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출근길은 여유가 없다. 길게 늘어선 자동차 브레이크 등이 빨갛게 와 닿는다. 교차로마다 먼저 진입하려는 차들로 꼬리물기가 부지기수다. 공연히 바쁜 척 가속 페달 밟은 발에 근육의 긴장이 커진다.
강변도로는 아침 안개와 파도가 어울려 한눈을 팔게 만든다. 잠깐이나마 눈이 시원해진다. 몇 개월째 이어지는 출근길이 반갑다. 닻이 내려진 어선은 항구에 매달려 휴식을 취한다. 알록달록 색칠한 건물 외벽은 또 다른 취향의 젊은이들이 몰려든다. 햇살은 유리 너머 짤막한 팔뚝을 따갑게 만들어 숨을 것을 찾는다.
강과 바다가 만나는 지점에는 수문이 앞을 가로막는다. 덕분에 곧게 뻗은 도로가 길을 넓혀 준다. 강바람은 내려진 차창으로 후덥지근한 기운을 몰고 온다. 도착지까지는 절반 정도에 이르렀다.
도로 중앙에 자리 잡은 아름드리 포구나무는 긴 그림자를 선물한다. 순간순간의 차량흐름에 따라 아무런 감각 없이 지나친다. 오늘따라 넓은 기둥만큼이나 두 그루가 나란히 자리 잡은 큰 길가 형편이 애처롭다. 도로확장에도 아랑곳없이 버틸 수 있는 혜택은 수령과 기세 때문일 테다. 밑동을 흉폭한 톱날로 자르거나 팔다리를 묶은 듯 몸통만 남기고 새로운 장소를 찾아가는 고통은 면했다.
구부러진 6차선 도로 중앙에 버티고 선 포구나무다. 뿌리 근처에는 장정이 옮길 수 없는 크기의 바위가 나무를 에워싸 두 나무가 가깝게 어울려 있다. 도심과 부도심을 연결하는 외곽에 수많은 매연을 송두리째 안으며 긴긴 세월을 지켜 왔다. 듬성듬성 외로 꼰 새끼줄이 걸쳐져 동리를 지켜주는 성황 나무로 그 가치를 자리매김한 모양새다.
나고 자란 시골 마을 입구에는 느티나무가 자리한다. 학교에서 돌아올 때면 아, 이제 집 가까이 왔구나 하는 안도감이 따르고, 나설 때면 부모와 멀어지는 모퉁이에 서 있는 경계점이다. 매미가 목소리를 뽐내는 한여름에 큰 그늘을 만들어 잠깐의 쉼터요, 동네 이야기의 발원지이기도 하다.
수령이 400년을 넘겨 지방 보호수로 지정되는 영광이 길가에 세워지기도 했다. 아련한 유년기 꼬맹이들의 놀이터요 어른들의 정거장이다. 오일장 막걸리 몇 잔에 흥이 돋아 목청껏 유행가 자락을 불러도 어느 사람도 손가락질하지 않는 마지노선이다. 새끼줄에 묶인 채 손에 들린 갈치와 고등어는 쟁여 준 얼음이 녹아 축 늘어져 땅바닥에 닿을락 말락 한다.
장꾼들의 옷차림과 자세를 탈바꿈시키는 위대한 파수꾼 역할이 느티나무가 해낸다. 옛 기억을 더듬어 당산나무를 찾아 훌쩍 떠나고 싶다. 젊음은 뒤로 하고 나를 반겨줄 사람이 누가 있을까. 소 몰고 나무하던 허리가 굽은 노인은 세상을 떤 지 오래다. 흙먼지 날리며 골목길을 누비던 또래들은 하나둘 고향 마을을 떠나 전국 각지로 뿔뿔이 재 2의 삶을 찾아 나섰다. 나 또한 예외가 아니다.
선 산을 지키는 굽은 소나무처럼 제각기 쓰임새가 있다. 제 잘 났다고 큰소리치던 사람도 그렇지 않은 이도 세월 앞에는 차이가 없다. ‘아! 옛날이여’ 가요의 한 자락이 스친다. 서낭당 느티나무 아래 꿈을 좇던 그때가 그립다. 오랜 벗들과 막걸리 한 잔 기울이는 자리를 마련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