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핵잠수함' 김병현(23ㆍ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과 '골프 여왕' 박세리(25)가 비행기 안에서 달콤한 데이트 시간을 갖는다. 15일(한국시간) 오후 6시30분 아시아나항공 201편으로 인천공항을 통해 나란히 입국하게 된 것. 한국 젊은이의 패기를 미국 전역에 떨치고 있는 두 슈퍼스타지만 직접 마주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세인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번 만남은 박세리가 예정된 비행기를 놓치는 바람에 성사됐다. 박세리는 14일 앨라배마 모빌에서 열린 LPGA(미국여자프로골프) 모바일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에서 우승한 뒤 14일 0시20분(현지 시간)에 귀국길에 오르려 했으나, 우승 세리머니로 시간이 지체돼 예정된 비행기를 타지 못했다. 결국 박세리는 모빌에서 하루를 더 묵은 뒤 15일 LA로 이동, 김병현과 같은 오후 1시30분(현지 시간) 항공편을 이용하게 된 것. 따라서 LA 국제공항에서부터 달콤한 데이트가 시작되는 셈이다.
그러나 고국을 향하는 두 젊은이들의 심정은 '하늘과 땅 차이'다. 지난해에 이어 포스트시즌서 부진을 면치 못한 김병현의 고국길은 가시밭길. 김병현은 지난 6일 세인트루이스와의 디비전시리즈를 마치고 휴식을 취하다 9일 LA로 이동해 지인들을 만나며 일찌감치 귀국 일자를 잡았지만 마음이 영 편치 않다. 최근에는 애리조나 지역 언론으로부터 '뭇매'를 맞으며 트레이드설에 시달리고 있다. 귀국후 일정을 아직 잡진 않았으나,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외부와의 '숨바꼭질'은 계속될 전망이다.
반면 박세리는 모바일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에서 대역전극으로 시즌 4승을 올려 고향땅을 밟는 발걸음이 당당하다. 게다가 오는 25일부터 벌어지는 CJ나인브릿지클래식에 참가할 예정이라 국내 팬에게 자신의 모습을 선보일 기대에 차있다.
따라서 이번 '상공 데이트'를 통해 2살 연상의 박세리가 '동생' 김병현의 아픈 마음을 어루만져 줄 기회도 자연스레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병현은 지난해 12월 모교인 성균관대가 주최한 '스포츠파워 2002'에 LPGA 스타 김미현과 나란히 참석한 바 있어 여성 프로골퍼와의 인연이 각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