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말이나 당나귀를 타고 다녔다. 짐은 지게나 달구지로 실어 날랐다. 왕이나 귀족, 새신부는 가마를 탔다. 자전거와 리어카가 나와 좀 편리하게 사용하다가 네발 자동차가 나왔다. 처음은 목탄차였는데 나무를 태워 열로 갔다. 일제 때 전국 산하 광산이나 벌목, 농산물을 실어서 일본으로 가져가는 짐차였다.
그 차를 타거나 본 사람은 지금은 다 돌아가시고 그런 차를 말을 해 줄 수 없다. 연기 푹푹 뿜는 모습을 ‘미카’ 기차나 봤지, 신작로를 달리는 걸 본 일이 없다. 신기한 모습이다. ‘석탄 백탄 타는데---.’, ‘신고산이 우르르 화물차 떠나는 소리에---.’ 민요 속에 백탄을 말한다. 참나무가 타면 하야므로 그렇게 불렀다. 신고산을 다니는 차가 바로 그것이다. 오르막은 골골 병신이고 내리막은 술술 잘 내달려 귀신이라 일컬었다.
자동차가 얼마나 많은지 전국 2천만 대가 넘는다. 머잖아 사람 수만치나 있으려나. 사방에 자동차 천지다. 그 옛날 많이 다녀서 반들반들 산길이나 마을 도로이다. 오늘날은 사람 발길이 뜸해서 산은 수목으로 꽉 차고 인도는 풀이 나 형편없다. 요즘은 모두 가까운 거리도 타고 다닌다. 온갖 차들로 붐빈다. 엎어지면 코 닿을 데도 운전하는 버릇이다.
등허리에 가로 짊어지고 달리면 책 노트는 구겨지고 비에 젖으며 필통의 연필심은 부러져 깎다 보니 모두 몽당이다. 도시락 반찬 물이 흘러 시금한 냄새가 연신 나고 책에 옮겨 질척하다. 면 소재지 초등학교까지 가자면 산 넘고 물 건너야 했다. 보통 십 리나 이십 리를 달린다. 눈비 오거나 춥고 더울 땐 참 성가시다. ‘학교 종이 땡땡땡 선생님이 우릴 기다리신다.’ 얼마 전 그랬는데 지금은 그 옛날얘기다.
별의별 종류의 차들이다. 승용차와 상용차로 모두 네발이다. 두발자전거와 오토바이까지 합치면 세상은 차들로 북적북적 북새통이다. 승용차는 작고 아담하며 사람을 실어 나른다. 상용차는 크고 우람하다. 버스나 트럭, 트레일러로 수송용이다. 그 외 공사장에서 들어 올리고 밀어내며 땅 파고 돌 깨는 각종 중장비와 자주포, 전차 등 군용 탱크도 있다.
브리사를 몰다가 엑셀을 탔다. 중고차여서 이내 망가져 캐피탈과 소나타로 바꿨다. 그랜저를 가져보고 말리부에 이어 모닝을 구했다. 추워 얼씬거리기 힘든 몽골에 있을 땐 10년 넘은 혼다스트림 일본 승합차를 굴리기도 했다. 처음은 차체가 삭아 푸석푸석 허물어 부서지고 마후라가 터져 요란하게 ‘탕탕’ 소릴 질렀다. 달리면 바람 소리 시끄럽고 기름 냄새가 풍겼다. 지금은 다 좋아져서 전 세계에 수출해 환영받는 멋진 차들이다.
가장 흔한 게 세단이다. 엔진과 탑승, 트렁크 세 부분으로 되었다. 소나타와 그랜저, 제네시스, 아쿠아 모닝이 여기에 속한다. SUV는 넓은 공간으로 레저용이다. 셀토스와 쏘렌토, 싼타페, 렉스턴 등이다. 해치백은 세단형이나 트렁크가 없다. 폭스바겐과 벤츠, BMW가 있다. 왜건도 세단형으로 트렁크를 위로 올렸다. 현대차와 볼보, BMW에 보인다.
슈팅브레이크는 마차에서 유래한 사냥 짐칸 차이다. 왜건과 비슷하다. 제네시스와 페라리에 보인다. 쿠페는 문 2개인 스포츠카이다. 제네시스와 페라리, 포르쉐, 벤츠, 아우디에 있다. 밴은 적재용이 넓은 차다. 르노의 마스터와 벤츠 스프린터가 있다. 리무진은 뒷공간이 넓다. 롤스로이스와 벤츠가 눈에 띈다. 컨버티블은 천장 개폐형이다. BMW와 아우디 카브리올레가 보인다. 픽업은 지붕이 없는 차다. 쉐보레 콜로라도와 렉스턴, 스포츠 칸이 있다.
디젤과 경유를 연료로 하는 상용차 외에 승용차도 있다. 질소화합물과 미세먼지로 공해를 일으킨다. 카니발과 쏘렌토, 산타페, 티볼리, 르노 차가 있다. 아직 휘발유를 사용하는 차가 많다. 아반떼와 그랜저, 모닝 등 대부분 차이다. LPG를 넣는 차가 있다. 액화석유가스로 프로판과 부탄의 혼합이다. 오염이 적은 환경 친화로 택시와 렌터카, 장애인, 유공자 차에 주입한다. 수소 전기차도 있다. 수소를 넣어 다니는데 아직은 주유소가 드물어 많지 않다.
CNG를 사용하는 차도 있다. 시내버스이다. 해저 유전에서 나오는 메탄이 주성분이다. 하이브리드가 한 때 인기였다. 내연으로 가다가 편한 길은 전기모터의 힘으로 간다. 휘발유 외에는 저렴해서 선호한다. 현대 코나와 기아의 니로 등이 굴러다닌다. 휘발유와 전기를 함께 쓰는 차 외에 휘발유와 LPG를 교대로 사용하는 바이푸얼도 있다.
그러다가 전기차가 나오기 시작했다. 무공해로 엔진이 없다. 전기모터로 구동하는 차다. 현대 아이오닉과 코나, 기아의 니로, 쏘울, 쉐보레 볼트 등 자동차 회사마다 경쟁으로 만들어 낸다. 기름을 물 쓰듯 하니 이러다 바닥이라도 나면 어쩌나 했다. 다시 우마가 달구지를 이끄는 세월이 오지 않겠나이다.
전기차가 나타나리라고는 감히 생각도 못 했다. 하나님이 다 살 수 있도록 만들어줘서 고마워라. 관솔불을 고콜에 피우다 석유 호롱불이 나왔다. 안방과 부엌 사이에 두면 모두 밝은 밤이다. 그러다 필라멘트 전구를 켜니 온 세상이 밝은 게 휘황찬란하다. 그것으로 더 무엇을 바라겠나 했는데 웬걸 지금은 전기가 다 한다.
집안의 냉난방이 전기이다. 냉장고와 시청각에다 주방, 컴퓨터, 휴대전화 등 전기 안 들어가는 게 없다. 거기다 자동차가 앞으론 전기로 다니게 됐다. 납으로 만들던 배터리가 점점 발전해서 니켈과 아연, 리튬, 망간 등 희토류로 꾸려진다. 화재가 잘 나 걱정인데 그것도 대처해 안전한 전지를 연구하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나아가고 있다. 작은 차에서 버스와 트럭이 보인다. 작은 비행기도 움직인다니 이제 석유가 아니어도 살아갈 세상이 마련된다. 그동안 다황을 썩 그어 붙이던 석유풍로와 난로, 등불, 남포, 시위 때 횃불 등이 그 모두 그리움으로 남게 되었다. 오늘날 인류 발전의 원동력이 고마운 석유였다.
편리했어도 폐해가 많았다. 기름과 비닐 연소에서 나오는 연기와 미세먼지로 대기가 언제나 희뿌옇고 우중충했다. 점점 줄어들고 사라지게 됐다. 검은 연기와 수증기를 뿌-하고 뿜던 기차가 전기로 바뀌고, 거미줄 같은 도시철도도 전선에 의지해 간다. 드론도 충전으로 다닌다. 배터리가 뭣이든 못하는 게 없다.
내연기관 엔진 없는 자동차가 거리를 활보하는 세월이 다가온다. 하늘 가운데를 흐르는 은하수와 촘촘한 잔별들을 볼 수 있는 날도 가까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