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백산 형제봉, 옥계산 지나서
차창을 내다볼 제 산도 나도 다가더니
내려서 둘러보니 산은 없고 나만 왔네
다두고 저만 가나니 인생인가 하노라
--- 이은상,「인생」
▶ 산행일시 : 2011년 12월 31일(토), 낮에 잠깐 맑음, 박무
▶ 산행인원 : 18명(영희언니, 스틸영, 숙이, 산아, 솔잎, 드류, 감악산, 더산, 대간거사,
조프로, 메아리, 사계, 해마, 인샬라, 백작, 가은, 승연, 신가이버)
▶ 산행시간 : 8시간 33분(휴식과 중식, 이동시간 포함)
▶ 산행거리 : 도상 13.0㎞(1부 5.4㎞, 2부 7.6㎞)
▶ 교 통 편 : 두메 님 25인승 버스 대절
▶ 시간별 구간
06 : 30 - 동서울종합터미널 출발
08 : 51 ~ 08 : 57 - 단양군 영춘면 만종리(滿宗里) 노은치(爐銀峙), 산행시작
09 : 44 - 612m봉
10 : 11 - 656m봉
10 : 50 - 708m봉
11 : 10 - 옥계산(玉鷄山, △754.3m)
11 : 56 - △727.8m봉(푯대봉, 남봉)
12 : 35 ~ 13 : 15 - 배골, 1부 산행종료, 중식,
13 : 30 - 덕문곡리(德文谷里) 박대실 가기 전 산자락 끄트머리
14 : 38 - △511.2m봉
16 : 14 - 655m봉
16 : 45 - 650m봉
16 : 54 - 시루봉(△687m)
17 : 30 - 단양군 어성천면 연곡리(連谷里) 응골교, 산행종료
17 : 54 ~ 20 : 00 - 제천, 목욕, 석식
21 : 55 - 상일동 도착
1. 612m봉 오르는 간벌한 소나무 숲길
▶ 옥계산(玉鷄山, △754.3m)
2011년 종무식이자 송년 산행이다. 여느 때와 다를 바 없는 산행이지만 대성황이다. 18명. 한
동안 오지산행에 합류하지 않아 적조했던 산아 님과 조프로 님도 나왔다. 반갑다. 언제나 즐
거운 산행을 위하여 음양으로 무진히 애쓰는 메아리 님과 신가이버 님은 버스통로의 보조의
자에 앉아간다. 아직 어둠 속 중부고속도로는 내일 새해 일출 보러가는 차량들로 꽤 붐빈다.
치악휴게소에 잠깐 들렸다가 매포 갑산재 넘어 어상천 지나고 산굽이 돌고 돌아 노은치를 넘
는다. 노은치 고갯마루가 삼태산에서 719m봉과 469m봉 넘어 힘차게 내려온 마루금의 능선
이지만 오르려는 절개지가 깎아지른 절벽이라 살짝 비켜가기로 한다. 노은치에서 900m쯤 더
내려간 산모롱이가 적당하다. 적설은 보잘 것 없어 스패츠를 차지 않는다.
너른 농로 따라 골짜기로 들어가다 왼쪽 생사면의 덤불 뚫는다. 야산 소나무 숲 간벌한 나뭇
가지가 사방 어지럽게 널려있다. 오래전에 간벌하여 가시넝쿨과 잡목이 극성이다. 이런 때 눈
밝은 더산 님이 더덕이 소나무 숲에서도 자생한다는 것을 실증하여 그리 성가신 줄 모르고 나
뭇가지 헤집으며 사면을 마구 누빈다.
어느새 612m봉이다. 바람 없어 겉옷 벗어도 땀난다. 탁주 입산주가 시원하다. 612m봉 넘고
인적이 보인다. 그런데 묘한 조화(造化)다. 더덕은 612m봉 오르기까지만 보였다. 그것도 오늘
산행 마치고 제천에서 저녁식사 때 마실 생더덕주 조제분량만큼만 보였다. 다다익선이라 옥
계산 넘고 배골로 내리기까지 사시(斜視)되게 사면 살피고, 시루봉을 오를 때에는 더덕조를
편성하여 몰이하듯 사면 쓸었어도 더덕은 도통 보이지 않았다.
그러한 바로 앞의 일을 까맣게 몰라 설사면 이리저리 더듬어가며 주능선으로 올라선다. 능선
에는 색 바랜 산행표지기들이 앞서간다. 656m봉 넘고 등로 가로막은 큰 바위를 왼쪽 사면으
로 돌아 오른다. 리지 닮은 바윗길이 나온다. 길다. 외길이다. 일부러 발밑의 절벽을 내려다보
아 움찔하는 짜릿함을 느낀다.
708m봉 전위봉이 사뭇 첨봉이다. 수적(獸跡) 따라 설사면을 트래버스 하여 넘는다. 708m봉
내린 안부에서 주력(酒力)을 보충하고 한 피치 올려친다. △754.3m봉이렷다. ‘玉鷄山 해발
754m, 단양군 영춘면’이라 새긴 오석의 정상표지석이 있다. 옥계산이라니. 생각지도 않았던
산 이름을 얻는다. 옥계산이 아니었더라면 오전 산행이 퍽 쓸쓸할 뻔했다. 삼각점은 영월
318, 2004 복구.
햇살이 안개를 누르자 인근의 뭇 산들이 경연하듯 그 위용을 드러낸다. 영월의 태화산이 가깝
다. 그 뒤 오른쪽으로 형제봉에서 국망봉에 이르기까지 소백산의 연봉이 다투어 머리를 내민
다. 온전한 모습을 보려고 걸음걸음 기웃거리며 봉봉을 오르내리지만 내내 나뭇가지가 가린
그 턱이다. 다수가 배골로 내린다며 660m봉 내린 안부에서 △727.8m봉을 우회하여도 저 봉
우리에서의 전망 또한 궁금하여 서둘러 오른다.
여기도 나무숲으로 둘러 조망이 가렸다. 삼각점은 영월 468, 2004 복구. 산행 마친 이튿날 인
터넷을 뒤져 알았는데(미리 알면 산행하는 맛이 줄어들어 일부러 알려고 하지 않는다), 이
△727.8m봉을 ‘푯대봉’ 또는 ‘남봉’이라고 한다.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에는 표기되지 않은
산 이름이다. 물론 그렇다고 무명산이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무릇 사상(事象)이 있고나서
이에 대한 규정(規程)이 따르는 법이다.
둔지미산(665m)을 놓고 배골로 내린다. 610m봉에서 주춤했다가 펑퍼짐한 사면을 내리쏟는
다. 안부의 너른 무덤에 이르러 오른쪽 골짜기로 내리는 길이 있을까 찾았으나 가시덤불만 무
성하여 산줄기 계속 잇는다. 신배나무골 아래 배골마을이다. 농가 한 채만 보인다. 길옆 배추
거둔 밭에다 양광(陽光) 등 댄 점심자리 편다. 푸짐하여 장(場)이라도 선 것 같다.
2. 더산 님
3. 조프로 님, 옥계산에서
4. 영월 태화산, 옥계산 내리면서
5. 소백산 신선봉
6. 소백산 형제봉
7. 소백산 국망봉
8. 소백산 형제봉
9. 660m봉 오르는 감악산 님
▶ 시루봉(△687m)
2부 산행. 차로 이동한다. 어곡천을 방북1, 2교로 건너고 덕으실 입구 지나 박대실 가기 전 산
자락 끄트머리가 들머리다. 이 너른 밭에 재배할리는 만무한 도깨비바늘을 뿌리치며 산기슭
으로 향한다. 오전 산행의 재판이다. 산릉은 간벌한 소나무 숲이다. 아무리 뱃심으로 오르는
나이지만 번번이 식탐 부린 탓으로 힘쓰려니 배 옆구리가 아프다.
송이재배지인지 비닐노끈이 능선 경계를 표시하였다. 여러 잔 봉우리를 오르내린다. 보지 못
한 풍습이다. 산정의 무덤 방지(方地) 네 곳 나뭇가지에 각각 무언가 불룩하니 넣은 망주머니
를 매달아놓았다. △511.2m봉이 대단한 봉우리 노릇한다. 힘들다. 풀숲 헤쳐 삼각점을 발굴
한다. 옛날 삼각점이다. 438 재설, 77.6 건설부.
청미래덩굴 산초나무 엄나무 등이 따끔하여 야산 같더니만 봉봉마다 오르내리는 굴곡이 매
우 심하다. 아까 배골 내리면서 바라본 구이린(桂林)을 연상케 하는 봉들이다. 봉봉을 꼬박 오
른다. 사면으로 질러가려면 울창한 잡목과 가시덤불을 뚫어야 한다. 꼴두실 위 550m봉을 넘
고 시미치와 주정골 사이 제법 묵직한 봉을 오른다. 비로소 시루봉이 눈에 잡힌다.
뚝 떨어졌다가 그 모양대로 가파르게 655m봉 전위봉을 오른다. 대간거사 님을 비롯한 몇몇
은 더덕 찾아 왼쪽 사면을 쓸어 오르기로 한다. 그러나 빈손이었다. 직등도 험로다. 용산봉을
좀 더 자세히 바라볼 욕심으로 슬랩을 긴다. 오랜만에 나온 조프로 님이 뒤에 있어 발걸음이
여태 느긋하였는데 준족들(신가이버, 사계, 해마, 솔잎)이 조프로 님을 모시고 탈출했다하니
갑자기 다급해진다.
655m봉에서 목 추기며 줄달음할 준비한다. 약간 내렸다가 시루봉 전위봉인 650m봉 턱을 오
른다. 4m 정도 되는 바위절벽이 나온다. 왼쪽으로 돌아가는 길이 보여 얌전히 그리로 가려했
는데 앞서 절벽을 오른 더산 님이 전망이 아주 좋다며 어서 오라 부른다. 나도 절벽을 오른다.
과연 그렇다. 삼태산과 지나온 능선이 조감도다.
조금 더 간 650m봉 정상은 소나무 숲 두른 암봉이다. 무릎까지 차는 낙엽 헤치고 올라도 아무
조망 없다. 검은 바위가 자주 나오고 공제선을 자꾸 뒤로 무르며 정상을 좀처럼 내주지 않는
점으로 미루어 시루봉이 고산의 풍모를 보인다. 다가간다. 그런데 정상은 황량하다. 키 큰 잡
목 숲 한가운데 납작한 돌 몇 장 포개 놓은 케른과 오래된 삼각점(408 재설, 77.6 건설부)이 고
작 사람의 자취다.
건너편 갑산(747m) 연릉 위 반공에 머물던 2011년은 다시 보려 잠시 눈 돌리자 서둘러 안개
속으로 숨더니만 그대로 지고 만다. 황혼의 모색(暮色)조차 일순간이다. 허망하다. 하긴 세세
연연(歲歲年年) 그랬다. ‘飛騰暮景斜(날아오르던 기상도 저녁 햇빛에 기우는구나)’ 한 해를 보
내는 두보의 탄식이 내 장탄이다.
하산. 잡목 숲 헤친다. 능선은 조금도 주춤거리지 않고 쭈욱 뻗어 내린다. 1.2㎞. 길다. 길은
있는 듯 없는 듯 거의 일직선이다. 질긴 가시덩굴에 걸려 넘어질라 발을 높이 쳐든다. 환삼 덤
불 우거진 산기슭 내려 도로다. 차는 응골교 앞에 있다. 도로 따라 걷는다. 초이레 반달이 길
을 비춘다.
10. 배골로 내리면서
11. 산을 향하여, 덕으실 입구
12. 등로
13. 오른쪽이 시루봉
14. 오른쪽이 시루봉
15. 오른쪽이 시루봉
16. 용산봉, 655m봉 전위봉에서
17. 낙엽송
18. 삼태산, 시루봉 전위봉인 650m봉 오르면서
19. 넘어온 산들, 왼쪽 멀리가 용산봉, 시루봉 전위봉인 650m봉 오르면서
첫댓글 생생합니다. 너무 좋습니다.
형님 고생하셨습니다. 고맙습니다. 매번~~~
뛰어난 조망이 없는 상황에서도 작품 남기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더산 성님께서 조망 좋다고 올라오라고 하셨을때도 그다지 뭐~~ㅎㅎㅎ
조망도 없고, 거시기도 없었으면무식 산행이 뭐 될뻔 했습니다...충청도 산행은 힘이 들어요 지난 한해 고생 많으셨고, 올해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