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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괴테의 <파우스트>와 미셸 카레의 <파우스트와 마르그리트>
대본 쥘 바르비에, 미셸 카레
초연 1859년 파리 리리크 극장
배경 16세기경 독일의 어느 마을
<2011 뉴욕 메트 / 오페라 173분 + 인터뷰 13분 / 한글자막>
뉴욕 메트 오케스트라 & 합창단 연주 / 야닉 네제-세겡 지휘 / 데스 맥커너프 연출
파우스트 박사.......철학자..................................요나스 카우프만(테너)
메피스토펠레스.....악마.....................................르네 파페(베이스)
마르그리트...........시골 처녀..............................마리나 포플라프스카야(소프라노)
발랑탱.................군인, 마르그리트의 오빠..........러셀 브라운(바리톤)
시벨....................마르그리트를 사랑하는 학생.....미켈레 로지에르(메조소프라노)
바그너.................학생, 발랑탱의 친구................조너선 베이어(바리톤)
마르트.................마르그리트의 이웃 주민...........웬디 화이트(메조소프라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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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덕션 노트 ===
가곡 ‘아베마리아’로 유명한 샤를 구노의 오페라 <파우스트>는 프랑스 오페라 특유의 서정적인 음악과 화려한 볼거리로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이다.
현역 테너 중 최정상급으로 평가 받고 있는 요나스 카우프만이 파우스트역을 맡았으며, 2009년 우리나라에 내한한 바 있는 소프라노 마리나 포플라프스카야가 마르그리트 역을, 메피스토펠레 역으로 정평이 나있는 르네 파페 등 드림 캐스팅으로 선보이는 2011년 뉴욕 메트 실황이다. 특히 토니상을 2회 수상한 데스 맥카너프의 연출로, 20세기 초 냉전시대로 배경을 옮겨와 핵물리학자로 변신한 파우스트 박사를 통한 특유의 어두운 연출로 고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였고, 야닉 네제-세겡의 우아한 관현악 리드 또한 매력적이다.
=== 작품 해설 === <다음 클래식 백과 / 정주은 글>
파우스트
구노(1818 ~ 1893)
〈파우스트〉는 19세기 프랑스 작곡가 샤를 구노가 쓴 5막의 오페라로, 괴테의 대작인 동명의 극시 중에 1부의 내용을 바탕으로 완성되었다. 파우스트 박사와 마르그리트(그레첸)의 비극적인 사랑에 초점을 맞춘 이 오페라는 서정성과 낭만성이 극대화된 19세기 대표적인 프랑스 오페라이다.
프랑스 정서로 재탄생한 <파우스트>
19세기 낭만주의 문학 시대를 열었던 괴테의 작품은 여러 예술가들에게 창작의 소재로 사용되었다. 특히 괴테의 시와 소설은 독일 예술 가곡과 오페라를 비롯해 음악의 여러 장르에 걸쳐 걸작들을 탄생시켰는데, 그 중에 대표적인 작품이 바로 극시 《파우스트》이다. 15세기경에 실존했던 연금술사를 모델로 한 인물인 파우스트는 1587년 그에 대한 전설이 처음으로 책으로 출판되었다. 괴테는 1774년에 이 전설을 바탕으로 쓴 극시의 초고를 발표한 후 60여 년에 걸친 작업 끝에 1808년에야 1부 마르그리트와 2부 헬레네로 이루어진 극시 전체를 완성했다. 이성과 본능, 쾌락에 대한 동경과 순수한 영혼의 구원 등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은 괴테의 필생의 역작인 《파우스트》는 여러 음악가들에게 창작의 영감을 제공했는데,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베를리오즈의 〈파우스트의 겁벌〉, 바그너의 〈파우스트 서곡〉, 리스트의 〈파우스트 교향곡〉, 보이토의 〈메피스토펠레〉 등이 있다. 또한 슈베르트의 〈물레 잣는 그레첸〉과 무소륵스키의 〈벼룩의 노래〉 같은 가곡 또한 파우스트에 등장하는 장면을 묘사한 곡들이다.
이렇게 많은 작품을 탄생시킨 《파우스트》 극시를 원작으로 한 샤를 구노의 오페라는 인간의 본성에 대한 심오한 성찰을 다룬 원작의 2부 대신 파우스트 박사와 그레첸의 사랑에 초점을 맞춘 1부의 내용만을 가지고 오페라를 만들었다. 이해하기 어려운 철학적 소재들을 배제하고, 남녀 간의 사랑과 배신, 갈등과 복수 등 대중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내용들로 스토리를 구성해서 낭만적인 오페라로 탄생시켰다. 그러나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구노의 〈파우스트〉는 독일 사람들에게 괴테의 원작을 통속적인 연애담으로 변질시켰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한동안 독일 사람들은 이 작품을 〈파우스트〉 대신 여주인공의 이름인 〈마르그리트〉라는 별명으로 부르며 조소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했다.
19세기 프랑스 낭만성의 발현
원작의 철학적인 의미에 접근하지 못했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구노의 오페라 〈파우스트〉는 초연 당시와 그 후로도 꾸준한 인기를 얻었다. 쥘 바르비에와 미쉘 카레가 대본을 붙인 파우스트는 1859년 3월 19일 파리 리리크 극장에서 초연된 후 1893년 구노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무려 1천 회나 상연되었으며 초연 이후 꾸준한 인기를 끌면서 오늘날 비제의 카르멘과 더불어 가장 자주 연주되는 프랑스 오페라로 자리 잡았다.
파우스트에는 평생을 진리의 탐구에 매진한 철학자와 그의 영혼을 탐내는 악마 메피스토펠레스, 파우스트에게 순수하고 헌신적인 사랑을 보여주는 마르그리트(그레첸) 등 뚜렷한 개성과 상징성을 지닌 인물들이 등장하며 그들의 성격은 이들이 부르는 노래를 통해 표현된다. 그 밖에 도시의 광장에서 부르는 학생들의 유쾌한 합창이나 마을 소녀들이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르는 장면 등은 우아함을 강조한 프랑스의 서정적인 오페라의 전형적인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구노의 〈파우스트〉의 음반으로는 프랑스 지휘자인 앙드레 클뤼탕스가 지휘한 파리 국립 가극장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있으며 니콜라이 게다, 빅토리아 데 로스 앙헬레스 등 20세기 전설적인 연주자들의 목소리가 담겨 있다.
줄거리와 주요 음악
노학자 파우스트는 인생에 회의를 느끼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는 찰나,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와 거래를 해서 젊음을 찾고 대신 저승에서 영혼을 넘기기로 한다. 젊음을 되찾은 파우스트는 악마가 환영으로 보여준 아가씨, 마르그리트를 찾기 위해 길을 떠난다.
군대에 입대하는 청년 발렌틴은 친구 지벨에게 여동생 마르그리트를 부탁한다. 청년들이 함께 있는 술집에 나타나 메피스토펠레스가 청년들의 점을 봐주며 마르그리트 이야기를 하자 발렌틴은 분노하고, 결투를 청하지만 패하고 만다. 한편 춤추는 사람들의 행렬 속에서 마르그리트를 발견한 파우스트는 다가가 에스코트를 청하지만 정숙한 그녀는 거절한다.
메피스토펠레스는 파우스트를 도와주기 위해, 보석 상자를 마르그리트 집 문 앞에 두고 사라진다. 낮에 만난 파우스트가 인상에 남은 마르그리트는 집 앞에 걸린 보석 상자를 보고 공주가 된 것 같은 기분에 빠진다. 이 때 파우스트가 나타나고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진다. 깊은 밤, 파우스트는 열정을 참지 못하고 마르그리트의 방으로 뛰어 들어가고, 메피스토펠레스는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세월이 흐른 후, 파우스트는 마르그리트에 대한 사랑이 식어버렸고, 파우스트의 아이를 가진 마르그리트는 이웃들의 손가락질을 받으면서도 그를 잊지 못한다. 파우스트를 위해 기도를 드리러 교회에 간 마르그리트는 메피스토펠레스와 마주치고, 죄를 지은 몸은 지옥으로 갈 거라는 악마의 말에 충격을 받아 실신하고 만다. 전쟁이 끝나고 돌아온 발렌틴은 여동생을 임신하게 만든 남자를 향해 복수심을 불태운다. 마침내 발렌틴은 파우스트와 결투를 하게 되고, 악마의 도움을 받은 파우스트는 발렌틴을 찌른다.
오빠의 죽음에 충격을 받아 정신착란을 일으킨 마르그리트는 자신이 낳은 아이를 죽이고 감옥에 갇혀있다. 그 때 파우스트와 메피스토펠레스가 나타나 그녀를 데리고 도망치려 한다. 하지만 마르그리트는 정신이 혼미한 상황에서 천사에게 구원의 기도를 드린 후 숨을 거두고 만다. 파우스트는 탄식하고 메피스토펠레스가 심판이라고 외치는 가운데 하늘에서는 마르그리트의 영혼이 구원받았음을 알리는 음성이 들린다.
2막 메피스토펠레스의 노래, ‘황금 송아지의 노래’(Le veau d'or est toujours debout)
2막에서 메피스토펠레스가 부르는 노래로, 술집에 모인 학생들 틈에 끼어들어서 부르는 노래이다. 힘이 센 황금 송아지가 모든 인간과 신들을 굴복시킨다는 내용으로 기괴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노래와 더불어 메피스토펠레스는 인생은 즐기는 것이라며 학생들에게 쾌락을 강요한다.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의 본성을 담고 있는 이 노래는 인물의 특징을 부각시키는 독특한 분위기의 아리아이다.
파우스트의 카바티나, ‘안녕, 정결한 집이여’(Salut! Demeure chaste et pure)
마르그리트의 집 앞에서 부르는 파우스트의 서정적인 카바티나이다. 작고 소박한 오막살이이지만 은총이 넘치는 이 정결한 집에서 순결한 마르그리트의 아름다움이 탄생했다는 가사와 함께 낭만적인 선율로 사랑에 빠진 남성의 마음을 그려내고 있다. 테너와 클라리넷이 주고받는 도입부에 이어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멜로디가 등장하는 이 곡은 독립적으로도 널리 연주되는 〈파우스트〉의 가장 유명한 아리아이다.
3막 마르그리트의 노래, ‘툴레의 왕’(Il etait un Roi de Thule)
3막에서 문 밖으로 나온 마르그리트가 물레를 돌리며 옛 이야기를 읊조리는 노래이다. 그녀는 낮에 잠깐 스쳤던 청년 파우스트의 모습을 되새기며 노래를 부르는데, 옛날 툴레의 왕에게 사랑하는 왕비가 있었으나 그녀는 황금으로 만든 잔 하나를 남기고 세상을 떠나고, 홀로 남은 왕이 그녀를 생각하며 황금 잔을 가까이 했다는 내용이다. 애절하고 서정적인 프랑스 낭만이 드리워진 소프라노의 아름다운 발라드이다.
4막 3장 메피스토펠레스의 세레나데, ‘잠든 척 하는 당신 들리지 않나요?’(Vous qui faites l'endormie)
4막 3장에 등장하는 메피스토펠레스의 세레나데이다. 마르그리트에게 미련이 남은 파우스트가 그녀의 집 앞을 서성거리는 것을 비웃으며 부르는 메피스토펠레스의 이 노래는 순수한 사랑의 정서가 남은 파우스트를 조롱하는 웃음소리와 조소와 긴장감을 표현하는 현악기의 피치카토 등의 반주가 특징적이다.
마르그리트와 파우스트의 2중창, ‘아, 이것은 내 사랑의 목소리’(Ah! C'est la voix du bien-aime)
감옥에 갇힌 마르그리트와 그녀를 구출하러 온 파우스트가 재회하는 장면에서 부르는 두 사람의 2중창이다. 5막 2장에 등장하는 이 2중창은 이미 정신이 혼미한 상태에서 죽어가는 마르그리트와 그녀에 대한 사랑을 깨우치고 가슴 아파하는 파우스트의 애절한 심경이 드러나는 2중창으로 극적인 클라이맥스를 형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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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해설 === <2011년 3월 18일자 발행 네이버캐스트 / 음악평론가 이순열 글, 국립오페라단 제공>
구노, 파우스트
독일의 문호 괴테의 동명의 희곡 <파우스트>를 바탕으로 한 대본
1859년 작곡, 같은 해 파리에서 초연
독일의 대문호 괴테가 15~16세기 독일의 실존인물인 ‘파우스트 박사’의 전설에 영감을 얻어 60여년에 걸쳐 완성한 [파우스트(1부: 마르그리트, 2부: 헬레네)]는 원초적 본능의 자아와 초월적 자아의 충동, 현세적 향락과 자연탐구, 고대 그리스에 대한 동경 등을 담고 있다. 이러한 괴테의 [파우스트]는 많은 작곡가들에게 영감을 주어, 보이토의 [메피스토펠레], 부조니의 [파우스트 박사], 베를리오즈의 [파우스트의 겁벌], 오펜바흐의 [천국과 지옥] 등 여러 오페라 작품들을 낳았다. 이 중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이 1859년 발표된 구노의 [파우스트]로, 이는 괴테 원작 중 1부인 “파우스트와 마르그리트”의 내용을 요약하여 표현하고 있다.
괴테의 원작을 바탕으로 창작된 오페라
‘파우스트’는 신학, 철학, 법학, 의학 등 여러 학문을 통하여 우주의 지배원리를 깨닫지만, 백발의 노인이 된 후, 이러한 학문들의 부질없음에 회의를 느끼고 목숨을 끊으려 한다. 이때 나타난 악마 메피스토펠레스는 그에게 “젊음과 영혼의 거래”를 제안한다. 순결한 처녀 마르그리트와의 아름다운 사랑과 악마의 유혹에 갈등하는 파우스트. 그는 완전성을 추구하며 노력하지만 불가능에 절망하여 방황하는 모순된 인간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에 반해 메피스토펠레스는 고통과 삶의 의미를 부정하고, 본능만으로 현세를 살아가고자 하는 파괴적 존재로, 부정과 불신, 회의와 소멸 등을 상징한다.
이 둘의 대립 가운데, 순수하고 깨끗한 영혼을 지닌 마르그리트는 파우스트와의 순수한 사랑의 결과로 임신을 하고 아기를 낳는다. 여성의 자기파괴적인 헌신과 인내, 그리고 무한한 희생을 대표하는 그녀는 파우스트를 성적 향락에 빠뜨리기 위한 대상으로 악마에게 이용당하지만, 순결하고 신성한 그녀의 순수함으로 천상의 구원을 받게 된다.
1막 파우스트의 서재
‘파우스트’는 신학, 철학, 법학, 의학 등 모든 학문을 섭렵하지만, 백발의 노인이 된 후, 이러한 학문들의 부질없음에 괴로워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한다.(‘공허해! 내가 던진 모든 질문들이’) 이때 나타난 악마 메피스토펠레스는 그에게 젊음과 영혼의 거래를 제안한다.
2막 성문 앞의 시장 거리
화려하고 떠들썩한 축제 분위기 속에 마르그리트의 오빠 발랑탱은 군입대를 앞두고, 자신의 동생을 친구 시에벨에게 부탁한다.(‘고향을 떠나며’) 이 때 메피스토펠레스가 세상은 황금이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는 ‘금송아지의 노래’를 부르며 등장하여 마르그리트에 관한 불길한 예언을 한다. ‘가벼운 산들바람처럼’ 합창이 울리는 가운데 마르그리트를 기다리는 파우스트. 그녀에게 말을 걸어보지만 퉁명스러운 반응이 되돌아올 뿐이다.
3막 마르그리트의 집 정원
한편, 마르그리트를 흠모하는 시에벨은 악마의 불길한 예언을 걱정하며 그녀에게 전할 꽃을 어루만지며, ‘꽃의 노래’를 부른다. 이후 등장한 파우스트는 그녀의 집 앞에서 이 오페라에서 가장 유명한 ‘정결한 집’을 부르며, 메피스토펠레스와 함께 보석상자를 그녀의 집 앞에 두고 사라진다. 마르그리트는 물레 앞에 앉아 실을 감으며 ‘툴레의 노래’와 함께 자신에게 말을 걸었던 남자를 떠올린다. 이때 꽃과 보석상자를 발견한 그녀는 '보석의 노래'를 부르며 보석의 아름다움을 찬탄한다. 이때 나타난 파우스트는 자신의 사랑을 고백하고, 둘은 ‘오! 사랑의 밤이여!’를 노래하며 사랑을 약속한다.
4막 마르그리트의 방
파우스트의 아이를 임신한 마르그리트. 전쟁에서 돌아온 발랑탱은 여동생의 순결을 앗아간 파우스트에게 복수를 하려하지만, 메피스토펠레스에 의해 죽음을 맞이한다. 악마의 합창을 뒤로, 마르그리트는 죄의식에 쓰러지고 만다.
5막 발프르기스의 밤
마녀들이 하르츠 산맥 브록켄 산정에 모여 축제를 펼친다. 악마들의 합창이 이어지는 가운데, 마녀들이 요염한 춤으로 파우스트를 유혹한다. “누비아 여인의 춤”, “클레오파트라와 금잔”, “트로이의 여인들” 등 아름답고 경쾌한 7곡의 발레곡이 파우스트를 도취시키는 가운데, 마르그리트의 환상이 나타난다. 오빠의 죽음과 파우스트의 배신으로 정신이상이 되어 아기를 죽이고 감옥에 갇힌 마르그리트. 파우스트는 감옥으로 그녀를 찾아가 함께 즐거웠던 옛날을 회상하며 2중창을 부른다.
새벽이 다가오고 탈출을 재촉하는 메피스토펠레스와 하늘의 구원을 바라며 죽어가는 마르그리트. 그리고 파우스트가 장중하게 ‘천사는 순수하며 찬란하도다’를 부른다. 아름다운 선율 뒤로 마르그리트가 숨을 거두고, 천사들에 의해 그녀의 영혼이 구원되는 가운데 파우스트도 자신을 반성하며 천상으로 구원되어 올라간다.
1) 전세계적 인기를 끌고 있는 프랑스의 서정극 Faust
이탈리아 오페라의 세계적인 명성에도 불구하고, 구노의 [파우스트]는 비제의 [카르멘]과 함께 가장 자주 공연되는 대표적 프랑스 오페라의 하나이다. 가령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는 1883년 이래 750여 회나 공연할 만큼 파우스트를 사랑해왔고, 2011-2012시즌은 맥커너프(Desmond McAnuff : 1962~ ) 연출의 파우스트를 계획하고 있다.
1859년 프랑스 테아트르 리리크(Theatre Lyrique)에서 초연된 구노(Charles-François Gounod, 1818~ 1893)의 파우스트는 비록 초연은 실패로 끝나고 말았지만, 몇 번의 개정작업을 통해 1869년 파리 오페라하우스(Le Palais Garnier)에서 재공연되었을 때는 1막 마지막의 왈츠장면, 2막 거리의 축제장면, 5막 발푸르기스의 향연에 화려한 발레 장면을 보강하여 “그랜드 오페라”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되었다. 이리하여 1893년 구노가 세상을 떠났을 때는 무려 1천회나 거듭되는 놀라운 공연기록을 남겼으며, 그 후 인기는 프랑스에 국한되지 않고, 영국, 이탈리아, 미국 등 전세계로 뻗어나갔다.
2) 왜? 파우스트는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을까?
파우스트는 단순히 젊음을 얻으려고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을까. 잃어버린 젊음을 되찾는다는 것은 우리들이 살아 온 시간을 역류시키려는 작업이다. 지난 한 두 세기를 통해, 인간은 더욱 안락해지고, 더욱 큰 쾌락을 즐기기 위해 자원을 고갈시키고, 소비가 미덕이라고 외치면서 게걸스럽게 자연을 갉아먹고, 인간 홀로 살아 남기 위해 모든 것을 파멸로 이끌어 왔다. 카슨(Raechel Carson)이 피를 토하면서 봄의 침묵 (Silent Spring)을 경고했는데도 자연은 대량 멸종(mass extinction)의 막다른 골목으로 휘몰리고 있다. 이 잘못 돌아가고 있는 시간을 설령 후세를 팔아서라도 누군들 되돌리고 싶지 않을 것인가? 이 시간을 되돌려 새롭게 얻은 삶에서 우리는 지금까지의 비극을 다시 되풀이할지도 모르고 우리의 구원일 수도 있는 마르그리트를 무참히 짓밟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도 우리는 막다른 골목 앞에서 여전히 시간을 되돌려 보고 싶다는 유혹을 뿌리치기 어렵다. 우리는 지금 모두 파우스트적인 절박한 상황에 휘몰려 있다. 3) 우리의 귀와 눈을 현혹시키는 유려한 아리아와 발레장면 [파우스트]는 카루소의 데뷔 음반을 장식했던 ‘정결한 집’과 같은 서정적인 아름다움으로 충만한 노래가 있는가 하면, 조상의 영원한 영광을 노래하는 ‘병사들의 합창’을 비롯해서 성 체칠리아 미사곡을 연상시키는 장중한 합창이 무대의 열기를 더욱 끓어오르게 하고, 휘황한 색채와 육체의 율동이 물결치는 발레 장면으로 우리의 눈을 현혹시키기도 한다. 그지없이 청순한 여인으로 그려지면서도 탐욕 앞에서는 눈이 흐려져 버려 ‘마르그리트, 너 마저!’라는 탄식을 자아내게 하는 ‘보석의 노래’도 우리를 사로잡지만, 베이스의 저력을 한껏 뽐내는 ‘금송아지의 노래’도 극적인 긴장감을 더욱 고조시킨다. 그리고 우아함과 섬세함이 살며시 나풀거리는 반음계의 교태스러움과 뒤섞이기도 하고, 육감적이고 세속적인 관능미가 종교적인 숭고함으로 승화되기도 한다. 이렇듯 상반되는 여러 세계가 뒤엉키다가 마침내는 영롱한 하프와 함께 울리는 천상의 합창이 구원의 빛으로 무대를 가득 채운다. --------------------------------------------------------------------------------------------------------------------- === 작품 해설 === <2010년 5월 12일 네이버캐스트 / 고 안동림 교수 글> 내 마음의 아리아 금송아지의 노래 구노 <파우스트> 이 오페라는 처음 대사(臺詞)가 있는 오페라 꼬미크(opéra comique, 오페라 코미크)였다. 그 후 구노(Charles-François Gounod, 1818-93)는 대사 부분을 오케스트라의 반주가 붙은 레치타티보로 고쳐 썼다. 유명한 발레의 에피소드 ‘성 왈프루기스의 밤’장면을 추가하는 등 여러 가지 수정하여 초연부터 약 10년 뒤 지금의 그랜드 오페라 양식의 개정판을 완성했다. 이 개정판은 불란서(프랑스) 이외에서도 19세기 후반 가장 인기 있는 오페라가 되었다. 독일에서는 괴테 원작과는 비교할 수 없는 오락 작품이라 하여 제목을 [마르가레테]로 고쳤으나 인기는 대단했다. 1883년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가극장을 개관했을 때 그 기념 공연으로 이 곡이 선정되었다. 바르비에(Jules Barbier)와 까레(Michel Carré) 가 대본을 썼다. 괴테의 <파우스트>를 바탕으로 오락성을 강화한 오페라 16세기경의 독일이다. 오직 학문에만 바쳐온 일생에 지쳐 의문을 품은 늙은 화우스트(Faust, 파우스트) 박사는 자기 영혼을 젊음과 바꾸는 계약을 악마인 메휘스토휄레스(Mephistopheles, 메피스토펠레스)와 하였다. 청년이 된 그는 아름다운 거리의 아가씨 마르가리트(마르가레테)와 사랑을 나눈다. 군대에서 제대한 마르가리트의 오빠 발랑땡(발렌틴)은 여동생이 어린애를 밴 사정을 사람들의 소문으로 알고 분노하여 화우스트와 결투를 하나 결국 메휘스토휄레스의 도움을 받은 화우스트에게 목숨을 빼앗긴다. 왈푸르기스의 밤이다. 악마들의 미친 듯 광란(狂亂)하는 향연이 펼쳐진다. 메휘스토휄레스를 따라 온 화우스트는 고대의 미녀들에게 둘러 싸여 매료(魅了)된다. 그 때 나타나는 마르가리트의 환영(幻影). 그녀는 화우스트와의 사이에 낳은 아기를 죽이고 감옥에 갇혀 사형을 기다리는 몸이다. 메휘스토휄레스의 안내로 감옥 안의 마르가리트와 다시 만난 화우스트가 도망치자고 권유하지만 그녀는 거절하고 신에게 구원(救援)을 빌며 죽는다. 그리고 천사들의 합창으로 영혼이 천국으로 올라간다. 메휘토휄레스는 대천사의 칼날에 쓰러진다. 전5막의 오페라 중 제2막에 나오는 악마 메휘스토휄레스의 이 아리아는 군대에 가는 마르가리트의 오빠 발랑땡을 부추겨 신나게 술잔을 나누는 학생들 사이에 갑자기 나타나 ‘세상은 돈이면 다 된다’고 호탕하게 노래하는 쿠플레(couplet=후렴을 동반한 유머러스한 유절[有節] 가곡)이며 오페라 아리아 중에서도 손꼽히는 가수의 개성적인 역량을 과시하는 아리아이다. '금송아지의 노래' 금송아지는 끄떡 없이 서 있다; (* 부분 수회 반복) 이 작품에는 괴테의 대작(大作)을 무리하게 오페라로 만든 결점이 보인다. 그런 무리함에서 생기는 구성면의 약점과 음악적으로도 안이(安易)한 로맨티시즘으로 기운 점이 인정된다. 그러나 종교적이라고 할 만한 아늑하고 맑은 음악과 도처에 나타나는 아름다운 바이올린의 오블리가토(obbligato=조주[助奏]=아리아를 노래할 때, 반주 악기 외에 바아올린, 오보, 훌루트 등이 하는 조주)는 그러한 결점을 메우고도 남는다고 할 수 있다. 추천할 만한 음반과 DVD [CD] 끌뤼땅스(Cluytens, 클뤼탕스) 지휘, 빠리 국립 가극장 관현악단/합창단(1958) 크리스토후(Bs) EMI [CD] 쁘레트르 지휘(Pretre 프레트르), 빠리 가극장 관현악단/합창단(1978) 기어로프(Bs) EMI [DVD] 빈더 지휘, 빈 국립 가극장 관현악단/합창단/발래단(1985), 라이몬디(Bs), 켄 러셀 연출 DG [네이버 지식백과] 금송아지의 노래 - 구노, [파우스트] (내 마음의 아리아)
그를 칭송하는 그 권능 앞에,
그를 칭송하는 그 권능 앞에
이 세상 끝에서 다른 세상 끝까지!
흉악한 우상 앞에 제를 올린다,
왕과 백성들이 쩔쩔 매는,
금화의 불길한 딸랑거리는 소음,
둥글게 모여선 광란의 춤
그의 좌대 둘레에 모여 선 사람들,
그의 좌대 둘레에 모여 선 사람들!
*악마가 춤을 추며 인도한다,
춤을 추며 인도한다!*
금송아지는 신의 정복자;
영광 속에, 아무 가치도 없는,
영광 속에, 아무 가치도 없는,
괴물은 신에게 비열한 모욕을 보낸다!
그는 응시한다, 오 분노한 괴물이여!
인류를 발밑에 밟고
폭력의 쇠사슬로 내려친다,
피 속에, 진흙 속에
번쩍거리는 귀금속의 광채,
번쩍거리는 귀금속의 광채!
(* 부분 수회 반복)
끌뤼땅스가 남긴 오페라 음반 중 손꼽히는 명반의 하나이다. 끌뤼땅스는 [화우스트]의 단지 화려한 가극적인 효과만을 추구하지 않고 구노 음악 속에 깃든 아름다움을 다시 찾아내어 거기에 최고의 형태를 부여하고 있다. 바꾸어 말하면 그는 과장 없는 표현 속에 드라마의 기복(起伏)을 확고하게 유지하면서, 구노 음악의 부드럽고 우아한 표정, 서정적인 아름다움 등을 감각적인 음색과 고귀한 음악성으로 남김없이 묘사해내고 있다. 이 음반만큼 불란서 음악의 독특한 향기를 물씬 풍겨주는 연주는 지금까지 없었다. 또 가수진이 황홀할 정도로 눈부시다. 데 로스 앙헬레스의 청초한 마르게리트의 노래를 위시하여 미성(美聲) 겟다의 화우스트, 비록 불란서어의 발음은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으나 귀기(鬼氣)마저 감도는 박력 넘치는 크리스토후(크리스토프, Boris Christoff) 등, 이만큼 이상적인 캐스트를 갖추기란 앞으로도 흔치 않을 것이다.
도밍고, 기어로프, 후레니(Freni, 프레니), 알렌(Thomas Allen), 당시 최고의 출연진을 갖춘 녹음이다. 주역에 불란서인은 전혀 없지만 결점이 없는 캐스트이다. 그 중 메휘스토휄레스의 드라마틱한 역할은 슬라브계 특유의 무게 있는 목소리를 들려준다. 쁘레트르는 빠른 템포로 약간 긴 이 오페라를 조금도 지루하지 않게 들려준다.
빈 국립 가극장의 공연 실황이다. 무대는 지나치개 화려하지는 않으나 각 막마다 한 가지 뚜렷한 상징을 중심으로 세심하게 필요한 장식을 알맞게 배치하여 극적 효과를 높이고 있다. 가령 제2막 서두의 ‘금송아지의 노래’에서는 무대 중앙에 위압적인 모습의 커다란 소의 흉상(胸像)이 관중을 노려보며 앉아 있다. 두리번거리는 왕 눈의 응시는 보는 이를 섬찟하게 한다. 그 흉상 위에 올라가 악마 메휘스토휄레스는 무겁고 단호한 목소리로 “세상에는 돈이 제일이다”는 ‘황금 지상주의’를 당당하게 노래하며 그 둘레에 모여선 군인과 학생들이 중간 중간 합창으로 화답하는 장면은 인상적이다. 이렇게 각 악장마다 연출자의 치밀한 무대는 무리 없이 드라마 전체를 효과 있게 끌고 나간다. 또 악마와 미녀들의 유혹이 현란한 발레로 펼쳐지는 재4막 ‘발푸르기스의 밤’ 장면의 발레는 생략하여 전곡을 제3막 이후인 제4막, 제5막을 없애고 적당한 발레로 효과 있게 처리해서 오페라의 내용을 별로 삭제하지 않은 채 균형 있는 전3막 극으로 마무리하고 있다. 그리고 라이몬디(Ruggero Raimondi)의 메휘토휄레스와 아라이자(Francisco Araiza)의 화우스트가 위엄있는 노래로 주위를 압도한다. 마르게리트 역의 베나츠코바(Gabriela Benackova)의 가련하고 청초한 음성은 두 주역과 조화를 이루고 기타 출연진도 충분히 담당한 역할을 무리 없이 노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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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총 5막 190분짜리 장편물이며, 한글자막이 지원되지 않는 인터뷰를 제외하더라도 공연시간 173분입니다.
쉬는 시간 2회 감안하면 190분 정도 소요된다는 점, 감안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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