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지난해 11월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서울시민 식품안전에 대한 의식’을 조사한 바 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조사 대상자 중 61.6%가 ‘식품이 안전하게 유통·관리되고 있지 않다’고 답해 먹을거리에 대한 불신이 심각한 수준임을 보여줬다. 그러나 군 복무 중인 장병들은 먹을거리에 대한 걱정을 접어 둬도 좋다. 장병들의 건강한 임무수행을 위해 ‘식품검사대’가 이른 새벽을 깨우기 때문이다.
육군1군수지원사령부 식품검사대 2식검반 수의장교 조현욱 중위가 27일 납품된
돼지갈비의 색감과 규격을 검사하고 있다.
가공식품의 미생물을 검사 중인 수의장교 서정우 중위.
의무부사관 김우진 하사가 육군1군수지원사령부 예하 사단에서 의뢰한 수질을 검사하고 있다.
육군1군수지원사령부 장병들이 전우의 식탁에 오를 각종 채소의 신선도와 규격을 세밀히 살피고 있다
#새벽을 깨우는 ‘식검대’
기습 한파가 이틀째 이어진 27일 새벽 5시. 육군1군수지원사령부 식품검사대 2식검반에 ‘기상나팔’이 울렸다. 식품검사대는 매주 월·수·금요일에 한 시간 일찍 일과를 시작한다. 장병들이 일주일 동안 섭취할 식품들을 사전에 철저히 검사하기 위해서다.
오늘 검사해야 하는 물품은 돼지갈비와 생선, 각종 채소류 등 9톤이다. 변색은 없는지, 규격은 정확한지, 시각·청각·후각·미각·촉각을 활용해 1차적인 부패·변질 여부를 세심히 관찰한다. 전체 물품 중 15% 이상을 무작위로 꺼내 살펴보는 장병들의 눈매가 예사롭지 않다.
인체의 오감을 활용한 관능검사는 시작에 불과하다. 의심이 가는 식품에 대해서는 시약반응을 이용한 이화학적 검사를 통해 변질과 직결되는 암모니아 발생량을 정확히 측정한다. 만약 위해 성분이 기준치를 초과하거나 필요 영양소가 미달인 것으로 판명되면 동일한 검사를 두 차례 더 실시한다.
종합적인 측정결과 단 1%라도 기준치를 초과하면 절대 장병들의 식탁에 오를 수 없다. 불합격 식품은 군납금지 처리되거나 재납품 판정을 받는다.
군의 철저한 사전 검사와 군납업체의 자발적인 품질개선 노력으로 식품 불합격률은 크게 줄어들었다.
이동현(중위) 2식검반장은 “군에서 먹는 식품이 사회에 비해 비위생적이거나 영양이 부족하다는 것은 편견”이라며 “사소한 것 하나도 놓쳐서는 안 된다는 부담감이 있지만 장병들의 건강을 책임진다는 자부심으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전 먹을거리=전투력 증진
1988년 10월 창설한 1군지사 식품검사대는 식검본부와 4개의 식검반으로 구성돼 있으며, 1야전군 지역 장병들의 먹을거리 안전 지킴이로 활동하고 있다. 식품의 조달·수송·저장·조리·섭취에 이르기까지 전 단계에 대한 정밀검사를 통해 위해를 방지하고 식품의 안전성과 건전성, 영양의 질적 향상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여 장병들의 건강증진에 기여하고 있다.
식품검사대는 올해 전반기에만 6만5000톤에 달하는 군납식품의 위생상태를 검사했으며, 이른 아침에 납품되는 농·축·수산물과 가공품의 관능검사·이화학적 검사를 비롯한 부패·변질 검사를 진행했다. 납품된 가공식품류에 대해서는 전문 분석 장비를 이용해 유해물질·미생물 검사를, 농산물에 대해서는 잔류농약검사를 주기적으로 벌여 양질의 식품만이 부대에 납품될 수 있도록 감독하고 있다.
만약 군부대 반입이나 취사과정에서 식품에 문제가 발생하거나 신고를 접수한 경우에는 기동식검반이 출동해 정밀검사를 하며, 인체에 유해한 것으로 확인된 식품은 현장에서 전량 회수한다.
부대에서 구토·설사 등 집단환자가 발생한 경우에도 식품검사대 역학조사반이 구성돼 원인을 확인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등 즉각 출동대기 태세를 갖추고 있다.
수질검사도 식품검사대의 주요 업무 중 하나다. 검사는 군에서 사용하는 모든 식수를 대상으로 하며, 맛과 냄새는 물론 암모니아성 질소·세균 등 총 10개 항목에 대해 분기 1회 이상 정밀검사한다. 부대의 의뢰가 있을 경우에는 정수기나 냉온수기에 대한 검사도 지원한다.
#식검대 수의장교는
현재 육군에는 100여 명의 수의장교가 복무 중이다. 이들은 전원 수의사 자격을 소지하고 있다. ‘수의’라 하면 동물의 질병에 대한 치료만을 연상하기 쉽지만 수의학(獸醫學 : Veterinary Medicine)은 동물과 동물의 생산물을 사람이 위생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총체적인 이론과 기술을 연구하는 학문 분야다.
특히 군대의 수의병과는 의무지원병과로 군견 같은 동물의 치료와 식품·급수 등 생활에 필수적인 환경 전반에 대한 안전과 건강을 책임진다.
수의장교가 되려면 6년제의 수의예과에 입학해야 한다. 2년을 이수한 뒤 본과에 들어가면 수의사관후보생에 지원할 수 있다. 본과 1학년 후반기에 후보생 당락 여부가 결정되고 합격 시 사관후보생이 된다. 졸업만 한다고 수의장교가 되는 건 아니다. 수의사면허증을 취득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종 합격하면 8주간의 군사훈련과 2주간의 병과교육을 거친 뒤 수의장교로 임관한다.
식품검사 임무는 장병들의 건강과 직결되기에 장비 또한 최첨단 과학기술이 담겨진 고가들이다.
건조·염장·발효식품의 품질평가에 있어 가장 기본이 되는 수분을 측정하는 자동수분측정기(Moisture analyzer XM 120), 취사도구 및 취사장의 위생상태를 20초 이내에 수치로 확인할 수 있는 신속미생물검사기(ATP), 농산물에 잔류한 농약의 종류와 양을 정확하게 판별하는 고성능 액체 크로마토그래피(HPLC), 식중독균 존재 여부를 판단할 때 쓰이는 종합효소연쇄반응 검사기(PCR), 식품 내 여러 종류의 항생제를 한번에 알아볼 수 있는 잔류 항생물질 검사기(Charm2 test) 등이 대표적이다.
조재기(중령·학사7기) 1식검대장은 “안전하고 위생적이며 영양가 높은 식품은 군 전투력 발휘의 기본”이라며 “우리의 작은 고생이 전우들의 건강유지에 바탕이라는 자부심으로 아침을 열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윤병노
첫댓글 장병들의 건강을 보장하네요.
안전, 건전, 영양, 위생... 나무랄 것 없지요, 전투력 증진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