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결혼이 세기의 이혼으로, 결혼의 순결성에 경종 울린 판결
최근세 목사 (함께하는 교회)
대한민국 방송가의 핫뉴스를 단숨에 압도하는 헤드라인이다. 대한민국 재계 서열 2위 SK그룹 최태원 회장과 노태우 전 대통령의 딸 노소영 아트나비 관장의 이혼소송을 심리한 판결이 화제이다. 영국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결혼을 ‘세기의 결혼’으로 표현하지만 ‘세기의 이혼’이라는 말이 대한민국 재벌그룹에서 탄생할지는 미처 상상하지 못했다. 이혼 소송에서 1조 4000억원에 육박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재산 분할 금액이 나오면서 집안 기둥만 뽑히는 게 아니라 ‘세기의 이혼’에 휘청이는 그룹 경영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보통사람들은 1조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이 어느 정도 규모인지는 짐작조차 하기 어렵다. 그것도 전액을 현금으로 지급하라는 판결은 전무후무한 충격적인 판결이다.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관장은 미국 유학 중 만나 부부의 연을 맺었다. 대통령의 딸과 재벌가의 결합이라 '세기의 결혼'으로 불렸다. 하지만 최 회장이 혼외자의 존재를 밝히면서 이혼 소송으로 이어졌고, '세기의 이혼'이 됐다. 남녀가 만나서 사랑하는 것은 인지상정인데 두 사람의 이혼이 이같이 사회적 이슈가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한민국에서 재벌의 결혼과 이혼이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삼성그룹과 대상그룹, 신세계그룹과 배우 등 기억 속에 재벌의 결혼과 이혼은 톱뉴스였지만 현재의 이혼소송처럼 파급력은 없었다.
두 사람의 이혼사유는 최회장이 내연녀 사이에서 딸을 낳았다고 고백하면서 파경이 시작하여 노관장에게 일방적으로 이혼을 통보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언론에서 법원의 판결문 내용은 여타 재벌의 이혼소송과는 다른 세인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윤리적, 감성적 프레임을 갖고 있다. 베일에 싸인 이 같은 사실들이 공개되며 이혼사유에 대한 책임공방이 부부 당사자를 넘어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까지 소환하는 사회적 논쟁으로 확산되고 있다.
청산해야 할 정경유착의 그림자, 여성의 재산분할권의 확대와 지도자층의 사회정의 실현을 요구하고 있다. 두 사람은 대한민국 권력의 상징 청와대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두가정이 사돈이 됨으로 재계와 정계가 긴밀히 유착하는 커넥션이 탄생하였다. 그 결과 SK가 현재의 위치까지 급성장할 수 있게 된 것은 부인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이혼소송에서 재산분할은 가장 중요한 쟁점이다. 여성의 사회참여활동이 증가하면서 최근 이혼 소송에서 여성의 재산형성에 대한 기여 범위를 넓게 보는 추세이지만 최회장이 보유한 재산의 35%를 부인 노소영 관장에게 분할하라고 한 판결은 부부가 공동으로 이루어 낸 경제적 성과에 대해 공정한 분배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세기의 이혼 소송은 추측으로 돌던 권력과 기업의 검은 뒷거래가 사실이었다는 걸 다시 확인시켜줬다. 아버지의 지원을 인정받아 지급 판결을 얻어낸 결과물을 온전히 노 관장 소유라고 하긴 힘들다. 재판부도 인정한 부정한 돈인 만큼 어떤 방식으로든 국가와 사회를 위해 쓰는 방안이 강구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그 돈도 모두 국민 호주머니에서 나왔을 게 분명하다. ‘보통 사람들의 시대’를 외친 아버지의 뜻을 기릴 수 있는 방법은 노 관장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일부일처제, 혼인의 순결 헌법적 가치를 세워준 판결
금번 세기의 이혼소송 판결을 보면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판사의 태도와 판결문 표현이다. 사건을 심리한 판사는 최태원 회장을 지칭하며 "도저히 이럴 수는 없다"라면서 가장으로서 가정을 방치한 최회장을 나무라 했으며 "최 회장이 일부일처제를 전혀 존중하지 않고 있다"고 질타했다고 한다. “내연녀에게는 고급주택을 제공하며 산정이 불가능한 경제적 이익도 제공했다"고 했다. 혼인 관계 중임에도 노 관장의 신용카드 지원중단 및 건물 퇴거조치까지 사회적, 경제적 지위를 이용하여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줬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지원을 중단한 것은 법을 논하기 전 보편타당한 사회규범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보인다. 더욱이 노소영 관장과 사이에 자녀가 있음에도 그들의 아픔을 헤아리지 못하고 가장으로서 굳건히 보호해야 할 가정을 지키지 못한 행위는 용서받지 못할 행위이다. 그 결과 딸이 법원에 제출한 증거자료는 최회장에게 화살이 되어 그의 가슴을 조준하였다. 또한 판결문에 명시한 '일부일처제', '유사배우자', '혼인의 순결' 등 헌법적 가치를 위배하였다고 인용한 표현들은 가정의 의미가 퇴색해져 가는 요즘 세상에 그 단어가 내재한 원초적 의미 이상으로 바람직한 가정의 의미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최태원-노소영 세기의 이혼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권력과 재벌의 정경유착, 여성의 가사노동에 대한 재산분할권 확대, 가정의 가치가 존중받는 사회, 사회지도층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공정과 정의, 가정의 가치 등 많은 교훈을 배우게 하는 교과서 같은 사건으로 기억될 것이다. 노 관장은 “개인의 안위만 따지는 것이 아닌 사회를 위해 이바지하고 싶은 일이 많다"며 언론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특히 교육과 여성의 미래를 위해 헌신하고 싶다고 밝혔으니 국민들은 주시하고 있을 것이다. 이번 법원의 판결은 가정의 순결과 일부일처제 주의에 대한 헌법적 가치를 깊게 고민해 주신 아주 훌륭한 판결이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