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침묵 기술(gene-silencing process)과 유전자 치료 기술을 서로 결합해 유전자 발현을 특이적으로 제어하는데 성공한 연구 결과가 영국의 저명한 학술지 "네이쳐 생명공학(Nature Biotechnology)", 9월 16일자 온라인판에 소개됐다.
유전자 침묵 과정은 자연계에서 일어나는 RNA 간섭(RNA interference)이란 대사 과정에서 관찰되고 있는 기작이다.
이번 연구는 미국 아이오와대학(Univ. of Iowa)의 과학자들이 수행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새로운 항바이러스 치료법과 유전성 유전 질환에 대한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하는데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응용 분야 외에 유전자를 동정한 후 그 기능을 이해하는 기초 연구에도 이번 연구가 개발한 유전자 발현 억제 기술이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유전자가 발현해 단백질을 생산하는 과정은 일련의 여러 단계로 구분될 수 있다.
RNA 간섭은 이 같은 연속 과정 가운데 DNA 정보를 단백질 정보로 전달하는 과정에 관여하는 전령 RNA(messenger RNA)를 파괴함으로써 유전자 발현을 차단한다.
전령 RNA의 제거는 소간섭 RNA(small interfering RNA)란 U자형 분자가 전령 RNA에 결합하면서 시작된다.
일단 전령 RNA가 제거되면 해당 유전자로부터 단백질이 발현되지 못하기 때문에 마치 유전자가 자기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침묵하고 있는 것과 같은 상태가 된다.
이 같은 유전자 침묵 기작은 인체에 유해한 단백질 발현을 막는데 유용하게 응용될 수 있다.
그러나 RNA 간섭 기작을 인체에 발생하는 질병 치료에 사용하기 위해서는 이 기작을 선택적으로 조절하는 기술이 마련되어야만 한다.
그리고 RNA 간섭을 통해 특정 유전자의 침묵만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세포에 신호를 전달해 적절한 간섭 분자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유도해야만 한다.
이번 연구는 유전자 치료법에서 유전자를 전달하기 위해 사용하는 매개체를 이용해 실험용 쥐에 특이성 소간섭 RNA 발현 유전자를 전달한 후 세포로부터 이 물질이 발현되도록 유도하는데 성공했다.
이처럼 유전자 치료법 기술과 유전자 침묵 기술을 결합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며 동물 세포 조직을 통해 그 가능성을 확인한 연구 또한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에 개발된 기술을 이용해 연구진은 정상적인 쥐에서 발현되는 특정 유전자의 발현율을 의도적으로 낮출 수 있었다.
또한 쥐에 형질 전환을 유도해 특정 유전자가 과도하게 발현되도록 조작한 후 개발된 유전자 억제 기술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문제의 유전자 발현을 감소시키는 것도 가능했다.
이번에 개발된 기술의 응용 가능성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찾을 수 있다.
먼저 바이러스성 질병에 대한 새로운 치료법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기술을 이용해 간염(hepatitis)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의 특정 유전자 발현을 억제할 경우 바이러스 증식을 차단함으로써 질병의 진행을 막을 수 있다.
유전성 질환에 대한 치료 기술도 향상될 전망이다.
특히 돌연변이 유전자(mutated gene)가 정상 유전자에 대해 우성(dominant)으로 작용하는 질병의 경우 이번에 개발된 기술이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연구진은 세포 모델을 대상으로 한 일련의 실험을 통해 소간섭 RNA를 이용해 우성으로 유전되는 폴리글루타민 확대 질환(polyglutamine expansion diseases)이란 유전성 신경퇴행성 질병의 원인 유전자 발현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폴리글루타민의 증가는 척수소뇌성 실조증(spinocerebellar ataxias)과 헌팅턴병(Huntington's Disease)을 비롯해 최소 9가지 이상의 신경퇴행성 유전 질환의 원인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연구는 미국 국립보건원(National Institutes of Health)과 로이카버트러스트(Roy J. Carver Trust)로부터 연구비 지원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