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전설(Legends of the Fall)
최용현(수필가)
‘가을의 전설(Legends of the Fall, 1994년)’은 짐 해리슨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미국 몬태나주 산골 목장에 정착한 퇴역군인과 그의 세 아들의 이야기이다. 에드워드 즈윅 감독이 제작과 연출을 맡아 시대극 로맨스 드라마 영화로 만들었다.
제작비 3,000만 달러를 투자하여 전 세계에서 1억 6,0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려 흥행에 성공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서울 관객 23만 명을 넘어섰다. 영화 속 배경은 미국 몬태나주이지만, 캐나다 앨버타주 캘거리와 밴쿠버 인근의 로키산맥에서 촬영하여 수려하고 웅장한 풍광을 화면에 담았다. 이 영화로 아카데미 촬영상을 받았다.
음악은 제임스 호너가 작곡한 OST 중에서 작중 아버지의 이름인 ‘러들로(The Ludlows)’가 유명한데, 부드러우면서도 약간 차가운 느낌이 드는 피아노 선율이 일품이다. ‘OCN이 뽑은 한국인이 좋아하는 100대 영화음악’에 선정되었으며, 요즘에도 각종 배경음악(BGM)으로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1913년, 미합중국의 인디언 학살 정책에 불만을 품은 러들로 대령(앤서니 홉킨스 扮)은 퇴역하여 몬태나주의 외딴 산골 고원에서 목장을 운영하면서 세 아들인 장남 앨프레드, 차남 트리스탄, 그리고 막내 새뮤얼을 키우며 살아간다. 산악지대의 추위를 싫어하는 아내는 도시로 내려가서 봄이 되어도 오지 않는다.
1914년, 새뮤얼(헨리 토머스 扮)이 하버드대학교에서 매력적인 약혼녀 수잔나(줄리아 오먼드 扮)를 데리고 오면서 목장에 훈풍이 감돌기 시작하지만, 불행하게도 알프레드(에이던 퀸 扮)와 트리스탄(브래드 피트 扮)도 그녀에게 반하고 만다. 부모가 돌아가시고 없는 수잔나는 이곳에 있으면서 트리스탄의 거칠고 남자다운 매력에 빠진다.
새뮤엘이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여 독일을 응징하겠다고 선언하자, 앨프레드도 참전하겠다며 나선다. 그러자 트리스탄은 새뮤엘을 보호하겠다며 합류한다. 이들 3형제는 영연방 캐나다군으로 출전한다. 장교로 임명된 알프레드는 전투에서 다리를 다쳐 치료 후 전역하게 되고, 새뮤얼은 독일군이 살포한 독가스를 마시고 허둥대다가 사살되고 만다.
트리스탄은 동생을 지키지 못한 죄책감에 반미치광이 행동을 하다가 제대하는데,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방황한다. 수잔나는 이제 자기의 집으로 돌아가려 했으나 폭설과 강풍으로 철도가 끊어져 봄에 돌아가기로 하고 그대로 머문다. 집에 돌아온 앨프레드가 수잔나에게 청혼하는데….
트리스탄이 집에 돌아오자, 수잔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그와 뜨겁게 사랑을 나눈다. 이를 질투한 앨프레드는 집을 떠나 도시로 가고, 트리스탄은 또 유랑을 떠난다. 수잔나는 영원히 기다리겠다고 했지만, 배를 타고 떠난 트리스탄은 몇 년 후 ‘우리 사랑은 끝났으니 다른 남자와 결혼하라.’는 편지를 보내온다. 그 편지를 본 아버지는 뇌졸중으로 쓰러진다.
한편, 하원의원에 출마한 알프레드는 집에 찾아와 아버지의 협조를 구하지만, 인디언에 대한 정책 때문에 정부를 증오하는 아버지로부터 거절당한다. 집을 나서던 알프레드는 실의에 빠진 수잔나를 보고 다시 청혼하여 마침내 두 사람은 결혼하게 된다.
몇 년 후, 트리스탄이 돌아오자, 목장과 아버지, 옆집 인디언 식구들이 모두 활력을 되찾는다. 트리스탄은 어릴 때부터 자신을 좋아하던 인디언의 딸 이사벨과 농장에서 결혼식을 올린다. 아들과 딸을 낳고 오손도손 살던 이때가 트리스탄의 삶 중에서 가장 평온한 시기였다. 트리스탄은 밀주를 제조하여 몰래 거래하면서 살아간다.
어느 날, 트리스탄의 가족들이 하원의원이 된 형 부부를 시내에서 우연히 만나고 돌아가던 길에, 밀주 거래 혐의로 시비를 걸던 오배니언 형제와 결탁한 부패 경찰관이 암벽에 갈긴 기관총의 유탄에 맞은 이사벨이 비명횡사하자, 분노한 트리스탄은 경찰관을 초 죽음에 이르도록 구타하고 끌려간다.
구치소에서 트리스탄을 면회한 수잔나는 트리스탄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권총으로 자살한다. 트리스탄이 석방된 후, 이사벨의 아버지는 숨어서 딸을 죽인 경찰관을 사살하고, 트리스탄은 오배니언의 동생을 처치한다. 오배니언과 경찰관 2명이 총을 들고 목장으로 찾아오자, 아버지와 앨프레드가 이들을 사살한다. 아버지가 앨프레드를 진하게 포옹하고, 트리스탄은 앨프레드에게 아이들을 부탁하고 도피 길에 오른다.
트리스탄은 가족 중 누구보다도 오래 살며, 자녀와 손자녀의 성장을 지켜본다. 1963년, 노인이 된 트리스탄은 어느 숲에서 사나운 곰을 만나 싸우다가 장렬한 최후를 맞는다. ‘그의 무덤은 찾을 수 없었으나, 그는 야생의 삶을 살다가 다시 자연으로 돌아갔다.’라는 해설과 함께 영화가 끝난다.
‘가을의 전설’은 멋진 영상미 속에 전쟁과 평화, 삶과 죽음, 사랑과 이별의 고통이 잘 녹아있는, 영혼을 울리는 대서사시라고 할 수 있다. 뛰어난 스토리텔링과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잘 살려낸 배우들의 조화가 돋보이는데, 특히 브래드 피트는 물오른 꽃미모와 함께 긴 머리에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야성미까지 보여주고 있어 여성들의 인기를 독차지했다.
영화제목 ‘Legends of the Fall’을 ‘가을의 전설’이라는 멋진 제목으로 번역한 것에 오역(誤譯) 논란이 있다. ‘Fall’은 가을이지만, ‘The Fall’은 성경적 의미에서 도덕적인 추락, 타락, 몰락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사실 스토리만 보면 형제간의 막장 드라마 아닌가. 원작자 짐 해리슨은 가을이라는 의미와 함께 타락, 몰락의 의미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당시 대학가에 ‘가을의 전설’ 포스터나 액자가 걸리지 않은 술집과 카페가 없었을 정도로 브래드 피트의 인기는 하늘을 치솟았다. 그 당시 한불화장품에서 4억 원을 주고 6개월 동안 브래드 피트를 모델로 한 화장품 광고를 TV에서 방영하기도 했다.
첫댓글 아름다운 영상에 어울리는 음악과 왠지 가슴 시린 스토리~ 좋은 영화 소개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네, 브래드 피트에 의한, 브래드 피트를 위한, 브래드 피트의 영화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