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들의 같은 반 친구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더랬습니다.
아들이 학교에서 음악 시간에 가창 시험을 봤는데 ㅇ점을 받았다면서 그게 가창 파트너인 제 아들탓인것 같다는 얘기를 어렵게
꺼내더라구요. 아마도 그분은 몇 번을 망설이고 전화를
했겠죠. 아주 완곡하게 돌려서 그 상황을 얘기하면서 자기 아들이 몹시 속상해했다는 말과 함께.
그 엄마역시 안타깝다라더군요. ....전화를 끊고 나자 자꾸만 "당신 아들때문이야 "라는 책망같게 느껴
졌습니다.
아차 싶었습니다.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든 것 같은 아들의 행동들에 때론 당황스럽기도 했고
또 어느 땐 저 녀석도 이젠 애가 아니구나했는데. 그런 일이 있고도 제게 아무 말도 안 한 것을
어떻게 해야할지... 여러 생각들이 어지럽게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음악 선생님이 너무 완벽하신걸까? 아님, 노래는 안 부르고 까불어대다가 그만 선생님을 화나게
만든건가... 학교에 다녀온 아들에게 평상시와 똑같이 대하면서 어떻게 애길 꺼낼 지
좀 생각해보기로 하고 전 일을 하러 나갔죠.
그런데 퇴근하고 저녁에 집에 와 보니 아들 녀석이
" 엄마, 나 오늘 ㅇㅇ 이랑 노래 연습하고 왔어 " 하는 겁니다.
전화를 했던 친구 엄마가 아무래도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하다가 학교에 전화를 했고
담임 선생님을 통해 다시 재시험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선처를 부탁했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제 대신 아들 녀석과 아들 친구를 자기가 알고 있는 피아노 학원에서 연습을
시켰나보더라구요.
어쩌면 재시험을 보게 된다면 ㅇ 점은 면할 수 있겠지요. 그리구 친구 엄마에게도
고맙다고 해야할 것 같기도 하구요. 근데 이상하지요.
좀 맘이 상하더라구요. ( 제가 원래 심술녀라서) 졸지에 난 아들에게 관심없는
엄마가 된 것 같기도 하구 , 문제 해결 못하는 능력없는 엄마 같기도 하구, 또 애 학교 성적에
나몰라라하는 엄마가 된것 같기도 하구....
어쨌든 속상한 맘을 누르고 최대한 부드러운 말씨로 (가식에 가식을 더해)
" 잘했네, 무슨 노랜데 ? 엄마에게 한 번 들려주면 안될까?"했죠.
그간 사정을 알고있으리라 생각했는지 , 말 안한 게 미안했는지 잠깐 망설이다
노래를 부르더라구요.
오! 아름다운 나의 벗은 어디로 ~~~ 그 알 수 없는 길, 저 멀고 먼 나라로 ~~~~
저도 학창 시절에 많이 부르고 좋아했던 노래였습니다.
그런데 둣겨 죽는 줄 알았습니다. 제 아들이 저렇도록 노래를 못하는 지....
웃어야 할 지, 울어야 할 지... 분명, 분명 웃어야 할 상황은 아닌데 가사가 아니었다면
그 노래가 무슨 노랜지 몰랐을 만큼 음정이 무시된 노래를 그래도 정성스럽게 부르는
아이를 보고 ㅠ . ㅠ
안아주고 싶었습니다.
오 ! 하나님 어쩌면 좋아요. 변성기가 와서 평소에도 목소리만 들으면 슈렉인지 아들인지
헷갈렸는데 그 목소리로 안되는 노래까지 불러야했다니 안쓰러웠습니다.
에휴, 성적이 뭐라고 공부가 뭐라고 . 영어, 수학은 물론이고 음악, 체육에 미술까지
모두 잘 해야하니 말입니다.
그래도 못 부른다는 소리는 못하고 연습이 더 필요한 것 같네 라며 등을 토닥여주었습니다.
혹시 다시 시험을 치른다면 최선을 다하라는 쓸데없을 것 같은 말을 하면서요.
그리고 음악 선생님에게도 한 마디 하고 싶어졌습니다.
우선 음정이 맞지도 않는 노래를 듣고 반 친구들 얼마나 웃었겠습니까? 그리고 시끄럽게 깔깔대는
속에서 안그래도 자신없는 노래를 어찌 불러야 할 지 난감했을 겁니다. 그게 선생님께는
장난스럽게 보였을 수도 있었겠죠. 그러나 속마음은 그게 아닐 수도 있었을 텐데...
아이의 속마음까진 읽어달랄 순 없지만 딱 잘라 ㅇ 점을 주시면 아마 아이도
상처받았을 거예요.
선생님 ,변성기에 있는 애들은 마음도 변성이 되기쉽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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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시간의 가창 시험
이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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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29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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