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연민]
자기 연민이 가장 위험하다. 끊임없이 자신에게 부정적인 생각을 하게 만들며 스스로를 고통시키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자기 연민이 심화되면 심화될 수록, 자신을 사랑하기 어렵다. 따라서 자신의 인생도 부정하게 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요즘 자기 연민을 많이 하는 것 같다. 오늘 정점을 찍었다.
나는 오늘 서울에 왔다. 나는 서울에 오기 싫다. 나의 가장 비참한 부분을 마주하게 되기 때문이다. 내가 피하고 싶었던, 애써 외면해 왔던 모습들이 서울에 오면 다 드러난다. 내가 서울에서 만났던 모든 사람들은 내가 있든, 없든 그들의 삶을 잘 유지해 나가고 있다. 행복해 보인다. 그러나 나는 행복하지 않다. 나는 진실로 그들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들은 그들 자신이 사는 이야기만 떠든다. 따라서 나는 자꾸 서울에서 만났던 사람들과 나를 대조하고, 비교한다.
나는 전주에서 잘 정착하지 못했다. 서울과 전주의 지역적 특성이 너무나도 달랐다. 특히 교회가 달랐다. 서울은 좀 더 개방적이고 내 표현의 자유를 그래도 어느 정도는 허용해 줄 수 있는 도시였다. 나를 그나마 감당해줄 수 있는 곳이라고 느꼈다. 그러나 전주는 모든 면에서 유교 그 자체였다. 예를 들어, 중고등부 예배를 좀 더 활성화시키기 위해서 찬양팀을 도와줄 선생님을 모셔오고자 했다. 악기라도 좀 더 추가되면, 침체되어있는 분위기를 살릴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였다. 그래서 찬양팀 담당 선생님이 기타를 배울 선생님을 모셔온다고, 청년부 중에서 찾아보겠다고 몇 명은 이미 연락이 되었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주셨다. 그러나 4달 정도 지난 지금 달라진 건 없다.
즉, 나는 전주에서 위태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혼자 하는 홈스쿨링은 재수 생활과 비슷하다. 사람을 만날 기회가 적다. 교회에 절대적으로 의지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전주의 교회는 공동체성이 약하다. 그래서 나는 엄마가 필요하다. 그러나, 엄마는 서울에 사람을 만나러 왔다. 서초동교회 사람, 가족. 그래서 서울에 오면 내가 의지했던 엄마를 다른 사람들이 필요로 한다. 그럼 엄마가 교회에서 교재할 때, 나는 공부나 하며 기다린다. 친구와 놀더라도 그 아이는 자신의 학교 생활에 취해 있다.
전주에서 나는 내가 유지해왔던 생채 리듬이 있다. 그러나 서울에서는 내 생체 리듬이 깨질 수 밖에 없다. 밥 먹고, 싸고, 공부하는 것. 모든 규칙성이 깨친다. 난 지금 바쁘다. 준비해야 할 것 들이 산더미이다. 12월 3일에는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이 예정되어 있고 1월 7일에는 HSK 한국사 능력 검정시험이 예정되어 있다. 2월 한 달 정도 여행을 가야 하고, 여행에서 돌아온 후 한 달은 중졸 검정고시 준비를 해야 한다. 바쁘다. 이런 상황 속에서 굳이 ‘지금’, 한국사 능력 검정시험 진도 빼기도 바쁜 ‘지금’, 서울에 올라오는 것은 대단한 시간 낭비이다.
그래도 나는 서울에 올 수 밖에 없었다. 할아버지의 생신이기 때문이다. 가족 행사는 어쩔 수 없다고 치자. 그러나, 나는 2달 정도 전에 이미 서울에 5일 가량 머물렀다. 더 이상 서울에 올라올 일이 없길 바란다.
어쨌든 그래서 나는 요즘 그러나, 한편으로는 내가 나를 연민해주지 않으면 누가 나를 연민해 주겠냐는 생각이 든다. 즉, 나를 내가 보듬어주지 않으면 누가 나를 보듬어 주겠느냐는 것이다.
이제 긍정적인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자기 연민을 실컷 해두었으니, 부정적인 생각 실컷 했으니, 해야 할 일을 다 하기 위해서라도 긍정적인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서울에 와서 낭비한 시간을 ‘휴식 시간’으로 생각하고 더 열심히 공부핧 수도 있을 것이다. 낭비한 시간을 내 공부자극의 원천으로 삼는 것이다. 나쁘지 않다. 또 나는 서울에서 전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분명 많이, 오래 잘 것이다. 따라서 그 이미 차 안에서 충분한 수면 시간을 채웠으니 다음날 조금 일찍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홈스쿨링은 혼자하는 재수생활과 같아서, 자기 연민은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 그때마다 긍정적인 생각의 전환을 꾀해야 겠다.
자기연민, 정말 위험하다. 자기 연민이 악화되면 악화될수록, 장기회되면 장기화될수록 자신이 처한 상황을 더 부정적이고 비참하게 바라보게 된다. 모두 자기 연민이 시작되면, 발빠르게 자기 연민에서 탈출해보려고 노력해 보자. (파이팅 ㅜ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