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 9:10]
예수께서 마태의 집에서 앉아 음식을 잡수실 때에 많은 세리와 죄인들이 와서 예수와 그 제자들과 함께 앉았더니...."
이 구절은 한글 개역 성경에는 번역되지 않고 있는 '카이 에게네토' , 그리고 다음과 같이되었다란 말로 시작되고 있다. 이는 마태가 독창적으로 사용한 어투로서 어떤 사건이나 내용의 전환점을 마련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고안한 문장이다. 마태의 집에서 - 원문에는 단순히 '그 집에서'라고 기록되어 있다. 그러나 마가와 누가는 이 집을 분명하게 '마태의 집'으로 규정하고 있다.
앉아 음식을 잡수실 때에 - 누가는 이 부분을 "레위가 예수를 위하여 자기집에서 큰 잔치를 하니"라고 기록하고 있다. 마태는 앞에서도 보았듯이 자신의 집을 그냥 '그 집'이라고 표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누가의 기록에 나타나는 '큰 잔치'란 말을 표현하지 않고 있는데, 이것 역시 그가 자화 자찬에는 매우 인색한 겸손한 사람이었음을 잘 보여주고 있는 부분이다.
우리 성도는 한없이 겸손하신 주님과 더불어 이와 같이 겸손한 주의 제자의 모범을 또한 본받아, 자기를 내세우고 자신을 칭찬하는 일에는 극도로 인색한 반면 타인을 칭찬하고 타인을 내세우는 데는 적극적이어야 하겠다. 한 알의 밀알 같이 '나'란 자아는 완전히 썩어질 때 비로소 예수의 참 제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한편 여기 '앉아 잡수신다'는 말은 유대인의 전통 식사법에서 보는대로 식탁에 거의 눕다시피 기대어 먹는 상태를 가리킨다.
많은 세리와 죄인들 - 마태가 예수를 위해 베푼 잔치는 일종의 송별회 성격을 띤 것 같다. 즉 마태는 이 자리에서 자신의 옛생활을 모두 청산하고 새 삶을 시작함과 동시에 예수를 따라다니는 제자의 길을 걸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편 마태는 바로 이 자리에 옛 동료들과 세속적 친구들을 초대하여 그들로 하여금 예수의 말씀을 듣도록 의도했던 것 같다. 여기서 세리는 앞에서 설명되었다시피 비애국적이고
또 욕심많고 부정직한 세관원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백성들로부터 죄인 취급을 당했다. 특별히 본문에서 '죄인들'이란 비록 실정법에 따라 사법적 제재를 받는 죄수는 아니었지만 유대 사회의 도덕 규범과 구전 율법인 할라카및 랍비들이 주의깊게 규정해온 전통과 규례를 지키지 않고 무시하던 의식법상의 죄인으로서
여기에는 창기와 포주, 그리고 세리가 대표적인 부류였다. 함께 앉았더니 - 유대 사회에서 함께 식사를 나눈다는 것은 상호 인정과 우의, 평화와 사랑, 언약 공동체의 확인을 의미하는 표시였다. 따라서 예수와 제자들이 유대 종교 지도자들과 일반 백성들이 멸시하며 상종조차 하지 않던 이들 세리와 죄인들과 함께 앉아 식사를 한 것은 그 당시 종교 지도자들의 관점에서는 가히 혁명적인 행동이었다.
즉 그들은 율법을 어기고 하나님의 계명을 지키지 않는 이방인과 같은 이 죄인들에게는 하나님이 함께 할 수 없으며 오히려 하나님으로부터 저주를 받아 마땅하다고 여겼기 때문에 하나님으로부터 온 선지자라면 결단코 이들 죄인들과는 자리를 같이 하지 않을것이라고 믿었던 것이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죄인들을 심판하고 벌주러 오신 것이 아니라 그들을 죄에서 해방시켜 자유함을 주려고 이세상에 오신 것이다.
한편 예수의 공동 식사에서 얻는 교훈은 (1) 예수께서는 죄인을 사랑하시는 구주요 친구다. (2) 보통 사람들은 죄인들과 함께함으로써 죄의 영향을 받았으나 예수는 오히려 그들의 악을 선으로 정화시키셨다. (3) 주님께서는 의인인 척 착각하는 바리새인들보다 자신의 죄로 갈등하고 연민하는 영혼들에게 먼저 찾아가셨다는 점에서 깊은 교훈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