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사람들은 ‘문명의 충돌(헌팅턴 교수의 이론)’에 대해 자주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것이 국제관계와 문명들 사이의 관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유일한 일인 양 여긴다.
그러나 과연 그것이 사실일까? 서로 다른 문화와 문화는(또는 서로 다른 문명과 문명은) 충돌하기만 하지, 더불어 살거나 한쪽이 다른 한쪽을 받아들일 수는 없는 것일까? 아니면 서로가 서로의 가치를 인정하고 경의를 표할 수는 없는 것일까?
나(이 글을 쓴 사람인 아사달)는 그런 의문을 바탕으로 내가 열네 해 전 실제로 보았던 누리그물(‘인터넷’)의 움직그림(‘동영상’) 하나를 소개하려 한다.
지금은 그 존재감조차 빛이 바랜 ‘판도라’라는 플랫폼에서 본 움직그림인데, 그 움직그림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한국의 사물놀이패가 아랍국가이자 순니파 이슬람 국가인 아랍에미리트(줄여서 ‘UAE’)의 두바이 시(市)에서 현지인들을 상대로 사물놀이 공연을 열심히, 부지런히 했는데, 공연이 끝나자마자 그것을 유심히 지켜보던 한 아랍인 남성 노인(장년 남성일 수도 있고, 초로[初老]인 남성일 수도 있다. 내가 그 분이 아랍인임을 알 수 있었던 까닭은 그 분이 희고 긴 아랍 전통 의상을 입었기 때문이었다)이 사물놀이패를 똑바로 바라보며 큰 소리로 손뼉을 쳤다(박수를 보냈다).
한국의 전통문화이자 예술(사물놀이)이 한국과 멀리 떨어져 사는, 한국인과는 인종도 언어도 종교도 문화도 국적도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게다가 그 사람은 다른 나라의 문화에 열린 자세를 취할 수 있는 소녀나 젊은 여성이나 소년이나 청년이 아니라, 자기 나라의 전통문화에 더 익숙할 가능성이 높고 다른 나라의 문화에는 경계심을 드러낼 가능성이 높은 장년(또는 초로) 남성이었다. 그런 사람이 사물놀이를 듣고 사물놀이패의 공연을 본 뒤 박수를 보내며 사물놀이에 경의를 표한 것이다.
이 사실은 내게 ‘문명과 문명의 만남’(베르나르 베르베르가 한 말)이 반드시 ‘문명의 충돌’로 이어질 필요는 없으며, 그것은 문명의 교류(정수일 교수가 연구한 분야)나 ‘문명간의 대화’(전 이란 대통령인 하타미가 제안한 것)나 ‘문명의 공존’(하랄트 뮐러 교수가 주장한 개념)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나는 움직그림에 나온 그 아랍인 장년 남성에게 (지금이라도) 무슬림이 아니고 아랍인도 아니며 아랍에미리트 국민도 아닌 내가 (아랍인이 이슬람교로 개종하기 전에 남긴 시집인)『 무알라까트 』와 (아랍인인 이븐 할둔 선생이 쓴 책인)『 역사서설(歷史序說. 알 무깟디마) 』을 감명깊게 읽었다는 것을 서툰 영어로라도 이야기하고 싶은데, 그 다음에는 그분에게 사물놀이를 칭찬해 주셔서 정말 고맙다며 (영어보다도 더 서툰 아랍어로) “알프 슈끄란(천 번의 감사를)!”이라고 덧붙이고 싶다.
비록 이런 내 바람이(그리고 이 글이) 문명과 문명 사이에 벌어진 ‘틈’을 막는데는 역부족이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나처럼 생각하는 보통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서 이 글에 나온 사례와 비슷한 이야기들을 세상에 드러낸다면, 그것이 문명의 충돌이라는 이론을 이겨내고 뛰어넘어 문명의 교류와 문명간의 대화와 문명의 공존을 이루어내는 첫걸음이 될 수 있지는 않을까? 나는 진심으로 그렇게 믿고 있다.
- 음력 6월 11일에, 아사달이 올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