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국민 라면'으로 자리잡은 ㈜팔도 ‘도시락’ Доширак 이 현지의 '저명상표'로 등록됐다.
러시아 전문지 밀크뉴스에 따르면 러시아 중재법원 산하 지적재산권 법원(이하 지재권 법원)의 (상임) 간부회 (Президиума суда)는 '도시락'의 저명 상표 등록을 인정한 지재권 법원의 판결에 불복, 특허청이 항소한 사건을 심의한 끝에 지난 19일 기각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팔도의 '도시락'은 즉각 러시아에서 '저명상표'로 등록된다.
러 지재권 법원의 '도시락 저명상표' 등록 확인 결정에 관한 밀크뉴스 기사/캡처
'저명상표'란 소비자들에게 널리 알려진 '브랜드'로, 상표권을 광범위하게 보호하는 제도의 하나다. '저명상표'로 등록되면, 아직 상표가 사용되고 있지 않은 다른 상품및 서비스 분야에서 상표권 침해를 막기 위해 일일이 상표권을 등록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러시아에는 현재 200여 건의 '저명상표'가 등록되어 있는데, 한국 기업의 상표로는 '도시락'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락'의 저명상표 등록은 러시아 특허청의 까다로운 심사로 우여곡절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러시아 특허청은 저명상표 등록과 관련, 권리자 심사는 물론, 권리자와 상표와의 관계, 상표의 인지도 조사 등 상표의 저명성 여부 판단 자료에 대한 해석및 심사 기준 등에 관한 독자적인 권한을 갖고 있다.
이 권한은 러시아에 진출한 해외 기업들이 '저명상표' 등록을 인정받는데 장애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락이 지난해 12월 특허청으로부터 저명 상표 등록을 거부당한 이유이기도 하다.
현지 언론과 팔도측에 따르면 특허청은 '도시락'의 인기는 인정하면서도, 저명상표로 등록하기에는 소비자들에게 인지도가 낮다고 판단, 지난해 12월 저명상표 등록을 거부했다.
러시아 지식재산권 법원은?/얀덱스 캡처
러시아 지식재산권 법원 입구/사진출처:트윗
이에 팔도 측은 지재권 법원에 '도시락의 저명상표 인정'에 관한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지난 5월 27일 이를 받아들였다. '도시락'이 대중에게 널리 알려져 있고, 팔도가 '도시락'을 생산, 판매하는 현지법인의 모회사이기 때문에, '저명상표' 권리를 가질 수 있다고 이 법원은 판결했다.
그러나 특허청은 지재권 법원의 판결에 불복, 즉각 항소를 제기했다. 특허청은 '도시락' 상표가 널리 알려진 브랜드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도시락'이 팔도의 자회사인 '도시락 코야' '도시락 랴잔' '도시락 러스' 등에서 판매되고 있다는 점을 항소 이유로 들었다.
러 지재권 법원의 (상임) 간부회 구성/법원 홈피 캡처
항소심 격인 지재권 법원의 간부회는 '도시락'이 즉석(인스턴트) 라면 시장에서 널리 사용되는 상표이며, 해당 시장에서도 상당한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고 판단해 특허청의 항소를 기각했다.
최영희 변리사는 "러시아 지재권 법원의 판결은 즉각 효력을 발생한다"며 "특허청 항소가 기각돼 팔도 도시락의 저명상표권은 바로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팔도 측은 지난 2017년 카자흐스탄에서 “Доширак”을 저명상표로 등록한 바 있다.
㈜팔도는 러시아와 합작법인 형태로 즉석라면 ‘도시락’을 생산, 판매해 현지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도시락의 러시아 매출액은 2010년 이후 매년 10% 이상씩 증가했으며, 누적 판매량(2019년 말 기준)은 54억 개에 이른다.
도시락의 '저명상표' 등록 사건을 담당한 김·장 법률사무소는 경험이 풍부한 현지 대리인을 선임해 러시아 특허청의 심사 관행을 미리 파악한 뒤, 심사 관행을 뛰어넘기 위한 법리 구성과 입증 자료의 제공 등을 통해 승소를 이끌어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