리. 사월, 보면 도영 차 안에서 손짓한다.
도영 : 타요, 사월씨!
사월 : (밝아지며) 언니!
S#25. 분식집 / 낮
떡볶이 튀김 오뎅 시켜놓고 맛있게 먹는 도영과 사월.
도영 : 순대보니까 순대도 먹고 싶다. 아줌마, 여기 순대도 하나만 주세요. 간 섞어서요.
사월 : 언니, 은근히 강적이시네요. 점심을 두 번이나 드시구.
도영 : 스테이크 요만한 거 뭐 먹을 게 있어. 밥 다 먹구 입가심으로 먹음 또 모를까.
사월 : 언니 짱! 잘 먹는 사람들이 성공한다더니 정말이네요.
도영 : 자기도 잘 먹잖아.
사월 : 저도 언젠간 성공하겠죠.
도영 : 벌써 성공한 거 아냐? 명품관 퍼스널 쇼퍼잖아.
사월 : 하루하루 밥 먹고 살기 급급하다 보니깐 여기까지 온거구. 진짜로 하고 싶은 건 따로 있어요.
도영 : 뭔데?
사월 : (귀에 소근모드)
도영 : (귀 쫑긋)
사월 : 비밀.
도영 : 나 갈래. (장난으로 벌떡 일어서는데)
사월 : (잡아 앉히며) 에이, 언니.... 나중에 얘기할께요. 쑥스러워서 그래요.
도영 : 아나운서 아냐 혹시?
사월 : 절대 아님. 내가 언니의 라이벌이 될 순 없지. 나중에 얘기해 드릴게요.
도영 : 궁금하다. 기대하고 있을게.
사월 : 참 언니! 끝내주는 소식이 있어요.
도영 : 뭔데?
사월 : 10년 넘게 그리워 한 제 첫사랑을 만났어요.
도영 : 진짜?
사월 : 그래서 그 오빠랑 옛날 살던 보육원에도 같이 다녀오구, 전 좋아 죽는 줄 알았어요.
도영 : 그럼 두 사람 사귀는거야?
사월 : 음..... 곧 그렇게 되지 않을까.... 하는 저만의 생각이죠 하하하.
도영 : 좋아한다고 먼저 대쉬 해봐. 사월씨 할 수 있잖아.
사월 : 근데 그 오빠가 아직 애인이 있는 지 없는지 모르겠어요... 손가락에 반지는 없는데....
도영 : 그럼 여자친구 있어도 커플링 할 사이는 아닌가보네.
사월 : 애인있다고 할까봐 무서워서 못 물어봤어요. 제 친구 용자는 애인 있어도 뺏으래요.
도영 : 행운을 빌어.
사월 : ........정말 먼저 말해볼까 봐요. 오랫동안 좋아해왔다고. 나 어떠냐고.
도영 : 그럼 동우씬.....
사월 : 동우는 그냥 친구라니깐요.
도영 : 화를 내고 그래.
사월 : 언니 기대하세요. 그 오빠 바이올린도 잘 켜고 사진도 잘찍고 엄청 감성이 풍부한 남자예요. 또 잘 생겼어요. 큭큭.
도영 : 내 남친이랑 반대네. 내 남친은 아주 냉철하고 감성보단 이성이 앞서는 사람인데.
사월 : 못 생겼어요?
도영 : 아니, 좀 생겼어. 그건 비슷하다.
두 사람, 깔깔 웃는.
S#26. 거 리 / 낮
달리는 차. 운전석엔 도영, 조수석에 사월.
사월 : 언니를 보면 참 느끼는 점이 많아요. 나도 언니처럼 열심히 멋지게 살고 싶어요.
도영 : 난 사월씨가 그 사람이랑 잘돼서 행복하게 살았음 좋겠어.
사월 : 저두요.
도영 : 우린 과거보다 현재가 더 중요하잖아. 어릴 때 일은 다 잊고, 지금을 잘 사는 게 정답이야.
부모님이 누군지 어쩌다 버려졌는지... 과거에 집착해봤자 지금 이 순간을 놓칠 뿐이야.
사월 : 동감!
도영 : 조만간 그 사람 한번 보여줘요. 오늘 가서 당장 고백해 봐.
사월 : 오늘은 제 몰골이 좀 후져서....
도영 : (웃으며) 그럼 내일 하던지.
사월 : 언니, 전 저 앞에서 내려주심 돼요.
도영 : 건투를 빌어!
사월 : 네, 언니. 아자!
S#27. 카 페 / 낮
예쁜 옷과 멋진 백을 든 근사해진 현주 들어온다. 은섭이 앉아있는 테이블로 가 앉는다.
은섭 : .......야.......너 몰라보겠다.........
현주 : 나 끝내주지? 이 옷 얼마짜린 지 알아?
은섭 : 내 말 듣기 잘했지?
현주 : 좋긴 좋은데 불안해.
은섭 : 거울보고도 그런 말이 나와? 부잣집 딸내미 티가 줄줄 나는데.
현주 : 언제까지 연극을 해야 돼? 유전자 검사하자고하면 끝나는 거잖아.
은섭 : 시간을 끌어. 검사 결과가 나오면 잘못됐다고 다시 해보자고 해. 말도 안 된다고.
현주 : 언제까지?
은섭 : 긁어낼 수 있는 데까지 긁어내고. 두 번째 검사 결과 나오기전에 튀면 되잖아.
현주 : 오빠, 나 또 다른 세상이 있다는 걸 알았어.
은섭 : 좋디?
현주 : 부모 잘 만난 애들은 정말 좋겠더라...나 그냥 이 집 딸로 눌러앉아 버리고 싶은 생각도 들어.
은섭 : 그럴래? 그리고 우리 결혼할까.
현주 : 그럼 나랑 결혼해 줄꺼야? 그럼 무슨 수를 써서라도 눌러앉고.
은섭 : 뭐냐 이건. (팔목을 잡아 시계보며) 죽이는데!
현주 : 스무 살 생일에 주려고 사 놨던 거래. 이거 천 이백만원이더라.
은섭 : 풀어!
S#28. 중고 명품점 / 낮
진열대 위에 놓여있는 시계. 사장, 돈다발을 꺼내놓는다. 백만 원짜리 묶음 여러개 와 수표.
은섭, 바쁘게 수표를 세고 현주는 뒤에 아쉬운 표정으로 서 있다.
은섭 : 가방두 내봐.
현주 : ......백도?
S#29. 병 실 / 낮
미선오빠 누워있는 6인용 병실.
은섭, 들어온다. 침상에 돈 다발을 던진다.
은섭 : 됐냐! 됐어?
은섭, 나오며 병실 바닥에 침을 퉤 뱉는다.
S#30. 압구정 거리 / 낮
모델처럼 멋지게 입은 은섭, 선글래스를 쓰고 현주와 함께 아이스크림 먹으며 걷고 있다.
자신의 모습이 마음에 드는지 쇼윈도우에 비춰보며 머리도 한번 넘겨보고.
지나가는 여자들 은섭들 힐끗 쳐다본다. 은섭, 으쓱해 있다.
쇼핑백을 들고 선글래스 끼고 가던 시은, 은섭을 보고 갸우뚱....하며 계속 시선을 못 떼고 걸어간다.
거리 리어카에서 똑같은 짝퉁 가방과 시계를 사는 은섭. 현주 팔목에 시계 채워주는 은섭.
은섭 : 똑같지?
S#31. 준세 집 / 밤
준세, 도영 포장해 온 일식도시락 먹고 있다.
도영 : 준세씨, 우리 결혼 일찍 당길 수 있을 것 같아.
준세 : .......어머니가 마음을 바꾸셨어?
도영 : .............동생을 찾았어.
준세 : (놀라) 그래? 어떻게?
도영 : 차차 얘기할게. 우리도 걔한테 아직 다 못 들었어.
준세 : 동생은 그럼 집에 와 있어?
도영 : 응. 가을에 하자 우리.
준세 : 내년 봄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래서 일을 하나 더 벌였어.
도영 : ...........
준세 : 홍콩에 있는 쇼핑몰을 하나 또 작업중이야. 그건 시간이 좀 오래 걸릴 것 같아서...
도영 : 쇼핑몰이 결혼보다 중요해?
준세 : 마음도 편하고 여유 있을 때 결혼식을 하고 싶다는 거야.
도영 : .............
준세 : 내년 봄에 하자.
도영 : 혼자 해. 난 가을에 할꺼야. 가을까지 만나겠지, 날 진짜 사랑해 주는 사람.
준세 : 난 그럼 가짜로 사랑하나?
도영 : 자기 피는 몇 도야? 영하의 피를 가진 사람 같아.
준세 : 그래, 가을에 하자.
도영 : 자기 혼자 하라니까. (일어선다)
준세 : (잡으며) 도영아.
도영 : ....자기가 아직 날 너무 몰라.
준세 : 널 이해할 만큼은 안다고 생각하는데.
도영 : 이해할만큼이지, 죽도록 사랑할만큼은 아니잖아.
준세 : ........너는 날 죽도록 사랑해?
도영 : 자기보단 훨씬 많이 사랑하는 것 같아.
준세 : .......
도영 : 추워. 자기 옆에 있을 때도 추우면 미치겠어.
준세 : (도영을 안아준다)
도영 : ...... 갈께. 자기 일해야 되잖아.
S#32. 준세 집 앞 / 밤
도영, 멍하니 서 있다. 차 키를 꺼내 걸어가는데 문자음.
동우 : (E) 오늘도 잘자요!
도영 : ............
S#34. 유도 도장 / 밤
텅빈 도장. 동우, 떨어진 수건이며 물병 치우고 정리중이다.
문자음. 동우, 달려가 문자를 확인한다. ‘추워요’
동우 : .................
S#35. 거리 / 밤
도복차림으로 달려 나오는 동우. 택시를 잡는다.
S#36. 공 원 / 밤
혼자 앉아있는 도영.
S#37. 준세 집 / 밤
노트북 앞에 앉아있는 준세. 핸드폰 들어 버튼 누른다. 웃고 있는 도영 사진 뜨며 전화 걸리는데 메일 들어온 신호음 난다.
준세, 핸드폰 내려놓고 다시 화면으로.
S#38. 공 원 / 밤
도영, 앉아있다.
도복 입은 동우, 뛰어온다. 동우, 뛰어와 품안에서 한약 팩을 꺼낸다.
도영 : ...............?
동우 : (헐떡헐떡).....자요, 쌍화탕.
도영 : .....그러구 온거예요?
동우 : 옷 갈아입을 새가 어딨어요. (손으로 뜯다 안돼 이로 팩을 물어뜯어 준다) 이거 마시면 추운 거 없어질꺼예요.
도영 : .........
동우 : 마셔요, 아직 따뜻해요.
도영 : 지난 번엔 배즙 오늘은 쌍화탕.
동우 : 다음 번엔 뱀탕. 아프기만 해봐. 진짜 뱀탕 다려 올테니까. 얼른 마셔요.
도영 : (조금 마신다) 아우, 써....
동우 : (막대 사탕 내민다) 다 마시고 이거.
도영 : (웃는다)
동우 : 너무 오바했나.
도영 : 고마워요.
동우 : 어쩌다 감기에 걸린 거예요?
도영 : 감기 안 걸렸어요.
동우 : 근데 왜 추워. 몸살기운이 있으니까 추운거지. (도영 이마에 손을 대본다)
도영 : .......
동우 : 내 손이 뜨거우니까 열이 있는지 없는지 잘 모르겠다.
도영 : 내가 바다에 뛰어들 사람 같아요? 왜 그렇게 챙기는데?
동우 : 춥다고 문자 보낸 사람이 누군데. 약 사가지고 와도 구박이야. 담부턴 안와요.
도영 : 성격 참 이상하네.
동우 : 약이나 빨리 다 마셔요. 다 마시기전엔 안 가.
도영 : 감기 안걸렸는데.
동우 : 그럼 이리 내구. 목 마른 데 내가 마시지 뭐. (뺏어서 마신다)
도영 : (약 마시는 동우를 본다).....
동우 : 으... 시원하다.
도영 : (큭큭 웃는다) 앗 따거. (팔을 탁 친다)
동우 : 모기?
도영 : 아후.... 모기 있어요, 여기.
동우 : 물파스 사다줘요? 기다려요. (둘러보며) 근데 이 동네 약국은 어디야.
동우, 뛰어가려는데 도영이 잡는다. 급하게 잡아 손목에서 어정쩡하게.....
도영 : 괜찮아요. 이제 집에 들어갈텐데 뭐.
동우 : 그래요, 그럼...
두 사람, 잠시 손 풀지 않고 있는... 도영, 손을 푼다. 동우, 천천히 도영의 손을 보내주는.
도영 : 동우씨도 조심해서 가요. 이리 나감 바로 전철역인거 알죠?
동우 : 화이팅.
도영 : 맨날 나만보면 파이팅이래.
동우 : 그러니까. 버릇되겠네.
S#39. 동네 거리 / 밤
도영, 걸아가다 돌아본다. 동우, 멀어진다.
동우, 걸어가다 돌아본다. 도영과 눈 마주친다. 손 흔들고. 두 사람 다시 걸어가다 돌아보고, 또 돌아보고.
동우 : .............
S#40. 2층 복도 / 밤
도영, 올라오는데 깔깔 웃음소리 들린다. 문 열려있는 지영 방. 들여다보면 정희와 현주, 박장대소하며 깔깔 웃는다.
현주, 정희에게 애교있게 기대고 껴안으며 웃는다.
도영 : ...........
현주 : 어? 언니 오셨어요?
도영 : 다녀왔습니다.
정희 : 그래, 일찍 왔구나.
도영 : 재밌는 얘기하시나봐요.
정희 : 옛날에도 날 엄청 웃기더니 커서도 똑같애. 얼마나 말을 재밌게 하나 몰라. 우리 지영이가.
현주 : 엄마 우리 내일은 영화보러 가요. 엄마랑 같이 영화보러 가는 게 제 꿈 중에 하나였어요.
정희 : 아이구 그랬쩌요. 영화 보러 가지 뭐.
현주 : (정희 껴안으며) 와... 엄마 알러뷰...
도영 :...............
S#41. 도영 방 / 밤
도영, 말없이 앉아있다. 옆방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와 박수소리.
도영 : .......지영아....... 미안하다.
F.O.
S#42. 용자 옷가게 / 낮
F.I.
손님들로 북적이는 옷가게. 사월과 용자, 카드로 계산하고 맞는 사이즈 보여주고 정신없다.
용자 : 손님, 그거 55사이즈로 보여드릴까요?
사월 : 5만 9천원입니다 손님. 할부 해드릴까요?
용자 : 이따 그 여자 집에 한번 가보자. 별로 안 멀어.
사월 : 냅둬 그냥.
용자 : 흰 블라우스 훔쳐간 게 맞다니까.
사월 : 그냥 버린 셈 쳐.
용자 : 그냥 버리라니! 얘가 명품관에서 일하니까 간이 커졌네... 8만 5천원 짜리 브라우스야.
S#43. 거 리 / 낮
달리는 현주의 차. 운전석엔 현주 조수석엔 은섭. 시원하게 서강대교를 건너는 차.
신호에 멈춰 선다.
현주 : 어때? 차 죽이지?
은섭 : 리스로 산거래?
현주 : 알게 뭐야. 나 진짜 그 집 딸로 눌러앉고 싶다.
은섭 : 자주 갖고 나와. 나 좀 쓰게.
현주 : 됐어. 이 차 끌고 다니면서 여자 꼬실려구 그러지?
은섭 : 시끄러. 차 주고, 넌 잠깐 집에 가 있어.
S#44. 현주네 동네 / 낮
변두리 동네. 사월, 용자 두리번거리며 걸어온다.
사월 : 나 2시까진 들어가 봐야 돼.
용자 : 거의 다 왔어. 102번지니까 저기쯤이다.
사월 : 혹시 주소 가짜로 적은 거 아냐?
용자 : 가짜로 주소 지어댈 만큼 똑똑해 보이진 않았어.
차, 지나간다.
용자 : 뭐야 저 차는.... 동네에 너무 안 어울린다.
차, 앞에 서고 현주와 은섭, 내린다. 은섭, 운전석으로 가고 현주 운전석 창으로 가 뭐라뭐라 이야기한다.
용자, 눈이 커지는.
용자 : 저 여자야! 저 여자!
사월 : ........(현주를 본다. 놀람) 말도 안돼. 야, 저 사람 아닐꺼야.
용자 : (버럭 소리지르며 다가가는) 이봐! 당신 어떻게 된 사람이야.
사월 : (주춤주춤)..........
용자 : 무단결근에다가.... 신상 하나 훔쳐갔지?
현주 : 미친 거 아냐. 그깟 8만 원짜리 하나 찾으러 여기까지.
용자 : 그깟 8만 원짜리 훔쳐간 너는? 그리고 8만 5천원이거든. 5천원은 왜 빼먹냐 이 도둑년아.
현주 : (지갑에서 만 원 짜리 수북히 꺼내 9장 세더니 땅에 던진다) 됐냐.
사월 : ......... (놀라 뒤돌아선다)
용자 : 너 정체가 뭐니?
은섭 : (차에서 내려) 뭐야, 지금?
용자 : ........그때 그 깡패....
현주 : 돈 받았음 꺼져라. 다시 또 오기만 해봐. (조수석에 타며) 가자 오빠. 나 집에 안 들어갈래.
차, 떠난다.
용자, 떨어진 돈을 집어든다.
용자 : 뭐 저 딴 게 다 있어. 미친 기집애 같으니라구.
사월 : 용자야, 그 여자 맞아?
용자 : 맞으니까 돈 던지고 간 거 아냐. 넌 뭐냐. 뒤에 숨어서 비겁하게. 나랑 같이 대들어 줬어야 친구 아냐?
사월 : 저 사람 우리 VIP야. 지금 저 백도 내가 골라준거야.
용자 : 뭐?
다세대 주택에 붙어있는 우편함을 뒤지는 사월과 용자. ‘조현주’ 이름으로 카드연체 청구서등등 수북하다.
용자 : 미스테리다 진짜.... 가게로 찾아 왔을때만해도 진짜 돈이 궁해보였거든.
사월 : .........
S#45. VIP 룸 / 낮
사월, 갸우뚱하며 앉아있다.
사월 : 팀장님, 최정희 교수님이 데려왔던 그 여자요... 어떤 관계 같아요?
팀장 : 글쎄..... 이런 말 좀 그렇지만 좀.... 느낌이 안 좋더라.
사월 : 그렇죠? 대체 누굴까.
팀장 : 절대 먼저 물어봐선 안돼.
사월 : ......
팀장 : 왜 대답을 안해?
사월 : ............네.....
사월, 일어서서 옷과 구두들 정리하는데 백이 하나 놓여있다.
사월 : 어! 이거 또 들어왔어요? 뭐야.... 한정판매도 아니네. 주문하는 족족 뽑아주나본데.
팀장 : 또 들어온 거 아냐. 아까 와서 환불해 갔어.
사월 : ........또요?
팀장 : 회장님한테도 절대 함구야.
사월 : 싫어요, 이건 말할래요.
팀장 : 이거 못 봤어? (신문 건넨다)
사월, 신문을 펼쳐본다. 여성지 광고기사가 한 면을 차지하고 있다.
‘장태문 회장 외동딸, 이혼과 마약.... 미국에서 한 달 전 숨진 채 발견돼....본지 독점... ’
사월 : ............
팀장 : 그러니까 회장님 심기 불편하게 하지마.
S#46. 백화점 일각 / 낮
남성복 코너.
사월, 옷을 들고 매장으로 들어오다 미미를 본다. 수트를 입은 남자 옆에서
미미 : 어머 자기 옷빨 죽인다. 너무 근사해. 그걸로 할래? 아니 한 벌 더할래? 돈 걱정은 하지말구 자기야.
(가방을 여는데 현금다발을 꺼낸다) 언니, 일단 이거 계산해 주세요.
사월 : (다가가) 나 좀 봐요!
미미 : 아우 깜짝이야.
사월 : 나 좀 보자니까. (나간다)
매장 밖으로 나온 사월과 미미.
사월 : 글 못 읽어요? 신문이랑 인터넷도 못 봤어요?
미미 : 아침부터 맛사지 갔다 네일케어갔다 바빴어요. 내가 당신처럼 한가한 줄 알아?
사월 : 회장님 따님, 미국에서 죽었어요. 이혼하고 마약 때문에 병원에 있던 딸 말이예요.
미미 : 인간은 누구나 다 죽는 거 아니예요?
사월 : .........(어이없고 분노)
미미 : 벌써 알고 있던 일이예요. 난 또 뭐라구.
사월 : 나쁜년.
미미 : (발끈) 뭐!
사월 : 야 이 쓰레기야, 너 꽃뱀이지?
미미 : 돌았구나.
사월 : 그 따위로 살지 마. 너도, 장회장님도, 저 제비사촌 같은 남자도 다 불쌍하다. (간다)
미미 : ..... 죽었어, 너!
S#47. VIP 룸 / 낮
노기등등한 장태문 들어온다.
태문 : 그년 어딨어.
사월 : 오셨어요 회장님.
태문 : 너, 무릎 꿇어.
사월 : ........이유는 알아야 꿇던지 말던지 하죠, 회장님.
태문 : 당장 못 꿇어!
사월 : .............(꿇어 앉는다)
팀장 : (어찌된 영문인지 몰라 어벙벙) 회장님.... 왜 그러시는진 모르지만....
태문 : 너 미미한테 무슨 말을 한거냐?
사월 : ..........
태문, 옆에 있는 쿳션과 잡지책을 집어던진다.
사월, 무릎 꿇고 맞으면서 흔들림없이 앉아있다.
태문 : 미미한테 뭐라고 했는지 당장 말 못해!
사월 : ...........
팀장 : (커피 가져오며) 회장님. 아이스 커피 한잔 하시고.......
태문, 커피 잔을 집어던진다. 사월 옆에 떨어져 박살나는 커피잔.
컵 받침을 사월에게 던진다. 사월, 머리에 맞는다. 사월 이마위로 피가 흘러내린다.
태문 : 대답 못 해.
사월 : ........
태문 : 독한 년.
S#48. 백화점 일각 / 낮
태문, 화를 삭이지 못한 채 식식대며 걸어간다.
비서 : 회장님, 최박사한테 연락해 놓겠습니다. 일단 병원에 가서 혈압부터 체크하시는 게......
회장 : 시끄러.
태문, 걸어가다 멈춰 선다. 미미에게 사줬던 핸드백이 걸려있다.
태문 : ............
플래쉬 백. 8부 48씬 VIP룸.
팀장 : 세계적으로 딱 30개 한정 판매 상품이예요.
팀장 : ........저희 백화점엔 지금 하나 밖에 입점이 안됐습니다.
백을 보고 있는 회장.
태문 : ........저 백 기억 나나.
비서 : 기억합니다 회장님.
태문 : 어떻게 된 건지 알아봐.
비서 : 예.
비서, 매장으로 달려간다.
태문 : ...........
비서 : (달려와) 퍼스널 쇼퍼 통해서 구매했던 건데 어제 환불처리 됐다고 합니다. 교환도 아닌 환불처리요.
태문 : 새로 들어온 거 아니구.
비서 : 회장님도 들으셨잖습니까. 한정 판매 상품이라 이 백화점에 딱 하나만 입점 됐다구요.
태문 : ..........
S#49. 백화점 계단 / 낮
사월, 이마에 흐르는 피를 손수건으로 닦으며 부지런히 계단을 올라간다.
서류를 들고 내려오던 준세, 사월과 마주친다.
준세 : ........사월아!
사월 : .......
준세 : 너 어떻게 된거야. 다쳤어?
사월 : (울음이 터진다)
준세 : (사월을 껴안아 도닥거리며) 일단 병원으로 가자.
사월 : 예약 밀려 있어. 의무실 가서 소독만 할래.
준세, 사월의 손을 거칠게 잡아끈다.
S#50. 백화점 일각 / 낮
사월의 손을 잡고 걸어가는 준세. 사람들을 터프하게 밀치고 사월을 끌고 간다.
S#51. 병원 / 낮
침상에 누워있는 사월. 의사, 이마를 소독하고 약을 바른다.
사월, 누워서 준세를 본다.
준세 : ......
사월 : (미소)........아 따거!
이마에 반창고 붙이고 나오는 사월.
사월 : 미모가 확 죽어 버렸다.
준세 : 오늘만 붙이고 있음 된다잖아.
사월 : 오빠 고마워.
준세 : 왜 다친거야?
사월 : ..... 옷 정리하다 엎어졌어.
준세 : 조심해야지.
사월 : 오빠......
준세 : 왜 임마.
사월 : .............고마워. (미소)
S#52. 도영 방 / 밤
도영, 책 읽고 있다. 노크소리나고 현주 들어온다.
현주 : 언니, 이 근처엔 야식시켜먹는데 없어요?
도영 : 출출하면 냉장고 좀 뒤져봐.
현주 : 이럴 땐 그냥 양념통닭에 소주 한병 딱 까면 좋은데...
도영 : 술 한 잔 할래요?
S#53. 도영네 부엌 / 밤
예쁜 촛불 잔뜩 켜진 식탁.
스트레이트 잔에 위스키 따라주는 도영. 옆엔 얼음통과 콜라 치즈와 스낵 놓여있다.
도영, 현주에 대한 탐색전. 친절과 미소로 위장하고 있다.
현주 : 와.... 블루마운틴 30년.... 이 집엔 다 귀하고 신기한 것들만 있어요. 이거 가게에서 2백만원 넘게 받는건데.
도영 : 상식이 참 풍부하네. 술값도 다 알구.
현주 : 뭘요. 저도 한잔 드릴께요.
도영 : (술 받으며) 촛불은 맘에 들어? 어릴 때 초 켜는 거 엄청 좋아했는데.
현주 : 그럼요, 지금도 좋아해요.
도영 : 건배!
두 사람, 짠 부딪힌다. 현주 쫙 원샷 한다.
현주 : 크......
도영 : .......괜찮아? 여기 콜라 좀 타 마시지.
현주 : 비싼 술은 그냥 먹어야죠. 딴 거 타마시면 아까워요.
도영 : .......아는 게 정말 많네. (미소, 술 따라주며) 이 집에 대한 기억은 어디까지 있어?
현주 : 음...... 집 구조는 다 기억 나구요. 계단에서 언니랑 같이 오르락 내리락 하던 기억도 나요.
도영 : 우리같이 술래잡기하다가 마당에서 굴러 떨어진 것도?
현주 : (박수치며 웃는) 맞아 맞아. 기억나요. 아... 웃기다 정말. (술 마시고)
도영 : 아, 아니다. 마당이 아니라 어린이 대공원에서였어.
현주 : ....그랬나? 아... 그랬던 것 두 같고.... (쫙 비운다)
도영 : 한잔 더!
현주 : 언니는 안하세요?
도영 : 난 내일 아침에 예고 촬영이 있어요.
현주 : 혼자만 마시니까 미안하네.
도영 : 옛날 얘기하니까 참 재밌다, 그치?
현주 : 그러니까요. (술 쫙 마시는)
술병, 반 넘게 비어있다. 현주, 식탁에 엎드려 자고 있다.
도영, 자는 현주를 빤히 보며
도영 : 넌 누구니?
현주 : .........
도영 : 언제까지 지영이 행세를 하면서 여기 있을래?
핸드폰 벨.
도영 : 응, 사월씨.
S#37. 사월 방 / 밤
사월 : 제가 깨운 거 아니죠?
도영 : 아니야.
사월 : 두 가지 뉴스가 있어서요. 하나는 오늘 결심했어요. 이번 주말에 그 사람한테 고백하기로.
도영 : 잘했네. 다음 소식은?
사월 : 그때 제가 옷 배달 갔을 때 같이 있던 여자분 말이예요.
도영 : (잠든 현주보며) 응............
사월 : 누군지 여쭤봐도 돼요?
도영 : ......우리 가족이야.
사월 : 친척이세요?
도영 : 왜 그러는데?
사월 : 좀 이상해서요.....
도영 : (F) 어떻게 이상한데?
S#37. 도영네 부엌 / 밤
도영, 핸드폰 들고 현주를 빤히 본다. 사월의 이야기 계속 듣는데 인상 안 좋아지며 말 끊는
도영 : 사월씨는 신경 쓰지 않아도 돼. 최정희 교수님한테 그런 얘기 절대 하지 마, 알았지? (전화 끊는다)
S#37. 방송국 / 낮
커다랗게 걸려있는 도영의 사진, 그 앞으로 걸어오는 도영. 자신의 사진을 물끄러미 본다.
도영 : ..........
시은 : (E) 실물보다 너무 잘 나온 거 같지 않아?
도영 : (돌아보면 쇼핑백을 든 시은 걸어온다)
시은 : 나 그저께 청담동에 메이컵 받으러 갔었거든. 녹화가 하나 있어서.
도영 : 스폰지에 패널로 출연한다며. 축하해.
시은 : 그 날 너한테 한숙이라고 하던 남자, 근사하게 차려입고 웬 여자랑 가더라. 돈 엄청 많은가봐.
아래위 빼입은 것만으로도 8백만 원은 되겠던데. 돈이 많은 건지, 돈 많은 여자를 잡은 건지.
도영 : ........
시은 : 그 사람 애인 있어? 같이 가던 여자가 애인인가?
도영 : 몰라. 잘 모르는 사람이랬잖아.
시은 : 혹시나 애인없음 소개팅이나 한번 해줘. 수고! (간다)
도영 : ...........
S#38. 방송국 사무실 / 낮
회의 테이블에 둘러앉은 사람들.
고훈 : 한 주 잘 놀았으니 다시 일을 해야지.
은비 : 한 주 잘 놀았으니 한 주 더 놀고 싶다. 놀면 놀수록 왜 더 놀고 싶어지지.
도영 : 원더우먼쇼 백회 특집도 준비해야 하고... 갈 길이 바빠.
고훈 : 참, 신도영은 대한민국 홍보대사로 결정날 때까지 스캔들 조심하고 엄한 데 가서 놀지 말고,
음주운전이며 기타등등 조심하라는 본부장님의 당부가 계셨음.
은비 : 언제 신도영이 그런 거 했어요. 하지 말라니까 더 해보고 싶네. 안 그래?
도영 : 그래. 해보고 싶어.
조연출 : 그럼 오늘 홍대 클럽에서 단합대회 한번?
상구 : 콜!
고훈 : 회의 좀 하자. 응?
은비 : 이런 거 어때? 그 때 그 사람. 그 옛날 화제의 중심이었다가 지금은 잊혀진 인물들.... 괜히 궁금한 사람들 있잖아.
상구 : 난 옛날 국보자매가 궁금해요. 미모의 쌍둥이 자매였는데.
조연출 : 저는 왕년 미스코리아들이요. 용감한 자만이 미인을 얻는다는데 정말 남편들은 다 용감한가.
고훈 : 넌 방송국 어떻게 들어왔냐.
조연출 : 시험봐서 공채로 들어왔는데요.
은비 : 입사 수석이잖아요.
고훈 : 수석으로 들어온 애들이 꼭 적응 못하고 나가던데.
상구 : 가끔가다 돌연변이도 있잖아요.
조연출 : 저는 하나씩 밀려 써서 수석 먹었어요.
상구 : 그 때 그 사람엔 김은비 작가님도 들어가네요. 초등학교 3학년 때 어깨동무 표지모델 이었다면서요.
은비 : (어깨 힘 들어간다) 그땐.... 나도 좀 했지.
도영 : 신춘문예 희곡 당선자이기도 했지. 연극도 한 편 올라갔어. 자기 작품에 단역으로 출연도 하고.
상구.조연출 : 우와......
은비 : 가장 빛나는 대사는 이거였어.... 당신! 기다리면 오는 게 뭔지 알아......(요?)
고훈 : (말 끊어) 진행이 안되네 진행이 안돼. 10분 휴식. (일어나 나간다)
은비 : 궁금하지? 마저 들을래?
상구.조연출 : (벌떡 일어서 나가고)
은비 : (귀에 꽂고 있던 볼펜을 책상에 팍 던진다)
도영 : (큭...)
S#39. 준세 사무실 / 낮
준세, 책상 앞에 앉아있다.
비서 : 참, 신도영씨 그랜드 음악회 MC본다고 인터넷에 떴던데 가보실꺼죠? 모레 저녁 스케줄은 비워두는 게 좋겠죠?
준세 : 그래주면 고맙죠.
비서 : 알겠습니다.
준세 : ..............
S#40. 음악회 홀 / 낮
리허설 중. 오케스트라 연습하고 도영은 무대에 서 있다. 멘트 연습중.
도영 : 안녕하십니까. 그랜드 음악회 사회를 맡은 신도영입니다. 창사 50주년은 맞은 저희 KBN이
오늘 아주 멋진 무대를 마련했습니다. (PD에게) 오프닝 멘트 좀 바꿔주실 수 없어요? 너무 진부해.
음악회 PD 작가와 대본보며 상의중.
도영, 옆에서 큐시트 보고 있는데 문자음. 핸드폰을 본다. 맛있는 요리 사진과 함께
준세 : (E) 저녁에 시간 좀 내줘.
도영 : ......(미소)
S#41. 준세 집 / 밤
준세, 요리 중. 월남쌈과 국수를 준비중이다. 라이스 페이퍼를 물에 적셔 야채를 말는데 자꾸 붙고 찌그러진다.
도영 : 핸드폰에 온 사진이랑 너무 달라보이는데....
준세 : 맛은 좋을꺼야. 눈 감고 먹어.
도영 : 비켜 내가 할게.
준세 : 오늘은 내가 해주는거야. 가만히 앉아있어.
도영 : 소스나 만들어 그럼. 이건 같이 싸면서 먹어야 더 맛있어.
준세 : 그럴까 그럼?
도영 : 되게 반가워하네.
도영, 책상으로 가 앉는다. 사진이 수북히 쌓여있다.
보면 바닷가 사진이 나오다 준세와 같이 찍은 사월 사진이 나온다.
도영 : !!!!!!!!!
준세 : 간장소스 땅콩소스 두 개 만든다.
도영 : 이 사람 누구야?
준세 : (고개 돌려 본다, 대수롭지 않게) 아... 그거? 걔야, 내 친동생 같은 애. 지난번에 말했지.
도영 : ...........어떻게 친동생 같은 앤데?
준세 : 옛날에 우리 아버지가 보육원 후원회장을 한적이 있었거든..그때 하도 이쁘고 똘망해서 우리집에 입양을할까 했었던 애야..
얼마전에 보육원에 같이 갔던 사진이야.
도영 : ...........
플래쉬 백. 분식집.
사월 : 10년 넘게 그리워 한 제 첫사랑을 만났어요.
사월 : 그래서 그 사람이랑 옛날 살던 보육원에도 같이 다녀오구, 전 좋아 죽는 줄 알았어요.
사월 : 애인있다고 할까봐 무서워서 못 물어봤어요. 제 친구 용자는 애인 있어도 뺏으래요.
사월 : ........정말 먼저 말해볼까 봐요. 오랫동안 좋아해왔다고. 나랑 사귀자고.
준세, 여기저기 뒤지다가
준세 : 아차! 땅콩버터가 없구나. 잠깐 기다려. 1층 수퍼가서 사올게.
도영 : 괜찮아. 그냥 먹자.
준세 : 여긴 땅콩소스가 꼭 있어야지. 금방 사올게. (빨리 나가고)
도영, 사진을 본다. 준세와 사월이 다정하게 둘이 찍은 사진도 나오고 장난치며 밝게 웃는 준세의 사진도.
도영 : ............
핸드폰 문자음. 도영, 자신의 핸드폰을 본다. 문자 없다. 책상에 놓인 준세의 핸드폰을 본다.
사월 : (E) 오빠, 나 사월이^^ 주말에 시간되세요? 나랑 같이 야외공연 하나 보러 가자구~~~ 세익스피어 한 여름밤의 꿈.
도영, 문자를 삭제해 버린다. 받은 문자를 열어본다. 윤사월이란 이름 여러 개 보인다.
열어 읽어보는 도영.
사월 : (E) 오빠, 오늘 정말 고마워요. 땡큐 알라븅븅븅. 헤헤.
사월 : (E) 엘리베이터에서 왜 그렇게 인상쓰고 있었어? 일이 잘 안 풀려? 오빠 홧팅.
도영 : ................
식탁에 앉아 월남쌈 먹는 두 사람.
도영 : 너무 맛있다 자기야. 난 정말 복도 많아, 이런 남자를 어떻게 만났을까.
준세 : 내가 하나 싸줄게.
도영 : ......친동생 같은 애랑은 자주 봐?
준세 : 응, 그 녀석이 퍼스널 쇼퍼가 됐더라구.....아! 그리고 보니 너도 만났을 수 있겠다. 얼굴 몰라?
도영 : 소스 듬뿍 넣어주세요.
준세 : 그러세요. 자..... (쌈 넣어주는)
도영 : 음.... 맛있다. 자기 최고! 나도 하나 싸줄게.
준세 : 오케이!
도영 : 저 친구.... 어릴 땐 어땠어?
준세 : 유달산 깡순이라고 아주 왈가닥이었어. 난 아주 밝고 씩씩한 애로만 봤는데 또 그게 아니었더라구.
도영 : 그럼?
준세 : 거기서 지내는 시간을 견뎌내느라고 그랬대. 자기가 불행하다고 느낄 때마다 일부러 더 밝게 굴었대.
그 얘기 듣는 데 미안하고 맘 아프더라.
도영 : .......내가 자기 애인인 거 몰라?
준세 : 아직 몰라.
도영 : 왜 얘기 안했어?
준세 : 물어보지도 않는데 나 신도영 애인이다, 이래? 웃기잖아.
도영 : 왜 입양 안했어?
준세 : 저 녀석이 싫다고 했어.
도영 : 왜?
준세 : .......글쎄...
도영 : 그랜드 음악회 때 올꺼지?
준세 : 당연히 가야지.
S#43. 도영 방 / 밤
도영, 책상 서랍 깊숙이 넣어둔 비닐팩을 꺼낸다. 안에 머리카락 몇가닥 들어있다.
비닐 팩엔 ‘april' 이라 쓰여 있다. 비닐팩을 가방에 넣는 도영.
S#44. 부부침실 / 아침
도영, 살그머니 들어와 화장대 앞에 놓인 브러쉬를 집어든다.
브러쉬에 걸린 머리카락들을 뽑아내는데 문 열리고 수호 들어온다.
수호 : 여기서 뭐해?
도영 : 엄마가 쓰는 향수 이름 좀 볼려구요. 다 써 가는 것 같아서 하나 선물해 드리게....
수호 : 역시 맏딸이야. (옷장 쪽으로)
도영 : (얼른 머리카락을 가방 안에 넣는다)
S#45. 유전자 검사센터 / 아침
머리카락이 든 비닐팩 2개 놓여있다. ‘april’ 이라 쓴 스티커를 떼는 도영. ‘최정희’ '조현주‘ 신청서 작성한다.
도영 : 되도록 빨리 부탁드립니다.
S#46. 건물 앞 마당 / 아침
도영, 천천히 걸어 나온다. 쨍한 햇살 내리쬔다, 하늘을 올려다보는데 쨍한 햇빛에갑자기 현기증, 핑 돈다.
이마 잡으며 비틀하는 도영.
도영 : (E) ........(쌩한) 엄마.... 날 용서하세요.
S#47. 분장실 / 밤
경미와 다른 분장사, 도영의 머리를 만지고 메이컵을 해주느라 바쁘다. 다른 때보가 더 진하고 화려한 메이컵.
도영 : (E) 옛날과 똑같아, 그 때도 갑자기 나타나서 나를 춥게 만들었지. 이젠 세상에서 내가 믿고 의지하는 단 사람,
그 사람을 뺏으려고 해요. 세상에서 무조건 내 편이 돼줬음 하는 남자를...그애가 뺏으려고 해요. 그렇게 내버려 둘 수 없어!
엄마, 난 그 애를 낭떠러지로 밀쳐버릴꺼야. 다신 내 옆으로 올라올 수 없도록!
S#48. 음악회 홀 / 밤
리허설로 부산한 홀. 오케스트라 줄 맞추고, 조명 맞추고.... 어수선하다.
S#49. 분장실 / 밤
아주 화려하고 아름답게 꾸민 도영. 대본 보며 서서 멘트연습 중얼중얼.
옷걸이엔 또 다른 드레스 한 벌 걸려있다.
사월 : 드레스 괜찮으시죠? 2부에 입을 드레슨 이거요.
도영 : 고마워. 아주 맘에 들어요.
사월 : 전 그럼 가서 재미있게 볼께요. 오늘 제가 좋아하는 가수들 왕창 나와요.
도영 : 잠깐만 기다려, 사월씨. 소개해 주고 싶은 사람이 있어.
사월 : 누군데요?
도영 : 나랑 결혼할 사람. 내 애인.
사월 : 우와! 오늘 오세요?
도영 : 그럼요. 도착했대. 금방 올꺼야.
사월 : 너무 궁금해요.
도영 : 어쩜 가을에 결혼할지도 몰라.
사월 : 정말요? 축하드려요 언니.
도영 : 고마워. 오늘 이거 끝나고 뒤풀이 갈 때 같이 가.
사월 : 좋죠! 가만 있어봐... 언니, 샌들을 다른 걸로 한번 신어보세요.
사월, 탈의실 쪽으로 가 구두박스를 뒤적거리는데 준세, 분장실로 들어선다.
도영 : (준세에게 다가가) 자기 왔어!
준세 : 눈이 부셔서 못 보겠는데.... 너무 이쁘다.
도영 : (다정하게 팔짱끼며) 자기가 이쁘다니까 기분 좋은데? (준세 볼에 뽀뽀)
준세 : (미소)
도영 : 난 안 해줘?
준세 : (볼에 뽀뽀하는데)
도영 : (고개를 확 돌려 입술에 맞는다)
사월, 샌달 들고 나오다가 ‘에그머니’ 고개를 돌리는데....... 돌리다 보면 준세다.
사월 : !!!
도영 : 사월씨, 이리 와요. 내 애인 준세씨야.
사월 : ..........
사월, 다정하게 서 있는 두 사람 보며 놀라 샌들을 떨어뜨린다.
준세 : ........(놀람과 의아)...... 사월아!
도영, 미소 띤 얼굴로 사월을 바라본다.
사월, 시선 피하려 떨어진 샌달을 줍느라 고개 숙인다.
준세, 도영과 사월을 보는 의아한 표정에서!
어색한 세 사람 트라이 앵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