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도 일주일이 지났다.
잘 계시제? 산과 들이 온통 녹음이다. 그 덕분인지 코도 눈도 맑다.
지난 5월에는 바빴다. 고향집 건사하기, 농사짓는 흉내내기, 꽃 보러 다니기, 각종 집안 행사 모임 등... 5월은 5월이었다. 모두들 그렇게 바쁜 5월을 보내고 다소 편안한 6월을 맞이했으리라 생각한다.
길마다 노란 금계국이 반기고, 곳곳에 조성된 연밭에는 수련이 한창이다. 산기슭엔 밤꽃향도 분분하다. 곧 수국도 곧 우릴 초대하겠지.
우리집 텃밭 가장자리에는 접시꽃이 지난 5월부터 피고지고 있다. 봄나물로 입맛을 돌게 했던 원추리는그 붉은 꽃방울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무슨 기새(원추리의 이곳 방언)를 그리 많이 심었냐고 했던 분들도 꽃이 피면 한참이나 보고 간다.
쌈이나 무침으로 먹던 치커리도 꽃을 피웠다. 치커리꽃은 근래 발견한 새로운 즐거움이다. 보라빛 작은 꽃들이 참 예쁘다.
돌아보면 봄꽃 못지않게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는 여름꽃들이 많다.
고향 텃밭에 열무씨를 뿌렸다. 열무밭인지 잡초밭인지 구분이 안 간다. 잡초 하나하나를 손으로 뽑다 지나가는 동네 아재한테 풀땜에 농사 못 짓겠다 하니
"허허 그런 각오 안 하고 농사 지을려고 했던가? 잡초는 농사의 기본이라네."
백번 옳은 말씀이다. 몰라서 하소연 한 게 아니라 소득도 없는 일을 쪼그리고 앉아 풀 뽑으려니 힘들어서 그런 거제.
"집에서 화초 돌볼 때처럼 그런 맘으로 하면 된다네."
평생을 흙과 함께 살아온 촌 노인의 지혜이자 철학이다. 많이 배우고 느낀다.
'그래, 채소 널 꽃이라 생각하마.'
라디오 음악 방송을 들으며 아파트 발코니에서 화초 돌보듯이 여린 열무싹 주변 잡초를 하나하나 뽑아준다. 한 보름 후에는 시원한 열무김치가 되어 그 보답을 할 것 같다.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작물이 이뻐서 자꾸 밭에 나가고 싶어진단다."
"농작물은 주인의 발자국 소리로 자란다."고 하시는 귀촌 선배의 말에 수긍을 하면서도 그리 되려면 아직 많이 멀었다.
고딩 친구가 톡으로 "오늘도 주어진 삶에 실수를 하지 않고 저녁을 맞이하여 기쁘다~"라고 한 것처럼 매일매일 기쁜 저녁 시간을 맞이하려고 애쓰고 있다.
계절의 곳곳에서 꽃이 피고 지듯
남은 우리 삶의 곳곳에서도 꽃이 피고 지도록 소중한 것들을 더 이상 잃어버리지 않도록 해야겠다.
젊음만이 꽃이 아니라 나이듦도 꽃이다.
늘 淸安하시게.
2023.6.7. 삼천포에서
김상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