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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필사첩(손글씨 시) 자전거 도둑들/ 송현섭
dimpleyj 추천 0 조회 53 22.09.01 06:53 댓글 1
게시글 본문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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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22.09.02 06:57

    첫댓글 어제는 어쩌다가 댓글 다는 것을 지나쳤을까,를 생각하며 댓글을 답니다.
    오늘을 위해 남겨놓은 것 같아요.^^

    __
    자전거 도둑들
    송현섭


    살구처럼 작고 노란 새가
    자전거 바구니에 둥지를 틀고
    다섯 개의 알을 낳았죠.
    빼빼 마른 길고양이들이
    다섯 개의 알을
    쪽쪽 빨아 먹어 버린 뒤론
    바구니는 작은 쓰레기통이 됐고요.
    바퀴를 갉아 먹은 개미들은
    배가 아파, 끙끙
    녹슨 똥을 싸고 다녔죠.
    벚나무가 무지 애써 잎을 떨어뜨렸지만
    녹슨 똥을 다 가리진 못했어요.
    한 주에 한 개씩
    바큇살을 훔쳐 가는 쥐들을
    아무도 목격하지는 못했지만
    경비 할아버지의 말은
    쥐들이 굴속에
    기찻길을 건설하는 중이래요.
    자전거 바퀴 옆에서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길고양이들이
    코를 킁킁거렸지만
    바큇살을 찾아다니는 동안
    다시 봄이 왔고
    자전거 바구니에선
    흙먼지와 쓰레기 반죽을 뚫고
    노란 꽃 한 송이가 피어났죠.
    신기해! 너무 신기해!
    우리는 야단법석을 떨었고
    친구는 매일 물을 뿌려 주었지만
    유독 길고양이들만
    고개를 숙인 채 못 본 척했죠.


    <착한 마녀의 일기>(문학동네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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