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앞쪽 바다 위에는 동백섬과 장사도 등 올망졸망한 섬들과 함께 가오리 형상을 닮은 가왕도, 소매물도와 등대섬,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는 갈매기의 고향 홍도 등이 한눈에 들어오며 아주 맑은 날에는 멀리 일본 대마도까지도 어렴풋이 바라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서쪽으로는 사량도와 부지도, 새섬, 추도, 연대도 등이 바로 코앞으로 다가오고, 남쪽으로는 대섬과 대머리, 용초도, 소지도, 비진도, 욕지도, 국도, 좌사리도, 연화도, 우도, 납도 등이 지척에 무리를 이루며 떠있다.
한동안 주변 조망에 정신을 빼앗겨 시간 흐름을 잊는다. 하산길은 두 갈래로 나눠지는데 진두마을쪽으로 내려선다. 오른편 길은 장작지 또는 야소 마을로 연결된다. 발걸음을 옮기면 곧이어 산마루에 위치한 휴월정을 만난다. 달이 쉬어 간다는 이 정자 위에 오르면 시를 새긴 현판이 걸려 있고, 거제와 주변 일대가 더욱 또렷하게 다가온다.
정상까지 숲속으로 오르던 것과는 반대로 하산길의 능선 곳곳에는 전망이 좋은 바위와 쉼터가 있다. 30분 정도 진행하면 사각정자를 만나게 된다. 발아래로 내리꽂히는 시야에 추봉도가 내려다보인다. 섬과 섬을 연결하고 있는 아찔한 추봉교는 푸른 바다와 함께 고도차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다시 숲속으로 접어들어 경사가 가파른 내리막길로 20분 정도, 한산중학교 옆을 지나 갯내음이 코끝에 와닿을 즈음이면 면소재지인 진두 마을에 이르면서 산행은 끝난다.
봉암 해수욕장은 진두 마을 건너편 추봉도의 봉암 마을에 있다. 진두에서 30분쯤 도로를 따라 추봉교를 건너 오른편이다. 추봉교는 한산도의 본섬과 추봉도를 연결하는 연륙교로 지난해 7월에 개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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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소
아름다운 섬 추봉도
추봉도의 봉암 해수욕장은 활처럼 휜 1km 정도의 해변을 따라 펼쳐진 몽돌해변으로 흔히 있는 모래 해변과는 또 다른 맛을 더해 주는 해수욕장이다. 이곳에 깔려 있는 몽돌과 색채석은 수석애호가들이 눈독을 들이는 봉암수석으로 유명하다. 지금은 마을에서 철저하게 반출을 막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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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을 따라 300m 정도의 산책로가 있어 해수욕과 바닷가 산책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해수욕장 오른쪽 끝에는 낚시꾼들의 포인트가 있고, 뒤쪽으로 소나무 언덕에 지압보도 등 공원으로 꾸며놓았다.
추봉도에는 아이들과 손잡고 둘러볼 만한 역사의 현장도 있다. 이 섬은 지리적 요충지에 자리 잡은 탓에 전쟁의 한가운데에서 무척이나 많은 시련을 겪었다. 세종 원년(1419) 대마도 정벌을 위해 마산포를 출발한 이종무 장군이 출정의 깃발을 올린 중간기착지가 주원방포(현 추원 마을)라 전해진다. 또 임진왜란 때는 병선을 배치하고 역참(관청끼리 공문서를 전달할 때 말이나 배를 제공하던 곳)을 담당하기도 했었다. 그러던 곳이 일제시대 군사요충지였다가 6·25전쟁으로 인해 비극적인 역사의 현장으로 남게 된다.
거제 포로수용소가 수용규모를 넘어서자 미군은 포로 중 가장 악질적인 포로들을 수용하기 위해 추봉도에 1만 명 규모의 포로수용소를 따로 만들었다. 당시 포로수용소의 돌담은 마을 주민들이 논밭의 경계로 쓰면서 거의 허물어지고, 지금은 약 7㎡(2평) 정도의 돌담만 남아 있다. 그나마 미군사령부 건물이 있었던 자리의 원형 돌담은 형태가 잘 남아 있어 그 규모를 짐작해 볼 수 있는 것만도 다행이다.
산행길잡이
○더풀개~망산교~정상~휴월정~사각정자~한산중학교~진두 <2시간30분 소요>
○더풀개~망산교~정상~278m봉~야소 <2시간 소요>
○더풀개~망산교~정상~269m봉~장작지 <3시간 소요>
○소고포~제승당 갈림길~정상~휴월정~한산중학교~진두 <2시간 소요>
교통
한산도는 통영항 여객선터미널(055-642-0116)에서 제승당까지 운행하는 카페리호를 이용하면 된다. 통영 시외버스터미널(055-644-0017~8) 앞에서 용화사·산양면 방면의 시내버스(부산교통 055-645-2080)가 여객선터미널 부근으로 수시로 운행한다.
제승당 선착장에서는 섬 일주버스가 항상 대기하고 있다. 또 거제 둔덕면 어구리 선착장(055-633-2807)에서 한산도 소고포간을 운행하는 카페리호도 있다.
서울→통영 남부터미널(02-521-8550ARS)에서 1일 14회(07:20~23:10) 운행 / 강남고속버스터미널(02-535-4151)에서 1일 14회(07:00~24:30) 운행.
부산→통영 서부터미널(051-322-8301~2)에서 16분 간격(05:10~20:33) 운행.
대구→통영 서부터미널(053-656-2824~5) 1일 17회(06:30~19:30) 운행.
대전→통영 동부터미널(042-624-4451~3) 1일 14회(07:30~20:30) 운행.
진주→통영 시외버스터미널(055-741-6039) 15분 간격(06:00~21:15) 운행.
마산→통영 남부터미널(055-247-6395)에서 10분 간격(05:10~21:15) 운행.
통영↔제승당 여객선터미널(055-645-3329)에서 1일 12회(07:00~18:00) 왕복 운항.
숙식(지역번호 055)
한산도에는 여관이나 호텔이 없다. 펜션이나 민박이 가능하지만 성수기에는 예약이 필수다. 면소재지인 하소리 진두 마을에 한산펜션(641-7811)을 비롯해 해변민박(642-8051), 상대민박(642-9016), 황혼민박(641-4829)과 추봉도에는 봉암 해수욕장 옆에 횟집을 겸하고 있는 추봉펜션(648-1212)이 있다. 하소리 진두 마을에는 가고파식당(641-8388), 한산식당(641-1512), 보리수식당(642-8262)이 횟집을 겸하고 있다.
통영시내에서 묵을 경우 호텔을 비롯해 장급 여관까지 다양하고 식사 해결도 무난하다. 여객선터미널 부근에는 유명한 졸복국 식당이 많고, 바다장어 요리가 일품인 황금바다장어구이(645-1568)집이 있다. 청정해역에서 건져 올린 굴 요리전문점인 향토집(643-4808), 멸치 요리가 유명한 멸치마을식당(645-6729)도 들러볼 만하다.
/ 글 사진 황계복 부산시산악연맹 부회장