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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연리가 직접 직면한 생명에 대한 기억과 새로운 모습의 풍경화 |
[미술여행=윤장섭 기자] 서울 종로구 삼청로7길에 위치한 갤러리 도스가 제1전시관(B1)에서 기획전시로 지연리 작가 ‘Entre les deux: A travers le vide et le plein’展...'소리의 풍경화'를 2월 28일 (수)부터 3월 5일 (화) 까지 개최한다.
지연리 작가는 그림을 좋아해 화가가 되었다. 그리고 글을 좋아해 번역을 시작했고, 삽화를 그렸다. 한국을 떠나 10여 년간 프랑스에서 살며 세상 곳곳을 여행했다. 지금은 태어난 곳으로 돌아와 그간의 경험을 글과 그림으로 옮기고 있다.
갤러리 도스가 제1전시관(B1)에서 기획전시로 지연리 작가 ‘Entre les deux: A travers le vide et le plein’展...'소리의 풍경화'를 2월 28일 (수)부터 3월 5일 (화) 까지 개최한다.(사진: 지연리 작가의 ‘Entre les deux: A travers le vide et le plein’展 포스터. 갤러리 도스 제공)
프랑스와 한국에서 다수의 개인전과 단체전을 가졌고, '작고 아름다운 아들러의 행복수업', '라무에게 물어봐_본다는 것에 대하여', '작고 아름다운 니체의 철학수업' 등의 저서와 '북극에서 온 남자, 울릭', '거꾸로 흐르는 강 1,2', '오늘도 살아내겠습니다', '두 갈래 길' 등 여러 서적을 한국어로 옮겼다.
지연리 작가는 2020년 '자기가 누구인지 모르는 코끼리 이야기'로 눈높이 아동 문학 대전에서 그림책 분야 대상을 수상했다. 현재 북한산 자락에서 새들과 함께 살며 화가와 삽화가, 번역가, 동화 작가의 일을 병행하고 있다.
사진: Entre-Temps, 캔버스 위에 아크릴, 연필, 45.5x45.5cm, 2019
● '소리의 풍경화' 전시서문
우리가 늘 마주하는 일상의 모습에서 자연은 너무도 당연한 모습에 익숙하다가도 시각을 달리하여 바라보면 전혀 다른 관점으로 근본에 다가갈 수 있다. 인간은 자연을 기반으로 삼고 있으며 그 안에서 스스로의 존재를 확인한다.
근본적으로 인간은 자연의 섭리 안에서 분리될 수 없기 때문에 자연이 지닌 흐름의 생동감 그리고 생성과 소멸이라는 순환은 인간의 삶과 죽음의 모습으로 투영된다. 이렇듯 자연의 본성을 이해하는 것이 우리가 영위해 나가는 삶의 의미를 탐색하는 행위라 할 수 있다. 결국 자연과 인간은 동등한 관계로 존재하며 생명의 질서인 순환성은 곧 삶의 본성이 되고 주체와 객체, 삶과 죽음 등 상반되는 가치들이 하나가 되어 공생하고 소통을 이루며 순환하는 궁극적인 삶의 존재이다.
사진: Entre-Temps, 캔버스 위에 아크릴, 연필, 91x91cm, 2018
지연리 작가는 과거, 현재, 미래로 나뉘는 시간이나 삶과 죽음, 빛과 어둠과 같은 극단적 개념들을 하나로 이어 대립과 분리 사이의 간극에서 순환하는 존재의 이미지를 평면으로 옮긴다. 작가는 매일 가는 산책길에서 마주한 풀들을 관찰하면서 생명의 삶과 죽음, 그리고 그 순환의 과정을 깨닫고 이를 작품에 담는다.
이에 따라 작품을 바라보고 있으면 생동하는 기운의 소리가 들리는 듯하며 생(生) 앞에 놓인 자연과 인간의 모습을 다시금 바라보게 만든다. 캔버스 위에 아크릴과 연필로 섬세하고 빠르게 그려낸 신비로운 자연의 풍경은 설경을 연상케 하며 빛 바랜 듯 운치 있는 동양화의 분위기마저 자아낸다. 소복하게 쌓인 눈의 어느 틈 사이로 삐쭉하게 대중없이 자라난 풀들은 궂은 날씨와 환경에서도 꿋꿋이 생존하는 힘이 있기에 그 어떤 자연의 모습보다도 선명하게 주변 환경에 스며있다.
사진: Entre le vide et le plein, 캔버스 위에 아크릴, 연필, 45.5x45.5cm, 2022~2023
가꾸는 이 없이 아무도 모르는 사이 생겨나고, 소멸하고 다시 또 그 자리에 자라나는 이름 모를 풀들에는 무한한 생명력이 있다. 이는 정지상태의 일차원적인 평면의 화면에서 불규칙한 점과 선의 모임과 흩어짐, 드러남과 사라짐에서 생겨나는 리듬감을 통해 확장된 시각효과를 형성한다.
때때로 작가는 나이프를 활용하여 캔버스 위에 아크릴을 얹히는데 이 기법은 붓으로 그려내는 것 보다 추상적인 표현이 가능하기 때문에 감상하는 이로 하여금 자유로운 점과 선, 흘러내림, 색의 발림 등으로 풍부한 정서적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듬성듬성 돋아난 제각각의 풀들의 모습은 거친듯 생기를 품고 있고 무심한듯 소박하고 아름답다. 작품은 그 어떤 계절의 풍경보다도 조화로워 보이며 불필요한 색채를 배제한 작업 과정과 더불어 작가의 순수하고 진실된 삶의 은유가 느껴진다.
사진: Entre-Temps, 캔버스 위에 아크릴, 연필, 59.8x59.8cm, 2023
이번 전시는 작가가 직접 직면한 자연의 생명에 대한 기억을 기반으로 새로운 모습의 풍경화를 선보인다. 작가의 회화는 대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대상에 투영된 의식을 표현함으로써 삶과 죽음 그 순환의 과정 속 새로운 의미를 상징하고자 한다.
사진: Entre le vide et le plein, 캔버스 위에 아크릴, 연필, 59.8x59.8cm, 2023
화려하고 다채로운 색들로 구성된 여느 작품들과는 달리 무채색과 여백을 강조하는 작가의 작품에서 또 다른 울림과 절제된 매력이 느껴진다. 작품 감상에 몰입하여 그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집중하다 보면 기분 좋은 온도로 불어오는 바람의 흐름이 느껴진다. 그 바람결에 따라 자연과 생명의 에너지가 전달되며 어느새 잔잔한 감동이 전해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김민영 / 갤러리 도스 큐레이터
사진: Entre-Temps, 캔버스 위에 아크릴, 연필, 324.6x112cm, 2018
<작가노트> 'Entre les deux: A travers le vide et le plein'
지연리 작가
여기, 풍선 하나가 있다.
당신은 그 풍선에 숨을 불어 넣는다.
곧이어 부풀기 시작하는 풍선.
차오르는 달처럼, 혹은
생명을 잉태한 여인의 배처럼,
당신이 내쉰 숨을 양껏 빨아들이며 풍선은 제 안을 채운다.
그 채움은 필시 면죄 받은 것. 그 면죄 받음은 밀려드는 타인의 숨에 앞과 뒤가 거의 붙어있던 자기 안의 공간을 늘려 종국에는 그 안을 타자로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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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환풍기 하나가 있다.
낡은 건물은 벽을 사이에 두고 안과 밖으로 나뉘고, 나뉜 공간은 환풍기로 뚫린 네모진 ‘빈’공간 안에서 회전한다.
이때, 당신은 묻는다. "환풍기를 통과하는 공기는 환풍기를 통과하기 전과 후가 다른 것인가?"
풍선은 부풀고, 부풀려지다가…‘펑’하는 굉음과 함께 터지고
당신은 또다시 묻는다.
부풀기 이전의 풍선과 부풀어 오른 풍선, 터져서 이전과는 다른 모양을 갖게 된 풍선. 그것은 하나인가, 둘인가, 셋인가?
여기, 풍선 하나가 있다. 잘 부풀려진.
그 풍선의 안과 밖은 같은 것인가, 다른 것인가.
시시각각 부풀어 오르는 풍선. 그 풍선 안을 채우는 허공. 나. 그리고 너.
지구상에는 식물과 동물, 박테리아와 균 등을 포함해 약 870만 종의 생물이 살고 있다. 그들은 매일 호흡하며 생명 유지에 필요한 조건에 따라 다양한 활동을 이어간다. 그러면서 상호 간 유기적 관계를 맺는다.
인간도 그렇다.
다시 환풍기의 안과 밖으로, 풍선의 안과 밖으로 돌아가 보자. 환풍기를 통과하기 이전과 이후의 공기는 다른 것인가.
풍선을 풍선이게 하는 것은 풍선 안을 채우는 숨인가, 풍선을 떠받치는 대기인가, 아니면 풍선을 풍선이라 이름 짓게 한 탄성을 지닌 물질인가.
인간은 1분에 약 18번의 호흡을 한다. 그것을 하루 24시간으로 환산하면 1,440번인 셈이다.
이 호흡 속 들숨에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870만 여종의 생물이 내뿜은 '숨'이 포함되어 있고, 호흡기를 통해 신체 내부로 들어간 그 숨은 나라는 개체를 데리고 들숨과 함께 몸 밖으로 나와 대기와 섞인다.
생각만으로도 머리가 아찔해지는 명제이다. 그러나 놀라기엔 아직 이르다.
시간은 흐르는 것이 아니므로, 이 단 한 번의 숨 속에는 수백억 년 동안 이 모습에서 저 모습으로 이동해 변화하며 탄생과 소멸을 거친 존재의 '존재함'과 '존재하지 않음'이 들어있다.
이때 던질 수 있는 질문 하나. 나는 누구인가.
거기 나올 수 있는 답은 하나다. 나는 너. 무수한 그 너. 시간을 뛰어넘는 영원. 그 영원 속 끝없는 움직임. 이쪽과 저쪽이 존재하지 않는 꽉 찬 허공.
'Entre-Temps'(~하는 사이)에 이어 시작된 나의 'Entre les deux: A travers le vide et le plein'(두 사이: 텅 빔과 가득함에 대하여)는 이렇게 시작된다.
한편 지연리 (JIYEONLEE)작가는 성신여자대학교 서양화과 학사(1995)와 2002년 파리 제8대학 대학원에서 조형미술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24: <Entre les deux: A travers le vide et le plein>, 갤러리 도스, 서울/ 2019: <Entre-temps> 1과 2/1. 파비욘드 갤러리, 서울/ 2016: <Entrevoir>팔레 드 서울, 서울/ 2013: <Entre-temps>갤러리41, 서울/ 2010: <꿈속의 꿈> 카이스트_리서치 & 아트, 서울/ 2004: <정헌 메세나 청년 작가 수상전> 갤러리 가나 보부르, 파리/ 2003: <Gardien du feu> 갤러리 크루스 데 보자르, 파리/ 2003: <Poisson à un oeil> 갤러리 에티엔느 드 코장, 파리 개인전과
2018: <아름다운 다리3_ 정헌 메세나 수상작가 합동전> 시테 데 자르, 파리/ 2016: <실눈뜨기> 성북예술동N 전시지원 작가공모전, 성북예술창작터, 서울/ 2015: <아름다운 다리2_ 정헌 메세나 후원 작가전>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 서울/ 2013: <프레드로잉비엔날레> 논밭 갤러리, 헤이리/ 2009: <아름다운 다리_정헌 메세나 후원 작가전>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 서울/ 2004: <시제 비엔날레> 시제/ 2004: <재불청년작가 정기전> 재불 한국 문화원, 파리/ 2003: <남성& 여성> 에스파스 트리스탕 베르나르, 파리/ 2003: <자화상> 경제 재정 부 스포츠 문화 센터, 파리/ 2003: <재불청년작가 정기전_ 대중을 위한 소품> 재불 한국 문화원, 파리/ 2001: <파리 빛의 축제전> 파리/ 1995: <떼뜨 누벨전> 서경 갤러리, 서울 등 단체전에 참여했다.
지연리 작가는 2004: 정헌메세나 청년 작가와 2020: 눈높이 아동문학대전 그림책 대상 작가다. 아라리오 갤러리, 동일방직, 갤러리 가나 보부르에서 작가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저서: 라무에게 물어봐
저서로는 <작고 아름다운 아들러의 행복수업> 열림원 어린이/<라무에게 물어봐_본다는 것에 대하여> 파랑새/ <작고 아름다운 니체의 철학수업> 열림원 어린이/ <자루 속 세상> 머스트비/ <걱정 많은 새> 머스트비/ <자기가 누구인지 모르는 코끼리 이야기> 대교북스 주니어/ <파란 심장> 헥사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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