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류와 해학과 멋!
조선 효종 때 어느 회식에서
학문과 지위가 쟁쟁한 다섯 대신들이 잔을 돌리면서 흥을 돋우다가
‘가장
아름다운 소리’
라는
시제를 가지고
시 한 구절 씩 읊어 흥을 돋우자고 의견을 모았다.
그러자
송강 정철
(松江 鄭澈)이
먼저 운을 뗐다.
"밝은 달 빛이 누각 머리를 비추는데, 달빛을 가리고 지나가는 구름 소리"
일송 심희수
(一松 沈喜壽)는
"온 산 가득 찬 붉은 단풍에 먼 산 동굴 앞을 스쳐서 불어 가는 바람 소리"
서애 류성룡
(西崖 柳成龍)은
"새벽
잠결에 들리는
아내가
술 거르는 소리"
월사 이정구
(月沙)는
"산골 마을 초당에서 도련님의 시 읊는 소리"
마지막으로
백사 이항복
(白沙 李恒福)은
"깊숙한 골방 안 그윽한 밤에 아름다운 여인이 치마 벗는 소리"
이날 저녁
그 자리에 모인 모두는 오성대감
이항복의
'여인이 치마를 벗는 소리'가 제일 압권이라고 입을 모으고 칭찬했다.
당대에 내로라하는 대학자요, 문장가요,
정사(政事)를 좌지우지 하는 정치가이고
그들이 아무리 유학의 궤범에 얽매어 살아간다 할지라도
인간의 본성 앞에서는
어찌 장삼이사
(張三李四)와 무엇이 다르랴!
음란스럽다기 보다는
그윽한
정감(情感)있는
운치(韻致)로 함부로 흉내내기 어려운 멋
으로 다가오지 않는가!
이들의 풍류와 해학과 멋!
정말 한 시대를 풍미하고도 남기에 족하다.
음악한곡
https://m.youtube.com/watch?v=pF2RYbh8dB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