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33대 성덕왕 이름이 ‘융기’였습니다.
마침 당나라 현종도 ‘융기’였습니다.
사신이 와서 질타합니다.
어떻게 대국 황제와 같은 이름을 쓰느냐는 것입니다.
별수 없이 이름을 ‘흥광’으로 고칩니다.
혹시 왕후라는 이름을 들어보셨습니까?
해동 천태종을 세웠고 화폐 주조를 건의하기도 했습니다.
자(字)가 의천입니다.
왕후는 들어본 적이 없어도 대각국사 의천은 들어보았을 것입니다.
왕후는 본래 고려의 왕자였습니다.
11대 왕인 문종의 4남입니다.
그런데 송나라 철종 이름도 ‘후’였습니다.
그래서 본명인 후를 못 쓰고 의천이라는 자를 썼습니다.
송나라 철종 이름이 후가 아니었으면 우리는 대각국사 의천이 아닌 대각국사 왕후를 알고 있을 것입니다.
이런 예는 많습니다.
본래 꿩을 나타내는 한자는 ‘치(雉)’입니다.
꿩고기로 만든 만두를 생치만두라고 하죠.
그런데 꿩을 말할 때는 치(雉)라고 하지 않고 ‘산계(山鷄)’나 ‘야계(野鷄)’라고 합니다.
꿩이 닭으로 바뀌었습니다.
중국 한나라 여후 이름이 ‘치’였기 때문입니다.
(여후는 남편인 한고조 유방이 죽은 다음에 중국을 통치한 최초의 황후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감히 우리를 그리스도인이라고 합니다.
여후의 이름이 ‘치’라는 이유로 꿩을 닭으로 바꿔 말하게 하는 것이 세상 원칙인데,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그리스도라는 호칭을 허락하셨습니다.
주님께서 기꺼이 주님의 이름을 우리에게 위임하신 것입니다.
이름을 위임하셨다는 말은 전부를 줬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그런 사랑을 입고 있습니다.
세상에서는 자기 이름을 쓰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 자기 영광을 나타냅니다만 주님은 반대입니다.
자기 호칭을 쓰게 하는 것으로 영광을 나타내고자 하십니다.
이제 우리가 주님의 영광을 나타낼 차례입니다.
그리스도인의 마땅한 본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