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다리, 네 개의 다리라는 뜻일까?
-사다리는 오르지 못할 나무 따위는 없다고 기다란 몸을 과시할 때 표정이 어떨까?
-나무에 오르려면 (혹은 아래로 내려가려면) 날개가 필요할까?
-금방 날개 돋게 해줄게. 라고 말하는 건 사다리의 버릇일까?
-여덟 마디를 가진 성충, 어떤 곤충으로 탈바꿈할까?
-한 번의 탈바꿈도 필요 없다고. 마디를 가졌으나 바로 성충이 된다고. 불완전변태도 아니고 완전변태도 아니고 초능력 변태일까? 인공지능 시대에 어울리는 곤충이지 않을까?
-누구든지 원하기만 하면 천상의 존재가 되어 날아오를 것이라 부추기는 이유는 뭘까?
-사다리에 기대면 누구나 날개 달린 듯 자유롭다. 높은 곳을 향하여 또는 낮은 곳으로. 사다리의 구호를 복창하며 오르내리는 일을 과연 자유라고 부를 수 있을까?
-사다리들은 저마다 키가 다르다. 키를 빌려주는 임대업자가 직업일까?
-고객 응대는 이렇게 시작할까?
“몇 마디가 필요하십니까?”, “어느 정도의 키를 원하십니까?”
사다리 곤충/김미희
다리가 여덟 마디로 이루어진 절지동물
사다리 애벌레는
성충으로 탈바꿈하는 대신
누군가에게 날개를 돋게 해준다
마침내 높은 곳에 닿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