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가의 독서법] 흑인들의 역사
토니 모리슨(Toni Morrison)
<솔로몬의 노래(Song of Solomon)>(1977)
<빌러브드>(Beloved)>(1987)
토니 모리슨은 수백 년의 역사를 가로지르는 소설에서, 역사적 상상력과 놀라운 언어 재능으로 끔찍한 노예제도와 <짐크로 법>, 그리고 이것들이 흑인 미국인의 일상생활에 지속해서 미치는 영향을 기록한다.
모리슨의 소설에서는 가슴이 미어지는 폭력 사건들이 일어난다. 달아난 노예인 세드는 자신이 노예로서 겪은 것과 같은 운명을 피하게 하려고 작은 톱으로 갓난아기인 딸의 목을 자르고(<빌러브드>), 한 여성은 마약에 중독된 아들에게 등유를 붓고 불을 지른다.(<술라>) 이런 끔찍한 사건은 이들 인물이나 이들의 가족이 앞서 겪은 비극과 관련해서만 이해될 수 있는절망에 찬 행위이다. 사실 모리슨의 소설에서 한 가지 계속되는 주제가 있다면, 과거가 가차 없이 현재를 형성하고 순수함을 짓밟으며 탈출의 선택지를 차단하고 남성과 여성, 부모와 아이들의 관계를 왜곡하는 방식이다.
윌리엄 포크너의 작품에서처럼, 모리슨의 인물에게 과거는 결코 죽지 않고 지나가지도 않는다. 포크너가 모리슨의 글쓰기에 영향을 미친 건 분명하며 랠프 엘리슨, 버지니아 울프,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그리고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민간전승 역시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모리슨은 이처럼 서로 다른 원천들로부터 온전히 자신만의 목소리를 만들어냈다. 이 목소리는 거칠고도 시적이면서, 기억과 경험을 녹여넣는 능력에서 마르셀 프루스트를 떠올리게 한다.
모리슨의 1987년 걸작 <빌러브드>는 참혹한 노예제도를 그린다. 미국의 끔찍한 역사에 관한 상세한 사실에 기초하면서도 고전 신화와 같은 울림을 갖는다. 좀처럼 잊을 수 없는 1977년 소설 <솔로몬의 노래> 는 전형적인 성장소설이다. 한 남성이 성년이 되고 거듭나는 이야기를 알레고리, 리얼리즘, 우화를 아우르는 서사로 들려준다.
모리슨의 작품에는 낯설고 초현실적인 사건이 만연하다. 유령과 저주 인형, 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천장에 매달린 뼈가 담긴 자루 등이 등장한다. 모리슨의 인물들은 환상과도 같은 이런 상황을 당연시한다. 나무에 매달린 시체, 조지아의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 함께 사슬에 묶인 마흔여섯 명의 남자 등 그들이 목격한 잔인한 역사를 생각하면, 저 기이하고 무시무시한 일들이 더 이상 놀랍지가 않다. 상상을 초월하는 일이 예사다.
삶의 덧없음에 대한 인식이 모리슨의 인물들을 괴롭힌다.그 가운데 많은 이들이 고아다. 이들은 어려서 또는 연인에게 차여서 버려진 경험이 있다. 모리슨의 한 여주인공의 말에 따르면, 이들은 자신이 “강기슭에서 떨어져 나온” 유빙이라 생각하고, 무언가 속할 것을 찾기를 열렬히 바란다. 동시에, 이들은 너무 많은 관심도 경계한다. 결국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고 혼자 남을 가능성이 너무 크다. 부모는 죽고, 아이는 성장하고, 연인은 떠나고, 땅은 팔리거나 도둑맞고, 사람들은 살해되거나 교도소에 가기 때문이다. 때로 좀 더 운이 좋은 사람들은 과거는 잊어야 하며, 구원은 집요하게 기억하는 데 있는게 아니라 비록 용서하지는 못할지라도 잊는 데 있음을 깨닫는다. <솔로몬의 노래>에 나오는 주인공의 가장 친한 친구는 이렇게 말한다. “날고 싶다면, 널 짓누르는 짓은 그만둬야 해.”
실제로 모리슨의 소설에 등장하는 남녀에게는 항상 초월이 하나의 가능성으로 남아 있다. “세상이 만들어내는 음악”을 이해하게 되는 것이든, <빌러브드>에 나오는 인물의 말을 빌리자면, “나의 조각들”을 가져다 “올바른 순서로 맞춰 내게 돌려”주는 사람과의 사랑을 찾는 것이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