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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이상 시와 20세기 통합의 시학 2.
홍문표
형이상 시나 형이상 시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
저 형이상 시에 대한 족보와 그 방법을 살펴볼 필
요가 있습니다. 형이상 시, 형이상학파 시, 또는 형
이상학적인 시 등의 용어는 18세기 영국의 드라
이든으로부터 시작됩니다. 고전주의 시인이었던
그는 17세기 존 던 등의 시에 대하여 너무 형이 학
적(metaphysical)이라고 비판한 것입니다. 던의
시는 기지(wit)를 통해 대립되는 사물들에게서 놀
라운 유사점을 발견하거나 기발한 이미지 즉 기상
(conceit)을 통해 고도의 지성과 감성을 드러내
는 기법이었습니다.
던의 기상은 특히 개인적인 것에서 우주적인 것으
로 그리고 다시 우주적인 것에서 개인적인 것으로
끊임없는 궤도를 그리면서 계속 비약합니다. 그
는 독창성을 발휘하여 시형, 정서, 용어, 문체 등
전반에 걸쳐서 새로움을 보여줍니다. 그의 애정
시는 물론 그의 종교시에서도 기지가 작용하여 서
로 분리되는 것을 규합시키고 양립할 수 없는 것들
을 조화시키고 구체적인 심상을 가지고 추상적 논
의를 전개하며 실질적 사실을 철학적 인유와 기이
한 추론으로 장식합니다.
던의 시가 우리에게 소개된 작품으로는 「사랑의
연금술」, 「슬퍼하지 말아라」 등이 있습니다만 헤밍웨이가 소설의 제목으로 사용한 「누구를 위하여종은 울리나」를 소개해 보겠습니다.
“누구든, 그 자체로서 온전한 섬은 아니다. 모든 인
간은 대륙의 한 조각이며, 대양의 일부이어라. 만
일 흙덩이가 바닷물에 씻겨 내려가면 구라파는 그
만큼 작아지며, 만일 모래톱이 그리되어도 마찬가
지. 그대의 친구들이나 그대 자신의 영지(領地)가
그리되어도 마찬가지이다. 어느 사람의 죽음도 나
를 감소시킨다. 왜냐하면 나는 인류 속에 포함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누구를 위하여 종이 울
리는지를 알고자 사람을 보내지 말라. 종은 그대
를 위해 울린다.”
이 시는 결코 세련된 시어나 형식을 사용하지 않았
습니다. 그런데도 우리에게 깊은 인상을 줍니다.
처음에 “누구든 그 자체로서 온전한 섬은 아니
다.” 인간과 섬의 대비가 기발합니다. 그리고는 온
전한 섬이 아닌 이유를 지리학적 지식으로 설명합
니다. 그러다가 마침내는 인간의 문제로 귀결됩니
다. 섬이 대양의 일부이듯이 인간은 인류의 일부
라는 것이지요. 그리고는 “종은 그대를 위해 울린
다."라는 말로 신의 보편적인 은총을 설명합니다.
이와 같이 던의 시에 나타난 지적이고 철학적인 주
제를 지적하여 드라이든은 “그는 형이상학
(metaphysical)을 즐겨 사용한다. 풍자시뿐만 아
니라 애정 시에서도 말이다.” 그러나 더 직접적으
로 이 명칭을 사용하기 시작한 사람은 같은 시대
고전주의 계열의 시인인 존슨입니다. 그는 “17세
기 초엽에 한 무리의 시인이 나타났는데 그들을 형
이상학 시인들(metaphysical poets)이라고 일
컬어도 괜찮을 것이다.”라고 하였습니다. 이처럼
17세기 던을 중심으로 한 개혁적인 일군의 시인
들을 비판적인 입장에서, 형이상학 시인들이라고
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17세기에 풍미한 페트라
르카 풍의 속된 낭만주의 시나 청교도의 엄격한 금
욕주의 시를 극복하고자 감성과 지성을 결합하여
참신하게 모색했던 형이상 시 운동은 당대는 물론
18세기, 19세기를 거치는 동안 각광을 받지 못했
습니다
17세기 영국의 형이상 시는 던 이외에도 허버트,
마벨 등이 있는데 이들 시의 특징을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형이상학파의 가장 주요한 특징은 한 마디
로 컨세트 기법입니다. 본래는 개념 혹은 이미지
를 의미했는데 나중에는 외견상 유사성이 없는 두
사물 사이의 놀라운 결합으로 정교한 결합을 성립
시키는 비유의 이름이 되었습니다. 컨세트 기법
은 철학, 종교, 신학, 연금술, 지리, 과학 등 지적
인 소재를 이미지로 사용했기 때문에 새롭고, 기
지에 찬 효과를 내었습니다. 따라서 형이상학 시
는 본질적으로 기지의 시, 지적인 시가 됩니다.
둘째, 형식의 화술입니다. 긴급한 혹은 열띤 논의
극적 수사학적 형식을 취하며, 연인에게 말을 하
거나, 신에게 말하거나 항의하는 매우 돌연하고
사적인 어조로 시작됩니다. 시어는 구어적이며 논
리적, 분석적, 혹은 심리학적이 되기 마련입니다.
또 형식에 있어서 당시 유행했던 소네트와 다른 복
잡한 서정시의 형식을 사용했습니다.
셋째, 단어는 그들 정서의 지적 등가물로 발견하
려는 시도 때문에 상업, 과학, 신학, 지리 등의 용
어들을 더 좋아했습니다. 당시의 과학정신을 따
라 분석적이었던 점은 워즈워드가 시의 단어들을
일상생활의 말로 쓰고자 주장한 것과 같습니다.
넷째, 리듬도 규칙적인 경험보다 귀에 거슬리거
나 거칠게 들리는데 현대적 관심에서 보면 훨씬 활
기차고 발랄하고 극적인 효과를 얻습니다.
다섯째, 흔치 않은 구문을, 즉 함축된 생략적 구문
을 쓰기 때문에 난해할 수도 있으나 의미의 탄력
과 밀도가 생기고 표현이 집약적이 됩니다.
·
여섯째, 패러독스를 이용하여 자기의 주장을 더
욱 강렬히 분명히 표현했습니다. 이와 같이 고도
의 복잡한 의미, 세심한 지적 구조, 정교한 기상의
시들은 깔끔하고 규칙적인 시를 좋아했던 왕정복
고 파나 18세기의 신고전주의 시인들에게 좋은
평을 받을 수 없었습니다.
이처럼 기존의 정형적이고 기계적인 시 형식을 파
괴하고 산문체, 대화체, 왜곡과 생략, 분석과 해
부, 기발한 상상력을 구사했던 형이상 시법은 근
엄한 신고전주의에 의해서 19세기까지 매몰되었다가 20세기에 이르러 부활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때의 부활은 형이상 시란 말이 비판이나 조소의
개념이 아니라 감수성이 분열(dissociation of
sensibility) 된 현대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대
안으로 각광을 받게 된 것입니다.
20세기에 들어서 형이상 시에 대한 재조명은 먼
저, 영국의 비평가 그리어슨(Grierson)에서 시작
됩니다. 그는 「존 던의 시」, 「형이상시인들」, 「17세기 문학의 교류」등을 통하여 형이상시인들과 그작품들을 논하게 됩니다. 그는 “형이상 시는 완전한 의미에서는 단테의 「신곡」이나 괴테의 「파우스트」와 같이 우주에 관한 또는 삶이라는 위대한 드라마로서 인간 정신을 나타내는 기능에 관한 철학
적 개념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진 시를 말한
다."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형이상 시에 대한 현대적 의미를 강화한 사
람은 바로 엘리엇(T.S. Eliot)이 되겠습니다. 그는
전통과 개인의 재능」에서 시는 감정의 해방이 아
니고 감정으로부터의 도피라고 하였지요. 이는 그
동안의 시가 지나치게 감정이나 개성을 중시하고
의미를 배제한 것에 대한 비판이었습니다.
하략-
홍문표문학비평이론총서20 「전환기 현대 시학의
비평적 모험」(창조문학사, 교보e북)에서
https://naver.me/xqoqGF1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