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24년째('바보 김수환'에서 추기경역을 맡은 배우 최재원 요셉)
처음 성당에 간 건 신앙심 깊으신 엄마의 뱃속에서부터입니다. 유아세례를 받은 저는 미사 드리는 엄마 옆 마룻바닥에 앉아 뒹굴며 늘 함께했고, 초등학교 4학년 첫영성체 후에는 새벽에 눈을 비비며 신부님 옆에서 복사를 섰습니다. 사춘기 시절 이성에 대한 눈도 성당에서 떴고 당시 유행했던 브레이크 댄스도, 탁구 실력도 모두 성당에서 연마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주님의 깊은 품속까지 들어가는 데는 꽤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20대 중반 무렵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연 신은 존재하는가?’ 그리고 그때 저는 ‘진정 신이 계시다면 저에게 증거를 보여주세요.’라며 20대의 호기로 건방을 떨며 기도했습니다. 하느님께선 참 빠르셨습니다. 당시 연극을 하며 극단 생활을 할 때인데 일이 꼬이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돈 한 푼 빌린 적 없는 제가 사채업자에게 쫓기게 되었습니다. 봉천동 산자락서 자취하던 친구 집에 한 달을 숨어 지내며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때 샀던 두툼한 성경을 읽고 또 읽으며 열심히 기도하는 것밖에 달리할 게 없었습니다. 그때 주님께 저도 모르게 조건부 제안을 걸었습니다. 이 고비만 넘어서게 해주시면 자기 전 매일 성경을 읽으며 잠들겠다고…. 그리고 죽는 날까지 주님을 증거하며 배반치 않겠다고….
올해로 24년째입니다. 잠들기 전 읽었던 성경을, 아침에 눈 뜨자마자 읽는 거로 바꾼 거 외엔 지방에 가거나 해외 촬영을 갈 때도 성경부터 꼭 챙겼습니다.
죽기 살기로 배신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더니 주님도 절 챙겨주셨습니다. 지금에 이르기까지 한없이 부족한 저에게 주님은 너무나도 많은 걸 베풀어 주셨습니다. 거기에 늘 감사드립니다.
“나는 너에게 너무나도 많을 걸 내어 주려고 기다리고 있는데 넌 대체 어디에서 무얼 하느라 여태 오지 않느냐.” 저는 오늘도 그분을 믿고 증거하는 이에게는 반드시 그분은 당신과 함께 해주신다고 믿습니다. (2019년 2월 3일 서울 주보)
김수환 추기경 선종 10주년 평화방송 라디오 드라마 ‘바보 김수환’에서 김수환 추기경 역할을 맡은 배우 최재원씨는 연기에 도움이 되고자 자신이 꾸준히 해 오고 있는 일을 들려줍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성경을 읽어요. 94년 12월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하루에 한 장씩 읽으니 신구약 성경을 10번 가까이 통독했습니다.모태 신앙에서 자랐지만 언젠가 신부님 역할이라도 하게 되면 제 목소리를 그에 맞게 다듬어 주셨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어요." (2019년 2월호 생활성서)
주님께서는 바라고 준비하는 이를 언젠가 당신의 도구로 귀하게 쓰시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