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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4회
'우장산 둘레길' 주말걷기 후기
글, 안내 : 박동진
(한사모 운영위원, dongjin0101@dreamwiz.com
)
안내 : 방규명
(한사모 회원, bkm0724@hanmail.net
)
사진 : 윤현희
(한사모 사진위원, heehyoon82@gmail.com
)
김민종, 김석진, 김성래, 심상석,
안철주, 이경환, 이달희, 황금철,
김소영, 김정희, 나병숙, (김성혜),
안명희, 오준미, 윤삼가, 윤정자, 윤현희,
이복주, 이은찬, 최경숙, 최영자, (곽금연),
김동식.송군자, 김용만.이규선, 김창석.김경진,
박동진.방규명, 신원영.손귀연, 윤종영.홍종남,
이규석.이영례, 이창조.정광자, 정전택.김채식,
정정균.임금자, 진풍길,소정자 (46명)
8월은 타오름 달입니다.
하늘에선 해가, 땅 위에서는 가슴 타는 정열의 달 끄트머리 일요일.
불볕 더위가 온 강산을 달궈도 올림픽 경기 보는 맛으로 견뎠는데
이젠 또 어떤 재미로 성큼 다가온 가을을 맞아야 하는지요?
지하철 5호선 우장산역 1번 출구.
귀티 서린 ‘꽃줌마들’과 품위 있는 ‘꽃아재들’이 눈인사 손인사를 합니다.
이레 전엔 본 얼굴인데 왜 이리 정답고 반가운 것일까요?
혹여 내가 당신을 믿기 때문에, 당신이 나를 믿어주기 때문에
오늘 이렇게 즐겁게 행복을 느끼는 것 아닐는지요?
한사모 걷기 444회째.
‘우리는 헤어지는 연습을 하며 살아간다' 조병화 시인의 말입니다만
그동안 만나고 헤어지기를 그렇게 많이 했는데도
더욱 살가운 것은 연륜 만큼 쌓인 도타운 정 때문이겠습니다.
미국 캠핑 여행을 마치고 2달만에 나오신 나병숙님의 인사말에 이어
곽금연 예비회원 님의 첫 참석을 박수로 환영했습니다.
과일이며, 떡이며, 음료수며, 주전부리며...
줄곧 나눠먹던 간식거리 없어 섭섭하고 아쉽지만 어쩌겠는지요?
안내자의 번거로움을 덜어주기 위한 집행부의 결정인 것을요.
그동안 간식 마련하느라 애쓰신 회원님들께는 송구스럽지만
형평성에 어긋난다거나, 일 년에 한 번 하는 게 무에 그리 번거로우냐며
못마땅해 하는 회원님 없지 않겠습니다만 정해진 규칙이니
깊고 넓은 아량으로 불편한 심기 묻어주시리라 믿습니다.
카네기가 말했다지요 아마? '批非不(비판, 비난, 불평)하지 말라"고.
지하에서 지상으로. 비 오기 전 느끼던 아스팔트 열기 가늠하며
오른쪽 작은 동네 골목길로 접어들자 늘어선 전깃줄이 어지럽지만
우리에겐 오랜동안 눈에 익은 정경이어서 오히려 정겹습니다.
걸음 사뿐 가볍고, 표정 해맑은 것은
'서늘한 바람 불어예는' 날씨에 기분 사뭇 상쾌한 때문이겠습니다.
더위 걱정, 비 걱정으로 밤잠 설쳤는데 생각도 못한 이런 날씨 맞은 건
오로지 회원님들이 선행으로 받은 홍복 때문인 게지요.
산 냄새가 코끝 자극할 쯤, 초라한 66계단을 오릅니다.
우장산 초입입니다.
숨 한 번 고룬 사이 속세에서 신선의 세계로 들어온 느낌입니다.
사위 조용하고 이따금 제짝 찾지 못해 울어 예는 매미 소리가 처량합니다.
한국폴리택대학을 지나 강서구민회관 앞까지 가는 동안
볼거리 없어 ‘걸으면 산다’는 신념으로 걷기에 충실합니다.
한여름엔 나무그늘이 사뭇 좋았는데 햇빛없는 오늘은 을씨년스럽지만
앞서거니 뒤서거니 소곤소곤 이야기 나누며 걷는 모습이
소풍 나온 어린이들처럼 순진무구해 보입니다.
‘최선을 다해 오늘을 살겠다’는 진솔한 삶의 자세 때문 아닐까요?
누가 그랬더군요.
특별한 날에 특별한 일을 하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고.
그처럼 기다리는 그 ‘특별한 날’은 결코 오지 않는다고요.
우리가 살아있는 오늘이, 이 순간이 바로 그 ‘특별한 날’이라고요.
값지고 귀한 찻잔이라며 찻장에 정중히 모셔놓고
'특별한 날' 기다리는 내 아내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길 양 옆으로 들어선 목각 시비와 조각들이 길의 밋밋함을
특별함으로 치환하고 있습니다.
감수성 예민하거나 시심 깊은 분에겐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겠지요.
강서구민회관 앞 공원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잠시 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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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으로 오르다 보면 쪽동백나무 군락지라는
안내 간판이 보입니다.
면적 3000여평.
기름은 동백나무 그것과 비슷하다네요.
기우제를 지내던 곳 우장산(雨裝山).
기우제를 마치는 날에는 꼭 비가 와서
모두 우장을 준비했다는데서 비롯된 이름.
높이 해발 99m.
전두환 전 대통령의 동생 정경환이
새마을운동중앙본부 4대 회장이던 시절,
공원으로 개발, 조성하다가 마무리하지 못하고 물러나는 바람에
아쉬워했다는 주민들 이야기도 떠돌았답니다.
그늘 있고, 앉을 곳 있으면 땀 씻고, 목축이고, 간식나누는 건 일상.
운동하고 휴식하는 주민 여럿 있었지만 그런것 아랑곳하지 않고
노래 부르다 시들하면 그냥 밥집으로 내려가면 좋으련만...
다시 이동. 이번엔 잘 포장된 사람 손이 간 길을 피해 오솔길로 들어섰습니다.
꼬불꼬불 산길이 제법 재미있습니다.
국궁장 앞.
지난 22일 마무리하겠다던 힐링숲(안내센터) 조성 공사가
10월로 미뤄지는 바람에 주위가 어수선합니다.
쉬어야 하나 지나쳐야 하나?
도덕성 문제에 봉착.
판단이 서지않아 망설이는데 앉았다 가자는게 중론인지라.....
‘화서표 인절미’는 ‘금일 휴업’이라 아쉬웠지만
‘창석표 칵테일 빠’는 여전히 성업 중입니다.
소리소문 없이 비법을 테스트하고 있는‘숙이표 홍차’며
호시탐탐 시기 엿보고 있는‘현희표 레모나이드차’는 언제 창업하려는지...
한사모 시장은 불황을 모른 체 욱일승천,
날로 날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신원영 지휘자와 김창석 악단장이' 찰떡 궁합을 이뤄
'고픈 노래'로 즐거운 한 때를 보냈습니다.
쉬엄 쉬엄 걷는다고 시간이 따라주지는 않는 법. 우장산의 상징
'새마을지도자탑'을 보려면 가파른 길로 5분여, 순한 길로 25분...
'즐거운 도보 여행' 되기 '강행 의견' 무시하고 '비상로'를 택했습니다.
투박하고 비좁은 오솔길에 들어서자
흙냄새 풀잎 냄새가 감성을 자극합니다.
꼬불꼬불, 오르막길 내리막길이 홀연 '그때 그 시절'을 연상케 합니다.
할아버지가 걷고, 아버지가 걷고, 형님이 걷던 그런 길...
떼묻지 않은 길. 예쁜 길 찾아낸 사람들의 지예와 혜안이 경이롭습니다.
천계에서 속계로 공간 이동했습니다.
이제 녹색의 세계에서 있었던 일 기억의 한 켠에 묻어두고
현실의 삶에 적응하려니 시장기가 먼저 찾아듭니다.
'항아리보쌈'이란 간판이 옛 친구처럼 반갑게 다가옵니다.
개업한 지 얼마 되지않은 집이라 모든 것이 정갈해 마음에 들었습니다만.
목 축이기에 바빠 건배사를 먼저했습니다.
" 한사모 - 좋~다"
너와 나 사이, 우리 사이에 있는
부족한 2%를 서로 보충하고 감싸주려는
한사모 구성원들의 고운 심성을 좋아 하기 때문입니다.
항아리 안에는 든 건 쌈 도둑인 시레기 콩나물된장국이구요,
옹기에 담긴 야채 반 국수 반인 막국수는 야채가 좀 많아도 맛이 상큼했습니다.
쌈에다 마늘 한 쪽 올려놓고 먹는 맛이란...무엇보다 잡내가 없어 좋았습니다.
음식점 젊은 사장이 막걸리를 서비스하는 바람에
안내 측이 이틀동안 숙성시킨 천도복숭아를 후식으로 마련했습니다.
맛있게 드셨으면 좋으련만...
"훌륭하신 분들을 만나고 함께 걸을 수 있어서 좋았다"는
한번 들으면 잊어버리지 않을 성함을 지닌 곽금연 님의 소감에 이어
"한사모 걷기 참가 20 여 회인데 왜 정회원으로 인정해주지 않느냐? " 는
나병숙 회원님 영애 김성혜 님의 이유 있는 항의에 화들짝 놀란 이경환 회장님,
"다음 주에 참가하면 특별회원으로 모시겠다"는 답변으로
어려운 국면을 가까스로 수습해 놀란 가슴 쓸어안을 수 있었습니다.
다음 주 ‘제445회 주말걷기(’16/9/4/일/ 3시)’ 안내를 맡으신
하모니카앙상블 윤정자 단장님께 한사모 주말걷기 깃발을 넘겨드렸습니다.
다음 주에는 지하철 2호선 '낙성대옆' 4번 출구(지하)에서 3시에 만나
'까치산 고개' 를 걷기로 했습니다.
* 다음 주부터는 30분 앞당겨 오후 3시에 모입니다.
정정균 사무국장님의 공지사항이 끝나자
방안은 노래방 분위기로 바뀌었습니다.
김용만 고문님이 첫주자로 '지금도 마로니에는'을 멋드러지게 부르자
진풍길 고문님이 나도 한 곡조 하며 '홍도야 울지마라'를 이어 부릅니다.
떡본 김에 제사지낸다던가요?
마이크 잡은 정정균 사무국장님이 능숙한 사회로 분위기를 이끕니다.
김동식 고문님이 '아아, 으악새 슬피우는...'하며 구성지게 부르자
'만능 청년' 이달희 고문님이 '강촌에 살고 싶네'를 멋들어지게 이어받습니다.
방안은 온통 박수와 환호로 가득찹니다.
이러다 내쫓기지 않을는지?
'왜 남학생만 부르게 하느냐?' 는 항의가 빗발치자 변명 한 마디 못하고
정정균 사무국장님 마이크를 나병숙 님에게 돌리자 LA주제가 '타향살이'를,
송군자 님은 신랑이 좋아한다는 '황성옛터'를 불러 박수 박수.
우리들만의 방, 우리들만의 세상이니 거칠게 무엇이랴.
한사모의 대표가수 이창조 님이 '가을바람'을 부르자 모두 따라부릅니다.
이럴 때 일공 심상석 고문님이 가만히 있으실리 없지요.
'타타타'를 특유의 창법으로 불러 박수로 방안이 떠나갈 듯 했습니다.
'울고 싶어라'를 대한민국에서 가장 감칠맛나게 부르는
윤종영 고문님이 마이크를 잡았습니다.
짝꿍이 안계신 때문일까요?
오늘 따라 유난히 처절하게 들립니다.
아, 이렇게 또 하루가 지났습니다.
이제 방문을 나서면 다시 오늘과 또 다른 오늘을 기다려야 겠지요.
내일은 오늘의 연속이라니까요.
다음 주에는 유모어 경진대회가 열리는 게 아닐지 기대가 됩니다.
힘든 길 걸으며 사진 찍느라 고생하신 윤현희 사진위원님
고생 많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끝까지 함께 하시며 깃발 든 안내자에게 조언해 주시고 격려해주신
진풍길 고문님, 이창조 회원님, 많이 많이 고마웠습니다.
특별한 분 또 있지요. 매주 참가 인원 체크하고, 커피 날라다주고,
이쑤시게 나눠주고, 돌아다니며 회비 걷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나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을 티내지 않고 하시는 최경숙 님 늘 고맙습니다.
무엇 보다 고마운 건 언덕길, 산길 걷느라 힘들었을 텐데도
내색하지 않고 따라주신 회원 여러분이지요. 큰절 올립니다.
여러분 모두에게 하늘의 큰 축복 있을진저.
박동진, 방규명 드림
첫댓글 박동진, 방규명 회원님, 참으로 고맙습니다.
이틀 동안 숙성시켜 후식으로 내놓으신 천도복숭아, 그 정성이 참으로 달고 맛있었습니다.
오늘 모임이 있어 다녀오느라 후기 발송이 늦었습니다. 넓은 양해 바랍니다.
박동진 운영위원님의 글이야 언제 보아도 맛있는 명문장이니 회원님들이 감명 깊게 읽고
탄복하시리라 생각합니다. 귀한 글 고맙고 좋은 안내 감사합니다.
이경환 회장님, 바쁘신 중에도 사진 편집하시고 교열 보시고 카페에까지 올려 주셔서 고맙습니다.
후식으로 마련한 복숭아을 맛있게 드셨다니 다행입니다.
또한 어쭙잖은 글 좋게 봐주셨다니 민망스럽습니다. 감사합니다.
박동진 위원님 내외분
함께하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며 후기를 읽었습니다. 좋은 길,좋은 친구들, 하룻 밤 사이에 폭염을 썩 물리쳐준 시원한 바람 등.....행복한 주말 길이었으리라 짐작해봅니다. 눈 깜짝할 순간의 생, 그 길몫에서 만난 우리들 또한 아름답습니다.
후기 잘 읽었습니다.
수고많으셨구요.
감사합니다.
생각지도 않게 날씨 좋아서 걷기에 괜찮았습니다. 힘드셔도 함께 걸었으면 좋았으련만... 하지만 인간사 사람 마음대로 되는 게 있나요 어디? 이렇게 나마 관심 가져 주시고 격려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늘 함께 건강에 힘써야 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서늘한 바람 불어 예는 " 날씨에 기분 사뭇 상쾌!!
그 덥던 더위가 썩 물러난 주말걷기 오후!!
흙냄새 풀냄새 자욱한 흙길에 오르막 내리막길, 꼬불꼬불...... 명품길을 걸었습니다.
너무도 멋진 후기를 읽노라니 행복하기도합니다. 공들여 준비된 천도복숭아, 보쌈도 훌륭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누구보다도 부지런 하시고 후기에 관심 많으신 분이시지요, 윤삼가 님은. 그리고 빼놓지 않고 댓글달아주시는 정성에 늘 탄복하고 있습니다. 문장의 핵심을 골라내시는 혜안도 부럽구요. 좋은 길로 여기고 걸으셨다니 안내자로서는 더 없는 만족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