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에서
천향미
울음은 눈치가 빠르다
모르는 번호의 전화를 받는데 대답보다 먼저 주저앉는다
―김기욱씨 댁이죠, 김기욱씨가 쓰러져서 구급차로 병원에 가고 있습니다. 다니시던 병원이 어디죠? 아니 제일 가까운 병원 찾아서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지금 송정터널인데 가까운 해운대백병원으로 이송 중입니다. 응급실로 빨리 와주시기를 바랍니다.
구급대원의 긴박한 목소리에 맨발로 뛰쳐나간다
긴 터널을 지나 시가지를 가로지르는 앰뷸런스, 목숨줄을 늘였다 줄였다 울음이 매달려 간다
수술 서약서에 사인하라는데
기도를 죄다 불러 모으라는데
생사의 경계에 도착한 울음들이 응급실 복도에 길게 줄섰다
마스크들의 의문스런 눈빛에 수술실 문이 닫히고
늘어선 울음도 어두워지고……
괜찮아
괜찮을 거야
괜찮아야 해!
절망의 태엽에 촛불 같은 말 한마디씩 매단다
울음은 알지, 그날 몸속 행성 하나가 검게 타버린 것을,
♡현장감이 있고 수사와 숙어가 좋지유? ㅎ
첫댓글 멋져부요 형!
이런 좋은 글을 회원글에 내놓지 않고요
한참을 머물다 갑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