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며
새해 첫 촛불평화미사에서 김정훈 신부님은 NGO활동 경험에서 '그들만의 리그'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강론하셨습니다.
또한 처음으로 평신자들이 한마디씩 '릴레이 설교'를 했던 미사였습니다.
저 역시 한마디 하고 싶었던 마음이 있었지만 그보다 남들의 얘기를 더 듣고 나중에 게시판에 글을 올리겠다는 결정을 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고 나니 그 때 하고 싶었던 이야기보다 더 보태고 싶은 내용이 있네요.
오늘 이야기는 바로 '그들만의 리그' 입니다.
교우들도 잘 모르는 성명서
"정부는 최근 뉴타운개발과 개발공약으로 집값이 올라 다른 곳으로 내몰리게 된 70%나 되는 원주민이 그 지역에서 계속 살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고 앞으로는 계속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정책을 펴야 합니다."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성명서)
" - 우리 사회를 분열시키고 힘없는 가난한 사람들을 더욱 큰 고통으로 내몰리게 하는 것들에 대해 교회는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 현정부의 실용주의는 도덕성과 인간존중, 법과 질서를 무시할 뿐만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보다 부자들만을 위한 정책이기에, 양극화를 점점 더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벌써 작년 여름에 이 같은 내용으로 성명서가 두 개나 나왔습니다.
성명서 내용이 제대로 실천되었다면 작년 10월의 장한평성당 철거도 없었을 것이요, 이번 화요일의 용산참사도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실천은 고사하고 성명서 내용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면 어떻게 될까요?
여러분 위 두개의 성명서를 온라인에서 읽으신 거 아니었나요?
공중파나 주요 일간지에서 주교님들의 성명서 보신 적 있습니까?
그러면 교회 안에서는 어떻죠?
교회기관지에서도, 주보에서도 잘 안나와요. 다른 교우들도 주보에나 나와야 읽어볼 수 있지, 안나오면 잘 모릅니다.
내부단속에 주력하는 교회지도자
우리 교회에서는 벌써 수년째 배아줄기세포연구를 강력히 반대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보통의 매체에는 이 역시 잘 보도되지 않습니다.
교회기관지나 주보에서 배아줄기세포를 비판하는 기사를 접할 수 있는 것이 고작입니다.
3년 전 '황우석 사건' 때 문화방송이 '거국적' 지탄을 받은 뒤로 방송과 신문(즉, 교회매체가 아닌)에서 천주교의 반대입장이 대외적으로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미디어에서 배아줄기세포를 다루면서 "천주교의 입장은..."식으로만 나오지, 천주교에서 적극적으로 공중파와 주요 일간지를 통해 쟁점을 만들지 않고 있습니다.
천주교회에서는 신자들의 67%가 배아줄기세포연구에 반대하니까, '내부단속'에 주력하는 느낌입니다.
골방에서 복음을 속삭이는 사도들
선교부서에서 신자재교육만 하고 외교인에 대한 전교를 소홀히할 수 없듯이 교회는 때때로 대결할 각오로 불의한 세상을 고발하고 비판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선두에 교회지도자들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지금처럼 구내방송만 크게 틀어 놓고 옥외방송을 안한다고 생각하니 기가 막힙니다.
예수님은 "골방에서 귀에 대고 속삭이는 말을 지붕 위에서 외쳐라"(마태 10 ; 27)고 하셨습니다.
이는 사도들에게 하신 말씀이고 사도들의 후계자는 주교들 아닙니까?
지금 우리 주교님들은 밖에서 들리는 아우성에 귀를 막고서, 지붕 위에서 외쳐야 할 말을 골방에서 속삭이고 있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