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연일 폭엄경보가 내리는 가운데, 영각사, 남덕유산, 서봉으로 이어지는 능선길 걸으며 다양한 여름꽃을 만나고 왔습니다.
솔나리, 말나리, 원추리, 솔체, 일월비비추, 꼬리풀, 꽃며느리밥풀, 은분취, 곰취, 미역취, 단풍취, 흰여로, 꿩의다리, 짚신나물, 동자꽃, 바위재송화, 참바위취, 난장이바위솔, 등대시호....
시기가 늦어서인지 해를 거듭하는 이상기후 때문인지 솔나리는, 2년 전 같은 시기에 비해 개체수도 줄고 꽃도 좀 초라해진 듯하였으나, 서봉아래 비탈에 펼쳐진 넓은 원추리 군락은 뜻밖의 선물이었습니다.
뜨겁게 내리쬐는 햇살, 맑은 하늘과 구름, 산 정상의 산들바람, 그림처럼 펼쳐진 산너울...., 가장 뜨거운 때, 가장 뜨거운 곳에서 피는 꽃들을 색과 모양으로만 얘기할 수 있을까요? 사는 곳에서 직접 야생화를 만나면 사진으로 볼 때와는 사뭇 다른 것 같아요. 미운 꽃이 없고 늘 깊은 감동이 있지요. 땀 쏟아지고, 숨 가쁘고, 다리 좀 아플 때 만나게 되는 높은 산 야생화들, 작고 여린 모습으로 혹독한 기후와 장소를 아랑곳하지 않는 그들의 태연한 얼굴에서 어쩜 소름돋는 지혜를 배웁니다, 삶에 대한 태도랄까요, 뭐 그런 거.
점점, 칠월의 덕유정원을 걷지 않고는, 그곳의 나리들을 만나지 않고는 그해 여름을 못 보낼 것 같습니다.
*전화기 충전 불충분으로 사진을 많이 찍지 못하였습니다. 산행후반에 본 원추리 군락, 솔체, 얼짱솔나리 모두 담지 못했어요. 함께 하신 분들 꽃사진 나눠요.
첫댓글 일행 중 한 분이 찍어 보내준 서봉아래 원추리 군락입니다.
옛날에 본 책의 한 페이지를 올려봅니다. 윤후명 작가의 식물 이야기, [꽃]이라는 책에서 ‘나리꽃’에 관한 부분입니다.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16종이나(?) 되는 독특한 우리의 나리꽃들을 생각할 때 충분히 공감가고 또 나리의 영어이름 ‘릴리’가 우리 이름 ‘나리’와 뿌리를 같이하고 있다는 얘기는 일단 재미있네요.
ㅎ 이고 부럽습니다
서추주님이 못찍은
밧데리 방전후 찍은 솔체에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