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27·넥센)의 겨울이 따뜻하다.
박병호가 11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2013년 프로야구 골든 글러브 시상식에서 최다 득표의 영광을 누렸다. 그는 프로야구를 담당하는 기자, 방송PD, 해설위원 등으로 이뤄진 투표인단 323명 중 311명으로부터 표를 받아 1루수 부문 수상자가 됐다. 특히 96.3%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김태균(한화·5표), 조영훈(NC·4표), 박정권(SK·3표) 등 다른 후보들을 따돌렸다. 박병호는 "오늘이 결혼기념일이라 더 기쁘다"며 "예전에는 다른 선수들 축하하러 시상식에 왔었는데 이렇게 2년 연속으로 받게 돼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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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봉 올려달라는 포즈였어요" - 박병호(넥센)가 10일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골든 포토상’을 받은 뒤 사진과 같은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병호는“구단주께‘연봉 올려달라’고 부탁하는 포즈였는데, 오늘 (구단 측이) 통 크게 쏴주셨다”라고 말했다. 박병호는 시상식에 앞서 5억원에 내년 시즌 연봉 계약을 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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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크게 웃은 박병호박병호는 시상식에 오기 전 목동의 구단 사무실에서 5억원에 내년 시즌 연봉 계약을 했다. 올해 연봉 2억2000만원에서 2억8000만원이 올랐다. 그는 "나도 깜짝 놀란 액수였다"면서 "뿌듯하기도 하고 책임감도 커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내한테 받는 한 달 용돈이 8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오른다. 기름값을 포함해서"라는 농담도 했다.
2년 전까지 그의 연봉은 6200만원이었다. LG에서 '만년 유망주' 꼬리표를 달고 다니던 그는 그해 7월 넥센으로 트레이드됐다. 넥센 유니폼으로 갈아입고선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작년 타격 3개 부문 1위(홈런·타점·장타율), 올해 타격 4개 부문 1위(홈런·타점·장타율·득점)에 오르면서 2년 연속 정규리그 MVP(최우수선수)로 뽑혔다.
박병호는 한국스포츠사진기자협회가 선정하는 '골든 포토상'도 탔다. 그가 두산과 벌인 준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0―3으로 뒤지던 9회말에 친 3점짜리 동점 홈런이 '2013년 프로야구 최고의 순간'으로 꼽혔다. 박병호는 "초심을 잃지 않고 팀의 중심타자로 제 몫을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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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눈물 보인 박용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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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박용택(34)은 페어플레이상과 외야수 부문 골든글러브 수상 소감을 말할 때마다 눈시울을 붉혔다. 페어플레이상을 받았을 땐 2009년 타격왕에 오르기 위해 '타율 관리'를 했던 부끄러운 기억을 끄집어냈다. 그는 "그때 '페어'하지 않았던 것을 반성하고, 모범적으로 살려고 노력했다"고 말하며 눈물을 보였다.
잠시 후 골든글러브를 받기 다시 무대에 오른 박용택은 "울어도 되나요"라고 말한 뒤 울먹이며 속마음을 털어놨다. 그는 "작년에 골든글러브 탈 때보다 개인 성적이 안 좋았는데 팀이 정규리그 2위를 해서 받은 것 같다"며 "가슴에 맺힌 것이 많았는데 올해 어느 정도 풀었다"고 말했다.
이병규(LG)는 만 39세 1개월 15일의 나이로 지명타자 부문을 수상해 양준혁(당시 삼성)이 가지고 있던 역대 최고령 기록(38세 6개월 15일·2007년 지명타자 부문)을 깼다. 가장 경쟁이 치열했던 투수 부문에선 손승락(넥센)이 수상자로 결정됐다. 역대 최저 득표율(30%·97표)로 아슬아슬하게 뽑혔다. 올 시즌 구원왕인 손승락은 마무리 투수로는 1994년 정명원(당시 태평양)에 이어 19년 만에 '황금장갑'의 주인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