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정수
- 시오다 고조의 아이키도 -
사촌형이 국술원 단보(초단)이라서 합기도에 관심을 가졌으나, 주변에 기회가 닿지 않아 배우지 못했다.
그래도 몇 가지 꺽기 등을 사촌형으로부터 전수받아, 혼자 연습하여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몇 번 써 먹고는 재밌게 놀았다.
그때는 철이 없어 합기도가 무조건 최고인 줄 알았는데, 오랫동안 수련한 고수가 아닌 이상은 실전에서는 매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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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로 몇 번 싸워 본 사람은 알겠지만 권투 이상은 없다고 봐야 한다.
권투는 고대 그리스에서 유래한 것으로 맨손대결에서 인간의 신체본능에 충실한 공격수단으로 가장 정직하게 최적화되어 있다.
아시아의 호신술은 이상한 길을 일부러 주술적으로 만들어 태권도의 단전이나 유도의 겨루기와 합기도의 잡기를 기다려야 하지만 실제싸움에서는 그런 길을 상대방이 만들어 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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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의 호신술은 간단히 말하면 자기보다 약한자에게만 쓰일 수 있는 잡술이라 봐도 무방하다.
그래도 안 배운 것보다는 낫고, 호신술로 어느 정도는 효과를 보기 때문에 인격배양으로 단련하면 좋은 것은 분명하다.
상기의 도서가 합기도이고 합기도의 매력은 기가 막히기 때문에 합기도를 중심으로 간단히 피력을 해 보자.
국술 등 한국의 합기도는 일본에서 넘어온 무술이지만 한국의 합기도는 한국화하여 보다더 실전형이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원류 합기도인 아이키도의 극미도의 고유한 예술성은 사라지고, 시급한 호신술만 난무하는 꼴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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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무예로서 종신토록 수련할 만하고, 맨손으로 거구들을 상대할 적에 요긴하게 써 먹을 수가 무궁무진하게 많다.
그런 면에서 상기 도서는 나에게 엄청난 도서이다. 상기도서의 방기(放棄)에 대하여 항상 종종 허전한 마음이 있었는데 천만다행으로 51년만에 나의 품으로 그대로 쏙 돌아 왔다.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놓인다. 허술한 내 가슴에 큰 방패막이 되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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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간 빛이 어느 한 점에서 반사가 되어 돌아오듯 도토리중고서점(강원도 춘천시 총혼길5번길 6 ****)에 있다가 북코아를 통하여 나에게로 왔다. 51년만에 도서를 보니 나에겐 비기(秘技)처럼 보인다. 개봉하여 사진을 찍어 바로 올렸다. 오랜 된 도서로 책장마다 빛 바랬지만 나에겐 귀중한 퍼즐이다. 10월26일 0시28분에 북코아에 주문했는데 10월29일(화)15:30에 배송이 완료 되었다. 바빠서 저녁 09시에 개봉하여 책을 보니 감개무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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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시오다 고조(님)은 단구(短軀)로 152cm정도로, 키 작은 왜인(倭人)들 치고도 매우 왜소한 몸매이지만 지사형 무인으로 도를 예의 경지까지 몸소 올린 귀인으로, 작은 거인으로 오랫동안 나의 정신적 지표이었다. 이제 이 교본을 다시 구입하였으므로 보고 또 보면서 나의 수련기로 묵묵히 삼아야겠다. 아이키도가 비록 태권도의 약속대련처럼 느껴지지만 덤벼드는 상대방을 상하지 않게 꺽기로 굴복시키는 것은 최고의 무예도덕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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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덕이 높아도 힘이 약하면 능멸을 당할 수가 있다. 힘으로 공격하는 인간에게 말로 하는 것은 무용지물이다. 법이 안 통하는 강아지에겐 강아지의 수로써 다스려야 한다. 동물에 불과한 강아지에게 도덕이나 선의의 법을 바라다간 오히려 낭패를 당한다. 그것처럼 힘으로 덤벼드는 노골적인 인간에겐 일본의 아이키도나 한국의 합기도는 상대방을 위한 최고의 도덕적 선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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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1:1의 싸움 직전에 살짝 외로움이 찾아온다. 벼랑 끝으로 둘 중 하나는 쓰러져야 한다. 일단 게임이 시작되면 바로 사라지지만 걸어오는 상대방을 보면 나의 가슴 속엔 외로움이 밀려온다. 싸움에는 말이 필요없다. 지거나 케오(KO)시키고 가면 된다. 고2때 한번은 크게 걱정한 적이 있었다. 야와라를 배우는 아이와 방과 후에 남아 1:1로 싸우게 되었는데 이 친구는 코 성형수술을 하여 내가 공격하면 곤란한 녀석이었다. 어떻게 할까 내가 '그냥 항복할까' 하는데 이 녀석이 갑자기 나를 앞에 두고 일장연설을 하는 것이다. 나는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들어도 무슨 소리인지 알 수가 없는 말을 제법 길게 하고는 책가방을 들고 그냥 휙~ 가버렸다. 휴~ 정말 다행이었다. 코 성형 수술자로 내가 도저이 공격해서는 안 될 상대이었다. 나이가 좀 들어서는 얌전히 있다가 간혹 폭발은 더러 했지만 10대 이후론 거의 싸운 적이 없다. 그래도 20대 후반기에 건방진 한 녀석을 보고는 있었다. 키가 184로 제법 키큰 거인이긴 하지만 몸무게가 70초반인 녀석이다. 유사시를 위하여 그 녀석의 걸음걸이와 목과 명치를 수시로 노려 보다가 직장이 갈라지는 통에 그냥 버렸다. 간단한 닭싸움도 명분이 필요한 법이다. 상대가 강할 때는 그럴만한 명분이 크게 있어야 안심하고 바로 공격할 수 있고 후환도 적다. 승산이 있다고 사자나 호랑이 처럼 굴다가 재수 없으면 폭력전과만 쌓인다. 꼭 필요하더라도 버어마의 큰뱀처럼 은신한채 비를 맞으며 적시(適時)를 기다리고 또 기다려야 한다. 뱀은 털도 남기지 않는다. 또 한번은 덩치 큰 5년 후배 녀석이 자신의 힘만 믿고 헛소리를 자주하여 언젠가는 하고 벼르고 있었지만 역시 운 좋게 헤어졌다. 이 녀석은 헤비급으로 덩치는 제법 커지만 몸이 둔해 턱을 노려 볼만하다. 1:1로 싸우기엔 딱 안성맞춤이다. 조르기도 글쎄~ 있긴 있지만 아주 위험하다. 합기도의 술수는 장난 칠 때는 제법 상당히 유용하지만 실전에서는 책대로 절대 그대로 안 된다. 교사로 있을 때 우리반 학생이 합기도가 2단인데 어떤 녀석에게 자주 얻어 터졌다. 내가 하는 말~~. 너는 합기도가 2단인데 왜 그리 자주 당하는냐? 학생 답변~~. 상대가 워낙 빨라 잘 안 통하던데요. 나의 답변~~. 그래? 하긴 국술 사범도 태권도 선생과 싸울 때 보니 권투식으로 싸우더라. 참고로 본인은 중학교 시절에 태권도 무덕관 출신인데 사범을 잘 만나 목을 옆이나 사각(斜角)으로 내리치는 당수와 깊숙한 태권정권명치치기를 도장에서 매일매일 정확히 배워, 수없이 중점연습하였다. 발치기도 엽차기만 주로 배웠다. 돌려차기는 못하게 하였다. 고수에게 돌려차기를 하다간 한방으로 뒷통수나 고환공격을 그대로 당한다면서 절대 못하게 했다. 그래도 돌려차기를 하는 자의 급소공격을 중심으로 열심히 배웠다. 피하지 말고 바로 바짝 붙어서 들어가는 수법이다. 친구에게 급소공격은 말도 안 되는 짓이라서 다리를 걸어 넘어 뜨리는 연습을 많이 하엿다. 하지만 도장 이외는 단 한번도 써 먹은 적이 없다. 원수가 아닌 이상 절대로 쓰시는 안되지만 순간 단전이 실린 정권의 180˚내려찍기에 척수가 걸리면 바로 하반신불수가 된다. 고수에게 뒷모습을 보이는 것은 위험한 패배의 직결이라는 것이다. 무조건 정면이다. 실전에서는 오로지 왼손으론 방어나 상대의 방어를 타격하여 무너뜨리고 오른 손으로 좌측 옆이나 우측에서 비스듬히 사각(斜角)으로 목을 내리치는 당수와, 근접으로 무조건 접근하여 깊숙한 태권명치치기가 나의 주특기이었다. 일종의 손자병법의 성문흔들기이다. 이 두 가지를 선생에게 맞아 가면서 관원들과 함께 하도 마르고 닳도록 연습하여 실전에서 나에게 정타로 맞으면 그 누구도 일어나질 못했다. 그분의 가르침은 절대 피하지 않고 바로 붙어서 들어가기이었다. 상대방이 점프를 하거나 몸의 중심이 상체에 있을 때는 백발백중이고 유도식의 엎어치기로 상대방을 바닥에 그대로 쳐 넣을 수 있었다. 전광석화이었다. 특히 의도가 아무리 좋아도 상대방에게 선방을 내어 주는 것은 자살행위라는 것이었다. 이렇듯 도장(道場)에 가기만 하면 도장이 아니라 도량으로 여기고 5대 급소공격을 매일매일 기합으로 엉덩이를 맞아가면서 연습했다. 두 주먹을 땅에 짚고 업드려서 엉덩이를 몇 대 기합으로 맞고나면 몸에 꽉찬 열기가 확 퍼진다. 사범이 자신의 검은 띠를 벗어 두겹으로 만들어 열린 부분으로 때리는데 소리가 엄청 크지만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타격이 모조리 소리로 바뀌어 허공으로 날아갔다. 엉덩이에 닿기 직전에 열린 띠끼리 부딪혀 총소리를 내면서 사라진다. 처음에 보면 음속폭음(音速爆音)의 소닉 붐(sonic boom)처럼 탕탕탕하는 총알 소리로 기겁을 하지만 에너지가 빠진 마지막 기운만 닿기 때문에 맞고 나면 엉덩이만 훈훈하다. 분명히 맞긴 맞았는데 아픈지 안 아픈지 헷갈린다. 그리고 일단 실전이 시작되면 말은 절대로 하지 마라는 것이었다. 말할 그 순간에 오로지 상대방의 급소만 노려 자신의 힘이 빠지기 전에 빨리 끝내라는 것이다. 손날치기 당수(唐手)와 태권(跆拳)의 정권(正拳)을 위주로 하는 일종의 극진당수도이었다. 그래도 상대방에게 깊은 상처를 주는 내홍적 타격이 주된 일이라 아이키도나 국술보다는 무예로서는 하수로 보인다. 시비를 당하여도 조용히 가만히 있다가 상대가 들어오면 순간관절꺽기로 처리해주면 서로가 상처없이 고마운 일이다. 요약하면 일본의 아이키드는 죽비(竹篦)로써 상대방에게 교훈을 주면서 제압하는 극미의 도덕적 무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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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기도서를 새로이 ₩35,000에 구입함에 따라 정신적으로 큰 부자가 되었다. 1969년 10월5일 초판이후의 10월15일 3판 발행으로 당시엔 ₩500이었다. 책은 비록 낡고 지질도 갱지수준으로 매우 가볍고 물에 매우 취약해 보이지만, 복리로 쳐서 대략 30억원정도의 정신가치를 느낀다. 찬찬히 보니 일본의 특유의 극동제일의 전문오따꾸 정신도 보인다. 국한문혼용으로 번역이 되어 19*13의 작은 책자로 활자가 세로로 배열이 된 1960년대의 기본서체이다. 10대에 방기상실된 하나의 정신적 퍼즐이 세월이 익어 온전하게 제 때에 돌아온 셈이다. 전문무술인은 아니지만 나 역시 도덕과 철학으로 대학입학 이후 50년 이상 현장에서 오래 몸에 담아 이리저리 스쳐 온 인물이다. 항상 마음과 정신이 허전했는데 이 책을 보고 또 보아 물이 새는 정신적 구멍을 막아볼 수 있겠다. 그 구멍에 딱 맞는 퍼즐이다. 비록 키 작은 왜인(倭人)들의 책이지만 우리 한국(韓國) 땅에서는 도저이 만나기 힘든 심신(心身)의 보서(寶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