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70살 넘어 시작한 좌충우돌 시어머니 모시기는 내 인공 관절 수술 일정 때문에
잠시 스톱 됐었다.
그렇게 수술한지 딱 일년 되는 날.
시어머니를 맏동서네서 우리 집으로 다시 모시게 되었다.
그렇게 시작한 시어머니와의 동거 생활.
오시자마자 얼마 안돼 큰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었는데 바로 100세를 코앞에 둔
시어머니의 99번째 생신.
100년이란 세월. 말이 백년이지 시어머니의 일생을 뒤돌아보면
자신의 인생은 아예 없는 오직 자식을 위한 삶에, 희생도 가혹할 만큼 하셨다.
어린 나이에 결혼해 6남매라는 사랑의 결실을 맺고,
이제는 그 자손의 자손들까지 50명이 넘는다.
친인척만 모여도 인원이 많아 식당에서 잔치를 할까 했지만
밥만 먹고 헤어지는 것은 그리 의미가 없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고심 끝에, 육신은 조금 힘들겠지만 우리 집에서 가든 파티를 하기로 결정했다.
가족들과 조촐하게 백수 잔치를 하는 게, 유난히 절약이 몸에 배인
시어머니 마음을 편하게 해드리는 것 같기도 했다.
그런데 잔치를 앞두고 며칠째 영하권 날씨가 이어져 친척들이 모두 모이는 건
무리가 될것 같아 잠정 연기하기로 했다.
대신 주말마다 어머니 생신을 축하하러 가족들이 릴레이로 우리집을 방문했다.
첫번째 타자는 시누이들.
둘째 시누이는 언제나처럼 고기, 생선, 떡 등 먹을 걸 바리바리 싣고왔다.
딸들을 만난 시어머니의 표정은 함박꽃이다.
조촐하게나마 생신을 미리 축하하고 어머니를 위로해드리고 갔다.
그리고 두번째 타자는 우리 막내딸과 사위.
방학이라 잠시 한국에 와있는 캐나다 손주가 함께
예쁘게 포장된 꽃바구니와 케이크를 사들고 방문했다.
당신의 생일을 축하하러 손녀에 손녀사위, 증손자까지 출동을 했으니 신이 나셨는지
시어머니는 평소 손바느질로 만든 옷들을 꺼내 챙겨주신다.
내가 보기엔 별로 탐나는 솜씨가 아닌데도 매번 우리 막내딸은 할머니가 만든 옷이
예술 작품 같다며 잘 챙겨간다.
그 모습이 예뻐 보였는지 손수 만든 옷도 모자라 당신이 입고 있던 패딩까지 벗어주며 가져가란다.
게다가 증손자에게는 당신이 입던 솜꽃바지를 가져가서 입으라고 챙겨주신다.
말도 안되는 상황에 애들이 어찌 입냐며 괜스레 시어머니를 타박해본다.
어머니도 말리는 며느리가 야속하셨는지
“나 병 없다. 병 안옮긴다”
하시는데 내가 심했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하긴 그 연세에 지병이 하나도 없으니 축복받은 건 사실이다.
결국 아무도 못말리는 시어머니의 고집에 착하디 착한 우리 손자는 웃으면서
"잘 입겠습니다“ 하고 솜꽃바지를 받아 둔다.
막내딸은 내가 너무 어이없어 하니 자식들을 챙겨주고 싶어하는 그 마음과 정성을 생각하라고 한다.
막내딸 말에 살짝 반성도 해보며 도 닦는 마음으로 수용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물론 직설적인 내 성격에 제대로 실천 될지는 모르겠다.
그렇게 두번째 축하 사절단이 다녀가고,
오늘은 진짜 시어머니 생신이다.
우리 큰 딸은 큰손녀라고 할머니가 좋아하시는 석화와 굴을 보내왔다.
새벽부터 생신 기본상차림으로 미역국, 생선, 해물전, 떡, 잡채, 갈비찜, 문어, 석화, 나물을 정성껏 차렸다.
생신축하 파티는 점심에 하기로 했다.
정오가 가까워 오자 맏동서 내외와 큰 시누이 딸인 질녀가 왔다.
방앗간에서 절편를 해오고 생신축하 케이크와 이것 저것 먹을 것을 사왔다.
제과점 사장님이 생일자 나이를 묻는데 100세라고 하니 깜짝 놀라면서
커피를 한잔씩 서비스해서 마시고 왔다고 한다.
아무리 고령화 시대라고 해도 100세는 보기 드문 연세인가보다.
생신 축하 노래를 불러드리고, 케이크를 자르고,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맛있게 음식을 먹었다.
맏동서와 모처럼 만나 그동안 못한 얘기도 나누고 즐겁게 보내고 싶었다,
하지만 해지면 운전하기 힘들다고 2시도 안되어 가라고 하는 시어머니의 걱정에
모두들 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평생을 자식 걱정으로 해가 저문다.
돌아가시는 순간까지도 자식 걱정으로 눈이나 감으실 수 있을지 모르겠다.
친척들이 모여 거하게 백수 잔치는 못했지만 소소하게 세번의 생신상을 차려드린게
또 다른 의미였던 것 같다.
따뜻해지면 자손들이 한자리에 모일 것이다.
백수까지 건강하신 장한 시어머니께 진심으로 정성을 담아 축하하는 자리를 마련해야겠다.
첫댓글 어머님의 백수를 축하,축하, 축하드립니다!
하나님 아버지께서 주시는 건강의 복과
자손들의 지극한 효심이 함께한 결과라고 생각됩니다!
어머님 더욱 강건하옵시고
소담 누님 내외분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시어머니의 자식들을 사랑하시는 마음과
대단한 정신력으로 그 연세에 건강을 보존하시는 것 같습니다.
적막하고 쓸쓸한 겨울 어머니와 함께라서 든든하기는하답니다.
아직도 80가까운 아들이 젖먹이 같다고 하시니
말문이 막힐 지경이기는 하네요...ㅎㅎ
축하 감사합니다.
경상도 북부지방이 자랑 같지만
어르신 공경에는 이 나라 안 에서 최고 아닐까 합니다
태어 나면서 성장기까지 우리는 보고 듣는게 모두 어른공경~~
말 그데로 몸에 배이도록 일상이였지요
소담님댁 시어른 백수 생신 일정이 정겨운 그리움입니다
사람 사는게 저런 것인데~~
소담님께서도 보살핌이 필요하신 연배신데
참으로 순박하신 정성 이십니다
교단에서만 교육이 아니듯 소담님 일상이 후세 물려야할 참 교육입니다
늘 오래 건강하십시요
렛테님 정말 반갑습니다.
넘치는 과찬에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제가 오빠 언니와 나이 차이가 많아 다 돌아가시고 혼자 남아
외로움에 한이 되어 모여서 북적거리는 걸 좋아한답니다.
시어머니도 친정엄마 같고 맏동서 시누이도 친동기간 처럼
잘 지내고 있답니다.
렛테님 늘 건강 잘 챙기시고 활기찬 날들이기를 바랍니다.
정성의 댓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