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발음은 유창하지만 한자로 제 이름을 겨우 ‘그리는’ 아이, 수학 문제는 잘 풀지만 강감찬이 고구려 시대 장군인 줄 아는 아이. 이가 하나 빠진 듯 뭔가 어색하지만, 결코 낯설지 않은 풍경들이 양산되고 있는 시대다.
물론 ‘꼭 알아야 할 것’의 범주에 명확한 기준은 없다. 그러나 우리의 아이들이 다가올 봄방학도 반납한 채 보충수업을 들을 만큼 열심인 건 도대체 무엇을 알아가기 위해서일까? ‘국영수사과논’의 문제에서 허우적거리다, 또 오후 되면 학원가서 똑같은 문제 암기하다가 따뜻한 봄날을 맞이하기 보다는 이 책들을 바탕으로 잠시나마 ‘여유로운 앎’을 얻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길잡이가 될 만한 두 권의 책을 소개한다. 물론 선생님도 함께 … .
스물이 되기 전에 보고 듣고 읽어야 하는 위대한 명작 50 전하현 | 생각의나무
편리한 교통과 통신망으로 온 세상이 하나로 연결된 글로벌 시대, 우리의 아이들은 더 이상 한국만을 무대로 하지 않는다. 과거에는 일부 계층이나 가능했던 외국 대학으로의 진학도, 특별한 재능과 기술이 있어야만 했던 외국에서의 취업도 이제는 누구나 꿈꿀 수 있는 일반적인 일이 돼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런던에서 활동하고 있는 문화기획자이자 칼럼니스트인 이 책의 저자는 그런 ‘요즘’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전 세계인의 보편적 감성을 체험하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기본이 되는 미술, 문학, 노래, 클래식 음악, 영화 등의 50개 작품을 소개한다. 이집트 테베의 고문에서 출토된 네바문 고분 벽화에서부터 문워크(moon-walk)로 전세계의 젊은이를 열광시킨 마이클 잭슨의 빌리진(Billie Jean)까지, 그 소재와 내용의 영역은 과거에서 현재까지 특별한 제한을 두지 않는다.
예컨대 얀 반 에이크가 ‘유화물감’으로 그린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을 두고 저자는 ‘오래된 그림 한 장만으로도 당시 정치와 경제, 산업, 풍습 등 사회적 배경을 알아낼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림을 그린 곳은 벨기에의 ‘브루게’이지만, 그림 속 주인공 ‘아르놀피니’는 이탈리아인으로 당시 메디치 은행의 지점장으로 파견 근무 중이었다. 일단 600여년전에 그려진 이 그림 덕분에 당시에는 이미 국제 금융이 활성화됐다는 걸 엿볼 수 있다.
그림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사물들도 당시의 국제교역 상황을 짐작케 한다. 즉, 창문가의 오렌지는 스페인에서, 마루판은 북유럽 핀란드 지역에서, 바닥의 융단은 당시 최고급으로 꼽히는 페르시아 카펫을 수입해 온 것이며, 천장의 등과 거울은 베네치아 수입품, 두 사람이 입고 있는 담비 털옷과 모피도 북유럽과 러시아에서 생산된 것이라는 얘기다.
이 외에도 두 사람 사이의 개는 기독교에서 충성과 경계, 부부간 정절을 상징하는 의미이고, 두 사람 뒤의 등받이 목조 조각은 출산의 수호성인 ‘성 마가레트 상’으로 임신과 순산을 기원하는 뜻이며, 샹들리에의 켜져 있는 촛불 한 자루는 항상 지켜보고 있는 신의 눈을 말한다고 전한다.
서툰 청춘을 위한 다독다독 허병두 | 청어람미디어
다음은 독서, 그리고 그에 따른 인생살이에 대한 길잡이가 돼줄 책이다. 고교 교사로서 20년 넘게 아이들이 좋은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노력해온 이 책의 저자는, 책 제목 ‘다독다독(多讀多牘)’(牘 : 편지 독)에서도 알 수 있듯 청소년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을 책으로 대신 전하는, 편지와 같은 형식으로 메시지를 전한다.
‘하루 5,000원은 벌어야 우리 집 네 식구 굶어 죽지 않거든. 같이 늙어가는 주제에 고물을 주우러 나온 노인들을 만나면 말조차 걸기 싫었어. 내 밥그릇을 빼앗는 것 같았거든. 그래도 죽으라는 법은 없나봐. 아들 교통사고에다 며느리마저 집을 나갔을 때는 앞이 캄캄했거든. 손녀 둘이 아니었다면 내가 먼저 세상을 떴을 거야. 고물 줍는 일을 20년 넘게 하다보면 반은 부처가 돼. 고물 줍는 일은 3월하고 4월이 가장 좋아. 이사철이라서 그래. 헌것은 버리고 새것을 장만하거든.’
르포집 ‘아파서 우는 게 아닙니다’의 한 구절을 인용하며, 저자는 글 속에서 ‘힘든 삶의 속내, 절망 속에서도 잃지 않는 낙관적 사고, 생활 속의 깨달음, 삶의 건강한 대등 등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한다. 더불어 ‘논리적 이성으로는 찾을 수 없는 삶의 다양한 모습과 아픔 등을 깊게 들여다보는’ 책이라고 소개한다.
그러면서 저자는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전한다.
‘부자 되기 책을 읽는다고 실제로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닌 것처럼, (논술) 제시문에 갇혀서 버둥대거나, 삶의 현실과 거리가 먼 이론에 치이거나, 오로지 모범답안만 쓰겠다고 고심하거나, 머리로만 현실을 이해하고 깨달을 수 있다고 오해하거나, 현실과 인생이라는 더 큰 책을 읽는 데 게으르다면 좋은 글을 쓰기란 지극히 어렵다.’
만화, 동화책, 과학, 예술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세상을 보는 눈, 타인과 함께 공생하는 법, 꿈을 찾고 이룰 수 있는 마음자세 등을 기를 수 있는데 도움이 되는 책 101권을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