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본소 사람들이 너무나 열심히 일을 하자 회사가 번창을 하여 건물을 더 늘립니다.
그리고 이제는 3교대로 24시간 일을 하게 되니 엄청 납니다.
월급도 올라갑니다.
두달째에는 6000환의 월급을 받았는데 거의 쌀 한 가마입니다.
그 어려울때 이정도면 대식구가 밥을 먹을 수 있을것입니다.
내가 매형과 누나에게 드리며
"제가 일을 썩잘 하는것도 아닌데 월급이 배로 올라갔어요"
라고 걱정스러운 말씀을 드리자 매형은
"사장님이 너를 도와주시는거야"
라고 하십니다.
나는 더욱 열심히 일을 하였고
빈 자리가 생기면 내가 들어가 서툴지만 열심히 일을 합니다.,
이때 `계몽사` 에서 우리나라 처음으로 영어사전을 만드는데
70 000 단어짜리 사전입니다.
인쇄소에서 아주 얇은 종이에 깨알같은 영어와 우리말을 같이 인쇄해 오자
여자들이 긴 자막대로 종이를 접는데 어려워 매우 조심성 있게 접습니다.
그 큰 종이가 이제는 손바닥에 올려 놓을 수 있도록 작게 접습니다.
그리고 뒷면에 실로 꿰매기도 하고 앞 뒤에는 새로운 종이를 더 붙입니다.
그리고 뒷면에 아교를 칠하고
마른 후 시야기 (자른다는 일본어)를 합니다.
시야기 기계는 엄청 크고 큰 바퀴를 돌려면 무시무시한 큰 칼이 내려와 순식간에 책을 썹니다.
이 사전은 특별한 책이기에 책을 써는데도 신중합니다.
그런데 그 일을 하는 기술자 어른이 뭣을 방심하였는지 두 손의 끝마디가 순식간에 잘려져 나가는게 아닌가?
"으악 !"
그의 비명 소리에 놀라 가보니 손가락 끝이 모두 잘려져 피가 솟구칩니다.
사장님이 급히 그를 대리고 병원으로 갑니다.
나는 기계에 쌓인 책과 종이들을 치우는데 손가락 끝이 여러개가 보이는데 모두 쓸어 버렸습니다.
지금 같으면 그것도 가지고 병원으로 갔을 테지만 1954년에 모든 것이 뒤떨어지는 시대입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