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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제대로 된 스토리 관련 게시물을 올리는 체이너입니다.
번역사 시절이 끝나고 한 3년 간 매직을 안하다가, 다시 관심을 갖게 되어 놓쳤던 블럭들 (리턴투라브, 테로스, 타르커, 젠디카 전투)에 대해 읽다보니, 스토리의 질이 들쭉날쭉하더군요.
개인적으로 전 타르커 스토리가 근래 본 스토리 중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현실은 공성 코뿔소의 천하였던 걸 배제하면, 스토리상으로는 균형도 잘 맞고, 용들의 통치로 넘어가는 과정도 적절히 비극적으로 그려졌다고 생각합니다. 사르칸의 여정 역시 예상보다 잘 묘사된 것 같고요.
타르커의 스토리 중에서도, 개인적으로 제일 재밌게 읽었던 이야기인 "칸들의 몰락"(Khanfall)을 시간내 번역해봤습니다. 재밌게 읽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죠.
사르칸 볼이 니콜 볼라스의 손에 죽을 위기에 처했던 우긴을 구한지로부터 몇 년이 지났다. 사르칸이 태어났던 시대로부터 천 년 이상 과거인 이 시대에, 우긴은 다면체 보호막 속에 잠들어 있다. 사르칸 볼은 시간의 흐름 안으로 사라졌으며, 그의 행방은 현재 불확실하다.
사르칸, 우긴, 그리고 어쩌면 우주에게 있어서 이는 반가운 소식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르칸의 이 행위는 타르커의 부족들에게 엄청난 시련을 안겨줬다. 용 폭풍은 더욱 거세어졌으며, 부족들은 이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아브잔 일가의 칸인 다가타르는 얼마 전에 부족을 구하기 위해 고대의 용 드로모카에게 왕좌를 내줬다.
제스카이의 칸 슈 윤은 제스카이 부족이 본거지로 삼는 산지대로 나머지 부족들의 칸을 소집했다. 전례를 찾을 수 없는 이 정상회담에서, 타르커의 칸들은 불가능한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찾아내야만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칸조차 역사에서 사라져버릴 수 있으니......
"부족들은 대립하는 것처럼 보여도,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존재한다." 슈 윤은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높은 탑 속에 위치한 방에서 들리는 소리는 그의 조용한 발걸음과, 종이 위를 지나가는 붓의 소리뿐이었다.
"아브잔 일가는 모든 경로를 순찰하며, 안정성과 무역을 증진시킨다. 마르두 부족은 넓게 세력을 뻗어, 다른 부족들을 위협할 수 있는 용들을 제거한다. 테무르 개척민들은 강인하며 신앙심의 뿌리가 깊으며, 그들의 주술사들은 눈으로 볼 수 없는 위험을 감지해 다른 부족들에게 그것을 공유한다. 심지어 믿어서는 안 되는 술타이 군락조차도 늪지대의 해충과 공포들을 제압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그리고 높은 산 속에 있는 우리 제스카이는 역사 속으로 사라질 수 있는 수많은 이야기, 비밀, 그리고 진실을 기록하는, 타르커의 기억과도 같다."
슈 윤이 말하는 동안, 머리를 민 수련생 한 명이 방으로 들어와 무릎을 꿇고 기다렸다. 슈 윤은 자신이 명령한다면 그 수련생이 몇 시간이라도 그 자세로 기다릴 것임을 알고 있었지만, 합당한 이유 없이 그렇게 명령하는 것은 옳지 않았다. 타르커의 역사를 기록하는 것은 슈 윤 본인의 단순한 취미로서 시작했지만, 상황이 변함에 따라 그것의 중요성과 긴박함은 커져가고 있었다.
"무슨 일이냐."
수련생은 일어서서 허리를 구부리며 인사했다. "스승님, 남은 손님들이 모두 오셨습니다."
"고맙다. 각자 숙소로 모셔다드리고, 그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도록. 분명히 그들은 추위에 대해 불평할 것이다. 이는 우리의 지리에 의한 것이지, 우리가 소홀해서 그런 것이 아님을 확실히 밝히도록 해라."
수련생은 다시 길게 읍했다.
"모든 분들에게 여기서 한 시간 후에 모이도록 안내해드려라. 최소한의 경호만을 대동한 채로."
누가 먼저 도착하는지, 그리고 "최소한"을 어떻게 정의하는지에 따라 슈 윤은 각 칸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 여겼다.
"그리고, 반드시 그들을 '칸'이라고 부르도록. 그들의 방식이 그렇단다." 슈 윤은 웃으면서 말했다.
수련생은 서둘러 방을 떠났고, 슈 윤은 자신의 충실한 서기관 콴에게 주의를 돌렸다. 슈 윤이 이 정상회담을 집결할 때, 그는 그의 수행원으로 콴을 선택했다. 그보다 믿음직한 서기관은 없었으며, 콴은 몇 시간 동안 쉬지 않고 기록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자였다.
"일단은 여기까지만 하자. 해가 지기 전까지 더 기록할 것이 많겠지만. 손은 어떤가?"
"언제나 그렇듯이, 준비되어있습니다, 스승님."
"좋다. 오늘의 회담은 긴장감이 팽팽할 것이고, 폭력적으로 변할 수도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나건, 그것을 적도록 해라. 우리의 후손들이 감사히 여길 것이다."
물론 우리에게 후손이 남아있다면 말이지, 라고 슈 윤은 생각했다. 용 폭풍이 강해진지 벌써 몇 년째였다. 용들의 숫자를 일정하게 유지하기만 했던 폭풍은 한 순간 돌변하여 용의 숫자를 폭발적으로 늘리기 시작했다. 들끓는 하늘에서는 날개와 송곳니를 갖춘 벼락구름이 쏟아져 나왔다. 왜 이렇게 된 건지 아무도 몰랐지만, 더 이상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칸들의 정상회담은 그들이 모두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슈 윤의 비장의 한 수였다.
슈 윤은 창문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차가운 바람이 그의 드러난 어깨에 닿았지만, 그는 지평선에 있는 구름을 여기듯 그것을 신경 쓰지 않았다. 슈 윤은 몇 십 년 전부터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살아왔었다. 그가 처음으로 용을 죽이고, 유령불꽃 전사임을 상징하는 휘어감은 용의 문신이 어깨에 새겨진 뒤로.
그의 밑에는 디르구르 성채와 그곳이 위치한 섬을 감싸는 거대한 호수가 펼쳐졌다. 호수 표면에는 용들이 왔음을 알리는 종소리가 나자마자 흩어질 준비가 된 작은 배들이 떠다니고 있었다. 첨탑 밑에서는 아브잔 병사들이 군함에서 대형을 맞춰 하선하고 있었다. 디르구르는 제스카이의 4대 성채 중 제일 안전하지도, 제일 화려하지도 않았지만, 소금길을 비롯한 다른 부족들의 지역에 제일 가깝게 위치한 성채였다.
슈 윤은 선 채로 명상하며 창밖을 응시했다. 그는 바람의 속삭이는 소리와 멀리서 들려오는 파도 소리에 자신을 맡기며, 다른 칸들이 오기를 기다렸다. 콴은 늘 그랬듯이 조용히 슈 윤의 뒤에 앉아 기다리며, 혹시나 명상 중에서도 나올 수 있는 말을 받아 적을 준비를 했다.
처음 도착한 칸은 마르두의 칸 알레샤였다. 알레샤의 수행원은 정확히 두 명이었다: 거대한 남성 오크 한 명과 호리호리하고 눈매가 매서운 인간 여성 한 명. 투구를 쓰지 않은 알레샤의 긴 머리가 바람에 휘날렸다. 알레샤는 젊고 자존심이 강했으며, 슈 윤은 그가 자신의 입장을 이해할지 궁금했다. 알레샤는 슈 윤을 향해 사납게 웃었다.
슈 윤은 읍하며 알레샤를 맞았다. “제스카이의 대표로서 당신을 환영합니다.”
“그리고 마르두 일원들은 당신이 지껄이는 말 따위 듣지 말라고 답했습니다,” 알레샤가 쾌활하게 말했다. “하지만 난 여기로 왔습니다. 당신이 말할 의사가 있다면, 난 그 말을 들을 의사가 있습니다. 다만 내가 없는 사이 새로운 칸이 선택되지 않았는지는 모르겠군요.”
알레샤의 오크 경호원은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들은 당신만을 따릅니다, 나의 칸이여.”
알레샤는 그에게 시선을 돌렸다. 알레샤의 웃음은 이내 사라졌다.
“그래. 그들은 나를 섬기지. 적어도 그들이 따라오지 않을 곳으로 인도하기 전까지는. 이게 바로 그 곳일지도 모르겠네.”
“그렇다면 더더욱 환영합니다.” 슈 윤이 말했다.
다음은 아브잔 일가의 칸임을 자청하는 레이한이었다. 레이한은 굳센 여전사였으며, 무기와 갑주를 찬 채로 들어왔다. 오랫동안 아브잔 일가의 칸이었던 동시에 위대한 지도자였던 다가타르는 얼마 전 용에게 충성을 바치기로 맹세했고, 그와 함께 아브잔 일가의 대다수가 용의 휘하에 들어갔다. 그 충격적인 사건이 바로 슈 윤이 이 전례 없는 정상회담을 제안한 이유였다. 레이한은 아브잔 부족의 10분의 1을 지휘하는 반쪽짜리 칸이나 다름없었고, 슈 윤은 다른 칸들이 레이한을 진정한 칸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었다.
레이한은 슈 윤과 알레샤를 향해 예를 갖춰 읍했다. 레이한의 경호원인 네 명의 아브잔 병사들은 벽 옆에서 각자 위치로 향했다.
“환영합니다,” 슈 윤이 말했다. “저희 중에서 제일 여력이 없는 분인데도 여기에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럴지도요,” 레이한이 대답했다. “하지만 이 시도가 실패한다면 저희야말로 제일 많은 것을 잃을 상황이니까요.”
다음은 테무르의 칸, 야소바였다. 슈 윤은 야소바를 오래 전, 그녀가 칸이 되기 전에 만났던 적이 있었다. 이제 그녀는 자신의 나이에 비해 너무나도 지쳐보였으며, 자신의 창을 의지하며 걸어왔다. 야소바는 혼자였다. 슈 윤은 그녀를 맞이하며 읍했고, 야소바 역시 답례로 읍했다.
“용발톱님, 다시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슈 윤이 말했다.
“애석하게도 저는 그렇지 못하군요,” 야소바가 답했다. “나쁜 뜻은 아니지만, 저희 중 누구도 여기에 있을 필요가 없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요.”
“이해합니다.” 슈 윤이 말했다. “여기 모인 전원 역시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 상황은 저희보다 더 크니까요.”
마지막으로 도착한 건 거만하고 기만적인 술타이 군락의 거만하고 기만적인 칸, 타시구르였다. 산을 오르느라 헐떡이던 타시구르는 두 사람이 입어도 모자랄 가죽옷을 뒤집어쓴 채로 도착했다. 그의 뒤에는 열두 명의 술타이 병사들이 따라왔다. 슈 윤은 모든 병사들이 인간이고, 모두 살아있다는 것을 염두에 뒀다. 불경스러운 십시그 좀비를 데려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타시구르는 칸 중에서 제일 어리고 제일 자존심이 셌지만, 최근 몇 년 동안 많은 고생을 한 몰골이었다. 그의 이마에는 걱정이 드러났고, 평소보다도 몰골은 더욱 파리했다. 타시구르는 반짝이는 눈으로 방 전체를 훑었다.
“믿기지 않는군. 정말로 우리가 한 곳에 다 모이다니.” 타시구르의 시선이 레이한을 향했다. “에, 완전히 다 오진 않은 것 같지만. 나쁜 의도로 말하는 건 아니고.”
레이한의 눈이 순간 번쩍였다.
“모두 여기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슈 윤이 말했다. 방의 한 구석에서 콴은 새로운 두루마리에 글씨를 적기 시작했다. “이런 정상회담은 전례가 없었고, 정확한 예절이 어떻게 되는지는 약간 애매합니다. 하지만 각자의 위상이 있는 만큼, 서로간의 최소한 존중은 지킬 것이라 믿습니다.”
“물론이죠,” 타시구르가 읍하면서 말했다. “제 무례를 용서하시죠, 에......”
“레이한.”이라고 아브잔의 칸이 이를 악물고 답했다.
“레이한 칸이여. 말했듯이 나쁜 의도로 말한 건 아니었소. 다만 저희가 직면한 위기를 감안해서 그렇게 말했을 뿐이오.”
“위기라,” 알레샤가 내뱉었다. “그쪽의 상황이 조금이라도 좋았다면 여기에 참석하지도 않았을 작자가 그런 말을 하다니. 들은 바로는, 당신은 요즘 깡마른 시중들과 피를 빠는 파리만을 다스리는 군주라던데? 아니면 당신의 걸음마를 이끌어줄 나가들이 드디어 돌아왔는가?”
“허세가 심하군!” 타시구르는 마르두의 칸을 향해 몸을 돌렸다. 우습게도 타시구르는 알레샤보다 키가 작아서, 그를 우러러봐야만 했다. “보잘것없는 도적떼의 수장 주제에 칸이라고 스스로를 일컫는 작자로부터 그딴 말을 들어야겠나? 이 먼지와 말똥으로 뒤덮인--”
“그만!” 슈 윤이 외쳤다.
알레샤의 오크 경호원은 자신의 도끼 자루로 손을 옮겼다.
“그 정도로 하시오,” 슈 윤이 말했다. “우리가 여기에 모인 이유는 우리, 그리고 각자의 부족이 존재의 위기를 맞았기 때문이오. 우리는 이제 서로 싸울 여유가 없소. 각자 흩어져서 용들과 대적할 정도의 여유조차도 없소. 하나가 되어 저항하지 않으면, 우리의 삶의 흔적은 이 세상에서 사라질 것이오.”
알레샤는 잠시 타시구르를 노려본 후, 어깨를 으쓱했다. 그가 손짓하자, 경호원 역시 긴장을 풀었다.
“슈 윤의 말이 옳소,” 알레샤가 말했다. “각자의 상황이 더 나았다면, 우리 중 누구도 이곳에 오지 않았을 것이오.”
“절대 안 왔겠지,” 타시구르가 내뱉듯 말했다.
“용들이 우리의 삶의 터전을 짓밟고 있소,” 슈 윤이 말했다. “용 폭풍이 더욱 드세게, 그리고 더욱 자주 친다는 것을 이제 부정할 수 없소. 간단하게 말해서, 용들의 숫자가 너무 많소. 그 누구도 왜 이렇게 된 건지를 모르지만, 사실임에는 틀림이 없소.”
야소바가 조용히 말했다.
“난 그 이유를 알고 있소.”
다른 칸들은 그에게 시선을 돌렸다. 슈 윤은 잠시 콴에게 시선을 돌렸는데, 콴은 이 모든 것을 받아 적느라 자신의 칸이 자신을 쳐다보고 있다는 것조차 의식하지 못했다. 다행이군.
야소바는 털썩 주저앉았다. 테무르의 칸은 지쳤고, 패배한 몰골이었다. 그것은 슈 윤에게 있어서 젊은 칸들의 다툼보다 훨씬 더 불길한 징조였다.
“수 년 전이었지,” 야소바가 말했다. “꿈에서 본 계시를 이행하기 위해 이동하는 중이었소. 용 폭풍을 멈추게 하는 방법을 봤으니까......” 그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이게 어처구니없게 들릴 거란 건 알고 있소. 하지만 난, 한 사악한 용을 도와서 우긴을 살해하면 용 폭풍이 멈출 것임을 봤소.”
방 안이 웅성거렸다. 비록 그들은 우긴이 정확히 무엇인지를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우긴의 존재는 다들 알고 있었다. 제스카이에게 우긴은 지혜의 창고요, 용들로부터 그들을 보호한 마법의 근원으로 여겨졌다.
“신령 용을 죽이려고 했단 말이오?” 슈 윤이 물었다.
“무조건 해야만 했소!” 야소바가 대답했다. “우리 못지않게 당신의 사람들도 용들에게 희생당하지 않소? 폭풍을 잠재울 수 있는, 용들을 제압할 수 있는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당신 역시 그것을 노리지 않았겠소?”
“폭풍을 멈추게 한다면 용들을 제압하는 정도로 끝나지 않겠지,” 알레샤가 말했다. “용들을 말살시켜버릴 수 있어.”
“우긴을 죽이면 폭풍이 멈춘단 말인가?” 타시구르가 탐욕스러운 눈으로 물었다. “용들을 이 세상에서 없애버릴 수 있다고?”
야소바는 고개를 저었다.
“내가 어리석었소. 우긴은 힘 그 자체요. 그는 자연의 힘이지. 다른 신령의 도움을 받았더라도, 내가 우긴을 파괴할 수 있다고 믿었다니! 내가 어떻게 그렇게 어리석을 수 있었단 말인가?”
“정확히 어떻게 된 일이오?” 레이한이 물었다.
“내가 그 신령을 우긴에게 인도했소,” 야소바가 말했다. “그에게 길을 보여줬소. 툰드라 위의 창공에서, 두 신령 용은 격돌했고, 세상이 뒤흔들렸소.”
“폭풍이 강해지기 직전에 대지가 흔들리는 걸 느끼긴 했소,” 슈 윤이 말했다.
“모든 것이 예견된 대로였소. 신령 용이 우긴을 격파하고 사라졌지. 그리고 나서는......그가 나타났소. 또 다른 신령이. 처음에는 거지의 몰골로, 그 다음에는 내가 본 적이 없는 용의 형상으로. 그는 스스로를 사르칸, ‘위대한 칸’이라고 일컬었소. 그는 비록 용이 없지만, 내가 본 풍요로운 미래와는 다른 미래에 대해 이야기했소. 칸들이 끊임없는 내전으로 서로를 몰락시키고, 타르커가 전쟁으로 인해 폐허가 된 미래에 대해서.
“우긴의 육체가 대지에 추락했고, 그 순간 난 이 사르칸이라는 자가 말한 것이 옳다는 것을 깨달았소. 우긴은 죽어가고 있었고, 그와 함께 이 세계의 생명력이 죽어가고 있는 것이 느껴졌소. 폭풍 역시 함께 죽어가고 있었고. 일순간, 모든 것이 고요했소. 사르칸은 크게 부상을 당한 상태였고, 나는 그를 취조할 생각으로 그를 치유했소. 승리가 확실했지만, 그 승리가 옳은 것인지에 대해서는 확신이 없는 상태로. 그 순간, 그는 내가 본 적이 없는 마법을 사용했소. 그는 우긴의 몸을 알 수 없는 룬으로 새겨진 암석 보호막 안에 넣어놓았소. 내가 느꼈던 고요도 그 순간 깨졌고, 폭풍은 전보다 적어도 네 배는 강해져서 돌아왔으며, 하늘은 나의 교만함을 비웃듯 포효했소. 그리고 사르칸은 사라진 뒤였소.
“난 어떻게 할지 몰랐소. 내가 시작했던 때보다 모든 것이 악화되어버렸으니. 그 다른 신령 용에게 연락을 취하려고, 우긴이 아직 살아있으니 돌아와서 그를 끝장내버리라고 말하려고 했소. 내가 가진 모든 힘과 자원을 동원해 그 암석 보호막을 뚫으려고도 했소. 심지어 최소한 폭풍을 과거의 수준으로 되돌려달라고 애원하기 위해, 보호막 안에 있는 우긴을 치유하려고 시도도 했소. 하지만 난 답변도 받지 못했고, 보호막에 흠집도 내지 못했고, 우긴의 숨소리조차 듣지 못했소. 보호막은 지금도 그곳에 있으며, 그 안에 우긴이 있소. 그 순간 이후로, 폭풍은 지금처럼 강력해진 채로 있소.”
순간 정적이 흘렀다. 침묵을 깬 건 레이한이었다.
“당신이, 당신이 이 모든 걸 일어나게 허용한 거, 아니, 모든 걸 일어나게 한 거야. 당신으로 인해 아브잔 일가의 수천 명이 목숨을 잃었고, 그만큼의 숫자가 이제 용들에게 항복해버렸어! 도대체 당신이 무슨 일을 한지 이해는 하고 있어?”
야소바는 깊게 한숨을 쉬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레이한은 말을 이었다.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내가 당신을 아브잔의 마지막 요새로 끌고 가서, 모두가 볼 수 있도록 성벽에 매달아 죽이지 말아야 할 이유 하나라도 댈 수 있어?”
슈 윤은 레이한과 야소바 사이에 끼어들었다. 이 정상회담은 자신의 발상이었고, 이곳의 평화 역시 그가 지켜야만 했다. 슈 윤은 이 회담이 폭력으로 끝나는 것을 원치 않았다.
“없소.” 야소바가 말했다. “난 할 말이 없소. 난 부족을 뒤로 한 채, 혼자서 이곳으로 왔소. 내가 한 것에 대한 책임을 물어 나를 죽이고 싶다면, 그렇게 해도 좋소. 난 단지 누군가는 진실을 알고 있기를 바랐을 뿐이오.”
종이 위로 붓이 움직였다.
“당신은 옳다고 생각한 것을 수행했소,” 알레샤가 말했다. “그것을 책망할 수는 없지.”
레이한은 불쾌한 표정을 지었지만, 어느 정도는 동의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난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는 데에 관심이 없소,” 슈 윤이 말했다. “누구의 잘못을 사하는 것에 대해서도 마찬가지고. 중요한 건 이제 전에 비해서 우리가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이고, 어쩌면 이 지식을 통해 우리는 스스로를 구원할 수 있을지도 모르오.”
“뭘 해야 할지는 명확하군,” 레이한이 말했다. “모두 힘을 모아서, 그 보호막을 뚫어야한다.”
“우긴을 처단하고, 폭풍을 멈춰버린다.” 타시구르가 말했다.
야소바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제스카이 도는 우긴을 살해하려는 시도에 동참하지 않을 것이오,” 슈 윤이 말했다. “우긴은 항상 균형을 중시했소. 다들 잊었소? 용들이 우세를 점하기 시작하자, 우긴은 우리에게 은폐 마법을 전수해줬소. 그는 용과 부족 둘 다 중요하게 여겨왔소. 그가 온전하다면, 지금 이런 상황이 일어나지는 않았을 것이오.”
“그렇다면 보호막을 열어 그를 치유해야지,” 레이한이 말했다. “우긴이 진정 균형을 중시한다면 우리를 도울 것이고, 그렇지 않는다면 타시구르의 계획대로 하는 수 밖에.”
“그가 우리를 도울 수 있지만, 우리를 벌할 수도 있지,” 알레샤가 말했다. “지금 중요한 건 용군주들이야. 우긴이 없어진 뒤로 점점 강성해지고 있어. 우긴은 버리고, 용들의 수장을 없애버리는 데 집중해야 해.”
“그럴 필요는 없소,” 슈 윤이 대답했다. “용들을 파괴하는 것은 부족들을 파괴하는 것과 마찬가지요. 우리는 균형을 찾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우긴을 찾아내야 하오.”
“균형 따위를 추구할 때는 지났어,” 타시구르가 말했다. “우리는--”
“잠깐,” 알레샤가 말했다. “뭔가 들리지 않나?”
칸들은 조용히 주의를 기울였고, 다들 같은 소리를 들었다. 동쪽에서 들리는, 낮고 침통한 종소리였다. 종소리는 점점 커졌고, 수 역시 늘어났다.
“용들이 왔소,” 슈 윤이 말했다. 그는 신속하게 동쪽 벽에 있는 창문으로 몸을 날렸다. 호수 위의 하늘에는, 짧은 날개를 지닌 거대한 생물들이 V자 형태 대형으로 날아오고 있었다. 무지막지한 숫자였다. 대형의 최전방에는 그 중에서도 제일 큰, 악의로 가득 찬 어두운 용이 있었다.
“실룸가르.”
늪지대의 용군주가 산지대로 올라온 것은 처음이었다. 용들은 자신의 영역을 완강하게 방어하는 존재들이었다. 분명, 오주타이와 그의 일족이 실룸가르의 군세를 격퇴할 것이었다.
야소바를 제외한 모든 칸들은 각자의 병력에게 전투를 준비하라는 명령을 내리기 시작했다.
그 순간, 다른 종소리가 들려왔다. 북쪽에서.
슈 윤은 북쪽을 향한 창으로 몸을 옮겼다. 오주타이가 직접 호수 위를 날아오고 있었고, 그가 가는 곳에 얼음이 섞인 파도가 뒤따랐다. 오주타이의 뒤에는 최소 스무 마리의 용들이 있었다. 실룸가르의 용들이 육중한 만큼, 오주타이의 용들은 우아했다.
슈 윤은 한 번 오주타이와 대결한 적이 있었다. 슈 윤은 재수가 좋아서 자신이 살아남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따라서 오주타이와 다시 대결하는 것은 절대로 달갑지 않았다.
“용을 보는 게 이렇게 다행일 줄이야,” 레이한이 말했다. “저쪽 용들과 싸우......겠지?”
탐 아래 지역은 칸들의 명령이 전달되면서 점점 혼란스럽게 변해갔다. 종소리는 끊임없이 모든 방향에서 들려왔다.
호수 위 하늘에서, 오주타이와 실룸가르의 용들은 서로를 향해 질주했고, 서로 부딪혔다. 그리고 다음 순간, 그들은 한 편대가 되었다. 죽음을 머금은 구름이 디르구르 성채를 향해 날아왔다.
“다 이쪽으로 오고 있소,” 슈 윤이 말했다. “전부 다.”
“용들은 협력하지 않소,” 야소바가 말했다. “그런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칸들을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럴 수도 있소,” 슈 윤이 말했다.
“이젠 인간 시중들도 받지 않지,” 레이한이 말했다. “상황이 변했어.”
어찌 되었던, 증거는 명확했다.
“우리가 여기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지?” 알레샤가 물었다. “우린 어떤 깃발이나 문양도 없이 이곳에 왔어. 그리고 성채 하나를 공략하기 위해서 용들이 그렇게 협력할 거라 생각되지는 않는데.”
“누군가가 우리의 정상회담에 대해 그들에게 정보를 흘렸나보군,” 레이한이 말했다.
알레샤의 손은 쏜살같이 자신의 무기로 향했다. 그는 슈 윤을 독수리가 토끼를 응시하는 눈빛으로 쳐다봤다. “그래, 누군가가 그랬나보군.”
종들은 계속 울렸고, 용들은 다가오고 있었고, 콴은 계속 모든 것을 받아 적고 있었다.
“난 그런 일을 한 적이 없소,” 슈 윤이 말했다. 그는 마법으로 빛나는 자신의 문신 위로 왼손을 쓸었다. “그 어떤 용도 나를 살려두지 않을 것이오. 내가 그들과 손을 잡았을 거라 생각하오?”
“당신은 당신의 부족을 구할 수 있다면, 스스로의 목숨과 우리 모두의 목숨을 내놓을 수 있는 자야,” 알레샤가 말했다. 알레샤의 경호원들은 그의 뒤에서 무기를 쥔 채 긴장했다.
슈 윤은 순간 주저했다.
“그랬겠지,” 그는 마침내 대답했다. “하지만 그렇게 한다고 해서 그들이 그렇게 해주지는 않을 것 같소.”
“타시구르는 어디로 간 거야?” 야소바가 말했다.
방 안 모든 사람들이 타시구르의 경호원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칸들이 명령을 내릴 무렵에 절반은 방을 이미 나갔었고, 타시구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제야 눈치를 챘나 보군,” 타시구르의 선임 경호원이 대답했다.
알레샤와 그의 경호원들은 그들에게 돌진했고, 방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슈 윤은 전장을 지켜보며 몸을 옆으로 날렸다.
“콴, 나에게 기록지를 주게. 기록지는 반드시 보존되어야하네. 성채 아래에 안전한 보관 장소가 있네.”
“네, 제가 가져가겠습니다,” 콴이 대답했다. 콴은 두루마리를 서둘러 말기 시작했고, 아직 마르지 않은 먹이 번지자 얼굴을 찌푸렸다.
“내가 더 빠를 걸세,” 슈 윤이 말하면서, 의미심장하게 창문을 쳐다봤다. 콴의 눈이 휘둥그래졌다.
“안 됩니다, 스승님.”
“나를 걱정하는 겐가?” 슈 윤이 미소 지으며 물었다. “아니면 이 두루마리를?”
“두루마리입니다,” 콴이 주저 없이 대답했다. “부족에 있어서 개인은 대체될 수 있지만, 지식은 저희에게 피와도 같은 것입니다.”
슈 윤은 깊게 읍했다.
“자네는 현명한 자일세. 나에게 두루마리를 주게. 명령이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이 두루마리는 보존될 것이네.”
콴은 두루마리를 만 후 슈 윤에게 읍하며 그것을 건넸다. 그것은 슈 윤이 ‘현자안의 기록지’라 부르는 기록지의 전부는 아니었지만, 최소한 마지막 몇 장과 오늘 있었던 재앙과도 같은 일의 기록은 보존할 수 있었다. 나머지 기록은 적어도 얼마동안은 현자안 성채에서 안전하게 보존될 수 있었다. 슈 윤은 두루마리를 자신의 허리띠에 단단히 묶었다.
타시구르의 경호원들은 이미 죽어있었고, 아브잔 병사 두 명 역시 죽어있었다. 알레샤는 자신의 칼에서 타시구르의 선임 경호원의 피를 닦아냈다. 레이한은 어깨에 상처를 입은 상태였지만, 야소바의 마법으로 이미 상처는 아물고 있었다.
"가자," 알레샤가 말했다. 그는 다시 웃고 있었다--그녀 특유의 즐거움 없는 미소를. "칸들이 하나가 되어 용들에게 맞서 싸우는 거다. 당신이 원했던 바는 아니겠지만, 이것도 나름 괜찮은 결말이군."
슈 윤은 읍했다. "애석하게도 나에겐 해야 할 일이 따로 있소. 무운을 빌겠소. 절대로 오주타이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되오; 그는 그 누구보다도 교활하니까. 그리고 만약 타시구르를 찾는다면, 평화협정 하에 이곳을 찾아왔다는 것을...... 일깨워주시오."
슈 윤은 창 밖을 봤다. 탑 주변의 창공은 두 부족의 용들로 가득 차있었으며, 살을 에는 추위와 살을 녹여버리는 산성 타액이 용들의 입으로부터 뿜어져 나왔다. 슈 윤의 눈이 잠시 풀렸고, 순간을 포착한 그는 허공으로 몸을 날렸다.
바람이 슈 윤을 매섭게 지나갔다. 그리고 다음 순간, 그는 어딘가에 착지했다. 실룸가르의 용 한 마리의 비늘로 덮이고 미끄러운 육체 위였다. 두루마리 덕분에 균형을 잃은 슈 윤은 몸을 수그렸다. 그가 처음으로 용을 잡았을 때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었다. 밧줄도, 도움도 없었다. 단지 무모한 젊은이 한 명과 재수가 정말로 없었던 용 한 마리가 있었을 뿐. 슈 윤의 용 문신이 마법으로 빛났고, 그는 손바닥으로 용의 두개골의 특정 위치를 강력하게 가격했다.
일격을 맞은 용은 몸을 부르르 떤 후, 뒤집히면서 추락하기 시작했다. 용의 부식성 타액 한 덩어리가 슈 윤의 소매에 튀어 치직거렸다.
슈 윤은 정신을 잃은 용의 육체가 추락하는 동안 균형을 유지했다. 추락하기 전 마지막 순간, 슈 윤은 몸을 날렸고, 공중에서 한 바퀴를 돈 후 낮은 자세로 착지했다. 자신의 뒤에는 정신을 잃은 용이 ‘콰직’ 하는 소리와 함께 얼굴부터 추락했다.
탑의 앞뜰은 뛰어다니는 병사들, 날아다니는 용들, 그리고 쌓여가는 시체더미로 인해 아수라장이 된지 오래였다. 슈 윤은 성채의 관문을 향해 달렸다.
성채 안으로 들어간 슈 윤은 병사들과 반대 방향으로 달렸다. 여러 복도와 계단을 사용해 복잡한 경로를 밟은 슈 윤은 이윽고 성채 하단에 있는, 별 특징 없는 방에 도착했다. 순간, 자신이 유소년 시절에 이곳에서 생활해서 이런 곳을 알고 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감사했다.
슈 윤은 문을 열고 들어갔다. 방은 오랫동안 쓰이지 않은 흔적이 역력했고, 먼지가 자욱했다. 그는 가져온 두루마리를 방 한 구석에 놓은 후 다시 나왔다. 문에는 자물쇠가 있었고, 자물쇠에는 열쇠가 꽂혀 있었다. 슈 윤은 문을 닫은 후, 열쇠를 집어삼킨 후 앞뜰로 다시 달려갔다.
눈부신 햇빛에 슈 윤은 눈을 깜빡였다. 아까보다 인간 형태의 시체가 훨씬 많은 반면, 용들의 시체는 그다지 숫자가 늘어나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연기를 내는 검은 액체와 갓 생긴 얼음 지대가 앞뜰과 벽면에 가득했다.
슈 윤의 머리 위로 그림자가 지나갔고, 그 다음에는 거대한 형체가 자신의 앞에 우아하게 내려앉았다. 오주타이 본인이었다. 그는 고개를 한 쪽으로 기울인 채로 슈 윤을 내려다봤다.
“오주타이여,” 슈 윤은 자신의 팔을 벌리고 손바닥을 오주타이에게 보인 채 말했다. “당신은 내가 누군지 알고 있을 것이오. 내가 무슨 일을 했는지도 알고 있을 테고. 한때는 당신과 다시 싸우는, 당신과 내가 자웅을 가리는 꿈을 꿨소. 하지만 이제는 당신에게 부탁할 것이 생겼소.”
슈 윤은 무릎을 꿇고 오주타이를 우러러봤다. 용의 뒤편에는 창에서 모든 것을 지켜보는 콴의 모습이 있었다. 슈 윤은 고개를 끄덕였고, 콴은 깊게 읍했다.
“나를 죽이시오,” 슈 윤이 말을 이었다. “용을 살해한 것을 증명하는 문신이 새겨진 자를 모조리 죽여야 한다면, 그래도 좋소. 내 목숨은 당신의 것이오. 하지만, 서로 누군가의 스승인 입장에서 당신에게 부탁하겠소......우리 부족은 살려주시오.”
오주타이는 용의 언어로 몇 음절을 외쳤다. 그러자 오주타이의 옆에는 슈 윤이 본 적이 없는 옷을 입은 에이븐 한 마리가 내려앉았다. 오주타이의 통역인 듯한 에이븐은 오주타이의 말을 인간의 언어로 해석했다:
“용군주님은 당신의 제안을 받아들이셨다.”
오주타이는 입을 열었다. 거기서 뿜어져 나온 냉기는 빙하의 심장과도 같은, 한 세상의 끝이었다.
제스카이의 칸은 쓰러졌다.
콴은 자신의 스승이 탄원하는 자세로 얼음이 되어 죽는 것을 지켜봤다. 한 때 스승은 ‘부족에게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개인은 없다’라고 말한 적이 있었지만, 그 말을 한 스승은 누구보다도 제스카이의 핵심이라고 여겨지는 자였다.
야소바, 알레샤, 그리고 레이한은 힘을 합쳐 맞서 싸웠다. 레이한은 쓰러질 때까지 자신의 병사들과 함께 싸웠고, 결국 실룸가르가 직접 레이한을 쓰러뜨렸다. 야소바와 알레샤는 알레샤의 경호원들과 함께 작은 배에 탑승했다. 콴은 그들이 용들의 추격을 따돌리는 것을 지켜봤다. 테무르의 마법과 마르두의 궁술은 많은 용들을 살해했고, 그들은 결국 호수의 저편, 그리고 소금길에 인접한 지역으로 가는 데 성공했다. 그 시점에서 이미 전투는 끝나있었고, 콴은 자신이 아무 것도 한 게 없음을 인지했다. 그는 예술가이자 역사가였지, 전사가 아니었다. 그의 역할은 이 모든 걸 지켜보는 것이었다.
실룸가르와 그의 용들 역시 모습을 감췄다. 용과 인간의 싸움이 끝나자마자 오주타이의 용들이 그들을 쫓아낸 것이었다. 콴은 어렴풋이 실룸가르의 용 중 한 마리가 인간 한 명을 데리고 가는 것을 목격했다.
앞뜰에는 제스카이 승려와 병사들이 무기를 버리고 고대룡 오주타이의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있었다. 콴 역시 서둘러서 그곳으로 향했다.
콴은 너무나도 큰 오주타이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콴은 슈 윤과는 달리, 용과 직면해본 경험이 없었다. 그는 스승의 얼어붙은 시체 옆에서 엎드렸다. 오주타이는 몇 마디를 외쳤다.
“위대한 오주타이님께서는 제스카이는 이제 없다고 말하셨다,” 에이븐 통역관이 말했다. “네놈들의 칸, 그리고 네놈들의 성채 중 하나는 이제 사라졌다. 나머지 성채들도 이처럼 될 것이니라. 위대한 오주타이님께서는......”
에이븐은 순간 멈칫한 후, 말을 이었다.
“이 자를 비롯한 모든 사망자의 시체는 별다른 의식 없이 내버린다. 그리고..... 유령불꽃 전사의 문신이 새겨진 모든 자들을 죽이라고 명하셨다.”
집결된 자들로부터 분노의 속삭임이 들렸지만, 그들은 이미 용들에게 포위된 상태였다.
오주타이는 다시 용의 언어로 말했다.
“네놈,” 에이븐은 콴을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 “네놈은 서기관인가?”
콴은 먹으로 범벅된 자신의 손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위대한 오주타이님께서는 네놈에게 임무를 주셨다. 오늘 부로, 부족도 칸도 없다. 이 단어들을 입 밖에 내는 것 역시 금지되었노라. 네놈들의 기록된 역사와 모든 문서를 찾아, 부족들의 명칭이 보이는 대로 제거하라. 네놈들의 역사는 오늘로부터 시작된 것이다.”
콴은 오주타이의 눈을 우러러봤다. 그가 오늘 적은 것을, 과연 슈 윤은 어디에 숨긴 것이었을까? 콴은 누군가가 그것을 발견하고, 그 자가 그 기록을 안전하게 보관해주기를 조용히 빌었다.
“존명.”
타시구르는 분노에 치를 떨었다.
실룸가르는 궁전에 도착해, 공간이 좁은 곳은 벽을 무너뜨리면서까지 자신의 비대한 몸뚱이를 비집어 넣었다. 그 다음에 왕좌, 자신의 왕좌를 그것이 있어야 할 자리인 대강당으로 가져온 후, 그것을 둘러싸고 누워서 잠이 든 것이었다. 실룸가르의 입에서는 침이 흘러내려, 왕좌의 화려한 장식을 부식시키고 있었다. 저딴 용 중 하나의 손아귀에 들린 채 디르구르에서 운반된 것도 불쾌했지만, 자신의 궁전에서 자신이 제일 소중히 여기는 왕좌를 일어나지도 않은 채 망가뜨리는 걸 보자 타시구르는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타시구르를 배신하고 실룸가르에게 붙은 배신자 나가, 시디키가 실룸가르의 옆에서 그를 보좌했다. 타시구르는 거리를 유지했지만, 인내심이 바닥나고 있었다.
“당장 그를 깨워! 할 말이 있다!”
“닥치거라, 버러지야,” 시디키가 매우 흡족한 목소리로 답했다. “실룸가르님은 자신이 원하는 때에 취침하시고 기상하시며, 누가 자신을 깨우는 것을 몹시 싫어하신다.”
“당장 깨우라고!” 타시구르가 소리질렀다. “나에게 가장 눈에 잘 띄는 자리를 약속했잖아! 이......이런 침공에는 동의한 적 없단 말이다!”
실룸가르가 움직였고, 시디키는 실룸가르의 발톱이 닿지 않을 곳으로 몸을 옮겼다. 실룸가르는 기상할 때 성질이 매우 고약했기 때문이다.
실룸가르는 한 눈을 뜨고 용의 언어로 몇 마디를 말했다. 시디키가 그에 답하자, 실룸가르는 다시 몇 마디를 추가했다.
“용군주님이 무례를 용서해달라고 하신다,” 시디키가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자네의 말대로, 눈에 잘 띄는 자리를 주겠다고 하셨지.”
뭔가 잘못되었어, 타시구르는 생각했다. 저 작자가 너무 기분이 좋아 보이잖아?
타시구르는 몸을 돌렸지만, 이미 좀비 하수인 셋이 그를 둘러싼 후였다. 두 마리는 그의 팔을 붙잡았고, 나머지 한 명은 타시구르의 목에 황금으로 새겨진 목걸이를 채웠다. 목걸이에는 도금된 사슬이 연결되어 있었고, 시디키는 그 사슬의 끝을 실룸가르에게 전달했다.
“나에게 이럴 수는 없다!” 타시구르가 외쳤다. “우린 협약을 맺은 사이야! 나는 칸이란 말이다!”
실룸가르가 포효하며 사슬을 사납게 잡아당겼고, 타시구르는 바닥에 굴렀다.
시디키는 타시구르만이 들을 수 있도록 자세를 낮췄다.
“용군주님이 말씀하신다,” 시디키가 말했다. “이제 칸이란 없다. 그 단어를 다시 입에 담는 순간, ‘고통’이란 단어가 얼마나 다양한 의미로 사용될 수 있는지 직접 체험하게 해주겠다, 구더기 같은 놈.”
타시구르는 몸을 일으켜 세우려 했지만, 실룸가르는 사슬을 자신의 팔에 감으면서 타시구르를 자신 쪽으로 끌어들였다. 어느새 타시구르는 용의 발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있었다. 실룸가르의 산성 타액이 그의 옆을 지나갔다.
실룸가르는 만족스러운 듯 크릉거렸다.
시디키는 또다시 타시구르만이 자신의 말을 들을 수 있도록 몸을 숙였다.
“용군주님은 이곳이야말로 우리가 약속한 눈에 잘 띄는 자리라 하신다.”
시디키는 다시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타시구르, 네놈은 용군주님이 가지신 최고의 전리품이니까.”
다가타르는 편지를 읽은 후, 확실하게 하려는 듯 편지를 한 번 더 읽었다. 그 다음 그는 편지를 정확히 절반으로 접었다. 그의 탁자 위에 있는 등불이 순간 희미하게 흔들렸다.
레이한은 다섯 칸의 정상회담으로 추정되는 곳에서 목숨을 잃었다. 다른 사람도 아닌, 테무르의 칸 야소바가 전해온 소식이었다. 레이한이 다른 두 명의 칸의 목숨을 구하면서 전사했다는 소식을 전달할 필요를 느꼈다니. 그 야소바가!
그건 자네였어야 했어, 다가타르의 머릿속에 있는 목소리가 악의에 찬 말투로 속삭였다. 하지만 조상의 추억은 깨진지 오래였다. 이것은 단지 자신의 죄책감이었음을 다가타르는 알고 있었다.
그는 접은 편지를 등불 옆에 놓았다.
“베릴!”
그가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갈색 털을 가진 아이녹 병사 한 명이 다가타르의 천막으로 들어왔다.
“부르셨습니까?”
“용군주님에게 다음과 같이 전달하도록.” ‘아브잔’과 ‘칸’은 입에 담아서는 안 되는 ‘잊혀진 단어’로 분류되어있었으므로, 다가타르는 그들이 사용하는 암호와 같은 문구로 소식을 전했다.
“저항군 지도자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다가타르는 말하며 깊게 한숨을 쉬었다. “지금 행동한다면, 나머지 저항군의 항복을 받아내거나......그들을 몰살시킬 수 있다고 용군주님에게 전하도록.”
베릴은 순간 다가타르를 응시했다. 다가타르를 섬긴지 매우 오래된 베릴은, 다가타르가 자신이 내리는 명령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었다.
“알겠습니다, 주군.”
천막이 닫혔고, 다가타르는 다시 탁자 앞에 앉았다. 그는 편지를 쥐어 등불에 닿게 했고, 비통한 소식을 전달한 편지가 불타 없어지는 것을 조용히 지켜봤다. 마음속으로 다가타르는 이제는 금지된 기도, 한때 자신이 수많은 병사들 앞에서 우렁차게 외쳤던 그 기도를 읊었다. 그것은 망자를 위한 기도, 죽은 자들의 영혼이 안식을 찾을 수 있기를 기원하는, 소박한 희망의 기도였다.
레이한의 영혼이 안식을 찾을 수 있는 곳이 과연 있기는 할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알레샤는 가능한 한 속도를 내어 질주했다. 그의 옆에는 두 경호원이 속도를 맞춰 함께 질주하고 있었다. 벌판 반대편에서도 볼 수 있도록, 알레샤는 자신의 깃발을 휘날리며 달렸다.
그들 앞 어딘가에는 지속적으로 움직이는 마르두 부족이 있을 것이다. 마르두 부족, 알레샤 자신의 부족. 마지막 희망을 쫓아 부족조차도 버리고 왔었지만, 그 실낱같은 희망은 용들이 건드리는 모든 것과 같이 한줌 잿더미로 변해버렸다. 알레샤는 타시구르를 저주했고, 그 자가 탈출했다는 것을 저주했으며, 어쩌면 그 자에게 칼을 꽂아 넣을 기회조차도 없을지도 모르는 현실을 저주했다.
먼 거리에는 폭풍이 생성되고 있었다. 적색과 자주색 번개가 하늘을 갈랐으며, 이미 구름 속에는 용들의 형상이 보였다. 폭풍들은 전에 비해 너무나도 자주 일어났으며, 폭풍이 일어날 때마다 용들의 숫자는 늘어가기만 했다.
드로모카에게 무릎을 꿇은 다가타르. 실룸가르와 모종의 거래를 한 타시구르. 헤어지기 전에 아타르카와 거래를 할 것이라고 말한 야소바. 그리고 오주타이가 성채 하나를 함락시켰으니, 역시 용들에게 무릎을 꿇게 될 제스카이. 칸들은 쓰러져가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 사람들은 살아있었다.
부족들은 죽어가는 게 아니었다. 변하고 있는 중이었다.
“마르두 부족이 용에게 무릎을 꿇을 것이라 생각하나?” 알레샤가 허공에 외쳤다.
그의 오크 경호원인 자군 윙메이트가 안장에서 몸을 돌렸다.
“마르두는 무릎을 꿇지 않습니다,” 그가 말발굽 소리 위로 외쳤다. “하지만 그들은 주군이 가는 곳으로 따라갈 것입니다. 그곳이 어디가 되던 말입니다.”
알레샤는 용의 수하가 되느니 차라리 죽고 싶었다. 자신이 죽는 것은 알레샤에게 그렇게 큰 문제는 아니었지만, 자신의 부족, 마르두의 문화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저쪽을 보십시오,” 알레샤의 다른 경호원인 도신 아이피어서가 뒤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는 알레샤보다 겨우 몇 살이 많은 과묵한 여자였으며, 예리한 눈과 확실한 실력의 소유자였다.
알레샤는 고개를 돌리고, 그것을 보았다.
벌판 위로 거대한 그림자가 질주해오고 있었다. 얼마나 땅에 가깝게 나는지, 전사가 투창을 하나 던지면 맞출 수 있을 정도였다. 물론, 그렇게 했다면 그 전사는 다음 순간 잿더미가 될 것을 각오해야겠지만. 그것의 뒤에는 번개가 파직거리면서 대지가 불탔다. 세상에서 제일 빠른 존재, 죽음의 그림자 그 자체, 콜라간이었다.
그리고 콜라간은 그들 바로 위로 지나갈 기세였다.
“진형!” 알레샤가 외쳤다. “무장하라!”
군마 세 마리가 일제히 방향을 돌렸다. 알레샤와 도신은 활에 화살을 메겼고, 자군은 거대한 창 한 자루를 손에 쥐었다.
콜라간은 그들을 보지 못한 듯 했다. 그는 폭풍을 향해, 자신의 새로운 수하들을 반기고 그의 위력을 과시하기 위해 질주하고 있었다. 마상의 세 전사 따위는 콜라간의 관심 밖이었다.
“대기,” 알레샤가 말했다. “내 신호를 기다려라.”
그러자 콜라간은 주름을 펼쳤고, 포효하며 방향을 바꿔 세 명의 전사를 향해 돌진했다.
근접할수록 콜라간은 더욱 커졌다. 콜라간은 그들을 향해 돌진하면서 몸을 뒤집어, 세 명의 전사를 응시했다. 그들에게 다다르기도 전에 그들을 잿더미로 만들 수 있는 벼락을 머금은 콜라간의 입은 벌어져 있었다. 알레샤는 활을 가누며, 명령을 내릴 준비를 했다.
둘의 눈이 마주쳤다. 한 순간, 시간이 멈춘 것과도 같았다.
콜라간의 입이 닫혔고, 알레샤도 활을 내렸다. 다음 순간, 콜라간은 그들을 지나쳐있었고, 먼지를 날리며 폭풍으로 계속해서 날아가고 있었다.
“명령을 안 내리시다니요,” 도신이 말했다. “명중시킬 수 있었습니다.”
알레샤는 말머리를 들려, 멀어져가는 콜라간의 모습을 응시했다.
“이제 이해가 되네,” 그가 말했다. “다른 용들은 부족들을 통치하고자 하네. 그들은 우리가 그들을 섬기고, 그들 앞에서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길 바라지.”
알레샤는 안장에 고정된 자신의 군기를 빼든 후, 땅에 그것을 던졌다.
“콜라간은 통치에는 관심이 없네. 원한다면 마르두 부족의 칸을 한 순간에 없애버릴 수 있었고, 그도 그걸 알고 있었어. 하지만 난 여전히 살아있지.”
“무슨 말씀을 하시려는 겁니까?” 도신이 물었다.
“우린 무릎을 꿇을 필요가 없어,” 알레샤가 웃으며 말했다. “단지 뒤처지지만 않으면 돼.”
자군은 웃지 못했다.
“전 그렇게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여기서는 내가 통치한다,” 알레샤가 말했다. “따라오든 말든, 자유다.”
알레샤는 말의 옆구리를 차서 앞으로 달려갔다. 일순간의 망설임 이후, 그의 경호원들도 그를 따랐다.
말을 탄 세 명의 전사들은 사악한 번개와도 같은 콜라간의 뒤를 쫓았다. 그들이 멈췄던 자리에는 마르두 부족의 칸을 상징하는 깃발이 쓰러져 있었다.
야소바 용발톱은 거대한 매머드의 시체를 끄는 수레 옆에서 천천히 걸었다. 신선한 피 냄새가 오감을 지배했다. 야소바는 자신의 검치호 안친을 한 손으로 통제했다. 매머드 시체를 끌어오기 전에 가능한 한 많은 순록고기를 먹였었지만, 안친의 모든 본능은 아마도 그로 하여금 아직 따뜻한 매머드 시체에 고개를 파묻고 배가 터지도록 포식하라고 말하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매머드는 그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 야소바가 그 시체로부터 가져간 것은 자신이 조심스레 잘라낸, 매머드 엄니의 끝부분이었다.
야소바와 그의 소수 정예 부대는 산속으로 매머드의 시체를 끌고 갔다. 그들은 아타르카의 거주지인 아야고르 계곡으로 향하고 있었다. 용들이 수레를 맴돌고 있었고, 야소바는 필요하다면 그들과 싸우기 위해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하지만 아타르카의 사냥지역을 존중하는 듯, 그들 중 한 마리도 착륙하지는 않았다.
끌고 가는 생고기와 그들을 둘러싼 용들 때문에 예민해진 듯한 크루쇽들은 수레를 끌면서 으르렁거렸다. 야소바를 따라온 전사들 역시 기분이 좋지 않은 건 마찬가지였다.
그들 앞에 아야고르 계곡이 펼쳐졌다. 저편에는 불탄 뼈가 엄청나게 쌓여 있었다. 그 다음 순간에 태양 위로 거대한 그림자가 지나갔고, 거대한 몸집의 아타르카가 산사태처럼 그들 앞에 착륙했다. 아타르카의 몸에서는 열기가 뿜어져 나왔으며, 불길을 토해내는 입은 반쯤 열려 있었다. 안친은 으르렁거렸다.
야소바는 안친의 목덜미를 잡아 그를 따라오게 했다. 야소바는 자신과 같이 온 전사들과 함께 왔던 방향으로 달렸고, 안친이 그들의 뒤를 따랐다. 그들은 거대한 바위 뒤에 숨어, 상황을 지켜봤다.
아타르카는 이 희한한 광경을 보고 잠시 멈춘 후, 엄청나게 포효하며 입에서 불길을 뿜었다. 아타르카의 불길은 크루쇽들을 순식간에 죽였고, 매머드 시체를 익히는 동시에 수레를 불태워버렸다. 그 다음에 아타르카는 맴머드를 사납게 물어뜯으며 포식했고, 다 먹은 후에는 크루쇽들의 시체를 먹어치웠다.
아타르카가 어느 정도 배가 부른 듯한 느낌이 들자, 야소바는 무기를 들지 않은 채 바위 뒤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아타르카가 고개를 쳐들었다. 입은 매머드의 피로 얼룩져있었다. 그는 야소바를 굶주린 눈빛으로 쳐다본 후, 입을 열었다.
야소바는 얼마 남지 않은 매머드의 시체를 가리킨 후, 자신의 팔을 넓게 벌렸다.
“아타르카여!” 야소바가 말했다. “난 더 이상 싸우고 싶지 않소. 싸우는 것에는 지쳐버렸소. 방금 그것은 우리가 바치는 헌상품이오. 우리의 목숨을 살려주신다면, 이와 같은 것을 계속 바치겠소.”
아타르카는 잠깐 머리를 갸우뚱한 후, 포효하며 크루쇽들을 먹어치우는데 집중했다.
“가도 되는 것 같군,” 야소바가 말했다. 그는 전사들을 이끌어 계곡을 떠났다.
그들은 아무런 말없이 용들로부터 숨기 위한 근거지로 사용했던 동굴로 돌아왔다. 누군가가 불씨를 지폈다. 야소바는 자신이 잘라낸 상아 조각을 꺼내, 작은 칼로 아까부터 하던 세공 작업을 재개했다.
“우리가 아타르카와 맞서 싸우는 것보다 그를 위해 사냥하는 것을 선호한다는 걸 언제쯤 이해할지는 모르겠군,” 야소바가 말했다. “그리고 다른 용들에게 우리를 먹지 말라고 명령할지도 모르겠고. 뭐, 일단 이렇게라도 해야지.”
“정말 이렇게 하는 것이 최상입니까?” 자신의 전사 중 한 명이 물었다. 때묻지 않은 얼굴을 가진, 예란이라는 이름의 젊은 전사였다.
“아니,” 야소바가 대답했다. “하지만 옛 방식대로 살아간다면 우린 확실히 몰살당했을 거야.”
작업을 마친 야소바는 상아 조각을 들어올려, 불빛을 사용해 그것을 살펴봤다. 매우 단순한 조각품으로, 조악한 그림과 주술사들의 룬을 사용해 몇 명의 사람들이 아타르카에게 고기를 헌상하는 모습을 표현하고 있었다. 야소바는 몸을 일으켜, 이미 그곳에 있던 다른 상아 조각 옆에 새로 새긴 상아 조각을 놓았다. 그것은 용의 날개를 가진 인간의 그림이었다. ‘칸’을 상징하는 룬이 두 번 새겨져 있었고, 그림 속 남자는 용 폭풍 아래 서있었다.
“미래는 정해져 있지 않다,” 야소바가 말했다. “우린 함께, 하루하루 미래를 만들어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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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멋지십니다^^d
와 재밌게 잘읽었습니다. 스토리와 함께 카드를 보니 새롭네요 앞으로도 잘부탁드립니다
하라는 게임은 안하고... 스토리 번역 퀄리티 지림
이거 읽고 칸블럭 카드들 다 보고있는데 지리네요 ㅋㅋ
와 이거 번역수준이 ㅎㄷㄷ 하군요. 정말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원문으로 읽을때보다 훨씬 맛깔지군요. @_@bbb
스토리번역 감사합니다^-^
번역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아타르카 귀엽네요. 갸웃 ㅋㅋㅋ
외국에서는 다른 용들은 뭔가 멋진데, 아타르카는 무슨 뚱뚱하고 먹성 좋은 암소 아니냐고 빈정대더군요 ㅋㅋ
번역 감사합니다. 칸 쪽 스토리는 읽으면 읽을수록 샤르칸이 정말 나쁜놈인것같네요. 인간들이 용의 하수인이 되다니 ㅠㅠ
와 진짜 재밌게 봤습니다^^
슈 윤은 읍하며 알레샤를 맞았다. “제스카이의 대표로서 당신을 환영합니다.” 크아 이부분 읽는데 소름 돋음 ㅋㅋㅋㅋ
사르칸개객끼
멀티버스의 평화를 위해선 어쩔수 없었겠지만 타르커의 부족들에겐 끔찍한 재앙...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번역 퀄리티가 흠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