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질문
저는 군에 입대하기 전에 무척 사랑하는 여자가 있었는데 양가 부모님 허락 하에
8개월 동안 동거도 했었고 결혼도 약속했었는데 티격태격하다가 여자 친구가 떠나갔습니다.
지금 너무나 힘들고 밥맛도 없고, 의욕도 없고, 군 생활도 하기 싫어져 괴롭습니다.
헤어 진지 6개월이 지났지만 지금도 단 하루도 생각나지 않는 날이 없습니다.
그래서 조울증 증세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 법륜 스님
이렇게 용기를 내서 질문한 것만으로도 벌써 반은 해결된 거나 다름없습니다.
이런 문제를 아무한테도 얘기를 못하고 혼자 끙끙대고 있으면 자칫 큰 사고로 연결될 수도 있는데
이렇게 대중들 앞에서 드러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위험한 고비는 넘긴 겁니다.
자, 그런데 이제 우리의 정신작용에 대한 이해가 좀 필요합니다.
어떤 사람이 꿈속에서 강도를 만났다고 합시다.
강도는 쫓아오고. 두려움에 도망치면서, '사람 살리라'고 아우성입니다.
'잠꼬대한다.' 또는 '헛소리한다.' 이러죠?
본인은 막 죽느냐 사느냐 절박한 상황에서 아우성을 치는데
다른 사람은 나를 보고 뭐라고 그러냐 하면 헛소리한다. 잠꼬대한다. 이럽니다.
깨어있는 사람이 볼 때엔 아무 일도 아닌데, 꿈속에 있는 사람은 엄청나게 큰일입니다.
그럼 꿈을 꾸고 있는 사람의 상태는 어떠한가 하면 머릿속 영상을 보고 있는 겁니다.
이런 일은 꿈꿀 때만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고, TV 연속극을 골똘히 보고 있을 때도 이러합니다. 연속극이나 영화 속에서 누가 헤어지거나 죽거나 하면 눈물이 나요, 안 나요? 나죠.
그런데 스위치 탁 꺼버리면 거기 뭐가 있어요? 아무 것도 없어요..
그저 시커먼 기계 하나 있어요. 그런데 왜 울까? 왜 눈물이 날까요?
연속극에 집중되어있는 상태 이걸 '사로잡힌 상태'입니다.
마음이 사로잡혀 있는 상태라고 하는데 아까 꿈과 똑같은 상태입니다.
지금 질문하신 분도 계속 그 생각에 빠져 있습니다.
'내가 잘못했어, 이랬으면 안 그랬을 텐데 저랬으면 안 그랬을까.' 하는 온갖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생각이 본인에게는 현실이 되어 있습니다.
오늘 스님한테 이런 설명을 들었으니까
'아 지금 사로잡힌 상태구나' '깨야지' '깨야지' 하면서 노력해야 돼요.
잘 안 되더라도 깨어나려고 계속해서 노력해야 합니다.
'내가 이렇게 사로잡힌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계속 가면 정신적으로 위험한 상태로 간다.'
그러면서, 그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고개를 흔들면서 정신 차려야 합니다.
단단히 다짐을 하고 잊으려고 해야 합니다.
어떻게 해서라도 과거 생각에 끌려들어가지 말아야 합니다.
애인을 잊으라는 말이 아니라, 그런 생각은 늪과 같으니까 빠져들지 말라는 겁니다.
그렇게 애를 쓰다보면 벗어날 수 있습니다. 환영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과거는 지나갔고, 미래는 오지 않았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며 살아야합니다.
이렇게 마음의 치유가 되면 그 여자 분과 새로운 관계를 맺을 때도 더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습니다.
지난번처럼 밀착하고 싸우고, 또 밀착하고 싸우고 하는 악순환이 아니라 좋은 관계가 될 수도 있고
또 헤어지게 되더라도 크게 상처가 안 되고, 다른 사람을 사귀더라도 그런 아픔을 반복하지 않게 됩니다.
질문자는 이번 일을 불행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크게 배우는 계기로 삼아야 합니다.
수렁에 한번 빠져본 사람은 그 수렁을 비켜 갈 수 있는 법을 압니다.
이렇게 하면 전화위복이 될 것이지만 그렇지 못하고 상처로 만들어버리면, 앞으로 인생살이에 큰 장애가 됩니다.
군대 왔기에 이런 일도 겪고 그래서 또 내 마음공부도 되었으니 '다 잘 된 일이다.'라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밝게 생활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