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미로(迷路)
봄기운이 오는건지 스치는 바람결이 덜차갑고, 먼산은 미세먼지가 온기를 품었다. 운동을 마치고 시내로 들어서는데 가로수 밑에 웬 여자 둘이 서있었다. 다가가 보니 먹이통과 물그릇이 있었고, 앞에는 고양이 한마리가 비스듬히 쓰러져 있다.
"굶어 죽었어요? 많이 말랐네."
"병에 걸렸어요. 아직은 죽지 않았어요."
움직임도 없는데 죽지 않았다니 그럼 임종을 앞둔 상태란 말인가? 곁의 다른 여자가 손으로 고양이의 얼굴을 쓰다듬으니 움직임의 촉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중환자실 그 호흡기단 모습이 연상되는 장면이다.
먹이, 이곳을 지날때마다 먹이통을 본 것만 같으니 여자의 말대로 굶어죽진 않았다는 말이 맞는 듯했다.
그래도 험한 경우의 사람보다 낫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먹을거 챙겨주고, 임종을 지켜봐주는 생명체의 손길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들 사회는 인간세상처럼 연명치료에 관한 의사전달 체계나 의료기기를 사용할 권한 형성이 안된다. 고양이 삶의 출처는 알 수 없지만, 형색을 보니 '집나오면 개고생 한다'는 말이 귓전에 맴돈다.
사람이건 동물이든 늙으면 추해보이고, 산다는게 그저 그렇다. 그런데 자식에겐 희생의 보은에 씁쓸함을 느끼면서도 동물엔 돌아올게 없음을 알면서도 정성을 다하는 인간이란 동물이 참 아이러니하다.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정치인의 비서를 지냈고, 지금은 유투브를 운영하는 그는 자신도 젊었을땐 광깨나 내고, 해외여행 다니며 맛있는 음식을 즐며 먹었는데, 생각하니 그게 허무하게 느껴진단다. 지금은 음식을 간단히 먹고, 못다한 분야의 공부를 통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되는 삶을 살다가는게 보람을 느낄 것 같다고 말했다.
S대를 나온 그가 남들이 그랬듯, 그 정치인의 후광을 입었더라면 그의 말대로 지탄받는 국회의원 네댓번은 했음직하다. 그러나 지나칠 정도의 댓쪽 성격이라 사기꾼 범죄율이 최고라는 이땅에선 본연의 자신이 변해가는 자신을 이기기 힘들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 차렸나보다.
말대로라면, 그는 먹거리에 대한 미각을 초월한 것처럼 여겨졌다. 그의 말은 맛나고 달달한 음식은 결코 몸에 좋은 것이 아니란다.
가만 생각하니 속담에도 '좋은 약은 입에 쓰다'고 하였것다. 약초 공부 할때 보니 거의 모든 약제는 쓴맛이 났다. 쓴맛을 그냥 넘기기 고통스러우니 그걸 중화시키기 위해 모든 약에는 터줏대감인 감초가 가미된다.
주장 강한 그도 공자의 '인간칠십고래회'를 인식하며 해야할짓, 하면 안될 일 깨닳아 실천하는 것 같다.
들판을 걸으며 동영상을 들었다. 골치만 아프고, 들으면 잠이 온다는 그 먹고사는 것에 관한 내용이었다.
그걸 뭐하려 듣고, 글로서 옮기냐면 나와 환경이 다르더라도 다른 사람들 삶의 기준점 정도는 귀동냥, 세상물정(世上物情)을 이해함이 좋을 것 같고, 남의 애기에 끼어들기도 좋겠다. 주내용은 그대로 옮겼고, 이해에 도움이 되게 더보태어 기록했다.
'열심히 일하는데 왜 점점 통장이 비어갈까? 청년은 집이 비어가고(집을 못사고), 중년은 쓸 돈이 없고, 노년은 쉴틈이 없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소비가 줄어들고 물가는 내려가는게 이론적으로는 맞다. 그러나 경기가 침체 되는데도 물가가 인상되는 변칙적인 지금의 경제현상을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이라 한다.
실질임금(Real Earnings)은 명목임금에서 물가상승율 영향을 빼고 실제구매력으로 나타낸 임금이다.
한국개발원 자료에 의하면 2022년 전체 근로자 실질임금은 0.5% 인상되었고, 2023년도엔 -0.9%라고 한다. 2020년대 한국의 실질임금은 둔화되었다. 2022년부터 유류, 가스, 먹거리 등의 물가가 가파르게 인상되었기 때문이다. 갈수록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도 여전하고, 양극화가 심화된다.
소득인상보다 필요경비 지출이 더 빠르게 늘어났다. 집세, 교육비, 병원비 등의 아껴도 크게 줄어들지 않는 고정비 성격의 비중이 크다.
소득하위 20% 저축은 더 줄어들었다. 그너머 돈은 도박꾼 집에 들어오면 잠잘새도 없이 가출에 나서는듯, 월급을 받으면, 집세, 전화요금, 전기세, 가스비, 보험료, 대출이자 등의 고정비는 신경쓰지 않아도 알아서 자동지출 된다.
한국도시가정의 고정비는 수입의 60~70%이다. 남은 30~40%로 생활비를 충당해야 한다. 서울원룸평균 월세는 70만원, 수도권 전체는 50만원이다. 전세보증금의 이자도 월세만큼이나 지출된다.
2022년부터 코로나에 의한 경기침체로 금리가 가파르게 인상되었다. 인터넷 휴대폰요금이 15~20만원선, 전기 가스요금 인상 등 고정비도 뒤질세라 뛰어 올랐다.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 슈링크는 줄어든다는 용어이고, 플레이션은 물가이다. 상품의 가격은 그대로인데, 양이 줄어듬을 말한다. 한때 교촌치킨이 그짓거리 하다 혼이 났단다. 2022년 슈링크플레이션 57개 항목중 91%가 식품이었다고 하니 먹고사는게 더 막막하게 느껴진다.
서울시내 점심 한끼에 기본이 10,000원 이상이고, 김밥은 4,000원, 짜장면은 8,000원 정도란다. 서울만 그런게 아니다. 배달음식은 배달비가 더 붙는다. 그래서 직장인들은 점심값 아끼려고 도시락을 싸오거나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을 사먹는다. 결국 고정비와 슈링크가 양쪽에서 서민들의 지갑을 옥쥔다.
경제 활동이란 인간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재화와 서비스를 얻기 위해 생산, 분배, 소비하는 모든 활동이다. 그게 싫다고 전면 거부하면 연명치료로 돈은 엄청나게 더 든다.
대학을 나온 25살 사회초년생이 첫월급으로 250만원 정도를 받는다고 가정하면, 국민연금, 건강보험료 등을 공제하면 실수령액은 220만원 정도가 된다.
거기에다 서울원룸 월세 60만원, 관리비 10만원, 전화요금 7만원, 교통비 10만원, 식비 40만원을 지불하고, 남은 90만원 안되는 돈으로 경조사비, 옷값, 병원비 등을 쓰면 50만원이 남는 것으로 계산한다. 경력늘면 월급은 오르지만 지출도 항목과 액수가 늘어난다.
그 50만원을 모아서 이자보태 1억원을 만들려면 단순 계산으로 15년 정도가 걸린다. 15년후의 1억원, 그걸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전세보증금에나 보태 쓸런지...
그래서 젊은이들이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3포세대에서 더 나아가 요즘은 'N포세대'란 말이 생겨났다. 연애, 결혼, 출산에다 내 집 마련, 꿈, 희망 등 생애 전반의 많은 가치를 포기한 2030 세대를 뜻하는 신조어다.
'무지출 첼린지'란 게임이 있었다. 돈 쓰는걸 줄이기 위해, 하루동안 밖에나가 돈을 한푼도 안쓰는 그런 것들이라는데, 걸어서 출근하여 점심을 굶고 물만 마시고, 그리고 걸어서 퇴근한다니, 그게 건강이 점점 나빠질텐데 지속이 가능할까?
게다가 유통기한 임박한 음식 싸게 사는법, 무료시식 행사정보, 난방 아끼려 하루종일 도서관에서 지내는 방법 등으로 지출을 줄인단다. 그러다보니 남의 눈에 거슬리고, 민폐를 끼치게 되어 시들해졌다.
요즘은 좀처럼 신분이 바뀌기 어렵고, 신분상승의 기회가 줄어든다. 회사의 모집인원은 줄어들고, 그마져도 신입사원을 뽑지 않고 경력직을 뽑는다.
연봉 7,000만원을 받는다면, 대기업 과장이고, 중견기업 부장급이다. 세금떼고 월480만원에서 대출상환금 150만원, 자녀둘 학원비 120만원, 부모님 용돈 50만원, 보험료 40만원 합계 360만원을 지출하면, 남은돈 120만원으로 살아야 한다. 이런 경우 자신의 집은 소유하고 있지만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하우스푸어이다.
중년 세대를 두고 '샌드위치 세대'라 부른다. 부모를 모시고, 자녀를 두었다. 부모는 수명이 길어지고, 자녀들은 대학에다, 취업준비, 결혼을 하면 뒷바라지를 해야한다. 그것을 탈피하려 자칫 직장을 나와 자영업이란 모험을 벌렸다간 더큰 위험에 빠진다.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은 OECD 38개국 중 단연 1위다. 2023년 기준 65세 이상 중 38.2%가 빈곤선 아래에서 산단다. 1달 100만원 이하로 살아야 한다는 뜻이다. 다른 선진국의 노인빈곤율은 14%, 우리가 세배 가까이 높다. 가장 오래 일하고, 가장 가난한 노인들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우리나라가 OECD(선진국 그룹) 운운하는게 사치고, 거드럼이란 생각이다.
노인 경제활동 참가율도 가장 높다. 2025년 65세 이상의 경제활동 참가자가 37.3%이고, OECD는 13.6%이다. 2025년 평균 국민연금 수령액은 66만원이고, 1인 최저생겨비는 134만원이다. 기초연금은 30만원대이다.
통계층 자료에 의하면 노령층 인구중 54.4%가 생계비를 벌기위해 일을 한단다. 그중 34.2%가 단순노무자 고용이다. 법적 퇴직연령은 60세지만, 실제로는 52.9세에 퇴직을 한다.1969년생 이후 출생자는 국민연금 수령개시가 65세이니 그 간극이 10념이 넘는다.
스테그플레이션은 스테그네이션(Stagnation,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inflation, 물가인상)의 합성어이다. 스테그플레이션은 그 해결이 어렵다. 물가 높은 상황에서 돈을 풀면 물가가 더욱 올라가고, 물가를 잡으려고 금리를 올리면 경기는 더욱 얼어붙고, 돈빌려쓴 서민들은 극으로 내몰린다.
우리나라는 L자형 장기 침체에 빠졌다. 그것을 벗어나려면 개인의 능력으론 한계가 있고, 정부가 함께 나서야 하는데 정치권이란 그런덴 관심이 적고, 정책결정과 합의에 그 속도마져 늦는 편이다.
기술력 없는 일자리는 청년과 노인간의 경쟁이 된다. 각자도생의 분위기, 그리하면 세대갈등이 일어나고 잘못되면 모두가 무너진다. 파이를 늘여야 하는데 자꾸만 줄어든다. 상위 10%와 하위 10%의 임금차가 선진국보다 커단다.
한국의 복지 비용은 선진국 보다 그 비율이 아직은 낮다. 스스로 살아 남으려면 더욱 열심히 일해야 한다. 정부의 성장정책, 분배정책, 안전방지책의 세가지가 균형을 이루고, 개인은 고정비를 줄이고, 월급외 수입을 늘이며 현금흐름을 잘 관리해야 한다.
주식이 대세인 이나라, 모두가 그렇게 번돈으로 살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것도 돈이 있어야 투자하고, 논밭팔아 화투판 나앉았듯 위험성은 뒤따르기 마련이다.
옛날 설명절에 새해 희망을 갈망했던 토정비결, 그것마져 잊혀진 그설이 다가왔다. 인천공항엔 100만명이 훨씬 넘는 인파가 몰릴거란다. 양극화, 천수답 물걱정에 비해 한쪽은 물넘쳐 논두렁 터지는 격이다.
사는게 앞길이 보이지 않는다. 세상은 미세먼지 낀 것처럼 흐릿하고, 미로처럼 꼬이고 숨었다. 그래도 틈새는 있을 것이고, 행복의 정의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건강하게 열심히 살아가는게 행복의 한단면이다.
설명절 가족과 즐거운 시간이 되길 기원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