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대통령 존립 근거 묻지 않을 수 없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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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사제단 미사 및 단식…종교계 잇따른 집회, 비폭력 모드 전환되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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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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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30일 비상시국 미사를 개최했다. 종교계가 민주주의를 위해 팔을 걷어부친 것이다. 전국의 각 교구 신부들은 미사를 마친 뒤 평화적 가두행진을 펼쳤다. © CBS노컷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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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단 신부들은 미사를 통해 미국산 쇠고기 전면 재협상을 촉구하는 동시, 경찰의 폭력 진압을 강하게 성토했다. 신부들은 무기한 단식 미사에 돌입했으며 매일 저녁 시국 미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 대자보 | "오늘 우리는 승리의 첫발을 내딛습니다. '국민이 주인'임을 외쳤던 이자리에서, 민주주의의 발원지인 이곳에서, 국민이 안심하며 민주주의를 외칠 수 있도록 기도를 올립니다"
대한민국 현대사의 중요한 고비 마다 민주주의의 진실을 알렸던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지난 2005년 평택 대추리 미군기지 확장반대 이후 3년 만에 처음으로 비상 시국 미사를 진행했다. 이제껏 '기도에 집중했던' 사제단이 민주주의를 위해 전면에 나선 것이다.
이번에는 미국산 쇠고기 전면 재협상 촉구와 이명박 대통령의 독선, 현 정부와 한나라당의 오만함을 바로잡기 위해서다. 지난해 말 이른바 '삼성 사태' 이후 '사회 정의'를 촉구하고 나선 사제단의 미사는 향후 '쇠고기 정국'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사제단은 특히 이날 부터 무기한 단식 기도에 돌입했으며, 매일 저녁 6시 30분 서울시청 광장에서 시국 미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결국 전면 재협상을 촉구하는 국민들 외침에 '공권력'으로 맞서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종교계의 외침이 더해진 형국이다.
사제단 김인국 신부는 "국민들의 마음이 하나로 모아질때까지 단식기도를 올릴 것이다. 국민들의 아픈 마음이 아물때까지 미사를 올릴 예정"이라며 "상처받은 자존감을 되찾기 위해 사랑의 힘으로 이명박 대통령을 깨우칠 것"이라고 두 손을 모았다.
한편 사제단과 시민들은 이날 미사를 마친 뒤 저녁 8시 55분 부터 숭례문과 한국은행, 을지로 입구역을 거쳐 다시 서울시청 광장으로 돌아오는 가두행진을 진행했다. 사제단과 시민들은 경찰의 원천 봉쇄 방침에 맞선 '평화 행진'의 장관을 몸소 보여줬다.
"천심을 폭력으로 억누르는 정부의 교만, 도저히 용납할 수 없어"
천주교사제단은 이날 저녁 7시30분 부터 3만 여 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미사를 열고 미국산 쇠고기 전면 재협상을 촉구하는 동시, 경찰의 강경 진압에 따른 어청수 청장의 해임과 보수언론의 폐해를 강하게 질타했다. 나아가 비폭력 정신 또한 시민들에게 강조했다. 이날 시국 미사에는 당초 사제단과 각 교구 소속 신부들, 일반시민, 야권 의원들 및 시민단체 관계자 등 총 3만 여명이 서울시청 광장에 자리를 함께했으나, 가두행진이 시작된 이후에는 8만 여명(주최측 추산, 경찰 추산 천 여명)이 뜻을 같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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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시국 미사에는 사제단 신부들과 전국 각 교구 신부들, 일반 시민, 야당 의원, 시민단체 관계자 등 총 3만 여명이 참석했다. 하지만 가두행진이 시작된 이후에는 8만 여명으로 늘어나기도 했다. © 대자보 | 앞서 이날 미사는 오후 6시 부터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방송차량의 도착이 지연되면서 예정된 시간을 1시간 반 넘긴 후에야 시작됐다. 이유는 경찰이 차량의 서울시청 광장 진입을 원천 봉쇄했기 때문. 결국 방송 차량은 저녁 7시 10분이 돼서야 현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밖에도 국가인권위원회 방면 만 허용한 채 서울시청 광장으로의 진입을 봉쇄한 경찰은 시청역 5번 출구에서 부터 서울 프레스센터로 이어지는 길목에 전경 차량과 병력을 배치, 시민들의 이동을 철저히 차단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날 '국민존엄을 선언하고 교만한 대통령의 회개를 촉구하는 비상 시국회의'의 미사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사제단은 미국산 쇠고기 사태에 따른 이명박 대통령의 사죄와 '국민과의 대화', 전면재협상 선언 및 구속자 전원 석방 등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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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교구 신부들은 한자리에 모여 미국산 쇠고기 전면 재협상을 촉구하고 시민들의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한 기도를 올렸다. © 대자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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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민이 '주님께 기도하던 손으로 폭력진압 왠 말이냐'라고 적힌 손 팻말을 들고 이명박 대통령과 경찰의 강경 진압 방침을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 © 대자보 | 사제단은 '대통령의 힘과 교만을 탄식함'이라는 글을 통해 "국민이 그토록 간절히 호소했지만, 정부는 미국 압박에 굴복해 문제의 쇠고기 수입을 전면 허용했다"며 "시민들 고뇌를 마음에 품고 기도에 집중했으나, 이제 그런 절제는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됐다"고 밝혔다.
사제단은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선 "대다수 국민은 그의 궤적을 잘 알면서도 혹시 경제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까 싶어 지난 대선의 결과를 빚어낸 것 뿐"이라며 "천심을 폭력으로 억누르는 정부의 교만한 태도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사제단은 "소통을 강조하는 대통령은 먼저 국민의 소리를 듣고 그 진실을 깊이 헤아린 다음 국민과의 대화에 나서야 한다"며 "쇠고기 협상의 실패를 인정하고, 국민 앞에 겸손하게 사죄를 청하는 뜻으로 장관고시를 폐한 뒤 전면재협상을 선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제단은 특히 경찰의 강제 진압과 관련, "국민여론을 제압하기 위해 몽둥이와 방패로 시민들을 내려찍으며 무차별적 폭력을 행사했다"며 "이로써 촛불에 담겼던 간곡한 뜻은 짓밟혔고, 대통령과 정부의 존립근거를 묻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개탄했다.
사제단은 한나라당과 정부 각료들에 대해서도 "교만과 무지를 탄식한다"며 "그들의 병든 양심을 교회의 이름으로 엄중히 꾸짖는다. 이 땅에 하느님 나라를 선포해야 하는 사제의 양심에 따라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는 점을 경고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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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시국 미사에는 각 교구 신부 100여 명이 참석했다. © 대자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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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국 미사에 들어가기 앞서 시민들은 찬송가와 아침이슬, 헌법제1조 등을 부르며 평화적 분위기를 이어갔다. © 대자보 | 사제단은 '조중동'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가했다. 지난 정권 때와 너무도 다른 논조를 보이고 있는 보수신문들을 향해 그들의 폐해를 지적했던 것. "현 정부가 출범 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미국산 쇠고기의 절대 안전을 강변하고 나섰다"는 질타였다.
"조선, 중앙, 동아의 표변과 후안무치는 가히 경악할 일입니다. 정론직필의 본분을 버리고 이해득실에 따라 말을 뒤집고 있습니다. 이런 (조중동의) 실상이 널리 알려진 것은 '만사지탄'이나마 다행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제단은 촛불집회에 나서는 시민들과 다른 신앙인들을 향해서도 '호소'의 말을 잊지 않았다. 촛불을 태우는 의미에 대해 강조의 메시지를 전한 것이다.
"촛불은 평화의 상징입니다. 기도의 무기이며 비폭력의 꽃입니다. 우리가 비폭력의 정신에 철저해야만 폭력의 악순환을 끊어 버릴 수 있습니다. 모든 신앙인에게도 호소합니다. 촛불은 안으로는 내면의 욕심을 불태우고, 밖으로는 어둠을 밝히는 평화의 수단입니다. 저마다 마음을 비우고 맑게 하여 지친 세상을 위로하고 서로에게 빛이 됩시다"
평화적 가두행진, 시민들 환호 이끌어내…경찰, 시민 2명 연행 뒤 석방
한편 이날 시국 미사에는 일반 시민들 뿐 아니라, 민주노동당 강기갑, 천영세 의원, 통합민주당 천정배, 강기정, 안민석, 김재윤 의원,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 김근태 전 의원, 진보신당 노회찬, 심상정 공동대표 등의 야권 정치인이 대거 참석했다. 아울러 삼성 사태 이후 사제단과 뜻을 같이하고 있는 김용철 변호사도 자리를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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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심상정 진보신당 공동대표와 김용철 변호사. © 대자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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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국 미사를 마친 전국 각 교구의 신부들은 숭례문과 을지로를 거쳐 다시 서울시청 광장으로 돌아오는 가두행진을 펼쳤다. © 대자보 | 이날 3만 여명으로 시작된 비상 시국 미사는 행사 종료 뒤 가두행진이 시작되면서 8만 여 시민들(주최측 추산, 경찰 추산 6천 명)로 늘어났다. 사제단과 시민들은 1시간 가량 가두행진을 펼치며 주변 시민들의 박수와 열렬한 호응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가두행진은 문정현 신부 등 전국 각 교구의 신부들 20여명이 선두에 선 채 진행됐으며, 학생들과 시민들을 중심으로 한 '인간띠'가 신부들의 '안전'을 책임지기도 했다.
가두시위는 지극히 평화적으로 진행됐으며, 경찰도 교통정리 인원 만 배치된 채 주변 흐름을 정리할 뿐이었다. 한때 가두행진이 펼쳐지는 과정에서 교통 혼잡이 발생하기도 했으나, 우려했던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앞서 경찰은 서울시청 광장에서의 미사만 허용하고 가두행진은 불허한다는 방침이었으나, 참석 인원이 경찰의 예상을 뛰어넘고 가두행진 중심에 사제단 신부들이 있다는 점을 감안, '가두행진 불허' 조치를 내리진 않았다.
하지만 경찰은 광화문 사거리 서울 파이낸스 빌딩 앞에 전경 차량 수십대와 병력을 배치하는가 하면, 한 두 길목만 제외하고 서울시청 광장으로 통하는 대부분의 도로를 전경 차량으로 철저히 봉쇄해 지나던 시민들의 분노를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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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시민 2명을 연행하자, 주변에 있던 나머지 시민들이 "당장 석방하라"며 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 대자보 | 특히 미사가 시작되기에 앞서 경찰은 시청역 5번 출구 인근에서 행사에 참가하려던 시민들을 강제연행 하기도 했다. 담배꽁초를 버린 전경을 향해 2명의 시민이 "거리에 왜 버리느냐"라고 항의 하자, 전경들이 이들을 강제 연행한 뒤 인근에 있던 차량에 가두었던 것.
이에 시민들은 "당장 풀어줘라", "지금 종교의 자유 까지 탄압하는 것이냐"라며 강하게 항의했고, 현장에 있던 50대 여성은 "우리는 집회를 한다는 이유로 강제 연행 하면서 자기네들은 마음대로 불법을 자행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다른 남성도 2명의 시민이 연행된 차량 타이어에 바람을 빼는 등 격렬히 항의하기도 했으나, 경찰은 미사 시작 25분 전인 이날 오후 7시 5분 께 연행자 2명을 모두 석방했다. 잇따른 '종교 집회', 비폭력 기조로 돌아서나 한편 이날 사제단 미사를 시작으로 종교계의 '비폭력 기조 집회'가 이번주 잇따라 예정돼 있다. 7월4일 실천불교전국승가회 주최의 시국법회가 열리는데 이어, 5일에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의 시국기도회 등이 개최되는 것. 특히 30일 진행된 비상 시국 미사가 경찰의 원천 봉쇄를 무색케할 정도의 평화적 집회로 마무리 된 점을 감안했을때, 촛불집회 초반에 유지됐던 '비폭력 기조'가 다시 도래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민주노총 총파업과 연계돼 2일 열리는 집회와 5일로 예정된 '집중 촛불집회'가 향후 비폭력 기조의 향방을 가늠할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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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30 [23:48] ⓒ jab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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