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동네에 사는 한 남자가 있다.
그 사내와는 운동도 같이 했고 이따금 호프도 한 잔씩 나누며 지냈다.
그는 성실하면서도 진중한 남자였다.
또한 유머와 해학도 겸비하고 있었다.
한마디로 마음과 가슴이 따뜻한 남자였다.
아들의 여름방학 기간에 부자는 둘만의 도전을 야무지게 실행해 보기로 마음 먹었다.
38일 간의 '자전거 전국일주'였다.
아빠는 충분히 가능할 터였다.
하지만 아들은 아직도 어렸다.
그래서 적잖게 염려가 됐었다.
그러나 그들은 결코 주저하지 않았다.
계획했던 날이 다가오자 기다렸다는 듯이 과감하게 출사표를 던졌다.
그리고 바람처럼 떠났다.
아빠와 아들의 '전국일주'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38일 간의 대장정이었다.
산본을 출발하여 파주로, 다시 DMZ(휴전선)를 따라 강원도 고성까지 갔다.
강원도 북단에서 동해안을 따라 부산까지, 거기서 남해의 해안도로를 타고 해남까지 갔다.
해남에서 배에 승선해 제주로 향했고 지금은 제주를 돌고 있는 중이었다.
아우에게 응원 차 전화를 해보았다.
곧 제주 일주가 끝나는데 그러면 잠시 자전거를 내려놓고 '한라산' 정상까지 산행을 할 예정이라고 했다.
아들의 상태를 물었다.
"아들도 지치긴 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꼭 완주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했다.
"저녁 무렵이면 신체가 곤죽이 되어 힘들어 하지만 하룻밤 자고 나면 다시 쌩쌩해 진다"고 했다.
한라산 등정 후엔 뭍으로 나와 목포 - 부안 - 군산 - 평택 - 산본까지 거침없이 내달릴 예정이란다.
내 가슴이 뭉클했다.
이 부자의 옹골진 도전에 힘찬 박수를 보냈다.
38일 간의 도전을 마치고 뜨거운 '호연지기'를 가슴에 안은 채 돌아오면 꼭 성대한 파티를 열어주고 싶다.
도전은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답고 고결했다.
진정으로 자랑스러웠다.
누구나 '도전'을 생각할 수는 있지만 '실행'으로 옮기는 건 극히 소수에 불과했다.
세상이 아무리 변했어도 어느 시대나 그건 불변의 인생 명제였다.
늘 말의 성찬은 차고 넘쳤으나 실제로 소수만이 먼 길을 떠났다.
그래서 그들의 뒷모습에선 진한 땀내와 함께 삶의 향기가 났다.
아빠가 아들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추억이자 가장 훌륭한 유산임을 믿는다.
모든 여정이 마무리 될 때까지 이 멋진 부자의 앞길에 주님의 은총이 늘 함께 하길 기도한다.
파이팅.
2011년 8월 26일.
병희 부자의 오체투지에 오마주를 보내며.
아우가 보내준 사진과 함께 짧게나마 기록으로 남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