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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봄날
김희수
어느때와 같이 따스한 봄햇살이 나의 몸을 나른하게 했다. 그 나른함에 잠이 올것만 같다.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니 몸이 구름위로 두둥실 뜨는 기분이구나. 이런 기분을 느끼는 순간 내 앞에 검은 그리고 많이 묵직한듯한 물체가 떨어졌다.
'쿠-웅!'
다가가기 싫다 다가가기 싫다 하면서 옥상을 쳐다보았다. 그 위에서는 누군가가 보고 있었지만 밝디밝은 햇빛이 까만 그림자를 만들어내 형태만 보일 뿐이었다. 그리고는 다시 떨어진 물체쪽으로 다가갔다. 점심시간 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오지 않는다. 그리고 바닥에는 빨갛지만 살짝 갈색빛도는 액체가 풀들을 물들이고 있었다. 나는 주저앉고 말았다. 자살인지 타살인지 아직 모르겠는 죽음의 피해자는 내 소중한 친구, 지선우였다. 사람이 너무 슬프면 눈물이 안나온다는 말이 사실인가보다. 꿈인가싶어 볼을 꼬집었더니 아프다. 그제서야 실감이 났는지 눈물이 끊임없이 나온다. 우선 마음을 가라앉히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여전히 주변에는 사람이 없었다. 나는 선우를 두고 재빨리 교무실로 뛰어가 응급차를 불러달라고 한뒤 다시 선우가 있는 곳으로 갔다. 잠깐 교무실 다녀온 사이 학생들이 몰려들어있었다. 잠시후 구급차가 선우를 싣고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나는 아까본 옥상에 있던 사람이 떠올랐다.
'그러고보니 옥상에 있었던 사람은 뭘까? 가해자? 아직 단정하기는 이르다. 그럼 자살하는 것을 목격한 사람일까? 그렇다면 왜 말리지 않았을까? 근데 선우는 왜 자살했을까? 요근래의 선우는 엄청 활발했어. 집도 평화롭고, 근데 왜?'
머릿속이 복잡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선우는 자살할만한 아이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누군가에게 죽을만한 짓을 한 아이도 아니었다. 나는 힘없는 발걸읆을 가지고 옥상을 향해 걸어올라갔다.
'선우가 죽기전 마지막에 있던 자리. 이곳에서 선우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5교시 시작종이 쳤지만 내려갈만한 힘이 없었다. 나의 다리는 힘이 없었는지 털썩 주저앉아 있었다. 잠깐 앚아있다가 그래도 수업은 들어야겠다 싶어서 내려가려고 계단문을 열었다. 내눈에 들어온 것은 CCTV였다.
'그래! CCTV라면 선우랑 그사람이랑 무슨일이 있는지까진 아니더라도 들어가는 것은 찍혔을거야!'
부푼 기대감을 안고 나는 행정실로 뛰어 내려갔다. 하지만 운이 나쁘게 CCTV는 고장나서 수리중이었다. 나는 순간 덜컥하며 '범인은 이것을 노린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곧 설마라는 생각으로 머릿속에서 CCTV가 고장난것을 없애버렸다. 하지만 이 일을 신경 썼어야 했다는 것을 나는 후회하게 될 것이다.
계속 알아보기위해 지나가는 학생들에게 물어봤다. 하지만 돌아오는 말은
"글쎄....본적 없는데?" / "아까 일어났다던 사건 진짜야?"
가 대부분이었다. 점심시간, 모두가 식당으로가서 밥을 먹을 사이에 일어난 사건이니만큼 대부분의 학생들이 보지 못했다.
'그러고보니 우리반에 점심을 먹지않는 아이가 있었던것 같은데...'
나는 다시 교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생각이 났다. 한번 체해서 점심을 못먹었던 적이 있었다. 선우는 점심은 안먹는 거라며 늘 먹지 않았고, 여자애가 한명 더 있었다.
'그 여자애가 누구였지?'
나는 문을 열고 교실을 둘러보았다. 쉬는 시간이라 모두가 시끄러운 교실에서 한 여자아이는 엎드려 있었다. 생각났다. 그 여자애는 안호연이라는 애였다. 솔직히 난 그 애가 선우때문에 남아있는걸 알고 있었다. 나는 그애에게 다가가 물어보았다.
"혹시 너 선우가 왜 옥상으로 갔는지 아니?"
"아.....그게.....아까 점심시간에 무슨 쪽지를 보고 나가더라?"
"그래?"
타살이다. 타살이 확실하다. 어서 그 사람을 찾아야겠다.
'쪽지를 두고갔다. 그러면 한 사람쯤은 보지 않았을까? 하지만 오늘 4교시는 음악. 우리는 음악실에 가있었어. 그리고 조금 많이 문단속을 안하고, 그럼 그때를 노린건가?'
야자시간, 나는 수첩에 끄적끄적 적으면서 계속 생각을 해보았다.
'다른반에서 화장실에 가기 위해서는 우리반을 지나가야한다. 그럼 모든반이 수상하다는 소린가?'
혹시나 하는 맘에 하굣길에 호연이를 불러세워 더 물어봤다. 혹시 두고간 사람보지 못했느냐고, 음악시간에 교실에 있던 아이가 있느냐고. 하지만 호연이는 아무것도 모르는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나보다 앞서나가더니 "꼭 범인찾아줘....."라고 말한뒤 버스를 다고 가버렸다. 버스가 남기고간 배기가스를 맡으며 나는 호연이가 진ㅅ미으로 선우를 좋아하는구나라고 생각했다.
집으로 돌아와 오늘 있던 일을 나열해보았다.
누군가 쪽지를 놓고감 → 선우가 그 쪽지를 보고 옥상으로감 → 그 사람이 선우를 옥상에서 밈 → 선우가 내 앞으로 떨어짐 → 내가 발견
내가 생각하는데 집중하고 있을 때 누군가 내 뒤에 서있었다.
"인호야!!"
"으이이이이이익!!!"
하나뿐인 내 쌍둥이 형 허인성이었다. 형은 나에게 뭐하고 있었길래 깜짝놀랐냐고 물었다. 똑똑한 형이라면 도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싶어 도움을 청했다. 형은 아직 타살이라고 단정짓긴 어렵다고했다. 그래서 난 더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타살이 아니면 왜 쪽지를 보고 나갔을까, 뒷걸음질하다가 혼자 떨어져버린걸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자살이 아닌 타살이라는 생각이 더 컸다. 복잡한 마음과 선우에 대한 슬픔을 뒤로 미룬채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사건 이틀째가 되었다. 선우가 떨어진 자리에는 죽은 자세로 형태만 그려져 있을 뿐이었다. 그 순간 누군가가 나에게 소리를 질렀다.
"야! 허인호 피해!"
'쨍그랑!'
내 옆에는 식물은 없고 흙만가득 차있던 것으로 보이던 화분이 깨져있었다. 다행히 얼굴에 상처만 살짝나고 크게 다치지는 않았다. 그리고 바로 위를 보았지만 아무도 없었다. 그 때 나에게 소리지른듯한 아이, 김수완이 나를 향해 달려왔다.
"야 허인호! 괜찮냐?"
"어....괜찮아...."
"괜찮긴 무슨... 얼굴에 상처났어. 보건실이나 가봐."
"응.... 아! 혹시 화분 떨어뜨린 사람봤어?"
"아니? 손밖에 안보였어."
"그래......? 고마워..."
그리고 나는 쓰러졌다. 어렴풋 들렸던것은 수완이가 나를 부른 것이었다. 몇시간이나 지낫을까 내 옆에는 형이 나를 보고 앉아있었다. 그리고 내가 깨어난 것을 확인했는지 어디론가 전화를 하는 것이다. 분명 얼굴에만 상처났을텐데라고 생각할때쯤 손의 통증이 느껴졌다. 아마 떨어지고 파편이 튀었었는데 손에 상처를 낸듯하다. 그리고 생각보다 피가 많이나서 쓰러진 것 같다. 전화를 마친 형이 나에게 다가와 괜찮냐고 물었지만 머릿속이 복잡할 뿐이었다. 형이 좌초지종 설명을 하고 나는 교실로 돌아왔다. 아직 수업중이라 들어가기 민망해져서 다시 사건현장으로 갔다. 나를 향해 떨어졌던 화분은 누군가 치웠는지 보이지 않고 흙가루만 조금 덜어져 있었다. 그리고 나의 피는 마르지 않고 서서히 갈색 빛깔로 변하고 있었다. 내 피라 생각하니 순간 소름이 돋고 무서워졌다. 근데 왜, 누가, 나를 죽이려하는거지? 깊은 생각을 하는 사이 쉬는 시간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자 나는 교실로 향해갔다.
교실에 들어서자 평소에는 신경도 쓰지 않던 아이들까지 나를 향해왔다. 잊고있었다. 김수완은 소물을 잘내는 아이였다는걸. 애들은 역시나 무슨일이 있던거냐, 많이 다쳤냐, 괜찮냐는 등의 질문을 던져왔다. 순간 느낀 감정은 걱정해줘서 고맙다가 아닌 짜증이었다. 내가 더이상 참지 못할 때 수업시간 종이치고 모두가 자리로 돌아갔다. 쫌 조용해진다 싶었는데 내 짝꿍인 신한솔이 나를 향해 물어왔다.
"너, 선우 죽인 사람 추적한다는 말이 진짜야?"
내 짝꿍은 우리학교에서 직설적이고 말 많은아이로 통하는 애다. 그리고 누구에게 들은거지? 선우가 누군가에게 죽어서 내가 그 범인을 추적하고 있다는 것을? 이 사실을 아는 것은 안호연, 그리고 우리형 허인성. 설마 둘이 범인이겠어 싶어 그냥 덮어두었다. 그렇다고 또 누가 아는가. 내가 추적하는것을... 확실하다. 범인은 나랑 아는 사람일 확률이 높다. 순간 소름과 두려움이 생겼다. 지금도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을수도 있는것 아닌가. 그럼 우리반에 범인이? 모르겠다. 단서가 하나도 나오지 않는다. 어떻게 해야할지몰라 머리를 흔들었다. 결국 선생님께 지적받은 나는 뒤에나가 서게되었다.
점심시간이 되었다. 어제 선우가 죽은시간이라 입맛이 없었다. 그래서 교실에는 나와 안호연이 남았다. 호연이도 선우가 그리운지 창밖을보며 엎드려있었다. 그제야 나도 하늘을 봤는데 슬픈나와달리 하늘은 파랬다. 그리고 정말 놀라울 정도로 하늘이 높았다. 날씨도 개구리가 자다 나올만큼 따뜻하고 포근했다. 하지만 나는 그것들을 느낄수 없었다. 어서 범인이라도 잡으면 한결나아질 것 같은데.......
눈을 뜨니 어느순간 내가 잠이 들었었다는걸 깨달았다. 내자리에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빵인 메론빵과 내가 제일좋아하는 사과쥬스가 있었다. 그리고 빵에는 포스트잇이 붙어있었다. 오랜만에보는 형의 글씨......나와달리 곧다. 역시 형이구나하는 생각을 가지고 읽었다.
'인호야. 네가 범인을 추적한다니까 많이 피곤했나보구나. 그래도 몸관리는 하면서 해. 빵하고 쥬스 두고갈께. 먹고 힘내.'
역시 형답다. 누구보다 동생을 걱정한다. 애들은 아직 점심을 먹는지 아무도 없다. 아니 안호연은 여전히 앉아있다. 그리고 내가 일어난걸 알았는지 나를 본다.
"너네 형 왔었어."
"알아..."
목소리가 잠겼는지 약간 허스키한 목소리가 나왔다. 그게 웃겼는지 호연이는 킥킥데며 웃었다. 나는 머쓱해서 그저 머리를 긁적일 뿐이었다. 그리고 밥을 다먹었는지 애들이 하나둘 오기 시작했다. 처음 온애는 우리둘을 보고 그냥 깜짝놀랄뿐이었고, 나머지 애들은 그냥 배부른 표정과 흐뭇한 표정을 지으면서 들어왔다. 아이들의 그런표정을 보니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아무것도 먹기 싫었지만 형의 성의를 보아 메론빵과 사과쥬스를 먹기 시작했다. 순간 내눈에 들어온 호연이에게 빵을 반 나누어 가져갔다.
"자. 먹어. 너 중식 신청 안했지?"
그러나 나에게 돌아온것은 눈웃음과 손사래였다. 그래서 그냥 내가 먹었다. 하지만 선우의 죽은 모습이 떠올라 화장실로 뛰어가 다 토해버렸다. 그리고 다시 생각했다. 그 사건을......
다행히 수업시간에는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한쪽팔이 다쳐서인지 온몸이 두배로 힘이들고 무거웠다. 짝꿍이 괜찮냐고 묻는 순간 나는 다시 쓰러졌다. 쓰러졌지만 어렴풋 들렸다. 그래도 정신이 없어서인지 기억은 나지 않는다. 아마 양호실로 옮기면서 무겁다고 말한 것 같다. 업혀서 달리는 기분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눈을 뜬뒤 내눈에 들어온것은 없다. 깜깜하다.
'설마. 또 그 범인인가?'
나는 계속보이지 앉아 손으로 더듬더듬거리며 스위치를 찾으려고 노력했다. 그 순간 내 손으로 만진것은 물컹물컹한느낌도 있고 약간 푸석푸석하기도 하고 찬 느낌이 손으로 느껴지는 것이었다. 하지만 불빛이 없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계속 더듬더듬해보니 스위치를 찾았다. 불을 켜보니 학교 지하창고였다. 이곳은 수위아저씨만 들어올수 있는 곳으로 알고있다. 지하라 습도가 높았고 이곳저곳 썩은 부분이 많았다. 내가 만진것은 뭘까하고 고개를 돌리니 나는 또 경악하고 말았다. 며칠전 행방불명되신 형네 반 선생님이였다. 범인은 수위아저씨인건가하는 마음이 들었다. 나는 생각을 못했다. 범인이 선생님일 가능성을... 하지만 지난번 수완이가 팔을 봤다고는 했지만 교복인지 사복인지 말을 안했고, 사복이었으면 사복이라고 말을 했을것이다. 나는 문을열었다. 저녁이 됬는지 창밖이 어둑어둑했다. 나는 아무생각 없이 수위아저씨께 갔다. 혹시 지하실열쇠 있냐고 여쭈어보니
"열쇠라...열쇠라면 며칠전 선생님 행방불명되신 사건 알지? 그 다음날 사라졌어. 혹시 너 어딨는지 아니?"
정말 치밀하다. 행정실도 사라졌다고 했는데. 순간 번뜩 떠오른것은 형이 행정실 청소를 한다고 했던 것이다. 거기 있는 사람들이라면 청소하다 열쇠를 훔칠수있고 CCTV가 고장난 것도 바로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 치밀한 사람은 누굴까......
그날밤 나는 형에게 행정실청소가 누구냐고 물어보았다. 형은 본인, 그리고 친구 셋이서 청소를 한다고 했다. 이름을 들어보니 형을 제외한 친구 셋은 잘아는 사이가 아닌 그냥 얼굴만 아는 사이인 애들이었다. 그 중에 어렴풋 선우의 중학교 동창이라던 이다훈이 눈에 띄었다. 형에게 어떤애냐고 물어보니 착하지만 욕이 심한 아이라고 했다. 착한아이라고 해도 선우랑 만나면 조금 서먹서먹한 애였던걸로 기억한다. 그럼 그애가 범인일까?
다음날 나는 가방만 놓고 형의 반으로 갔다. 그리고 나는 이다훈에게로 다가가서 물어봤다. 그런 경험 없냐고. 그런데 정말 모른다는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는
"선우...죽..었어?"
라는 말과 믿을 수없다는 표정을 하고 나를 바라봤다. 나는 더 묻고 싶었지만 종이쳐서 교실로 갔다. 가방을 치우니 바닥으로 무엇인가 툭하고 떨어졌다. 쪽지다. 그리고 나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이 글씨체... 어제.... 그리고 나는 어제 주었던 쪽지를 살펴보았다. 곧은 글씨체... 나는 믿을 수 없었다. 형과 선우는 그냥 얼굴만 아는 사이일텐데... 형이 살해한 것일까? 나는 찬찬히 쪽지에 적힌 말을 읽어보았다.
'점심시간 교문 앞 차도로 나오시오.'
나가야겠다. 형이 맞든 아니든. 나는 범인을 확인하러 나가야겠다. 나는 얼른 점심시간이 되기를 빌면서 형만은 아니길 빌었다. 계속 마음속에서는 설마 형이겠어와 형은 아니어야해가 섞여서 미쳐버릴 지경이었다.
나는 수업시간동안 내내 집중할 수 없었다. 그리고 형이 선우를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형은 나에겐 형이지만 선우에게는 친구이다. 그러다보니 집에 형의 친구로 내 친구들이 놀러오는 경우가 많았다. 그때마다 우린 같이 놀고 나는 그것이 당연한줄 알았다. 하지만 선우가 놀러왔을 때 형은 인사만 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형은 그냥 들어간게 아니었다. 짜증나는 듯한 말투, 차가운 눈빛. 나도 처음보는듯한 얼굴을 가지고있었다. 나는 그저 화나는일 있었나보다했다. 우리가 방에서 열심히 게임을 하고있을 무렵이었다.
"인호야. 이건 인성이가 더 잘하잖아. 우리가 놀자고 권유안하면 삐질껄?"
일리있는 말이라 생각했을때, 선우가 내방을 뛰쳐나가 형의방 문으로 갔다. 뛰쳐나가봤자 내방앞이 형의 방이었다. 선우는 '겨울왕국'의 안나를 따라하듯 문을 '똑또도똑똑' 두드린 후 노래를 불렀다.
"같이 게임하지 않을래?"
나는 선우의 모습을 보며 그저 웃을뿐이었다. 일은 순식간에 일어났다. 형은 선우의 노래가 끝나기전에 문을 벌컥하고 나와 선우의 볼에 주먹을 날렸다. 선우는 거실로 날아갔고 형은 화가 많이 난듯이 다가갔다. 나는 놀라서 형의 앞을 막으며 하지말라고 했다. 그순간 형의 눈빛은 '네가 이러면 안되지...'라는 듯한 슬픈 눈빛이었다. 그 눈빛을 본 나는 더이상 형에게 말을 못하고 선우를 일으켜 방으로 데리고 갔다. 형은 거실에 혼자 서있다가 1시간정도 지나고 방으로 들어가는소리를 들은것이 생각났다. 설마 아직 그것을 마음에 담고있는걸까?
점심시간. 사건 발생 48시간 뒤이다. 나는 종이치자마자 교문으로 달려갔다. 내눈에는 쌩쌩달리는 차들밖에 보이지 않았다. 툭하는 소리와 함께 나의 몸은 붕떴고 다시 잡아당김을 당해 인도에 떨궈지고 내 귀에는 나 대신에 부딪힌 소리가 들렸고 나는 또한번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다. 나 대신에 화물차에 부딪혀 저 멀리 튕겨나가 피를 흘리고 있는 것은 바로 우리형이었다. 나는 떨리는 발걸음으로 다가갔다. 다행히 아직 숨이 붙어있었다. 하지만 피가 너무 많이났다. 곧 죽을것만 같이... 많이 힘들어보이는 형에게 나는 말했다.
"왜 그랬어... 왜!!!!!!!!!!!!!!!!!!!!!!!!!!!!!!!!!!!!!!!"
형은 그저 책상정리를 잘해달라고 말만하고 쓰러졌다. 나는 심장이 뛰나 확인했지만 뛰지않는다. 죽었다. 유일한 형제였던 형이 죽었다. 그제서야 실감이 났는지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나는 병원까지 같이갔지만 형은 이미 죽은 상태였다. 부모님도 오시니 더 실감이 났다. 나는 형의 마지막 말을 따르기 위해 집으로가 형의 책상에 다가갔다. 형의 책상위에는 'To.인호'라고 씌어진 흰봉투가 있었다. 그안에는 유언장같은 편지 한장이 들어있었다.
'인호야 안녕? 너한테 편지쓰니깐 조금오글거린다. ㅋㅋ 니가 이 편지를 읽고있다는것은 내가 결국 죽었다는 거겠지? 그리고 나 죽었으니 솔직하게 말할께. 니 친구 선우, 사실 내가 죽인거 맞아. 살짝 겁만 주려고 쳤는데 끝부분이었더라. 뭐.. 너도 눈치챘겠지만 행방불명된 우리반 선생님 내가 죽인거야. 너무 짜증나더라고. 참, 선우얘기로 돌아와서. 떨어졌을땐 나도 당황했어. 그리고 아래를 보니깐 니가 날 올려다보고 있더라고. 목격자는 있어선 안돼서 널 죽이려고 시도한거야. 난 너를 죽이기 싫었어. 난... 너를.... 좋아하니까. 넌 내 하나밖에 없는 동생이니까. 넌 나랑 가장 친해야하잖아. 쌍둥이니깐. 넌 왜 지선우랑만 친하게 지내는거야. 결국 선우는 너 때문에 죽은거야. 나도 그렇고..'
소름돋았다. 여기저기 떨어진 눈물자국도 보였다. 그래서인지 종이가 빳빳했다. 더 무서웠던건 형의 곧은 글씨가 뒤로갈수록 진해졌다는 것이다. 분노일까, 슬픔일까...
형의 편지를 읽고 나는 방에서 나가지 못했다. 나는 나를 죽이고 선우를 죽인 범인에게 도움을 요청했었고 도움을 받았다. 그 순간 형이 해주었던 일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고 그순간 내 눈에 들어온 것은 책상에 있던 칼이었다. 나는 그것을 집어 손목을 향해 가져갔다. 그리고 깊숙히 찔렀다. 마음의 상처가 컸는지 찔러도 아프지 않았다. 손목에서 나오는 빨간피를 보니 선우와 형이 흘렸던 피가 생각났다. 그리고 나는 다시 쓰러졌다.
눈을 뜨니 엄마가 내 옆에서 울고있었다.엄마는 너라도 살아주면 안되니라는 말과 함께 나를 안아주셨다. 오랜만에 안긴 엄마의 품. 그리고 엄마의 눈물이 어깨로 느껴지자 나는 살겠다고 결심을 했다. 그리고 형의 장례식은 이루어졌다. 형의 웃고있는 사진. 쌍둥이라 나와 닮아서 내가 죽은 기분이든다. 기분이 묘하다. 토가나올것 같아 화장실로 뛰어가서 구토를 했다. 그리고 거울을 올려다보니 또 토할뻔 했다. 형이 나를 보고있는 느낌. 나는 평생 죄책감을 가지고 살아가겠지... 기분정화를 위해 밖으로 나갔다. 이상하게 장례식장앞에 공원이 있었다. 그 공원에는 남녀노소 어른아이 구분없이 잘 지내고 있었다. 하늘은 누군가에겐 평화를 주듯 푸르고 높았다.
어느봄날... 누군가에겐 좋고 평화로운 날이었겠지만, 나는 내 소중한 친구와 소중한 형을 잃었다.
다시 올렸어요ㅠ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